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칸으로 나뉜 씨방, 실로 꿰맨 것처럼 생겨… '감치다'에서 이름 유래했대요
가침박달
▲ 위 사진은 가침박달에 핀 꽃. 아래는 가침박달에 달린 열매와 잎. /문화재청
장미과(科)의 가침박달은 흰 꽃이 아름답게 피고 추위와 병충해에 강해 원예나 장식용으로 많이 심는 나무예요.
가침박달은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주로 자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강원·충북·경북에 분포해요. 서해안의 덕적도와 신안군 일부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전북 임실의 가침박달 군락지는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남쪽 끝으로 알려져 199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지요. 북한 함경도와 황해도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해요.
가침박달은 높이가 최대 5m에 이르는 낙엽관목(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이에요. 주로 산기슭과 산골짜기에서 자라지요. 가침박달의 가지는 적갈색을 띠고 털이 없어요. 잎은 서로 어긋나게 달려 있고 긴 타원형이에요. 잎의 윗부분에만 뾰쪽한 톱니가 있습니다. 잎의 크기는 길이 5~9㎝ 너비 3~5㎝ 정도로, 뒷면은 회백색을 띠지요. 4~5월쯤 흰색 꽃이 가지 끝에 3~6송이씩 핍니다. 열매는 9월쯤 익고 씨에 날개가 달려 있어요. 열매는 익으면 벌어지는데, 날개 달린 씨는 바람에 쉽게 날려 널리 퍼진답니다.
가침박달의 '가침'은 실로 감아 꿰맨다는 의미의 '감치다'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실제로 가침박달 나무의 열매는 씨방이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고, 각 칸은 실이나 끈으로 꿰맨 것처럼 생겼답니다. 또 '박달'은 나무의 질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붙었다고 해요.
가침박달은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해요. 그늘·추위·병충해에 견디는 능력이 강해서 배수만 잘되는 곳이라면 잘 자라요. 완전히 햇볕을 받을 수 있는 곳이나, 높은 나무가 없는 구릉지에 심으면 좋아요. 특히 도시에서 울타리를 만들거나 장식용으로 심기 좋지요. 가침박달은 다양한 모양과 형태로 가지치기가 가능해서 서양에서는 관상용·조경용으로 사용해요.
가침박달은 최근 서식지 주변을 개발하거나 불법 채취하는 일이 잦아 큰 위협을 받고 있어요. 세계자연보전연맹은 가침박달을 가까운 미래에 멸종 우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관심대상(LC) 등급'으로 평가했답니다. 산림청은 임실의 자생지 외에도 충북 청주시 명암동 화장사와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에 있는 가침박달 군락지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우리 나무인 가침박달을 전국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