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는 방향성보다 속도가 문제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 재정절벽 이슈를 제외하고는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소식들이 꾸준하게 들려오고 있다. 이처럼 우호적인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과 달리 우리시장 내부적으로는 최근 KOSPI가 1,980선으로 되밀리며 상승탄력이 다소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일에는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운수장비와 전기전자 등 주요 수출주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는데, 그 배경으로 경쟁국 통화인 엔화대비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과거 글로벌 경기가 호조세였던 국면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최근처럼 경기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글로벌 주요국들의 금융완화정책 발표 이후 달러화 약세 속에 상품시장이 주식시장과 유사한 궤적으로 그리며 강세를 보여왔지만, 지난 9월 고점대비 CRB지수와 WTI유가가 각각 -8%와 -12% 하락하며 상품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글로벌 경기에 대한 시장 센티먼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추가적인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부담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당사 리서치센터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번 자민당의 압승으로 단기적인 엔화약세 압력(일본 내 주요 연구소 총선 직후 엔달러 환율 달러당 83엔~86엔 예상)이 강화될 수 있지만, 1) 자민당이 약속한 경기부양책이 부족한 재정과 국채금리 상승 가능성 등 예상 가능한 부작용으로 인해 대대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낮고, 2) 무제한 양적완화에 대한 일본은행 총재의 강력한 비판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엔화약세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12. 17일자 리서치센터 Economic Comment “일본 총선 자민당 승리, 엔저현상 가속화되나?” 참조). 한편, 3)현재의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 수준에서도 과거 국내증시가 상승추세를 이어간 사례들이 대부분이었고, 4)최근의 원화강세 역시 대외적으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시장 센티먼트 개선과 유럽 리스크 완화, 10개월 연속 이어지는 무역수지 흑자와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따른 한국의 신용리스크 감소에 따른 영향이 크고, 5)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13거래일 연속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순매수를 보이는 등 해외 투자자금 유입에도 일부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원화강세를 주식시장의 추세 자체와 연결하여 우려감을 가질 필요까지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최근 원화강세의 수준과 방향성 자체보다는 속도에 대한 경계감이 마디지수인 KOSPI 2,000선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맞물리며 국내 증시의 단기 조정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다만, KOSPI가 2,000선에 안착하고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미국 재정절벽에 대한 불투명성 해소와 함께 상대적으로 미흡한 시장에너지의 개선세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주식시장이 탄력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기보다는 심리와 수급의 변화에 따른 불규칙한 움직임을 좀 더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과 국내 증시가 거래량 감소와 함께 부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주지하다시피 재정절벽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마감시한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망심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내적으로 일부 업종 중심의 실적개선세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당분간 시장 매기 확산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업실적 개선세 확산 문제는 향후 경기에 대한 시각변화 강도에 따라 중기적으로 접근할 부분임을 감안하며 심리적인 차원에서 미국 재정절벽 협상과정을 우선적인 변수로 놓고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분간 업종별 대응에 있어서도 최근까지 국내 증시의 상승을 주도해왔던 주도주(IT 등)에 대해서는 변동성을 활용하여 저가매수의 기회를 노리는 한편, 음식료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원화강세의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종목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전략이 단기적으로 유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