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와 닮았지만 전혀 다른 種… 15m까지 자라는 심해어래요
산갈치
▲ 2010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발견된 길이 5m 20㎝의 산갈치. /조선DB
지난달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몸길이 3m짜리 산갈치가 발견돼 화제예요. 어선 그물에 걸려 올라온 산갈치 사체는 연구를 위해 대학에 기증됐죠. 산갈치는 독특한 생김새와 생태 대부분이 수수께끼라는 점 때문에 '전설의 물고기'라고 불려요.
다 자라면 몸길이가 15m에 이르는 산갈치는 몸통 위로 빨간 지느러미가 촘촘하게 돋아 있어요. 머리 쪽으로 갈수록 점점 길어지죠. 아가미 아래에는 빨간색 배지느러미 한 쌍이 뻗어 있고요. 기다란 은빛 몸통이 갈치와 비슷하고 이름에도 '갈치'가 들어가지만, 실제 두 물고기는 완전히 별개 종류라고 해요. 산갈치는 물고기 대부분이 갖고 있는 부레가 없어서 물속에서 위로 뜨거나 아래로 가라앉으려면 부지런히 지느러미를 좌우로 움직여야 한대요.
'산갈치'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에 대해서는 예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전설처럼 전해져요. 산 위에 있던 별이 내려와 물고기가 됐는데, 생김새가 갈치를 빼닮아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는 얘기가 있고요. 또 한 달 중 보름은 산에서, 나머지는 바다에서 살면서 양쪽을 오간다고 해서 산갈치라고 부른다는 얘기도 있죠.
산갈치는 극지를 제외하고 태평양과 인도양, 대서양 등 전 세계 큰 바다에 두루 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발견되는데 죽은 채 그물에 걸려들거나, 바닷가로 떠밀려온 경우가 대부분이죠. 살아 헤엄치는 산갈치를 보기 어려운 건 이들이 원래 수심 200~1000m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어이기 때문이에요. 심해어 몸 구조는 수압이 아주 센 깊은 바닷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적응이 돼 있어요. 수심이 얕은 곳으로 올라가면 급격한 온도와 수압의 변화를 이겨내지 못해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몸이 손상돼 목숨을 잃기도 한답니다.
산갈치의 주요 먹잇감은 오징어와 작은 물고기, 동물성 플랑크톤 등이에요. 먹이를 쫓거나 다른 포식자를 피해 수심이 얕은 곳으로 올라갔다가 죽어서 뭍으로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돼요. 우리나라에서 산갈치가 발견된 곳을 보면 부산·강릉·영덕·포항 등 동해안 쪽이 훨씬 많아요. 동해는 수심 1000m가 넘는 심해 지역이 많아서 산갈치가 살 조건을 갖췄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어요.
산갈치에게는 '재앙을 부르는 물고기'라는 섬뜩한 별명도 있답니다. 산갈치가 발견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산이 폭발하거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래요. 하지만 지금까지 산갈치의 습성과 자연재해의 상관관계를 말해주는 근거는 확인된 게 없다고 과학자들은 말해요.
산갈치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은 어디서 낳고 새끼는 어떻게 자라는지 등 생태 대부분은 베일에 가려져 있어요. 하지만 각국 과학자들이 산갈치 사체에서 생식기관이나 뼈 등을 분석하면서 생태의 비밀을 조금씩 풀어가고 있대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이충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