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에 맞서는 BC주... "51번째 주 절대 안돼"
노르망디 상륙작전까지 언급한 BC주 시정연설
아시아·유럽 무역관계 확대로 미국 의존도 낮추기로
BC주 정부가 2025년 시정연설에서 전시를 방불케 하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이 캐나다산 수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웬디 코치아 BC주 신임 총독은 18일 제43회 BC주 의회 개원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중대한 시기를 맞이했다"며 BC주의 독자적 생존 의지를 강조했다.
코치아 총독은 경제 강화, 무역 다변화, 적극적 대응이라는 3단계 전략을 제시했다. 각 부처에 프로젝트 승인 절차 간소화를 지시했으며, 아시아와 유럽을 포함한 새로운 무역 파트너 발굴에도 나설 계획이다.
코치아 총독은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함께 싸운 전우"라고 강조하면서도 "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미국의 제안에 대해서는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BC주 정부는 주간 무역 장벽 해소도 추진한다. "워싱턴주와의 거래보다 캐나다 다른 주들과의 거래가 더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통상 관계 악화로 캐나다-미국 간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이다. 새로운 미국 행정부 출범 4주 만에 양국 관계가 급격히 냉각됐으며, 앞으로 4년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BC주 정부는 예측했다.
BC주 정부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30억 달러 규모의 노스코스트 송전선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BC주 에너지규제기관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와 광업 부문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새로운 에너지 정책과 함께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안도 준비 중이다. 신용카드 사기 방지, 통신사의 불공정 관행 규제, 의료비용 환수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이 마련된다.
정치권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여당인 신민당(NDP)은 47석으로 간신히 과반수를 확보했고, 녹색당 2석의 지지를 받고 있다. 보수당은 44석으로 공식 야당이 됐다.
BC주와 캐나다의 다른 주 정부는 미국 의회와의 대화 채널을 가동했다. 주수상들은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의원들과 만났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와 에너지에 대한 10% 과세 계획을 일시적으로 연기했다.
주정부는 현재 펜타닐 문제와 국경 안보 강화도 주요 현안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해 10월 선거 이후 9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의회는 11주간의 봄 회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BC주 정부는 3월 4일 새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같은 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발효될 예정이어서, 정부는 주민 생활 안정과 산업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브렌다 베일리 BC주 재무장관은 "어려운 시기지만 필수 서비스와 주민 지원은 계속 유지하겠다"며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정연설은 지난해 11월 별세한 존 호건 전 주수상과 지난 2월 타계한 브라이언 멀로니 전 총리를 추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의회에서는 라지 추한 의원이 단독 후보로 나서 의장으로 선출됐다. 추한 의장은 표결이 동수일 경우에만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한편 야당은 미국과의 갈등만 부각하고 펜타닐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녹색당도 "정부가 장기적 비전 없이 반응적 대응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