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
LPG 차량 규제완화
- 뉴스토픽 속의 공학 -
공대상상 예비 서울공대생을 위한 서울대 공대 이야기 Vol. 28
안녕하세요, 공상 독자 여러분!
지난 3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나요?
이번 호 공상에서 공학의 시선으로 살펴볼 뉴스토픽은
바로 LPG(액화석유가스) 차량에 대한 규제 완화 소식입니다.
이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규제 대상이었던 일반인의 LPG 차량 구매를 앞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LPG 규제완화’가
포털사이트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기도 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어떤 배경에서 화제가 된 것인지 공학의 시각으로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글: 정윤종, 기계항공공학부
3 / 편집: 김성진, 건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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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란?
LPG(Liquefied
Petroleum Gas, 액화석유가스)는 주로 프로페인(C3 H8)과 뷰테인(C4
H10)으로 구성된 기체상의 탄화수소를 쉽게 운반하고 보관하기 위해 높은 압력으로 액화시킨 것입니다. 끓는점이 낮기 때문에 원유 정제과정에서 가장 먼저 분리되는 물질이지요. 우리가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연료로 흔히 사용하는 ‘부탄가스’가 바로 뷰테인으로, LPG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LPG 차량은 이러한 LPG 연료를 사용하여 엔진을 작동시키는 차량을 말합니다.
▲ 원유의 분별증류에 따른 석유제품
(출처:
SK 이노베이션)
LPG, 가솔린 그리고 디젤
내연기관의 연료로 흔히 사용되는 물질은 LPG, 가솔린(휘발유), 디젤(경유)이 있습니다. 원유의 정제과정에서 알 수 있듯, 이 연료들은 원유로부터 끓는점의 차이에 의해 분리되지요. 이러한 끓는점의 차이는 연료를 구성하는 탄화수소 분자들의 탄소 개수에 의해 결정됩니다. LPG의 경우 3-4개, 가솔린의 경우에는 4-10개, 디젤의 경우 10-20개 정도의 탄소 원자가 하나의 탄화수소 분자를 구성합니다. 이와 같은 화학적 특성이 끓는점 외에도 각 연료의 밀도, 단위 부피당 에너지, 발화점, 점성 등의 성질을 결정하게 되지요. 일반적으로 분자당 탄소의 개수가 증가할수록 탄소 하나당 수소와의 결합 개수가 감소함에 따라 단위 질량당 에너지는 감소하지만 밀도가 커지기 때문에 단위 부피당 에너지는 결과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또한 분자당 탄소 개수가 증가할수록 연료의 끓는점 및 발화점, 점성도 커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동차 연료인 가솔린은 디젤보다 끓는점이 낮고 인화성이 높기 때문에 연료를 실린더에 분사한 뒤 스파크를 통해 연소를 발생시키는 불꽃 점화(spark
ignition) 방식의 엔진에 사용됩니다. 가솔린 엔진은 진동과 소음이 적고, 쉽게 높은 회전수를 발생시킬 수 있어서 고속 주행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어 소형차 및 승용차에 주로 사용되지요. 반면 디젤 연료는 끓는점과 발화점이 높기 때문에 연료를 분사한 뒤 압축을 통해 온도를 올려 연소를 발생시키는 압축 점화(compression
ignition) 방식의 엔진에 사용돼요. 이러한 방식의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낮은 회전수를 갖지만, 더 큰 토크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디젤은 밀도가 크기 때문에 단위 부피당 에너지 또한 높아 엔진의 효율이 가솔린보다 좋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디젤은 SUV, 트럭, 기차 및 선박 등의 연료로 주로 활용됩니다.
LPG의 경우 분자를 구성하는 탄소의 개수가 3-4개로 적기 때문에 끓는점 및 발화점이 낮아 가솔린처럼 불꽃 점화 방식 엔진의 연료로 활용됩니다. 이 때문에 LPG 엔진은 가솔린 엔진과 구조상 차이가 거의 없고, 가솔린 엔진을 약간 개조만 해도 LPG 엔진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LPG는 밀도가 낮기 때문에 단위 부피당 낼 수 있는 에너지가 낮아 연비가 좋지 않으므로 다른 연료들보다 자주 충전해 주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표 1] 각 연료의 밀도,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및 그에 따른 단위 부피당 에너지
(출처: Pulkrabek, W. (2017). Engineering fundamentals of the internal
combustion engine.
India: Pearson.)
그렇다면 연비가 좋지 않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택시를 비롯한 많은 상업용 차량들이 LPG 연료를 사용해온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는 LPG 연료의 소비자 가격이 가솔린과 디젤 연료보다 매우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LPG는 휘발유, 경유와는 달리 교통에너지 환경세의 부과 대상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가솔린, 디젤 연료의 소비자가격이 45-55% 수준의 세금을 포함하고 있는 반면, LPG는 교통에너지 환경세를 제외한 30% 수준의 세금만이 포함됩니다. LPG 연료에 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LPG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므로, LPG 차량의 경우 연비는 좋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사용자가 지출해야 하는 연료비는 다른 차량보다 더 적은 것이죠. 이러한 이유로 많은 상업용 차량들이 LPG 연료를 이용해 온 것입니다.
휘발유,
경유,
LPG 연료의 가격 구조 (출처: 연합뉴스)
LPG 규제 및 규제 완화의 배경
그렇다면 기존 LPG 차량은 그간 어떠한 연유로 규제되어 왔으며, 규제가 해소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1970년대 이전, LPG는 원유로부터 가솔린과 디젤 연료를 얻기 위해 이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여겨졌습니다. 당시에는 가솔린과 디젤만이 주 연료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LPG를 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보관 및 수송 시설, 충전소 등의 제반시설이 충분히 확충되어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송용 연료로서 LPG의 수요가 급증할 경우 그 수급을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1970년대 LPG 사용을 시작하면서, 그 사용을 상업용 차량 및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규제를 시행해 왔던 것이죠. 하지만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LPG 차량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LPG는 가솔린과 디젤보다 엔진 내 연소과정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양이 적기 때문입니다.
2Cn H(2n+2)+(3n+1)(O2+3.76N2 )
→ 2nCO2+(2n+2) H2O+(11.28n+3.76)N2
탄화수소 연소 반응식
위 탄화수소의 연소반응식에서 완전연소 후 남는 물질은 이산화탄소, 물 그리고 반응에 참여하지 않는 공기 중 질소이지요. 그러나 실제 엔진 내 연소는 매우 고온, 고압 환경에서 이루어지므로, 탄화수소가 산소와 반응하는 연소반응 외에도 고에너지 상태의 질소 분자가 질소 원자 두 개로 쪼개진 후 산소와 결합하여 질소 산화물(NO_x)을 생성하는 반응이 추가적으로 발생합니다. 이 질소 산화물은 미세먼지와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심각한 환경오염 물질인데요, 이러한 질소 산화물의 생성은 연소 반응이 이루어지는 실린더 내부 온도 및 압력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디젤 엔진은 발화점이 높고, 압축점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 연소 반응이 일어나 질소 산화물이 다량 발생합니다. 반면 LPG 엔진은 발화점이 낮고, 불꽃 점화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질소 산화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정부에서는 미세먼지 저감 조치의 일환으로 LPG 차량의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LPG 차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실제로 법제처에서는 법률의 개정이유로 “LPG 규제는 LPG 수급이 불안정하던 시기에 도입된 규제로 현재는 그 수급이 원활하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필요가 없고,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은 LPG차량을 확대 도입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라는 내용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르노삼성 SM7 LPG 모델에 장착된 봄베형 LPG 탱크 (출처:
르노삼성자동차)
LPG의 미래, 그리고 자동차의 미래
LPG 규제 완화 조치가 발표된 이후, 이에 대한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LPG 차량은 가솔린, 디젤 차량보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은 대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많다는 지적, LPG 차량이 미세먼지 발생의 주원인인 대형 디젤 차량들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등 이번 조치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이 정책이 수소 충전소로 전환이 가능한 LPG 충전소의 확충을 통해, 추후 수소자동차의 기반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지요. 또 정부가 머지않아 LPG 연료에 대한 세금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 등 LPG 연료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규제 완화 조치 직후, 현대자동차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형 8세대 쏘나타의 LPG 모델을 일반 차량용으로 출시한다는 발표를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현대차 최초로 도넛 모양(봄베형) LPG 용기를 도입하여 기존 LPG 차량의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좁은 트렁크 공간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죠. 꼭 LPG차량이 아니더라도, 환경 규제를 충족시키고 오염 물질의 배출을 줄이는 일은 최근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근래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이 많은 화제를 모으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LPG를 비롯하여, 환경오염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다양한 시도들에 주목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LPG 차량 규제 완화’라는 뉴스 토픽을 공학적인 시선에서 함께 살펴보았는데요, 흥미롭지 않으셨나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평소에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공학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그 너머에 숨겨져 있는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LPG 엔진에 대한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께서 공학에 대한 흥미를 더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겠습니다!
첫댓글 명박이때는. 크린디젤이라 하여 디젤을 장려하여 디젤 suv 차를. 삿는데 정권이 바뀌니 차도 연료도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