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가만히 있어도 엉덩이가 들썩이는 계절, 때마침 전국 곳곳에서는 가을 축제가 한창이다. 그중 안성에서 열리는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는 세계가 인정한 민속문화 축제로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문화 공연 축제다. 놓치기엔 아깝다. 이 가을, 신명 없이는 놀 수 없고 웃음 없이는 볼 수 없는 그 축제의 현장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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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길놀이에 나선 화려한 복장의 공연단②파란 가을 하늘을 무대로 펼쳐지는 아슬아슬 어름(줄타기) ③버나놀이(접시돌리기)는 아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④탈놀이인 덧뵈기. 남사당놀이 여섯마당 중 하나 ⑤줄 위로 사뿐히 내려앉은 줄꾼의 모습이 가을 잠자리 같다.
"안성은 서울에서 1시간 거리라 부담 없는데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열리는 동안에는 볼거리가 많아 하루가 모자라죠. 공연에 행사까지 실컷 구경하고 나면 대개 밤 9시나 10시쯤 되는데 그때는 그냥 갈 수 없어 '먹거리 마당'에 가서 한잔하고 갑니다. 아쉽다 싶을 땐 인근에서 하룻밤 자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금광호수 주변으로 가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숙박시설이 많이 있죠."
3년째 이맘때면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안성으로 향한다는 박세찬(47·양천구 목동)씨는 올 가을여행도 변함없이 안성으로 정했다.
이번에는 친구 부부도 동행할 예정인데다 '올해는 더욱 볼거리가 풍부해졌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설렌다"며 박씨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만 80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국내외 많은 관광객들에게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는 한국 남사당패에서 유일한 여성 꼭두쇠(우두머리)였던 '바우덕이'(박우덕)의 예술혼을 전승·발전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안성시에서 마련한 축제다. 올해로 8회째를 맞고 있다.
■국내유일 CIOFF 공식인증 축제
지난 2006년 세계 각 나라의 민속을 보존하고 상호교류 및 협조하는 기구인 CIOFF(세계민속축전)의 회원 축전으로 공식 인증받은 국내 유일의 축제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안성 특산물을 위주로 한 농축산물 축제로 시작했으나 안성이 대표적 전통 문화인 남사당의 공연이 결합되면서 공연문화축제로 발전했다"는 게 박인배 예술감독의 설명이다.
올해 일정은 오는 29일 바우덕이 추모제부터 시작된다. 이후 10월 5일까지 6일간 경기 안성시 안성 강변공원(안성천 주변)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옥천교~안성교~안성대교 부근 안성강변 약 4㎞ 구간은 축제의 장으로 변모해 시민과 관광객들을 맞는다.
남사당 놀이 여섯 마당과 중국, 헝가리, 인도네시아, 대만, 쿡아일랜드, 덴마크, 체코 등 7개국 공연단의 전통민속공연이 축제 기간 내내 펼쳐진다. 우리나라 서민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는 남사당 놀이를 원 없이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전통 제례에서부터 길놀이, 남사당 공연, 민속놀이체험, 풍물경연대회, 옛날 장터, 6070 거리 등 볼거리·즐길거리가 수두룩하지만 꼭 챙겨 봐야 할 것은 역시 매일 저녁 7시 큰마당에서 펼쳐지는 시립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의 공연이다.
영화 '왕의 남자'에 출연했던 어름산이(줄꾼) 권원태씨와 여성 어름산이 박지나, 서주향씨의 어름(줄타기)을 비롯해 풍물, 살판(땅재주), 덜미(꼭두각시극), 덧뵈기(탈놀이), 버나놀이(접시돌리기) 등 남사당 놀이 여섯 마당을 선보인다. 이 중 권원태씨와 서주향, 박지나씨의 줄타기 묘기는 축제의 하이라이트. 영화에서나 보던 아찔한 줄타기 장면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다. 'B-boy의 원조' 땅재주넘기(살판)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축제장 입구에서 나눠주는 공연일정표를 꼼꼼하게 챙긴다면 축제를 더욱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추억의 재현&안성옛날 장터 구현
축제장 옆 성남동, 신흥동, 구시장 골목 등 안성 시가지에서는 60~70년대 서민 생활상을 재현한 왕대포집, 연탄집, 동시상영 극장, 이발소, 다방을 비롯해 번데기, 리어카 등 중년들의 향수를 자극할 추억의 풍경들이 기다린다.
여기에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훈훈한 인심을 느끼게 해줄 공간도 따로 마련된다. 조선 후기 전국 3대 시장으로 꼽혔던 안성 옛날 장터가 그것이다. 대장간, 옹기전, 빈대떡집, 국수집, 장터국밥, 만물상 등 50개 점포와 노점상들은 실제로 흥정과 덤이 가능하도록 해 옛 장터의 분위기를 한껏 돋울 예정이다. 축제의 재미를 더하고 싶다면 시끌벅적한 장터 마당에서 남사당패들의 공연을 보며 따끈따끈한 국밥 한 그릇 먹어볼 것!
9월 30일, 국내외 35개 예술단체 4000여 명이 참여하는 길놀이(퍼레이드)도 빼놓을 수 없다. 풍물놀이, 농악대가 가을밤을 신명으로 물들인다.
안성의 특산물인 포도나 인삼, 한우 등을 직접 구입하거나 맛보고 싶다면 '안성마춤' 농축산물 장터도 놓치지 말자. "농축산물 직거래장터에서는 안성시에서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관리해 믿을 수 있는 '안성마춤' 브랜드 상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게 축제 준비를 맡고 있는 홍성일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6070 거리나 안성옛날 장터가 중년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젊음의 광장은 청소년과 대학생들을 위한 공간. 젊은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축제장 내 새로 꾸민 곳으로 풍물 B-boy 등은 축제에 활기를 더할 예정이다.
■어린이 위한 체험 프로그램 가득
공연만큼이나 체험프로그램(1000원~1만원)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몸으로 배우는 풍물놀이'는 소고나 북 등 간단한 악기를 직접 다뤄볼 수 있는 시간. 풍물과 신명이 어우러져 60분이 지루하지 않다.
줄타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몸의 균형 감각을 배워보는 '어름산이 되어보기'나 징과 장고, 북, 꽹과리 중 한 가지 악기를 배워 전통악기의 장단을 체험해 보는 '덩덩궁이 악기강습', 덜미인형을 직접 조립·체험하고 인형극도 연출해보는 '덜미인형과 친구되기'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남사당놀이체험 외에 가을 맞이 농기구체험이나 민속놀이체험, 장터체험 등은 또 다른 재미 거리다. 그밖에 닭잡기, 돼지몰이, 소죽 끓이기 등 이색 부대행사도 어린이들을 기다린다.
■시민이 만드는 참여의 축제
시민무대에서는 시민참여 한마당이 펼쳐진다. 30개 지역예술단체가 참여해 B-boy, 밸리댄스, 쥬얼리쇼, 국악 등을 선보인다. 10월 2일(목)부터 5일(일)까지는 전국풍물경연대회도 열린다.
풍물과 사물, 유치부로 나눠 진행되는 전국 대회로 우승팀에겐 국무총리상이 수여된다.
안성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관련 문의 (031)676-4602 www.baudeogi.com
Tip. 축제장 주변 가볼 만한 곳
축제 구경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라지만 좀더 욕심을 내 축제 행사장 주변 관광을 원한다면 이곳을 눈여겨보자. 안성시청 문화체육관광과 남선우씨가 추천한 '안성맞춤 코스'는 바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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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식객'의 촬영장소였던 서일농원도 안성에 있다 서일농원제공
1코스
●대한민국 술박물관_2004년 문 연 술 테마 사설박물관. 안성시 금광면 개산리에 있다. 관장인 홍성일씨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박물관이지만 소장하고 있는 것만 4만여 점이 넘는 내실 있는 박물관이다. 술 관련 고서, 술병, 술 제조 기구 등 애주가들의 '완소 아이템'이 총망라돼 있다.
야외 전시관에는 각종 술 항아리와 함께 착집기(술 짜는 틀)와 곡물을 찧던 방아분쇄기도 전시돼 있다. 관람료 무료. 문의 (031)671-3903
●청룡사_청룡사는 서운산과 사이 좋게 어울린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절. 1265년(고려 원종 6) 명본국사가 창건한 곳이다. 대웅전은 보물 824호로 지정돼있다. 절 곁에 청룡저수지는 고즈넉함을 더한다. 문의 (031)672-9103 www.buddhahouse.com
●풍물기행_청룡사에서 3분 거리에 있는 맛집. 보리밥정식과 도토리묵으로 일대를 평정했다. 보리밥정식을 주문하면 보쌈까지 맛볼 수 있다. 풍물기행이라는 이름처럼 솟대와 항아리, 낮은 돌담 안의 아기자기한 소품 등 구경거리들이 많다. 마당 내 모닥불은 둘러앉아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기 좋아 쌀쌀해지면 자리 경쟁 치열하다. 문의 (031)677-5282
2코스
●안성허브마을_2007년 5월에 문 연 곳. 펜션, 레스토랑, 에스테틱, 연회관, 체험공방, 허브농장 등을 갖춘 허브 테마 복합문화공간. 풋 허브 아로마테라피 카페에서는 허브차를 마시며 족욕을 할 수 있다(1인당 1만원). 허브를 이용한 천연화장품과 비누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허브를 곁들인 이태리풍 요리들을 맛보고 싶다면 쏠레아도 레스토랑으로 가볼 것. 문의 (031)678-6700 www.thanks-nature.co.kr
●서일농원_일죽면 화봉리에 있는 3만평 규모의 장 만드는 농원. 주인의 손맛 깃든 장들이 정감 있는 풍경 속에 익어간다. 뒤뜰 2000여 개의 항아리가 있는 장독대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식객'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주인의 솜씨만큼이나 조경도 잘 꾸며놓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농원 내 한정식집 '솔리'에서는 서일농원에서 만든 모든 제품을 시식해볼 수 있다. 문의 (031)239-2100 www.seoilfarm.com
●칠장사_칠현산 아래 아담한 사찰. 고풍스런 대웅전을 둘러싼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 문의 (031)673-0776
●너리굴 문화마을_칠보공예, 도자기 만들기, 천연 염색 등 다양한 전통 공예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곳. 미술관, 박물관 등과 함께 연수 시설까지 갖췄다. 너른 마당은 아이들이 뛰놀기 좋다. 문의 (031)675-2171 www. culture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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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근희 기자 ㅣ 사진 안성시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