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실습 11일차.
오늘은 아침에 이덕주 선생님께서 이번 주 남은 실습 일정을 안내해주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하루의 일정만 따라가기에도 바빴는데, 이제는 남은 실습 기간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오늘은 1차 정기고사 3일차이기도 했다. 시험감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에는 이덕주 선생님과 교육청 연수에 함께 다녀오는 등 학교 안팎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 하루였다.
이번에는 1교시부터 시험감독!
중간고사 3일차인 오늘은 자습시간 없이 1교시부터 바로 시험이 시작되었다.
나는 1학년 4반 공통영어2 시험의 부감독으로 들어갔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은 모두 20명이었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 정감독 선생님께서 교단에서 시험지와 답안지를 학생들에게 배부해주셨고, 나는 부감독으로서 시험지와 답안지를 확인하며 서명했다.
시험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정감독 선생님께서 학생들의 시험지에 도장을 찍어주셨고, 그동안 나는 교단에 서서 교실 전체를 살피며 학생들을 지도했다.
몇 번의 시험감독을 경험하고 있지만 시험시간만큼은 여전히 긴장된다. 학생들에게는 한 학기 동안 준비해온 결과를 확인하는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더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1교시 시험이 끝나자 학생들이 빠져나간 복도와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평소라면 학생들의 목소리와 발걸음으로 북적이던 복도도,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찾아오던 도서관도 오늘은 유난히 휑하게 느껴졌다.
학생들이 있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학교라는 공간을 학교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1차 정기고사가 끝난 후 복도
나바시를 기다리는 맛있는 간식들 :)
오늘은 반가운 택배도 도착했다.
바로 나바시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줄 간식!
이번에는 붕어빵, 초코하임, 마라곤약, 너즈 구미 등을 준비했다.
특히 간식 선정에는 함께 실습하고 있는 서영 선생님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었다. 서영 선생님이 강력 추천한 간식들이었는데 하나같이 맛있어 보여서 아이들의 반응도 벌써부터 기대된다. :)
나바시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간식 하나도 참 중요하다.
물론 나바시의 중심은 책을 읽는 시간이지만,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찾아온 아이들에게 작은 간식 하나를 건네며
“오늘도 왔구나.”
“책도 읽고 간식도 맛있게 먹자".
라고 말을 건네는 것 역시 학생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아이들이 책을 읽기 위해 찾아오고, 맛있는 간식도 함께 먹고, 잠시 쉬었다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 공간.
조금씩 ‘도서관 사랑방’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나바시 때 아이들 나눠 줄 붕어빵
나바시 때 아이들 나눠 줄 간식들
학교 밖으로 따라나선 또 하나의 배움
오후에는 이덕주 선생님의 교육청 연수에 함께 동행했다.
오늘 연수의 주제는
「AI 문해력 수업 - Apps Script로 나만의 온라인 도구 개발하기」
였다.
요즘 AI에 대한 연수와 수업을 여러 차례 접하고 있지만, 오늘 연수는 단순히 새로운 AI 도구를 소개하는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먼저 ‘AI가 작성한 글과 사람이 작성한 글을 우리는 구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활동을 시작으로, AI 시대에 학교도서관이 어떤 문해력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AI와 사람의 글을 구분해보는 퀴즈부터 AI 문해력 학습·수업 재설계 도구, KDC와 관련된 도구 등 다양한 온라인 수업 자료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보는 것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교사가 자신의 수업에 필요한 온라인 도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코딩을 몰라도 내가 필요한 수업 도구를 만들 수 있다?
오늘 연수에서는 Google Sheets와 Apps Script, 그리고 AI를 활용해 기존 온라인 학습도구를 자신의 수업에 맞게 수정하는 방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Apps Script’라는 단어만 들어도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연수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Code.gs와 Index.html 파일에 자신의 수업 재설계 내용을 함께 제공하고 AI에게 자연어로 필요한 부분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즉,
내가 원하는 수업을 설계하고 → AI에게 수정 방향을 설명하고 → 수정된 프로그램을 Google Sheets와 연결하고 → 웹 앱으로 배포하여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코딩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교사도
“이 부분은 우리 학생들에게 맞게 바꿔줘.”
“학생들이 작성한 결과가 자동으로 저장되게 해줘.”
출처 입력
라고 요청하면서 자신의 수업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AI가 대신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수업
그러나 오늘 연수에서 더욱 기억에 남았던 것은 새로운 기술 자체보다 AI를 수업에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이었다.
AI를 활용한다고 해서 학생이 해야 할 생각과 글쓰기까지 AI가 대신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학생이 먼저 자료를 읽고, 조사하고, 생각하고, 자신의 글을 작성한 뒤 AI의 피드백을 받아보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AI가 제시한 의견 역시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직접 ‘수용할 것인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지’ 판단하고 그 이유를 생각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AI 시대의 정보활용교육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AI를 사용하는 방법”
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어떻게 읽고, 판단하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여 활용할 것인가”
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AI 시대, 학교도서관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오늘 연수의 제목에는 이런 질문이 담겨 있었다.
“AI 시대, 학교도서관은 어떻게 문해력을 가르칠 것인가?”
학교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정보활용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질문이었다.
예전에는 필요한 정보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AI가 몇 초 만에 수많은 정보를 만들어주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보를 찾는 능력과 함께
이 정보는 믿을 만한가,
AI가 만들어낸 내용에는 오류가 없는가,
나는 이 정보를 왜 선택했는가,
그리고 이것을 내 생각으로 어떻게 다시 표현할 것인가
를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
연수 마지막에는 직접 만든 웹 앱에 가상의 학습기록을 입력하고, 그 결과가 Google Sheets에 제대로 저장되는지까지 확인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단순히 멋진 도구 하나를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읽기·생각·글쓰기 과정이 실제로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사서교사에게 AI가 또 하나의 어려운 숙제가 하나 더 생긴 것 같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학생들의 정보활용능력을 가르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교육청 내부사진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참 서로 다른 두 가지 모습을 경험한 것 같다.
오전에는 시험지와 답안지를 확인하며 전통적인 교사의 업무인 시험감독을 했고, 오후에는 AI와 Apps Script를 이용해 교사가 직접 온라인 학습도구를 만드는 새로운 교육의 모습을 보았다.
시험감독을 하는 교사도 필요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건네는 사서교사도 필요하고,
이제는 AI가 만들어낸 정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사도 필요하다.
시대와 교육환경은 계속 변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학생이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조용했던 복도와 텅 빈 도서관을 보면서 또 하나 깨달았다.
학교의 수많은 업무도, 새로운 기술도, 좋은 책도 결국 그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다.
내일은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북적이는 도서관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