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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길
성체 신심 세미나, 푸른군대 피정, 성령 쇄신 대회를 다 소화하고 나니 이제 피곤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그야말로 3박 4일은 잠만 자야 할 것 같다.
성령 쇄신 대회를 마치고 지인의 도움으로 네바다 주(州)의 "The Valley of Fire"(불의 계곡)을 다녀왔다. 온통 돌들의 색깔이 불과 같이 붉다고 해서 비쳐진 이름이다. '성령'의 상징이 '불'이라서 이곳에 왔을까?를 생각했다.
너무나 오래된 화석들과 사막의 여러 정경들을 보면서 더위에 한 시간 이상을 걸었다. 일찌기 사막의 날씨에 단련된 몸이라 별로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그 트레일 코스가 지친 몸에 만만치 않았다. 지루한 사막의 단조로움이 아니라 때로는 평탄한 모래밭길, 자갈밭길, 돌밭길, 높지는 않지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이었다. 심지어 며칠 전에 비가 와서 물이 고인 곳도 나타났다.
그 물 앞에서, 함께 간 형제님이 나를 생각해서 그냥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별로 깊지 않으니 신발과 양말을 벗고 건너가자고 했다. 마치 골프장에서 물에 빠진 공을 꺼내기 위해 물에 들어간 프로 골프 선수가 떠올랐다.
나는 지난해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에서 13,500(4~5,000미터)피트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공중에서 떨어져 성공한 이후로는, 삶의 여정에서 어떤 장애가 생기면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 돌파하고 개척하는 습성이 생겼다.
여기 저기 바위를 바라다보니, 몇 년 전에 그리스, 터어키 성지 순례때 은수자들이 산에 동굴을 파서 은수 생활을 하던 장소가 생각났다.
여기도 군데 군데 구멍난 동굴들이 있어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밤에 추위를 피해 은수할 만한 곳이 되는 것 같아, 나중에 리타이드하면 이런 곳에서 은수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함께 간 형제님이 '낮에는 너무 뜨겁고 밤에는 너무 추워서 안됩니다'라고 강하게 나를 막았다.
사막의 길바닥에 불개미들과 도마뱀들이 지나가고 있다. 불개미를 보면서 사막에 사는 것들은 미물이라도 독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사막의 사제관에서 개미에 물려서 고생했던 생각이 났다.
사제관 뒤뜰의 장미꽃잎은 햇빛에 타들어가 이제는 연두빛이 아니라 붉은 빛을 내고 있음을 보아서 이런 생각이 든 것 같다.
'강하게 끝까지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이 사막의 처세술이요 가치관이며, 좌우명이요 신조이다.
사막은 거의 사람의 안락한 생존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없는 곳이다. 사막은 오롯이 위의 하늘과 아래의 산같은 바위만을 바라보는 곳이다.
가까이 환락의 도시에서 쉬어 가며 오로지 세상의 쾌락과 돈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인간 안에 내재된 욕구와 호기심을 이용해 성(性)을 상품화하여 돈을 버는 곳과는 사뭇 다른 곳이다.
청교도 조상들의 개척 정신을 가지고 있는 미합중국 사람들의 지도층은 4S(Sports, Screen, Sex, Speed)를 적절히 혼합하고 첨단 과학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혼을 다 빼놓고 거대한 다(多)민족 사회를 끌고 간다.
희망의 길이 그러하듯 멸망의 길도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다.
멸망이란 대지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원래 대지 위에 길이 없었는데, 누군가가 길을 걸어 길이 생겼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 길을 걸어서 길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악(惡)의 세력도 윤리,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공개적으로 아무런 수치도, 양심의 가책도 없이 아이들과 청소년들 앞에 버젓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재미라는 이름으로 위장하여 웃고 서 있다.
이 사막은 바로 인간 안에 있는 두 도시를 품고 있는 곳이다. 사막은 인간 안에 내재된 선악(善惡)의 치열한 각축장이다.
그러기에 사막은 영적인 차원에서 사탄과 그 졸개들의 유혹이 많고 그들과 치열한 영적 전쟁을 하는 곳이다. 그 전쟁에서 이기면, 마치 겟세마니의 예수님께 다가와 위로해 주던 천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차만 타면 졸고, 피앗사랑 카페에 매일 독서와 복음 말씀의 주해를 실기 위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다 존다.
한도 없이 피곤한 틈에 이루어진 "The Valley of Fire"(불의 계곡)의 트레일을 주님께서 허락하신 이유를 더듬어 보는 알찬 시간을 보냈다.
(2014년 8월 11일) 임언기 안드레아 신부님 |
사랑의 시튼수녀회
01. 여기 있나이다, 주님
02. 주님 너그러우심이
03. 임마누엘(Emmanuel)
04. Sing a New Song
05. 외쳐라! 지붕위에서
06. 좁은 문
07. 성모님께 드리는 노래
08. 두려워 말라
09. 오직 그림자일 뿐
10. 환희의 찬미(성가모음)
11. 해를 따라서
12. 아름다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