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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복한 일등 항해사
1815년 2월 24일 정오 무렵이었다. 여러 달의 긴 항해 끝에 귀항하고 있는 파라옹 호가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배가 항구 가까이 다가오자, 파라옹 호의 선주인 모렐 씨가 재빨리 보트를 타고 마중을 나갔다. 당테스는 모렐 선주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그 무렵,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나폴레옹은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 엘바 섬으로 귀양 가 있었다. 모렐 선주는 당테스를 선장으로 임명해 주었다. 당테스는 이 사실을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당테스가 르클레를 선장님의 마지막 부탁으로 파리에 처음 간다고 하자 그 순간 당그라르는 무슨 신통한 생각이라도 떠오른 듯 음흉한 웃음을 빼물었다.
2. 끔직한 음모
파라옹 호의 회계원인 당그라르는 자기보다 나이가 다섯 살 어린 당테스가 선장이 된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거짓 편지를 써서 검사에게 넘겼다. 당테스는 마르세유 재판소에 도착했다. 날카로운 얼굴의 빌포르 검사가 심드렁한 얼굴로 심문을 시작했다. 빌포르 검사는 서랍에서 구겨진 종이쪽지를 당테스 앞에 놓았다. 그리고 그 편지를 태워버렸다. 검사는 당테스를 체포해 왔던 경위에게 귓가에 대고 무슨 말인가 속삭이고 당테스는 경위를 따라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검사는 무너지듯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3.지하 감방의 억울한 죄수
당테스는 재판소 안의 유치장에서 그 날 밤을 맞아야만 했다. 이윽고 밤 10시가 넘었다. 그제야 가까이 오는 발소리와 함께 당테스 보고 나오라고 하였다. 당테스는 뒤뜰에 세워져 있는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항구로 향했다. 항구에는 커다란 보트가 있었다. 당테스는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보자 현병이 딱하다는 듯이 저길 보라고 하였다. 한 번 들어가면 결코 살아 나오지 못할 죄인들만 가둔다는 무시무시한 감옥에 당테스는 갇히고 말았다. 무려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당테스는 옆 방에서 굴을 파는 소리가 들리자 자신도 굴을 팠다. 당테스는 신부를 만나가 되었다. 신부는 말을 남기고 좁을 구멍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4. 미치광이 신부
다음 날 아침, 간수가 다녀간 뒤 당테스는 구멍을 통해 파리아 신부를 찾아갔다. 게다가 신부는 프랑스 어와 이탈리아 어는 물론이고 독일어와 영어, 에스파냐 어를 마음대로 읽거나 쓰고 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많이 읽어 학식도 뛰어났다. 신부는 당테스에게 엉뚱한 죄를 뒤집어 씌워서 감옥에 쳐 넣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 때부터 당테스는 반드시 살아 나가서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신부에게 날마다 학문과 지혜를 배웠다. 이튿날 아침 신부는 당테스에게 보물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느 날 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신부 방으로 가자 신부는 얼마 전에 일으켰던 발작을 또 일으켰다. 당테스는 신부의 입에 약을 흘려 넣어 주었다. 신부는 내가 죽은 후에는 모든 기회를 이용하고 스파다의 보물을 잊지 말라는 말과 함께 숨을 몰아쉬다가 덜컥 고 개를 떨구었다. 그것이 신부의 마지막이었다.
5.다시 세상으로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아침밥을 나르는 간수가 당테스의 방에 식사를 넣어 주고는 파리아 신부 방으로 갔다. 파리아 신부가 죽은 것을 확인한 간수가 동료들을 불렀다. 시체만 남기고 사람들이 모두 철수한 것을 확인한 당테스는 신부 방으로 건너갔다. 당테스는 시체를 자루 속에서 꺼내 자기 방 침대에 옮겨다 눕혔다. 그리고 신부 방으로 되돌아와서는 자루 속에 들어가 안에서 꿰매었다. 드디어 장사 지낼 시각이 되었다. 세 사람이 감방안으로 들어와 자루를 바다에 던졌다. 당테스는 가지고 있던 칼로 자루를 잘라 나왔다. 그의 뛰어난 항해 기술에 탄복한 선장은 계속해서 함께 일하자고 했다. 밤 10시쯤에 당테스가 탄 배가 몽테크리스토 섬에 닿았다. 그 날 밤을 짐을 옮기느라고 날이 샐 무렵에 작업은 끝났고 선장은 반나절 동안의 휴식시간을 주었다. 당테스는 신부가 준 유서에서 말한 바위를 찾아 낼 수 없었다. 총소리와 함께 당테스는 빠르게 바위에서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져 다리를 다쳤다. 당테스는 자기 때문에 모두가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자 너무나 미안해 먼저 떠나라고 하였다. 그를 놓고 예정대로 떠났다. 그리고 필요한 물건들을 두고 선원들이 탄 배는 떠났다.
6.확인
한 시간여 만에 밀수선은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그러자 당테스는 언제 다쳤느냐는 듯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그는 바위 그늘에 표시된 암호를 찾아냈다. 유언장에서 설명한 그 바위임이 분명했다. 틀림없이 찾았다고 확신은 했으나, 동굴 입구로 들어가자면 돌을 들어내야만 했다. 제 1동굴을 찾았다. 제 2동굴은 제 1동굴보다 좁고 낮았다. 겨우 안으로 들어갔다. 궤짝에 가득한 보물이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3백 년 동안 지하에 파묻혀 있던 스파다의 보물이었다. 밀수선 선원들과 헤어지고 나서 곧장 조선소가 많은 제노바로 향했다. 그리고 요트 한 척을 주문했다. 4,5일 뒤, 마르세유에서 조금 떨어진 보케르 어귀에 있는 한 초라한 여인숙에 말을 탄 신부가 찾아왔다. 카드루스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신부는 드디어 결심한 듯 신부는 카드루스에게 다이아몬드를 내밀었다. 그 대신 모렐 씨가 불쌍한 당테스의 아버지에게 주었다던 그 빨간 지갑을 주라고 하였다. 신부는 말에 올라 여인숙을 떠났다.
7. 은혜를 갚고
다음 날, 감옥 검사관이었던 보비르의 사무실로 영국 신사 한 사람이 찾아왔다. 보비르는 이프 성채를 순시할 때 당테스를 만났던 바로 그 검사관이었다. 파리아와 당테스에 관한 서류를 열심히 들여다보던 손님은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당그라르가 쓴 밀고 편지를 꺼내 재빨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음 날, 그 영국 신사는 모렐 상회에 나타났다. 모렐 상회가 두 곳에 진 빚 30만 프랑을 대신 갚아 준 톰슨 앤드 프렌치의 직원을 모렐 씨는 공손한 태도로 맞이했다. 쥘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파라옹 호가 아프리카 서해안 카나리아 제도 부근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모렐 씨는 돈을 마련하려고 갖은 애를 다 썼다.아버지의 얼굴빛이 평소와 다른 것을 알아차린 쥘리는 가슴이 뛰었다. 쥘리는 봉투 속의 편지를 읽었다. 편지를 읽은 쥘리는 서둘러 마차를 잡아타고 편지 속의 주소로 달려갔다. 바로 그 때, 찢어지는 듯한 고함 소리와 함께 쥘 리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쥘리는 빨간 비단 지갑을 흔들며 모렐 씨의 품속으로 몸을 내 던졌다. 그것은 옛날에 자기가 당테스의 아버지에게 얼마간의 돈을 넣어 선물로 준 지갑이었다. 항구 앞 바다에는 파라옹 호와 똑같은 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모렐 씨는 잠시 생각했지만, 그건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엄청난 일이어서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8.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
그로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에드몽 당테스가 그 10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베르는 모인 친구들에게 로마에서 산적에게 붙잡혀 목숨이 위태롭게 된 것을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살려 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금 뒤 몽테크리스토 백장이 조용히 문 앞에 나타났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위엄이 넘쳐흐르는 모습의 신사였다.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시선이 마주치자 부인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리며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그 때 모르세르 백작 부인은 놀랍고 불안한 표정으로 2층 방 커튼 사이로 사라져 가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마차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보물이 든 것으로 생각했던 상자에는 아직도 채 숨이 끊어지지 않은 갓난아이가 들어있었다. 파리의 상류층 사교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 그의 어학 실력은 파리 귀족들을 기죽게 만들었다.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의외라는 듯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고는 바로 재미있는 얘기를 해서 사람들을 한바탕 웃게 했다. 춤을 추던 빌포르가 당그라를 부인의 귓가에 대고 은밀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9.치밀한 복수 준비
자정이 넘어서야 파티가 끝났다. 안트레아 카발캉디 자작은 약간 비틀거리며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차 쪽으로 걸어갔다. 다음 날 정오, 당그라르 부인은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검찰청으로 찾아가 빌포르와 마주 앉았다. 다음 날부터 빌포르는 수사관을 시켜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정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며칠 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찾아온 알베르는 아주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안쪽 방에서 기타 비슷한 악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알베르는 구즈라고 부르는 악기도 보고 싶고, 하이데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졸랐다. 알베르의 약속을 바아 내고 나서야 백작은 앞장서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백작이 그리스 말로 알베르를 소개하자 하이데는 알베르에게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알베르는 하얗게 질린 하이데의 얼굴을 보고, 마치 자신이 죄를 지은 듯 파리한 얼굴이 되어 외쳤다. 그리고 하이데의 슬픈 추억을 말해주었다. 알베르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앉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10. 첫 번째 희생자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오퇴유 별장에서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하인아 편지 한 통을 은쟁반에 받쳐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 밤이 되었지만 백작은 불을 켜지 않은 채 2층 침실로 올라가 권총 두 자루를 허리에 꽂고 기다렸다. 거실 창문 너머로 사람 그림자가 하나 보였다. 잘린 창 유리의 구멍으로 장갑 낀 손이 들어와 창문 손잡이를 잡았다. 사나이는 잡시 동안 바스락거렸다. 어둠 속에서는 일하기가 어려웠는지 성냥불을 켜는 듯 했다. 이윽고 조그만 성냥불이 사나이의 얼굴을 비췄다. 카드루스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백작을 바라보았다. 백작은 그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창가를 막고 서서 대답했다. 그는 시퍼런 단도를 허리춤에서 빼들고 백작의 가슴을 겨누며 덤벼들었다. 카드루스 단도가 백작의 가슴을 향하는 순간, 백작은 재빨리 카드루스의 왼쪽 팔목을 휘어잡고 무서운 힘으로 비틀었다. 밖으로 나간 카드루스는 남쪽으로 가더니 담 꼭대로 올라왔다. 기다리고 있던 사나이는 카드루스를 찔러 죽였다.백작은 먼저 카드루스의 옷을 벗기고 상처를 살펴보았다. 세 군데 다 목숨이 위험한 깊은 상처였다. 10분 정도 흐른 후, 검찰총장 빌포르와 의사가 문지기와 알리의 안내로 달려들어왔다. 시체 옆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던 부소니 신부가 그들을 맞았다.
11.벗겨진 가면
세상이 온통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저택 앞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이야기로 들끓을 즈음이었다.당시 살인 사건 때문에 그 기사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배신자 페르낭 일가는 그게 아니었다. 페르낭임을 알고 있던 아들 알베르에게도 그 기사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렇게 말한 뒤 보샹은 친구를 위해 급히 그리스로 달려가 기사의 사실 여부를 철저하게 취재했다. 그들은 알리 파샤의 군사 고문이었던 페르낭 대령이 성주를 배반하고 성을 터키 황제에서 팔아넘겼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었다. 알베르는 우울한 기분을 돌리고 싶어서 선선히 승낙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알베르는 그 날 저녁에 파리를 떠났다. 백작은 신문을 펼쳐들었다. 그리스 어로 된 신분 증명서와 아라비아 어로 된 노예 매매 계약서는 그녀가 틀림없이 알리 파샤의 딸이고, 노예로 팔렸음을 증명했다. 하이데는 모르세르 백작에게 죄의 심판이 내려진 것을 똑똑히 보고 나서야 비로소 의사당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알베르는 보샹과 함께 다시 몽테크리스토 백작 저택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백작을 오페라를 보러 가고 집에 없었다. 하지만 백작은 이미 그의 방문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막시밀리앙은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12. 두 번째 희생자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집으로 돌아와 벙어리 알리에게 말했다. 그 때 문이 열리고 하인이 들어왔다. 베일로 얼굴을 감싼 부인이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백작은 알리를 물러가게 하고 부인에게 물었다. 백작은 책상 서랍에서 빛이 바랜 편지를 한 통 꺼냈다. 바로 그 밀고 편지였다. 감옥 검사관의 집에서 살짝 빼내 온 것이었다. 백작의 눈에 눈물이 반짝였다. 메르세데스가 다가와 백작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써내려 갔을 때, 백작의 등 뒤에서 나직한 하이데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 있었다. 하이데는 유언장을 집어 찢어 버리더니 바닥에 픽 쓰러졌다. 하이데의 방 앞을 지날 때, 백작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방 안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알베르는 편지를 받아들고 겉봉을 뜯었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그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알베르는 방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그 편지를 보였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선원의 차림으로 응접실에 나타났다. 이빨이 딱 맞부딪치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모르세르가 가까스로 집에 닿아 층계를 올라가려 할 때였다. 메르세데스와 알베르가 짐을 꾸려 들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두 번째 복수가 끝났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13. 거듭되는 사건들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안드레아와 당그라르의 외동딸인 외제니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그러나 신부 외제니는 그런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새침한 표정으로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결혼 축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다. 축하객들을 헤집고 경위가 몇 명의 무장 경관을 인솔하여 홀 안으로 들이닥쳤다. 집안이 온통 초상집으로 변한 그 날 밤이었다. 신부 외제니는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듯 남자로 변장하여 음악을 가르치던 가정 교사 다르미와 함께 집을 탈출하여 파리를 향해 가고 있었다. 발랑틴은 그러고 나서 부엌으로 가 할아버지의 약을 들고 오다가 쓰러져 숨을 거둔 것이다.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빌포르 검찰총장에게 의사 다브리니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발랑틴의 장례식장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막시밀리앙을 만났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사랑하는 청년의 핼쑥한 얼굴을 가여운 듯이 바라보았다. 그제야 막시밀리앙은 백작의 손을 힘차게 잡으며 말했다. “그럼, 약속하겠습니다. 백작님이 약속을 지켜 주실 것으로 믿으니까요.”
14. 악의 심판
베네데토는 포르스 형무소에 갇혀 있었다. 그는 감옥에 갇혀서도 다른 죄수들 앞에서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때 그의 양아버지였던 베르투치오가 면회를 왔다. 며칠 동안 손질한 끝에 재판날 아침에 기소장을 매듭지었다. 재판은 오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재판소는 안드레아 카발캉디 자작, 아니 베네데토의 재판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들끓고 있었다. 갓 태어난 나를 상자에 넣어 땅에 묻은 아버지의 이름이라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빌포르 검사의 표정이 비참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방청석의 사람들도 충격을 받은 듯 술렁이기 시작했다. 베네데토의 말이 끝나자 법정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재판장이 주의를 주고는 심문을 계속했다. 빌포르는 미친 듯이 마차를 몰았다. 저택 앞에 이르자, 그는 곤두박질치듯 아내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빌포르는 백작의 손목을 잡아끌며 옆방으로 갔다. 백작은 빌포르 부인과 아들 에두아르의 시체를 보더니 금방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백작은 그를 기다리고 있는 막시밀리앙에게 정답게 말했다. 막시밀리앙의 물음에 백작은 쓸쓸히 웃었다.
15.고통과 용서
로마를 향해 나 있는 길 위로 거칠게 달리는 마차가 있었다. 거기에 한 사나이가 타고 있었다. 로마로 도망치는 마차 안에서 당그라르는 파리를 호령하던 자신의 명예와 부가 너무도 어이없이 순식간에 몰락한 것에 대해 신을 원망하고 있었다. 당그라르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써준 510만 프랑의 차용증을 내밀었다. 창 밖을 내다보니, 자기의 마차와 나란히 어떤 사나이가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당그라르는 부들부들 떨면서 마차에서 끌려내려왔다. 언젠가 알베르에게 들었던 바로 그 산적의 동굴임이 분명했다. 당그라르는 배가 고파 음식을 시켜 금화 한 닢을 던져 주었다. 그러자 사나이는 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 10만 프랑을 줘야 한다고 하였다. 그 날부터 당그라르는 줄곧 어음을 써 주고 굶주린 배를 채웠다.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말을 이었다. 당그라르는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당그라는 어느 냇가에 쓰러져 잠자고 있었다. 물을 마시려고 물 위로 몸을 굽혔을 때, 그는 자기 머리칼이 하얗게 센 것을 보았다.
16.사라지는 흰 돛대
저녁 어스름이 깔리고 있는 바다 위로 아담한 요트 한 척이 푸른 물결을 일으키며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었다. 그 젊은이는 마르세유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한 달 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던 막시밀리앙이었다. 백작은 벽장문을 열고 작은 은항아리를 꺼냈다. 그 속에는 빨간색 물약이 들어 있었다. 백작은 그것을 금숟가락으로 뜨며 막시밀리앙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말을 마친 막시밀리앙은 물약은 한 숟가락 꿀꺽 삼켰다. 정신이 흐릿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막시밀리앙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반 위에 칼이 놓여 있었다.
막시밀리앙과 발랑틴은 서로를 꼭 껴안았다. 발랑틴은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해 주었다. 막시밀리앙은 불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저리에 갈매기 날개만한 흰 돛이 보일 듯 말 듯했다. 발랑틴이 막시밀리앙을 껴안으며 눈물 괸 눈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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