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면, 갈매기는 동해바다에서 전부 사라진다. 저인망선이 들어오면 갑판의 생선을 훔쳐먹기 위해 구름같이 달겨들던, 어판장의 생선들을 향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날아다니던, 항구에 세워져 있던 주차장에 수 없이 똥을 싸대던 갈매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늘 어디선과 우리들과 함게 하던 그들이 전부 사라진 것이다.
그들은 알을 낳아서 새끼를 부화하고 키우기 위해, 사람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동해의 무인도 섬들로 돌아간 것이다.
아마, 독도나 일본의 오키섬이나 또는 그 보다 더 작은 동해의 무인도 바위섬 어딘가로 그들의 안식처를 정해 짝을 짓고 알을 낳고 아이를 키우고 나서 다시 동해바다로 돌아 올 것이다.
그런데, 갈매기가 돌아왔다. 부산 갈매기 그녀가 돌아 왔을 때, 사람들은 올해는 갈매기가 한 마리 남아 있다고 했다. 그녀의 고향 부산 영도에서 그녀는 이곳 묵호항으로 날아왔다.
"오빠, 나, 고민이 있어. 마음이 불안해서 어쩌지 못하겠어."
"뭐?"
"나, 내일 경찰서 가야 해"
"왜?"
"영석씨 마누라가 날 간통죄로 고소했어"
"너, 사고쳤어?" 걸렸어?"
"아니, 내 숙소에 영석씨, 옷이 결려있는데, 경찰과 같이 들어닥쳤어"
"같이 옷 벗고 있는 거는 안걸렸지?"
"그럼, 영석씨 집 나와서 갈 데 없다고 짐 맡겨 놓은 거 밖엔 없는데 뭐"
갈매기 그녀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영석은 묵호항 선원인데,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늘상 아내와 싸워오던 터였다. 갈매기는 묵호항 앞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다. 난, 자주 그녀의 술집에 가느라 스스럼 없이 친해졌다.
"둘이 옷 벗고 있는 장면만 아니면 죄가 성립이 안돼. 그냥 당당하게 대답을 해"
"정말? 그래도 너무 불안해 오빠"
갈매기 그녀가 묵호항에 왔을 때, 장마가 막 시작되었다. 그리고 갈매기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부산에서 온 그녀를 갈매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이 30 대 그녀는 나이답지 않게 늙은 묵호항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술집 일이 아니더라도 낮 동안에도 항구에 자주 나타나 어민들과 그들의 아내들과 매일 만났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사람 좋은 영석이를 만난 것이다. 같은 고향이라 더욱 친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너 이제 어떡 할 거냐?"
"모르겠다. 오빠야, 영석이 마누라 툭 하면 어판장 나와서 지랄떠는데.....술집에 나타나 주인언니에게 미안하고..."
"너, 여기서 떠나라, 계속 있다가는 너가 너무 힘이 든다."
"그럼, 영석이 오빠는 어떡해"
"영석이가 문제냐 너가 더 문제지 영석이는 어떡하든 집에 들어가겠지"
"그럼, 나 이제 어디로 가. 여기 사람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묵호항의 몇 달 동안, 갈매기 그녀는 사람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럼, 몇 달 더 있다 찬 바람 불고 갈매기 돌아 오거든 여기 정리하고 떠나라. 어디 가서 또 정 들면 되지"
".................모르겠다 오빠..."
그녀는 한숨만 쉬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내 말대로 그렇게 떠난다면,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를 잊지 않을 것이다. 시끄러운 갈매기를 대신해서 묵호항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 중 한사람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