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의 취향 제8회.
1. 씬.담 미술관 일각.(낮)
창렬대답해 봐! 최관장 이용한 거라구! 아님 너 진짜 게이야?
진호(최관장 얼굴 보며 망설이다가 힘겹게) 그래...
개인(굳어지는 표정으로)
창렬(놀란) 뭐?
진호나 게이야.
- 개인, 그 소리에 자료 떨어뜨리는.
- 진호, 고개 돌리는데 뒤에 있는 개인과 눈 마주치고.
개인(조금 울먹이는 표정으로 웃고)
진호(암담한 표정으로)
창렬(멍해져 있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어재끼는)
-창렬의 웃음 리에 진호, 개인, 창렬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창렬(한껏 비아냥거리는 투로) 그런 거였어?
진짜 사내자식도 아니었던 거야?
(진호 어깨에 먼지를 터는 시늉하면서)
너 그런 거 알면, 네 아버지 지하에서 통곡하시지 않겠냐?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 집안 대도 끊게 생겼으니.....
진호(주먹에 힘이 들어가는데)
최관장(창렬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는, 진호를 보면서 마음이 아픈)
창렬아니,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냐?
진작 좀 얘길 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동정심에서 양보 할 건 조금 양보하고 그랬을 텐데.
진호(주먹을 날리려고 하는데)
-어느 틈엔가 다가온 개인, 진호와 창렬 사이에 끼어들면서.
개인(창렬의 뺨을 사정없이 갈기는)
창렬(고개 돌아갔다가, 너무나 놀란 상황에 멍해져서 개인을 보는)
개인(분노에 부들부들 떠는)
진호(그런 개인을 멍하니 보고)
개인네가 뭔데 이 사람을 비웃어?
창렬개인아?
개인네가 뭐 잘났다고 이 사람을 비웃냐구?
진호씨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이렇게 된 게 아니잖아?
창렬(다가들며) 너.....너 왜이래? 개인아?
개인(창렬의 가슴 밀치면서)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면 진짜 남자고, 남자를 사랑하면 남자도 아닌 거야?
그래서 넌 진짜 남자니? 진짜 남자라 내 가슴을 그렇게 찢어놨어?
이 사람이 어떻게 태어났든 너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니까 같잖게
이 사람 비웃지 마.
진호그만해요.
개인(진호를 보는)
진호그만 하라구요. (돌아서서 걸어가는)
개인(따라가는) 진호씨?
창렬(개인의 팔을 잡으며)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개인이거 놔. (뿌리치고 진호를 따라 급하게 걸어가는)
창렬(기가 막히고, 분한 느낌으로 어이없어서 진호를 따라가는 개인을
보는)
2. 씬.담 미술관 주차장.(낮)
-진호,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는. 개인 따라 내려오는.
개인진호씨? 진호씨?
진호(계단을 내려와 차 앞에 서는데)
개인(따라와서 진호의 팔을 잡는)
진호씨?
진호(보는)
개인신경 쓰지 말아요. 저런 인간 말.
진호.....
개인어디 가서 나랑 얘기 좀 해요.
진호(씁쓸하게) 무슨 얘기를요?
개인(순간 암담해지고) 그냥.....답답하잖아요?
나랑 얘기라도 하면.....
진호난 할 얘기 없습니다.
(차에 올라타는)
개인진호씨 그러지 말구....
진호(차 출발 시키는)
개인(안타까운 시선으로 급하게 차 출발 시키는 진호를 보는)
3. 씬.담 미술관 내. (낮)
-개인, 힘없이 걸어오면, 막아서는 창렬.
개인(매서운 눈길로 보는) 비켜.
창렬(개인의 팔 잡으면서) 네가 왜 그 자식 편을 들어?
개인왠 거 같아?
창렬모르니까 묻잖아?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너 이러진 않았어.
결혼식장에서도 너 내 뺨 한대 못 때린 애야.
그런데 왜 저 자식 때문에 그 난리를 치냐구?
개인(허탈하게 웃으며) 그렇구나. 그 꼴을 당하면서 뺨도
못 때린 머저리였지.
진호씨가 날 바꿔놨나 보다. 분하면 분한 줄 아는 인간으로 바꿔놨나 봐.
창렬(톤 높여서) 대체 저 자식하고 무슨 관계야?
설마 게이 자식하고 연애라도 하는 건 아닐 거구?
네가 왜 저런 드러운 자식 편을 들어?
개인(다시 뺨을 갈기는)
-걸어오다가 그 모습을 보는 인희.
인희(저건 무슨 상황이지 하는 표정으로 보는)
창렬(뺨 맞고 기가 막혀서 보는) 너 정말 왜 이래?
개인뭐가 더럽다는 거야? 진호씨가 왜 더러워?
여자든 남자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뿐인데?
그게 너한테 비웃음을 당할 일이야?
창렬너, 너 자식 동정하나본데. 정신 차려, 개인아?
저 자식, 최관장 게이라는 거 알고 이용하는 더러운 놈이야.
개인(멍해져서 보는)
인희(최관장이 게이란 말에 굳어지는)
창렬그게 진짜 사랑해서겠냐?
담예술원 프로젝트 따내고 싶어서 최관장한테 알랑방귀 뀌는 거란 말야.
개인(다시 창렬의 뺨을 갈기고)
창렬아, 정말..... 개인아, 너 왜 이래?
개인넌 사랑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인간이지만, 진호씨는 아니야.
진호씨 누굴 이용하거나 할 사람 아니야.
창렬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개인(단호하게)
진호씨가 어떤 사람인 줄 아니까.
그러니까 앞으로 함부로 떠들지 마. (매섭게 보고 돌아서서 걸어가는)
창렬(보다가 오늘은 참자, 하는 느낌으로 돌아서는데, 서있는 인희와
눈이 마주치는)
인희(다가서며) 최관장님이 뭐가 어떻다구?
창렬(귀찮은듯) 몰랐냐? 오른팔이라면서, 아직 그것도 몰랐어?
인희최관장님하고, 진호씨가, 그럼?
창렬진호 자식 든든한 동아줄 하나 잡은 거 같다.
(가버리는)
인희.......
4. 씬.담미술관 휴게실.(낮)
-개인, 핸드폰 하고 있는. 연결이 되지 않는.
개인(메시지 버튼 누튼 누르고)
진호씨?
5. 씬.길.(낮)
-운전하고 있는 진호, 자신에게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는 느낌으로
무서운 속도로 운전하고 있는. 앞에 차가 느린 속도로 가고 있자
깜빡이도 없이 옆 차선으로 끼어들고. 옆 차선의 차, 운전자 차창을
내리고 삿대질하는. 더 속도를 높여 달리는 진호의 차.
순간, 옆 차와 부딪힐 뻔하는. 진호 차를 도로 한쪽에 급브레이크
잡고 세우는.
진호(화가 나서 차문을 열고 나가서 차문 쾅 소리 나게 닫는)
6. 씬.야외 길.(밤)
-진호, 답답한 심정으로 차에 기대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핸드폰
들고 있는.
개인E진호씨? 걱정이 되서 전화 했어요.
그 기분으로 운전하면 사고 날 수도 있으니까, 제발 차 세우고
그냥 숨을 크게 들이쉬어요.
다른 거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숨만 크게 들이마셨다 내뱉어요.
그래줄 거죠?
진호(답답한 심정으로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보는데, 눈물이 글썽하다)
-핸드폰 진동하는.
진호(보고 받는) 왜 형?
상준E어디야? 왜 안와?
진호어딜?
상준E야. 오늘 아버님 제사잖아?
진호(아, 하는 표정)
7. 씬.진호 아파트 거실. (밤)
-진호모, 부침개 부치고 있는.
상준, 밤을 깎고 있는. 그 옆에서 깎은 밤을 주워 먹고 있는 혜미.
-초인종 울리고.
혜미(문 쪽으로 달려가며) 오빠 왔나 봐요.
상준다리에 모터 단 거 같네.
진호모(웃으며) 부러우면 상준이도 빨리 애인 하나 만들어.
-혜미, 문 열어주면, 진호, 들어오고.
진호죄송해요. 어머니. 늦었어요.
진호모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진호네?
진호모너 안 좋은 일 있으면, 어머니 그러잖아? 무슨 일 있는 거야?
진호그런 일이 뭐가 있겠어요?
상준아버님 제사 날이라 괜히 센치해져서 그런 거죠 뭐.
진호모그런 거야?
진호응. 장미씨.
진호모난 또 괜히 가슴이 철렁 했잖아.
-시간 경과. 진호모, 혜미 거실 한쪽에 차려진 제상으로 음식 나르고 있는.
진호, 소파에 앉아 지방 쓰고 있고, 상준 그 옆에서.
상준아, 자식. 어떻게 글씨까지 한석봉이냐?
너 고마운 줄 알아야 해?
진호(보면)
상준나나하니까 너 같은 놈 옆에 붙어 있는 거야. 솔직히 너 같은 놈
재수 없다고 왕따 당하기 딱 좋은 스타일이거든.
진호(건성으로) 고마워.
상준어라. 딴 때 같으면 씹고 말았을 말에 웬일이냐?
너, 담 미술관에서 뭐 안 좋은 일 있었냐? 그런 거야?
진호그런 거 없어.
상준(킁킁거리며 냄새 맡으면서)
이상해, 이상해, 뭔가 야릇한 냄새가 나.
혜미(급하게 다가서며) 뭐하는 거야? 우리 진호 오빠한테 왜 그래?
상준뭐가?
혜미지금 그러는 거 얼마나 이상해 보이는지 알아?
상준 오빠 혹시 남자 좋아해?
상준(허걱)
진호(이 상황이 짜증스럽고)
진호모(웃으면서) 우리 혜미, 참 별 걸 다 질투하지.
어쩌면 젊어서 나하던 짓 그대론지.
혜미(진호모 옆으로 달려가며) 전요, 우리 엄마보다 어머니를 더 많이 닮은 거
같다니까요, 진짜 신기하죠.
진호모하늘에 정해준 내 며느리감이라 그런 거지 뭐.
상준(진호의 귀에 대고) 나 있지?
진호(보면)
상준너 진짜 사랑하는 거 아닐까? 혜미 저 눈치코치 없는 철부지까지
이상하다고 느끼는 거 보면?
(느끼하게) 나도 모르게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게 아닐까요?
진호(차갑게) 떨어져 앉아.
상준(진호 툭툭 치면서 귓속말로) 난 냉정한 자기가 너무 섹시하더라.
진호(짜증스럽게) 시끄럽다니까!
상준(좀 무안해져서 일어나 제상 쪽으로 가면서)
어머니, 저 맞선 자리 하나만 만들어주세요.
독수공방 오래 하다 보니 양기가 입으로만 몰리는 거 같아요.
진호(지방 마지막 자를 쓰는데, 순간, 멍하니 자신을 보며 울 듯한 표정으로
웃던 개인의 얼굴이 스치고, 마지막 글자의 획이 엇나가는.
그런 자신에게 화가 나서 지방 구겨버리는)
8. 씬.진호의 방.(밤)
-개인, 걸레로 진호방 구석구석을 닦고 있는. 책상 위를 호호 입김까지 불어가면서 닦아내고.
개인(웃으며) 친구를 위해 이젠 못할 짓이 없구나, 박개인.
장하다 박개인, 애쓴다 박개인.
9. 씬.진호의 아파트 방.(밤)
-진호모, 술을 따르고 있고, 진호, 술잔을 올리고, 절을 하는.
혜미, 상준, 뒤에 서있고.
진호(답답하고 슬픈 표정으로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는.)
10. 씬.상고재 마루.(밤)
-개인, 진호의 와이셔츠 다림질 하고 있는. 영선 들어오면서.
영선문은 왜 또 열어놓고.
개인다 늦게 웬일이야?
영선촬영, 이 근처에서 있었어. 참새가 방앗간을 어떻게 지나가냐?
(그러다 다리미 들고 있는 개인을 보고, 놀라서 튀어 올라와 개인의
머리를 만지는)
열은 없는데? 어디가 얼마나 안 좋은 거니? 왜 이래? 너?
혹시 나 모르게 암 선고 같은 거 받았니?
개인왜 이래?
영선건국 이래 최고의 더티녀, 박개인이야 너. 그런 애가 다리미를 들고 앉아있는데 암선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해석이 되겠냐?
(개인의 몸 여기 저기 만지면서) 어디야? 위야? 폐야? 간이야?
아니면 뇌?
개인우정이라는 병이다.
영선(귀 바짝 다가들이며) 뭐? 어디? 그게 어디가 잘못 돼야 생기는
병이냐?
개인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우정이라고 들어는 봤나?
(하는데, 말하다가 다리미 계속 누르고 있어서 와이셔츠 가슴 부분에
다리미 자국이 나버렸다)
이거 어떡해? 진호씨 일 쳐놨다고 또 난리칠 텐데.
영선(순간 와이셔츠 들어보면서) 이거 진호씨 꺼야?
(개인 어깨 와락 잡고) 이러지 말라니까 박개인.
너 자꾸 진호씨를 남자로 느끼나본데, 그럼 안 돼.
개인그런 거 아니야.
영선그런 것도 아님, 이게 무슨 헛지랄이시냐구요?
생전 지 옷도 안 다려 입는 물건이 남자 와이셔츠까지 다리면서
웬 청승이냐? 이 미친 것아?
개인잘해주고 싶어서 그래. 오늘 진호씨 힘든 일 겪어서.
영선힘든 일?
개인창렬씨 앞에서 나 게이야. 그랬어, 진호씨.
영선(눈 커지고, 개인 마구 때리면서)
어떡해? 어떡해? 그럼 진호씨가 창렬이 그 인간을? ....오똑하니? 오똑하니? 진호씨가 한창렬 그 자식을 좋아했다는 거니?.
11. 씬.포장마차.(밤)
-술 마시고 있는 진호, 그 앞에 앉아있는 상준. 연신 술잔 들이키는
진호를 의아한 눈길로 보는 상준.
상준(술잔에 술을 따르는 진호 앞의 술잔을 빼내며)
어쩐 일이냐? 운전해야 한다고 음복도 안하고 나왔으면서.
진호(쓰게 미소 지으며 술잔 뺏어 술 따르며)
한번 시작하면 정신없이 마시게 될까봐.
그럼 우리 장미씨 걱정할 테니까.
상준자식, 네 팔자도 참 기구하다.
어머니는 자식 걱정하는 게 본업인 분들이야.
어떻게 넌 어머니를 네 자식처럼 생각하냐?
그렇게 사니까 네가 점점 더 피곤해지는 거야.
진호형?
상준(보면)
진호(허탈하게) 사는 게 왜 이렇게 만만치 않냐?
상준너 왜 그래?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진호우리.....담 예술원 프로젝트 그만 둘까?
상준그만두고 말고 할 게 뭐가 있냐? 참가도 못하게 됐는데.
진호(답답한 심정으로 술 마시는)
12. 씬.상고재 앞.(밤)
-개인, 영선 상고재에서 나오는.
영선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해. 커밍아웃 그게 할 때가 힘들어서 그렇지
하고나면 사는 게 얼마나 편해지는데.
거기다 한창렬 앞에서까지 그렇게 당당하게 선언을 했다면
그건 진호씨도 최관장한테 마음이 있다는 거잖아?
그럼 그냥 축복해주는 거야.
개인그러려고 그래.
영선그러면서 왜 맥 빠진 얼굴을 하고 그러는 건데?
개인내가 언제?
영선너 헛갈리는 거야. 진호씨가 자꾸 남자로 보이는 거야.
개인어쩌면.....
영선어쩌면?
개인네 말이 맞는지도 몰라.
영선이제야 이실직고를 하는구나.
개인그래서 이제부턴 정말 우정으로만 대할 거야.
그리고 나 오늘 우정의 이름으로 이상한 일 했다.
영선또 무슨 사고를 쳤는데?
개인한창렬, 뺨 세 대나 때렸어.
영선(허걱) 네가? 그것도 한 대도 아니고, 세 대나?
개인(끄덕이는)
영선너같은 밸도 없는 인간이 무슨 용기로 그 인간 뺨을 세 대나 때렸다니?
개인그러니까.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런데, 그냥 나도 모르고 그러고 있드라.
진호씨 비웃는 그 인간을 참을 수 없는 거야.
영선(의심의 눈초리로 보면서)
너 정말 진호씨 다른 마음으로 보는 거 아냐?
개인아니라고 했잖아.
영선그런데 난 좀 깨름찍하다.
여자가 남자 때문에,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전 애인 뺨을
때렸다는 건, 사랑 말고는 설명이 안되는 감정이란 말이야.
개인내가 다른 마음으로 보면 진호씨 불편해서 우리 집에서 못살아.
그러니까 다른 마음 같은 거 갖지 않을 거야.
이건, 우정인 거야, 우정.
13. 씬.동네 길. (밤)
-개인, 꽃 리어커 앞에 서있는.
주인떨인데 한 다발 다 가져가지 그래요?
개인(미소 지으며) 한 송이만 주세요.
14. 씬.상고재 앞.(밤)
-개인, 쪼그리고 앉아, 진호를 기다리고 있는. 진호 걸어오는.
개인(반색하며 일어나 달려가는)
진호(보는)
개인차는?
진호술 마셔서 두고 왔어요.
개인잘했어요.
진호왜 자꾸 나와서 기다려요?
개인(시선 피하면서) 오늘 같은 날.....어떻게 안 기다려요?
진호나 같은 놈, 걱정하고 기다리고 그러지 말아요.
개인(시선 들고 배시시 웃으며) 진호씨가 어떤 놈인데요?
진호알잖아요? 내가 어떤 놈인지?
개인내가 아는 건 딱 한가지예요.
진호씨는 엄마가 나한테 보내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이다.
진호......
15. 씬.진호의 방.(밤)
-진호, 책상 앞에 서있는. 장미 한 송이가 컵에 꽂혀져 놓여 있다.
-문 살며시 여는 개인.
개인사고 쳐놔서 사과하는 거예요.
진호(돌아보면)
개인(눈으로 옷걸이에 걸려있는 와이셔츠 가리키는)
-옷걸이에 걸려있는 와이셔츠. 가슴에 다리미 자국 나있고. 그 위에
포스트 잇 붙어있는. ‘우정을 그대 가슴에’ 라고 쓰여 있는.
진호(포스트 잇을 보고, 개인을 보는)
개인(배시시 웃으며) 우정으로 생전 안하던 짓을 하다가 실수한 거니까
애교로 봐달라구요.
내일 와이셔츠 한 장 사 올게요. 아까 나가서 사려고 했는데
옷가게가 다 문을 닫아서.
진호됐습니다. 와이셔츠 많으니까 괜한 돈 쓰지 말아요.
개인빈속에 술 마신 거 아니에요? 북어국 끓여줄까요?
진호북어국 끓일 줄은 알아요?
개인사오면 되죠, 인스턴트로 나오는 거 많은데.
진호됐습니다, 저녁 먹었어요. 아버지 기일이라 제사 지내고 오는 길이예요.
개인그럼 오늘 기분 더 그렇겠다.
진호(보는)
개인 차 한잔 타줄까요?
16. 씬.상고재 거실.(밤)
-진호, 개인, 차를 마시고 앉아있는.
개인왜 그랬어요?
창렬씨 앞에서 그런 얘기 할 필욘 없었잖아요?
진호......
개인그 얘기 다시 꺼내는 거 싫죠? 미안해요.
그냥 창렬씨한테 그런 모욕당한 게 분해서. 뭐하러 그랬나 싶어서.
그냥 무시해버리지....
진호창렬이 자식이 최관장을 이용하는 거냐고 들이대는 순간에....
최관장님이 눈에 들어왔어요.
개인.....
진호그 눈이.....너무 슬퍼 보여서.....차마 아니야, 이 미친 새끼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겠더라구요.
개인(끄덕이는) 그랬군요.
진호그런데....그게 전불까요?
개인(보는)
진호창렬이 자식을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떻게든 최관장님의 환심을 사서 이 프로젝트를 따내고 싶다는
야망은 아닐까?
그래서..... 먼저 포기하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 중이예요.
그게 떠날 각오까지 하고 싸워보겠다고 하시는 최관장님
부담도 덜어드리는 길인 거 같고.
개인(단호하게) 안돼요.
진호(보는)
개인그럼 창렬씨 같은 사람들은 진짜 최관장님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들켜서 피하는 거라고 생각할 거라구요.
진호나 정말 최관장님을 이용하려는 건지도 모른다구요?
개인아니에요.
그런 마음이 조금은 있더라도 그게 전부는 아니었을 거란 거
나는 알아요.
그러니까 절대 포기하면 안돼요. 니들이 뭐라든 나는 떳떳하다는
마음으로 밀고 나가요. 네? 네?
진호왜 그렇게 내 편을 들어요?
개인(미소 지으며) 친구니까, 친구는 무조건 편이 되어줘야 하는 거니까.
진호그러다 매번 당하잖아요?
개인(씩 웃으며) 진호씨한테는 당할 일 없다는 거 알거든요.
진호내가 상고재에 들어온 거.....
개인(자르며) 나한테는 하늘이 준 기횐 거죠.
진호(보면)
개인오늘 한창렬 뺨 세 대나 갈겼거든요.
고마워요, 어리버리해서 매일 당하기만 하던 박개인을 이렇게
변신 시켜줘서.
진호(감정이 실린 눈빛으로 보면)
개인(그런 진호의 눈빛에 흔들리고, 얼버무리는 느낌으로 그 시선
피해 일어서며)
아, 잠도 안 오는데 작업이나 해야겠다.
17. 씬.작업실.(밤)
-개인, 들어오는데, 진호 따라 들어오는.
개인왜 안 자구요?
진호잠도 안 오는데 친구 작업이나 도울까 하구요.
개인(진호 어깨 툭툭 치며)
역시 진호씨는 완벽한 베프예요.
-진호, 나무 잡아주고, 개인 톱질 하고.
개인, 나무 조각들 의자에 끼우고 있으면, 진호 옆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척척 내주고.
개인, 뭔가를 찾아 두리번거리면. 진호, 개인의 머리에 꽂혀져 있는
연필을 빼서 앞에 내밀고. 두 사람 호흡이 척척 맞는 느낌으로.
개인(연필을 빼주는 진호를 말간 눈빛으로 바라보는)
진호제도 할 거 아니에요?
개인나랑 동업 할래요?
우리 정말 환상의 짝꿍 같은데?
진호나 앞으로 큰 일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꼬시지 말아요.
개인내가 팔리지도 않는 가구 만든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진호네.
개인(노려보고)
진호그래도 그냥 만들어 봐요.
큰 일 해서 돈 쓰고 남을 정도로 벌면 내가 다 사줄지 누가 압니까?
개인동정은 사절이거든요.
진호참 실속 없어요.
돈도 안 드는데, 그냥 그러겠다고 하면 손해날 것도 없고.
왜 뻗대는지 알 수가 없네.
개인내가 이래 뵈도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사람이거든요.
진호자존심이 무슨 뜻인지는 알기나 합니까?
개인(옆에 있던 전기톱 드는)
진호(화들짝) 아, 그것 좀. 이사 오던 날 그것 때문에 심장마비 걸릴 뻔
했구만.
개인그러니까 잠자는 사자의 코털은 왜 뽑으시나?
진호아, 그래요, 자존심 무지 세요, 됐죠? 그것 좀 제발 꺼요.
개인(전기톱 내려놓고) 그런데 나중에 내 가구 얼마나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진호(기가 막혀서)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인생이라면서요?
개인자존심은 있는데, 지조는 없는 편이라서.
진호(기가 막혀 웃고 마는)
18. 씬.상고재 마루.(아침)
-마루에서 뛰어다니며, 양말을 들고 , 머리 빗고, 단추 잠그고 정신이
없는 개인.
19. 씬.진호의 방.(아침)
-바지 입고 웃통은 벗은 채, 옷장에서 와이셔츠를 꺼내려던 진호.
옷걸이에 걸려있는 다리미 자국 선명한 와이셔츠를 보는.
진호(옷걸이에 걸린 와이셔츠를 입는)
20. 씬.상고재 마루.(아침)
-진호,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나오는데, 개인 양말을 신으면서 기우뚱하게
뛰다가 진호와 부딪히는.
진호거, 30분만 일찍 일어나면 이 난리는 안쳐도 되잖아요?
개인(양말 신으면서) 꿀맛 같은 아침잠 30분을 위해 (꾸벅 인사하면서)
겉치장을 포기한 박개인이라고 합니다.
진호도대체 교육의 효과는 언제나 돼야 나타날 런지.
개인집 밖을 나가는 순간엔 완벽한 여자로 변신한다니까요.
진호(짝짝이로 신은 개인의 양말을 내려다보면서)
그 꼴로 완벽한 여자 소리가 입에서 나옵니까?
개인구두 신으면 감쪽같아요. 짝 맞는 양말에 구멍이 나서.
진호구두 신으면 감쪽같은데 구멍 난 게 뭐 문젭니까?
개인발가락이 간지러워서 게걸음이 되거든요.
(맨발인 진호를 보면서) 아. 진짜 실속 있다.
짝 맞는 양말 찾아서 뛰어다닐 필요도 없고.
그래서 진호씨가 그 패션을 고집하는 거였구나.
근데 맨발로 구두 신고 다니면 무좀 생기지 않나?
진호(버럭) 아침저녁으로 닦는데 무좀이 왜 생깁니까?
21. 씬.길.(아침)
-진호, 운전하고 옆에 타고 있는 개인. 개인 차 거울 보면서 침 발라
앞머리 정돈하는.
진호(한심하게 보면서)
참 더러운 짓도 버라이어티하게 하십니다.
개인자연보호 차원에서 하는 거예요. 이보다 더 좋은 무스가 어디 있다구.
스톱, 스톱. 저 버스 타야해요.
진호(차 세우면)
개인(번개같이 차에서 뛰어내려서 버스를 향해 달려가는, 그러다 뭔가에 걸려
넘어지고)
진호(순간 반사적으로 차문을 열려고 하는데)
개인(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며 일어나 기어코 떠나는 버스 탕탕 두드려
잡고 올라타는)
진호(안심이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면서)
저러고도 완벽한 여자는.....
-버스에 탄 개인, 진호를 보고 손 흔들고.
진호(그런 개인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22. 씬.담 미술관 앞.(아침)
-개인, 뛰어오는. 창렬 서있는.
개인(뜨악하게 보고 스쳐지나가려고 하면)
창렬(팔 잡고)
얘기 좀 하자.
개인나 창렬씨하고 할 얘기 없어.
창렬 난 있어.
23. 씬.담 미술관 휴게실.(아침)
-개인, 들어오면, 창렬 따라 들어오는.
개인나 일해야 해.
창렬예전에 좀 그래주지 그랬니?
개인(보는)
창렬아무리 기다리게 해도, 화 한번 낼 줄 모르는 네가 지루했어.
개인(?)
창렬어제 진호 자식 때문이지만, 내 뺨을 갈기는 너를 보면서 신기하더라.
개인....
창렬내가 알고 있던 개인이가 맞나, 화가 나면서도 긴장 됐던 거 사실이야.
네가 예전에 좀 더 네 감정에 솔직했다면, 우리가 이렇게는 되지는
않았을 텐데, 싶었어.
개인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창렬내가 몰랐던 너를 알아가고 싶다는 거야.
개인(멍하니 보는)
창렬너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
개인(기가 막혀서)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창렬너한테는 말이 안 될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돼.
너한테 죽을죄를 지은 놈이니까 네가 쉽게 마음을 열 수 없을 거란
거 알아.
하지만 기다릴 거야.
이젠 나도 널 비 맞은 강아지 취급하던 놈은 아니니까.
개인뺨 몇 대 맞더니 정신이 어떻게 됐구나?
창렬네가 뭐라고 해도 좋아.
엄마 앞에서 인희 대신 며느리 역할까지 해준 착한 네가
좋고, 날 긴장 시키는 너한테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있는
이 마음을 버리고 싶지 않아.
개인제발 헛소리 하지 말고 가줘.
창렬난 분명히 말했어.
다시 시작할 거라구.
그러니까 화내고 싶으면 화내고, 뺨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미친놈이라고 비웃고 싶으면 그렇게 해.
예전에 네가 날 참아준 것처럼 나도 그럴 테니까.
일해. (돌아서서 걸어가는)
개인다신 찾아오지마.
창렬(나가는)
개인이제....너 내 마음에 없단 말이야.
24. 씬. 진호 사무실 전경.(아침)
상준E만세!
25. 씬. 진호 회사/ 사무실. (아침)
-상준, 책상 앞에서 두 손 번쩍 들고 일어서는.
-태훈, 직원들, 놀라 상준 보는.
상준담예술원 공모 자격 다시 떴다. 예외 규정을 두겠대.
여직원정말요?
남직원어떻게요?
상준(흥분해서 컴퓨터 손으로 가리키며) 자격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개인이나 기업일 경우, 경쟁작 중 1개작을 선별하여 본심사의 기회가 주어짐.
남직원그럼 이중 심사가 되는 건가요?
여직원그럼 어때요. 기회가 다시 주어졌는데.
태훈하늘이 우릴 버리진 않았나 보다 형.
-상준, 진호의 사무실 문 벌컥 열고, 진호 일하고 있는.
상준됐다, 진호야. 됐다구. 우리도 참가할 수 있게 됐어. 담 예술원 공모.
진호(보는)
태훈그런데 갑자기 예외 규정을 둔 이유가 뭐지?
진호(순간, 착잡한 표정이 되고)
상준반발들이 좀 심했냐. 오죽하면 MS그룹 홈페이지가 다운됐겠어.
회사 체면이 있으니 번복하긴 그렇고, 그래서 생각해 낸 안이 그걸 거다.
태훈아냐, 최회장님 그렇게 호락호락하신 분 아니야.
다른 뭔가가 있어. 빠른 시일 내에 그 이유를 알아내고 말겠어.
진호쓸데없는 소리들 말고 일이나 해.
상준야, 만세 삼창이라도 한 번 해야지?
진호(냉정하게) 오버하지 마, 형. 관문은 더 좁아진 셈이니까.
26. 씬.한회장 사무실. (아침)
-한회장, 전화중. 창렬, 어두운 표정으로 서있는.
한회장아니, 회장님? 어떻게 일이 이렇게?
(듣고) 아, 회장님 심정, 자식을 둔 사람으로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대의를 위해선 아드님 뜻을 꺾으셨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아, 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들어가십쇼.
(화가 나서 수화기 던져 버리는)
창렬뭐라고 하세요? 최회장님?
한회장자식 이기는 부모 없으니 어쩌겠냔다.
창렬최관장이 그렇게 세게 나간 거예요? 어떻게 나왔는데, 천하의
최회장님께서 물러서셨대요?
한회장(버럭) 그런 얘기 자세히 할 양반이냐?
이게 다 진호 그 놈을 판에 끼워주려고 최관장이 벌인 일이니까
긴장해.
창렬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한회장나가봐.
창렬(나가는)
한회장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특단의 조치가....
27. 씬.창렬의 사무실.(낮)
-창렬, 들어오는. 흥신소 직원 기다리고 있다가 일어서는.
직원(인사하고)
창렬앉죠.
직원(앉는)
창렬M 건축 사무소 전진호 소장에 대한 뒷조사를 좀 해주십쇼.
직원뒷조사라면 어떤 쪽으로?
28. 커피숍.(낮)
-영선, 상준, 앉아있는.
상준(허걱하는 느낌으로 차 뿜어내고, 사래 걸려 캑캑거리는)
영선(상준, 등 쳐주면서) 동생 몰랐구나?
상준누...누가...뭐...뭐가....진...진호....커밍...커밍 뭐?
영선많이 놀랬구나, 동생.
진호씨랑 최관장님 서로한테 호감 있는 거 전혀 눈치도 못챘어?
상준(손으로 부채질하고)
영선그러는 동생도, 태훈인가 하는 같이 일하는 젊은 친구하고
커플룩까지 맞춰 입고 난리도 아니었다면서?
개인이한테 다 들었어.
동생이 먼저 배신한 거야?
상준아니, 그게.
영선남녀 사이도 복잡하지만, 남남 사이도 참 그래?
상준언니, 나중에 보자. (얼른 일어나 뛰어나가는)
영선충격이 컸나보네. 지가 먼저 배신하고 호들갑은.
하여간 저렇게 막 생긴 애들이 애정관계는 더 복잡하다니까.
29. 진호의 사무실.(낮)
-진호, 가방 챙기는데, 뛰어들어오는 상준.
상준(진정하지 못하고, 손으로 진호 가르키며) 네...네가....
진호(보는)
상준(쓰러질 듯이 다가오며)
최관장하고......창렬이 앞에서....커밍 아웃.....
진호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상준영선 언니한테 그 말 듣다가 나 기절하는 줄 알았다.
진호그 언니 소리 좀....
상준내가 언니 소리 하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
진호나, 담 미술관 갔다가 퇴근 할거야.
상준(잡으며) 담 미술관에 왜?
진호최관장님 만나러....
상준(급하게) 만나서 무슨 소리 하게?
나 게이 아닙니다, 그럴 거 아니지?
진호(보면)
상준진호야, 그건 안돼. 최관장이 맘 먹고 우리 밀어주려고 하는데
내가 깨빡 치면 안된다구.
진호형.
상준나중에. 프로젝트 따내고 나서 손이 발이 되게 빌자. 응, 진호야.
우선은 하늘이 내려준 이 기회 잡고 보자. 잡는 거야, 잡아야 해.
진호....
30. 씬.최관장실.(낮)
-진호, 들어오고, 최관장 책상 앞에서 소파 쪽으로 움직이며.
최관장어서 와요.
진호(인사하고)
최관장앉죠.
-최관장, 진호 마주 앉는.
최관장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온 거면 사양하겠습니다.
진호.....
최관장그냥 좁은 문 하나를 열어놨을 뿐이니까요.
그 문을 통과해서 다른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지는 전진호씨 자신한테
달린 겁니다.
진호죄송합니다.
최관장(보는)
진호저에 대한 좋은 감정으로 기회를 만들어주셨는데, 전....
최관장뭐죠?
진호최관장님과 같은 감정일 수는 없습니다.
최관장(눈 감고)
진호야비한 놈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기회를 얻고 나니까 딴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최관장(눈을 뜨는)
진호하지만 지금 제 솔직한 마음을 알려드리지 않는 건, 최관장님을
정말 이용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최관장날 정말 야비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요? 전진호씨?
진호.....
최관장일을 미끼로 마음을 얻으려는 사람으로 보냐는 겁니다.
진호....
최관장내 감정이 부담스럽습니까?
진호전 일로만 최관장님을 뵙고 싶습니다.
최관장(미소 지으며) 그럼, 그렇게 해요.
뭐가 문제죠?
진호......
최관장내 감정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전진호씨는 괜한 부담 같은 거 느끼지
말고, 일에만 매진하세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진호.....
최관장(일어서는) 난 약속이 있는데....
진호(따라 일어서며) 저에게 보여주신 호의, 일에 대한 열정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최관장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군요.
진호(인사하고 나가는)
최관장(묘한 미소 지으며)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거 모르는 거죠.
31. 씬.미술관 복도.(낮)
-인희, 서있고, 최관장실에서 나오는 진호.
인희(손을 내밀면)
진호(보고)
인희축하해요. 기회를 얻게 되신 거?
진호(악수하는) 고맙습니다.
인희밥 한 번 더 사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관장님 별장 알려드린 답례로?
32. 씬.길.(낮)
-운전하는 진호, 옆에 앉아있는 인희.
인희어제 대단한 사건이 있었더군요.
진호(옆을 보고)
인희진호씨의 커밍 아웃 때문에 개인이가 창렬씨 뺨까지 때리던데.
진호.....
인희단지 친구를 위해서였을까요?
진호.....
인희개인인도 진호씨한테 뭔가 다른 느낌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되서요.
33. 씬.레스토랑. (밤)
-인희, 진호 식사하고 있는.
인희3년 전에 최관장님 귀국하셔서 담미술관 맡게 되셨을 때부터 모셨어요.
저를 신임하시는 최관장님 보면서 잠시 MS 그룹 안주인 자리를
노려보는 건 어떨까 하는 야심을 품은 적이 있었는데....
진호(보는)
인희(미소 지으며) 신분상승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 거잖아요?
진호....
인희그런데 느낌이 묘하더라구요.
같이 해외 출장도 가고, 늦게까지 단둘이만 사무실에 남아 있은
적도 많았는데, 이상하게 남자로 느껴지지가 않는 거예요.
진호.....
인희저처럼 남의 집에 오래 얹혀살다보면 눈치만 늘거든요.
진호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 겁니까?
인희그런데 진호씨한테는 그런 느낌이 없다는 거예요.
진호인희씨와 왜 이런 대화를 계속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군요.
인희왤까요? 난 왜 진호씨와 이런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걸까요?
진호미안합니다. 모셔다 드려야 하는 게 매너지만, 하고 싶지 않은
대화를 계속 원하시니 먼저 일어서야겠군요.
(일어서는)
인희익숙해지세요.
진호(보는)
인희하고 싶지 않은 대화 하자고 계속 귀찮게 굴 거 같으니까.
진호(걸어가는)
인희(의미 있는 미소 지으며)
34. 씬.상고재 앞.(밤)
-개인, 걸어오는, 차에서 내리는 한회장.
개인(계단을 올라가려고 하면)
한회장박개인씨?
개인(의아하게 보는)
한회장(다가오는) 나 한창렬이 에비 되는 사람이요.
개인(굳어지고)
35. 씬.상고재 거실.(밤)
-개인, 차를 내놓고, 한회장 앉아있는.
한회장만나자고 하면 꺼려할 거 같아서 무작정 찾아왔어요.
개인(어색하기만 하고) 무슨 여기까지 찾아오셨는지.
한회장단도직입적으로, 자식놈을 대신해서 사과하리다.
개인.....
한회장그 놈이 물러 터져서 여우같은 애한테 넘어가 미스박에게 큰
상처를 준 거 같은데.
개인다 지난 일인데요.
한회장다시 보고 싶지 않은 마음 충분히 이해하지.
그러나 그 놈도 그 여우같은 애하고는 헤어졌고, 나도 미스박이 어떤 사람인지 뒤늦게 알고 그 놈한테 다시 시작하라고 했소.
개인(보면)
한회장미스박처럼 우리 집안에 딱 알맞은 배필을 몰라보고 그 놈이 어쩌다
그런 만행을 저질렀는지 정말 통탄을 금할 수가 없구려.
개인전 무슨 말씀이신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요.
한회장내가 미스박이 박철한 교수님의 귀한 따님이라는 것만 진작 알았어도
일이 그 지경이 되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텐데.
건설업을 하는 우리 집안으로 봐선 박철한 교수님 같은 건축계의 거목이신
분과 사돈을 맺기만 하면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다는 격 아니겠소.
개인(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분노로 변해가는)
한회장그러니 이제는 나를 믿고 그 놈을 좀 받아줘요.
개인(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
36. 씬.개인의 방.(밤)
-개인, 왔다 갔다 하면서 분을 삭이지 못하는.
개인그거였어, 한창렬.
어떻게 끝까지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니.
영선E개인아? 개인아?
37. 씬.상고재 거실.(밤)
-개인, 방에서 나오는데, 영선 마루를 뛰어올라오는.
개인왔어?
영선(호들갑스럽게 개인의 팔을 잡고 앉히는)
이건 또 무슨 일이라니?
개인뭐가?
영선내 사이트에 올려놓은 네 의자들 말이야.
개인그게 왜?
영선그거 완판 됐어. 다 팔렸다구.
개인(반색하며) 정말?
영선그런데 구입자가 누군지 알아?
개인누군데?
영선한창렬.
개인(뜨악)
영선한창렬 그 자식이 네 의자를 모두 샀단 말이야.
그 인간 대체 무슨 꿍꿍이라니?
너한테 그 짓거리 하고 이제야 위자료라도 주겠다는 거라니 뭐라니?
개인.....
영선진짜 걔 스케일 쪼잔한 건 알아줘야겠다.
위자료를 주려면 제대로 챙겨주던가.
개인(버럭) 내가 왜 그 인간한테 위자료를 받아?
영선(놀라서) 애 떨어지겠다.
38. 씬.상고재 앞.(밤)
-영선, 입 삐쭉이며 나오는. 차에서 내리는 진호.
영선기집애 괜히 성질은.
진호오셨습니까?
영선아, 진호씨. 오늘 진호씨 조심해요.
진호네?
영선개인이 지지배 뚜껑 열렸으니까 괜히 건드리지 말라구요.
진호무슨?
39. 씬.상고재 마당. (밤)
-진호, 들어오는데, 작업실에서 망치질 하는 소리.
뭔가 부서지는 소리 나고.
40. 씬.작업실.(밤)
-개인, 부서진 의자 앞에서 울구락푸루락 하는 느낌으로 손 감싸쥐고
있는. 진호, 문 앞으로 다가서다가. 개인의 손에서 떨어지는 피를 보고.
진호(놀라서 다가들며) 왜 조심 할 줄을 몰라요?
(개인의 손을 감싸쥐는)
개인(뿌리치고 나가버리는)
41. 씬.욕실.(밤)
-개인, 피가 흐르는 손을 물로 씻어내고 있는. 진호, 욕실 앞에 와서
서는.
진호이상한 버릇 있는 거 알아요?
개인.....
진호화나면 꼭 자신을 더 아프게 만드는 이상한 버릇.
개인(자조적으로) 그렇게 멍청하니까 다들 만만하게 보는 거겠죠.
(문 닫아버리는)
42. 씬.상고재 거실.(낮)
-개인, 외출 준비하고 나오는. 진호, 방에서 나오는.
진호일요일인데 어디 가요?
개인어디 가요.
진호어디요?
개인갔다 올게요. (마루에서 내려서는)
진호나 담 예술원 건축 부지나 돌아볼까 하는데, 가다가 내려줄까요?
개인아니요. (나가는)
진호.....
43. 씬.커피숍.(낮)
-창렬, 앉아있고, 개인 들어오는.
창렬(일어서는. 의자 빼주고)
개인(차가운 시선으로 보고 앉는)
창렬(앞에 앉으며 다정한 미소 짓는)
매일 내가 찾아가야 겨우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만나자고 전화 해서 조금 놀랐어.
개인의도가 뭐야?
창렬(보고)
개인영선이 사이트에서 내 의자 다 사들인 의도가 뭐냐구?
창렬아, 그거.
영선씨한테 전화해도 안 받고, 메일이라도 남기려고 영선씨 사이트 들어갔다가 네 의자가 올라와 있는 거 봤어.
개인영선이한테 창렬씨가 전화 할 일이 뭐가 있어?
창렬너만큼 나 미워하잖아? 영선씨.
너한테 영향력 가장 큰 영선씨 마음도 풀어줘야 할 거 같아서.
개인내가 팔리지 않는 내 의자 사주면 황송해 할 거 같았어?
창렬그런 거 아니야.
너한테 소중한 걸 나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 의자도 낙도 분교에 보낼 거야.
착한 너 닮아가려고 나도 노력하는 거라구.
그러니까 좀 이쁘게 봐주라, 개인아.
개인(보다가 뭔가 결심한 듯) 나하고 정말 다시 시작하고 싶어?
창렬(화들짝, 탄성 지르듯) 개인아.
44. 씬.상고재 마당.(낮)
-진호, 들어오는. 마루로 올라서다가 놀라는.
개인, 벽에 붙어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진호아니, 또 그건 뭐하는 짓입니까?
개인머리가 뒤숭숭해서 정신 통일 하고 있는 거예요.
(하다가 쿵하고 떨어지는, 머리 감싸 쥐고 괴로워하는)
5분은 할 수 있었는데. 늙었나봐.
진호(올라와서) 5분밖에 할 수 없는 걸로 무슨 정신 통일을 합니까?
개인5분 동안은 머리에 피가 몰려서 딴 생각 안 든단 말이에요.
진호왜 그렇게 머리가 뒤숭숭한대요?
개인(벌떡 일어서며) 아, 안되겠다. 이럴 땐 뛰어야해.
45. 씬.공원 정도의 장소.(낮)
-개인, 열심히 뛰고 있는. 팔짱 끼고 서서 보고 있는 진호.
진호(왜 저러나 싶은 눈길로 보고 있는)
-개인, 핫둘 핫둘 하면서 뛰고 있는.
그러다 플래시 백.
창렬너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
-개인, 더 큰 소리로 구호 외치면서 뛰는. 플래시 백.
한회장내가 미스박이 박철한 교수님의 귀한 따님이라는 것만 진작 알았어도
일이 그 지경이 되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텐데.
-개인, 이 악물고 미친 듯이 뛰는. 플래시 백.
창렬날 긴장 시키는 너한테 그 어느때보다 설레고 있는
이 마음을 버리고 싶지 않아.
-개인, 더 미친 듯이 뛰는데. 점점 이상한 느낌으로 보고 있던 진호.
진호(개인의 팔을 잡아 멈추게 하는. 뛰던 반동으로 진호의 품에 안기게
되는 개인)
개인.....
진호..... (어색하게 개인 떼어내며)
운동 체질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미친 듯이 뛰어요?
또 무슨 사고 친 거예요?
개인(멍하니 올려다보는)
진호(내려다보고)
개인(진호의 가슴에 두 손을 올려놓고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진호(쿵하는 느낌으로)
개인나 복수하게 해줘요.
46. 씬.길.(낮)
-진호, 빠르게 걸어오면, 개인 따라오면서 매달리는 느낌으로.
개인그 방법 밖에 없어요.
한창렬 그 거지 같은 인간을 내 인생에서 완전히 빼내는 방법은
그 방법 밖에 없다니까요.
진호(탁 발걸음 멈추면)
개인(진호에게 부딪히고)
진호(개인의 어깨를 잡고)
소크라테스의 명언 알죠?
개인네 꼬라지를 알라.
진호제대로 아네요. 댁 꼬라지 먼저 파악하세요.
개인그러니까요. 이 꼬라지로는 복수 할 수 없으니까 도와달라는 거잖아요.
진호괜히 복수니 뭐니 하면서 얽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릴 게
뻔하다는 거 몰라요?
개인할 수 있다니까요, 할 수 있어요. 진호씨가 도와주기만 하면
완벽하게 복수하고 끝낼 수 있다구요.
진호댁은요. (개인의 머리를 감싸 쥐고)
복수 코드 자체가 유전자에 없는 인간이라구요.
개인(어린아이 같은 순진한 표정으로)
정말 할 수 있어요. 정말 끝내고 싶다구요.
날 만만하게 보고, 다시 찝쩍대는 그 인간한테 제대로, 진정한, 잔인한
복수를 해주고 싶다구요.
진호(개인 머리 놓아주면서)
난 이 세상에서 우리 어머니를 제일 사랑합니다.
개인갑자기 그 얘긴 왜?
진호그런데 이 세상에서 제일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도 우리 어머니세요.
개인.....
진호왠지 압니까? 너무 여리시거든요.
개인.....
진호우리 어머니도 복수하고 싶은 게 있어요.
하지만 절대 하실 수 없죠. 왜냐?
개인왜?
진호복수하고 싶은 인간을 보면 눈물부터 터지시니까.
왜 내가 박개인씨와 친구가 되기로 한 줄 알아요?
개인......
진호우리 어머니와 너무 많이 닮았거든요.
그러니까 댁은 복수 같은 거 못합니다.
(돌아서는데)
개인(뒤에서 진호를 끌어안는)
진호(굳어지는)
개인그거라도 하지 않으면.....안될 거 같아서 그래요.
다른 데라도 정신을 팔지 않으면 머리가 터져버릴 거 같아서 그래요.
진호......
개인그러니까 제발.....도와줘요.
진호.....
47. 씬.상고재 마루.(낮)
-개인,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무릎 꿇고 앉아있는. 그 앞에
팔짱 끼고 서있는 진호.
개인(오른 손 들고) 선서.
나 박개인은 베스트 프랜드겸, 베스트 티쳐인 전진호가 게임 오버라고
신호를 보내는 순간, 바로 한창렬 그 인간을 걷어찬다.
진호그런 하나마나한 선서 같은 거 안해도 되니까, 자기 마음이나
잘 다잡아요.
개인(두 손 마루에 대고 사무라이처럼 절도 있게 절하는)
진호.....
개인스승님의 가르침에 따라 한창렬 그 인간에게 완벽한 복수를 해 보이겠습니다. 그 때까지 약해빠진 이 마음을 철통같이 간수하겠습니다.
진호(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는)
근데 정말 그거 꼭 해야겠어요?
개인왜 또 이러십니까? 스승님?
진호난 정말 안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개인해야합니다. 스승님.
눈에는 눈. 코에는 코. 라는 명언도 있지 않습니까?
진호눈에는 눈. 이에는 이거든요.
개인(헉, 다시 절하면서) 존경합니다, 스승님.
진호그건 상식입니다.
백치미가 통하던 시대는 지나갔어요.
무식한 여자는 매력 없는 시대라는 것도 상식입니다.
개인그건 염려 붙들어 매십쇼.
한창렬 그 인간, 저 못지않게 무식하니까, 눈에는 눈, 코에는 코라고
해도 뭐가 틀렸는지 절대 모를 겁니다.
진호(어이가 없어서) 참 다행이군요.
무식한 놈한테 복수하게 돼서.
48. 씬.상고재 거실. (낮)
-누워서 자전거 운동하고 있는 개인.
진호, 그 옆에서 책 보면서 운동하는 개인 감시하는.
진호허리 더 쳐들지 못해요?
개인더 이상 안 올라가는 걸 어쩌라구 그러십니까? 스승님.
진호(책 내려놓고 허리 올려주며) 이 부담스런 똥배로 복수가
가능하겠냐구요?
창렬이 그 자식, 글래머 스타일에 약하다는 거 당해보고도
모르겠어요?
개인제가 똥배가 어디 있다고 그러세요?
진호현실을 부정하는 그 나쁜 버릇부터 좀 고치죠. (허리 더 끌어 올리면)
개인(아파서) 아악!
49. 씬.상고재 욕실. (낮)
-개인, 거울보고 있으면
진호, 문가에 기대서 개인 보고 있는.
진호얼른 해 봐요.
개인차마 못하겠습니다. 스승님, 낯이 간지러워서.
진호그 스승님, 소리 지겨우니까 빼고.
개인알겠습니다.
진호자기 암시라는 게 인생을 바꾸는 겁니다. 실시.
개인(입만 오물거리는)
진호실시.
개인(망설이다가) 난 멋지다... (진호 눈치 살피는)
진호계속.
개인난 예쁘다.... 난 섹시하다..... 난....
진호목소리가 그것 밖에 안 나옵니까?
개인난 사랑받아 마땅하다. (환해지는 표정)
50. 씬. 상고재 앞. (낮)
-진호, 차에 락 풀면
개인, 신나게 문 열려고 다가가는.
진호스톱!
개인왜요?
진호(문 열어주며) 공주님을 위해 이 정도 봉사는 하게 해주시죠?
개인왜 이래요. 징그럽게?
진호공주는 누굴 만나죠?
개인왕자를 만나겠죠.
진호아닙니다.
개인 그럼 기사?
진호누굴 만나든 상관없습니다. 왕자든 기사든 공주를 사랑하죠.
개인무슨 말인지?
진호 자기를 귀하게 여기는 여자가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자, 타시죠, 공주님?
개인(도도하게) 그러죠. 전내관. (차에 타는)
진호(기가 막혀 웃는)
51. 씬.길. (낮)
-운전하는 진호, 그 옆에 개인.
진호이런 말 묻긴 좀 그렇지만.
개인뭐요?
진호아래 위 색깔은 맞춰 입습니까?
개인뭘요?
진호속옷 말입니다.
개인아니요. 세트로 사면 꼭 한 쪽이 낡아서 버리게 되거든요.
진호정말 멋진 여자들은 겉옷보다 속옷에 신경 씁니다.
보이지 않는 자신감이 자기를 더욱 당당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개인그래서 세트로 하나 사라구요?
진호그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도 신경을 쓰라구요.
개인세수할 땐, 꼭 발도 씻으라는 말?
진호드러워 죽겠거든요.
52. 씬. 영화관. (낮)
-들어서는 개인, 진호
개인 진호씨가 수고해줬는데 이 정돈 제가 쏴야죠.(지갑에서 카드 꺼내 보여주며) 포인트 적립 빵빵하거든요.
진호남자가 계산하면 포인트만 적립하는 얌체 짓 하는 건 아니죠?
개인뭐, 그런 것도 없진 않지만.
진호그래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개인(푸하하) 진호씨, 그런 말도 할 줄 알아요?
진호뭐 볼 겁니까?
개인진호씬요?
진호개인씨가 정해요.
개인진호씨가...
진호(말 자르며) 데이트 할 때마다 항상 이래왔던 겁니까?
개인내가 뭘요?
진호자기주장은 하나도 없죠? 남자가 하자는 대로만 하고.
개인내 딴에는 그게 배려거든요?
진호남잔 순종하는 여자보단 자기주장이 강한 여자 앞에서 긴장하거든요?
개인......
진호난 액션 블록버스터 보고 싶은데.
개인(앙칼지게) 택도 없는 소리, 난 로맨틱 코미디를 보겠어요.
진호(박수치며) 바로 그겁니다.
53. 씬. 전망 좋은 곳. (밤)
- 아래 전망을 내려다보며 서 있는 개인, 진호
개인(아래 내려다 보고 있는)
진호(망설이다) 좋아합니다.
개인(놀라 보는) 진호씨?
진호(차마 보지 못하고) 늘 당신 때문에 웃게 돼요.
개인하지만 진호씬...
진호이렇게 높은 곳에 오면 사람은 들뜨게 돼요. 그래서 고백 같은 걸 할 용기가 생기게 되죠.
개인(엥?)
진호만약 프로포즈 받고 싶다면 이런 데 같이 와요.
개인아...
진호(개인 보며)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겁니까?
개인(모른 척) 내가 뭘요?
진호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고 가죠.(돌아서는데)
개인진호씨?
진호(돌아보려는데)
개인(진호의 등에 손을 대면서) 돌아보지 마요.
진호.....
개인(뭐라고 등에다가 쓰는)
진호뭐라고 쓰는 겁니까?
개인E박개인 내일의 일기 예보.
라일락 꽃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어느 봄날에 박개인은
친구의 등에 글을 씁니다.
다음에....다음에....다시 태어날 땐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남자로 태어나줘요.
복수를 시작하는 내일 날씨엔 관심이 없는 박개인의 일기 예보였습니다.
54. 씬.길.(아침)
-운전하는 진호, 옆에 탄 개인.
진호남자는 적제적소에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여자에게 호감을 갖는
법입니다.
개인헛, 그거라면 자신 있는데.
진호(보고)
개인제가 한 유머 하는 거 아시잖아요?
진호엎어지고 깨지고 하면서 보여주는 그거요? 그게 슬랩스틱 코메디지
유멉니까?
개인(흠흠 헛기침하면서 목소리 가다듬고)
세상에서 가장 짧고 웃긴 얘기가 뭔 줄 알아요?
진호뭔데요?
개인기상청 직원들 운동회 날 비 왔다.
진호(기가 막혀서 보는)
개인그럼 스승님께서 시범을 좀 보여주세요.
네? 네?
진호지. 지금은 당장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개인스승님께서 먼저 모범을 보이셔야지, 배우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에요?
진호(무안하자) 저 버스 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개인(버스 보고, 차 문 열고 뛰어내리면서)
생각나시는 거 있으면 바로 전화 주세요.
기다릴게요. (뛰어가는)
진호뭐지. 이 당한 듯한 느낌은.
55. 씬.식당.(낮)
-진호, 상준, 태훈 식사하는.
태훈(의아하게) 웃긴 얘기요?
상준너 나 몰래 연애하냐?
진호뭐?
상준웃긴 얘기 같은 거 수집하는 건, 연애 할 때 작업 걸려고 하는 거잖냐?
태훈설마, 형, 혜미 몰래?
진호(얼버무리는) 남자 셋이 머리 맞대고 밥만 먹으려니까 심심해서
그런다.
상준하긴, 너같은 놈이 작업 걸 때 웃긴 얘기가 뭐 필요하겠냐?
그런 건 나같이 얼굴로 밀어볼 수 없을 때나 필요한 거지.
그거, 아냐? 사과 복숭아, 배 실은 트럭 얘기?
56. 씬.휴게실.(낮)
-개인, 모형 만들어서 구도 바꿔가며 갸우뚱하고.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울리는 핸드폰.
개인(이름 보고 받는) 네. 스승님?
진호E사과, 복숭아, 배를 실은 트럭이 달리고 있었답니다.
개인네?
진호E앞에 개 한 마리가 지나가서 급정거를 했는데.
개인아, 유머.
진호E트럭에서 떨어진 건 뭐였을 까요?
개인웃기라고 했지 누가 문제 내라고 했어요?
진호E방법이야 어떻든 웃기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개인복숭아?
진호E아닙니다. 떨어진 건 속돕니다.
개인전화 끊습니다. (툭 끊고 풋 웃는)
57. 씬.진호의 사무실.(낮)
-진호, 끊긴 핸드폰 들여다보다가. 밖에서 직원들과 떠들며 웃고 있는
상준을 매서운 눈길로 보는.
58. 씬.목재상. (낮)
-나무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개인, 나무 둘러보고 있으면 주인 오는.
-전화 걸려오는.
개인또 뭐요?
주인(나무 보여주면서) 이건 어때?
개인(고개 흔들면서) 편백나무요.
주인이거 편백나무야.
개인최고로 좋은 질이라야 한다니까 그러시네. 어린이들이 쓸 거라니까요.
진호E어딥니까?
59. 씬.진호의 회사 베란다. /목재상(낮)
-진호, 전화중.
개인E나무 사러 양평에 와있어요.
주인E우리 진영 목재는 최고 품질만 취급하는 거 알면서 저런다.
개인E이번엔 정말 웃긴 거죠?
주인E나무가 웃긴 게 어딨어?
진호알파벳 중에 제일 예쁜 알파벳이 뭔 줄 압니까?
개인(음률 넣어서) 에이 비 시 디 이 예쁘 지. 좀 더 분발하세요. 스승님.
진호알겠습니다. 다시 도전하도록 하죠. (전화 끊는)
(한숨 쉬면서) 이건 또 어떻게 알아.
60. 씬.목재상. (낮)
-개인에게 다른 나무 보여주고 있는 주인.
주인요놈은 진짜 쌈빡하지. 이 현란한 나무결하며, 우리 마누라 처녀 때
허리선도 저리 가라다.
- 전화 울리면
개인(주인에게) 잠시만요. (하곤 확인도 안하고 낼름 받는)
이번에도 썰렁하면 가만 안 둬요.
창렬E썰렁하다니?
개인어, 창렬씨?
61. 씬.창렬 사무실. 목재상 교차로. (낮)
- 창렬, 창가 보며 통화하고 있는.
창렬목재상? 저번에 나랑 같이 갔던 거기? 거기 꽤 멀잖아. 나한테 태워 달라고 하지.
개인E(입술 꾹 깨물며) 복수의 첫날. 전화를 하셨다 그거지.
창렬내가 지금 갈게.
개인그럴 거 없어. 다시 보지 말자고 했을 텐데.
창렬다시 봐야겠다고 했을 텐데. 개인아, 나 지금 출발한다.
(전화 끊고)
개인(회심의 미소 지으며) 넌 지옥으로 달려오고 있는 거야, 한창렬.
(다시 전화 울리면)
개인(전화 받고)
이젠 좀 실망이 되려고 합니다, 스승님.
진호E다른 얘기 생각났습니다.
62. 씬.진호의 사무실./ 목재상 교차로. (낮)
-진호, 책상 앞에서 스케치 하면서 전화 중.
진호할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어머니가 딸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오타가 났답니다. 뭐라고 보낸 줄 압니까?
개인글쎄요?
진호할머니가 장풍으로 쓰러지셨어.
개인(웃음 참지만 킥킥거리는)
진호지금 웃었죠? 억지로 참는 거죠? 그렇죠?
개인(웃느라 말 못하는)
진호스승이 모범을 보였으니 이젠 가열차게 노력하십쇼.
-개인, 웃다가 자기도 모르게 옆의 나무더미 건드리는.
-우르르 무너지는 나무들.
-개인, 위기촉발의 순간이 되고.
전화기 든 채, 놀라 보는데.
-개인의 비명 소리. 주인, 인부들 소란스럽게, 치워. 빨리. 괜찮아?
어쩌고 수선스럽게 들려오는.
진호이봐요. 박개인씨? 괜찮아요?
이봐요, 무슨 일이예요?
63. 씬.목재상. (낮)
- 나무더미 깔려 기절한 개인. 이마에 피 흐르는.
- 주인 및, 인부들 몇 명 달려와 나무 치워주고.
64. 씬.진호의 회사/ 사무실.(낮)
-진호, 가방 들고 정신없이 자신의 방에서 달려 나가는.
상준야, 야, 무슨 일이야?
65. 씬.진호의 회사 주차장. (낮)
-진호, 정신없이 뛰면서 핸드폰으로 114 누르는.
진호양평에 있는....지..영..목재. 진영 목재. 진경 목재.
전화 번호 좀.....
66. 씬.길.(낮)
-달리는 진호의 차. 정신없이 운전하는 진호.
-귀에 이어폰 끼고 전화 걸지만 꺼진 개인의 전화.
-이어폰 벗어 던지고. 악셀 밟는.
67. 씬.목재상. (저녁)
- 목재상 주인에게 인사하고 달려 나와 차에 오르는 진호.
68. 씬.병원 앞. (저녁)
- 차에서 내려 뛰어 들어가는 진호.
69. 씬.응급실 앞. (저녁)
- 뛰어오는 진호.
- 어느새 진호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
70. 씬.응급실. (저녁)
- 간호사가 손으로 위치 알려주면 그 쪽으로 다가가는 진호.
침대에 누워있는 개인. 침대 옆에 서서 개인에게 얼굴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창렬.
진호, 그 모습 보고 차마 우뚝 서 버리는.
다정해 보이는 창렬과 개인. 굳어진 표정의 진호의 모습에서 앤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