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힘든 새의 사체
새의 시체를 본 적이 있는가? 간혹 자동차에 부딪치거나 엽총에 맞아 '횡사'한 시체는 본 경험이 있을지 모르지만, 수명이 다 해 '자연사'한 새의 시체는 아마도 거의 보지 못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시골은 말할 것 없고, 도시에서도 근교로 조금만 나가면 우리는 쉽게 각양각색의 새들을 볼 수 있다. 그 수많은 새들 모두가 언젠가는 죽을텐데, 왜 그들의 최후는 목격되지 않는 것일까. 혹시 야생 코끼리처럼 새들도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면 자기네만 아는 비밀의 장소를 찾아가는 것일까.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새들이 죽는데 장소를 가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죽자마자 그 시체는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돼버린다. 고양이, 개, 쥐, 곤충, 심지어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순식간에 달려들어 크고 작은 새의 시체를 해치워 버리는 것이다. 미국의 한 생물학자는, 들판에서 막 숨을 거둔 새가 몸뚱어리의 대 부분을 잃는 데 한 시간이 채 안 걸렸으며, 24시간 이내 깃털만 남기고 사라졌다는 관찰기를 학계에 보고하기도 했다.
만약 철새들이 머나먼 대양을 건너는 도중 기력이 다해 떨어 져 죽는 일이 있다면, 그것도 시체를 볼 수 없는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여행하는 동안 잠시 내려 먹이를 구할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나 상정 할 수 있는 사례일 뿐이다. 병이 들어 날 힘이 없는 새들은 애초부터 앉은 자리에서 날개를 펴지도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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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정 박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