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0분 연설에 100페이지 법안... BC주는 형식만 답습
데이비드 이비 수상 첫 시정연설서 실질 내용 전무
의료·치안·주택난 해법 전혀 없어... 실망감 확산
BC주 의회에서 매년 2월 반복되는 시정연설이 또다시 공허한 수사로 채워졌다. 데이비드 이비 BC주 수상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은 실질적 정책 대신 미사여구로 가득했다.
18페이지에 달하는 연설문에서 의사 부족, 응급실 폐쇄, 상습범죄, 거리 범죄, 주택난, 물가 상승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미국의 관세 위협에 맞서는 BC주 시민들의 저항력을 2차 세계대전에 비유하는 등 과도한 수사가 눈에 띄었다.
BC주 의회의 입법 과정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시정연설 이후 예고 없이 상정되는 법안들은 수백 페이지에 달하지만, 야당 의원들에게 주어지는 검토 시간은 고작 몇 시간에 불과했다. 일부 법안은 충분한 논의 없이 표결이 강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관행은 의회 전통의 본거지인 영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영국 하원에서는 연간 도입될 모든 법안의 목록과 설명이 100페이지 분량으로 제시되며, 찰스 3세는 10분 연설로 정부의 핵심 정책을 명확히 전달한다.
BC주의 현행 시정연설은 매년 각계 인사들을 의회로 초청해 한 시간 넘게 추상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적 행사에 그치고 있다. '번영하는 미래'와 같은 모호한 수사만 반복될 뿐, 실질적인 정책 방향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주수상이 TV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정연설은 본래의 목적대로 주요 법안을 설명하는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