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김흥기
찌거덕 찌거덕
여의도 한복판에도
가위 치며 고물 사는 엿장수가 있다네
찌거덕 찌거덕 꽝꽝
불손한 생각일까? 믿을 수 없다네
그들은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산다는데
찌거덕 찌거덕, 찌거덕 꽝꽝
요란한 가위소리 뚫고 내게 들리는
엿장수 아저씨 노곤한 목소리
고물 삽니다
빈 병이나 헌 냄비 삽니다
국회의사당 삽니다
첫눈
매년
첫눈이 올 때마다
왜 나는 단 한번도
그 오랜 세월 동안
첫눈들이 내게 왔을 때
왜 나는
내 인생의 끝눈을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을까
― 김흥기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 (개미 / 2022)
김흥기
1984년 다락방문학동인집 『내 사랑 이 땅에서』 문단에 상재. 1986년 그림동인 실천(박불똥,손기환, 이섭, 이상호 등)과 시인(박노해, 정규화, 김창완, 김종근)들과 함께 시화집 『어울림』 발간 및 전시(아랍미술관). 1986년 『아버지의 바다』로 노둥문화제 문학부문 특상 수상. 1987년 8월호 《심상》에 연작시 서울 스케치 「광교에서」, 1988년 《우리문학》 창간호 특집에 「할아버지의 나라」 등 6편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 시작. 현재 동국문학인회, 충북작가회의, 문향, 다락방문학동인. 최근 민족문학연구회 발기 회원으로 참가. 런던국제광고제 한국대표이며,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