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곡은 말레이어로 번안한 '졸업식의 노래', 두 번째 곡은 한국어로 부른 '고향의 봄'이다. 강당을 가득 채운 디지털피아노 100대가 반주를 했다. 이 디지털피아노는 한국의 건설사 ㈜부영 이중근 회장이 기증했다. 노래가 울려 퍼지자 단상에 앉아 있던 이 회장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예전엔 이국 땅에서 동남아시아 어린이들이 우리나라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 눈물이 왈칵 쏟아졌지요. 하지만 지금은 횟수가 제법 되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됐어요."
- ▲ 지난 30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의 알람샤 초·중학교 강당에서 이중근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무히딘 말레이시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회장 왼쪽)이 학생들이 디지털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말레이시아에 우리나라 ‘졸업식의 노래’등을 녹음한 디지털 피아노 3000대를 기증했다. /부영건설 제공
지금까지 86개를 지었다. 체육관과 경로당, 마을회관까지 합치면 이 회장이 지역사회에 기증한 건물은 130여개에 달한다.
2003년부터는 교육환경이 열악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눈을 돌렸다. 라오스와 방글라데시·캄보디아·동티모르 등에 550억원을 들여 초등학교 600여곳을 지어 기증했다. 벽과 합판을 바라보고 공부를 해야 하는 동남아시아 어린이들을 위해 기증한 칠판이 50만개.
또 동남아시아 각지에 한국의 '졸업식의 노래'와 동요, 해당 국가의 민요를 녹음한 디지털 피아노 6만여 대를 기부했다. 이들 나라 교육계에선 이 회장은 '산타클로스'이다.
왜 하필이면 디지털 피아노에 졸업식의 노래를 녹음해 전해 줄까.
그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조사해 보니 졸업식 노래가 있는 곳이 거의 없더라"며 "우리나라의 졸업식 노래가 각 국가의 졸업식 때마다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디지털 피아노에 졸업식 노래를 녹음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교육사업과 관련된 기부활동을 벌이는 것은 교육만큼 효과적인 기부활동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에 투자한 돈은 한번 사용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어 가장 효과적인 기부활동이지요. 또 어느 나라든 어린이들이 최소한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젊은 시절엔 돈이 없어서 학교 다니다 쫓겨났던 적도 있었어요. 공부에 한(恨)이 맺힌 정도는 아니어도 누군가 도와줬으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회장이 줄기차게 기부활동을 한 덕에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졸업장을 가진 사람이 됐다. 건물을 지어 기부할 때마다 각 학교에선 감사의 뜻으로 '명예 졸업장'을 줬다. 여자 중·고등학교에선 이 회장 대신 그의 부인에게 명예졸업장을 줬다. 이중근 회장은 "우리 내외가 가진 졸업장이 수십개는 된다"며 뿌듯해했다.
이 회장의 해외 기부활동을 두고 '해외건설 시장진출을 위한 마케팅'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마케팅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비효율적'이라고도 한다. 이 회장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해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며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좋은 곳에 쓸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