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투씨'와 제인 폰다, 릴리 톰린, 돌리 파튼이 주연한 '9 to 5'에 툭하면 싸우려드는 고약한 직장 상사 역할로 낯익은 미국 배우 대브니 콜먼이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텍사스주 오스틴 출신의 고인이 1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고인의 딸이자 가수인 퀸시 콜먼은 미국 연예잡지 할리우드 리포터에 "우리 아버지는 호기심 많고 친절한 마음씨와 인류애의 즐거운 정수를 구성하는 열정과 야망, 유머로 지구에서의 삶을 꾸렸다"며 "사는 내내와 마찬가지로 삶의 마지막 장도 우아함과 탁월함, 숙련됨으로 장식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60년대 브로드웨이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나중에 여러 TV와 영화에 개성있는 연기로 얼굴을 내밀었는데 콧수염을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웠다. 그러다가 이름값을 높인 것이 1970년대 소프 오페라 '매리 하트먼 매리 하트먼'에서 야심 찬 정치인 역할을 맡으면서였다.
'9 to 5'(1980)에서 그는 여직원들에게 밉살맞게 굴고 성차별을 일삼으면서도 추근대는 상사 프랭클린 하트 주니어 역을 실감나게 연기해 눈길을 모았다. 그리고 '투씨'(1982)에서도 비슷하게 약간 모자란 듯한 캐릭터를 맡았다. 나중에 주연한 NBC 시트콤 '버팔로 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우스꽝스러운 연기로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굉장히 다양한 드라마 캐릭터와 성우 더빙 일을 했다. 그는 2012년 인터뷰를 통해 "내 생각에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며 자신의 경력이 변화한 것에 대해 "만약 이런 일에 적응할 수 없다면 뭔가 끔찍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에미상과 골든글로브상에 각각 여섯 차례와 세 차례 후보로 지명돼 한 차례씩 수상했다.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 주연의 영화 '유브 갓 메일'(1998)에서 톰의 아버지로 출연했다. 좀더 최근에는 서부극 '옐로스톤'에도 얼굴을 내밀었고, HBO의 갱스터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에서도 영향력있는 기업인 역할을 맡았다.
벤 스틸러, 제임스 우즈, 마이클 맥킨, 존 알레스, 브라이언 린치, 톰 홀랜드 등 동료 배우들의 추모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