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하청업체 근로자 임금을 우선적으로 예치하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이 국감에서 처음으로 거론됐다. 제도가 현대중공업에 도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울산 동구의회가 현대중공업에 제도 도입을 요구했고 본보는 지난 11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이를 집중 보도했다. 보도가 나간 뒤 국회 강길부 의원이 "내용을 파악한 뒤, 올해 국감에서 다루겠다"며 관련 자료를 요청했었다.
국회 산자위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조선업 하청업체 근로자 임금체불 근절방안 필요성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이날"조선업 경기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하청업체 근로자의 임금체불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협력업체의 임금체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건설업계와 동종업계가 이용하고 있는`에스크로 제도`의 확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장관은"현재 시행 중인 상생결제시스템의 활용률을 높이고, 관련 부분을 챙겨보겠다"고 답변했다.
강 의원은 이날 또"임금 체불 문제는 근로자의 생존과 직결된다"며, "관련 부처ㆍ업체들과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조선업 하청업체 근로자의 임금체불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크로 제도`는 원청이 하청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기성금 즉, 물량작업 진척 정도에 따라 지급하는 생산지원금을 제3자(에스크로 사업자) 에게 예치한 후, 하청업체가 급여 내역서를 작성ㆍ통보하면 에스크로 계좌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계좌로 급여가 바로 입금되는 방식을 말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에스크로 제도`를 시행해 하청업체 근로자 임금체불 문제를 방지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제도 도입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이 현실화 될 경우 현대중공업은 어떻게든 이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제도 시행 중인 대우조선의 경우를 현대중공업에도 적용하든지 아니면 대우조선 쪽 `에스크로 제`를 중단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쪽 모두에 제도를 도입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제도 도입에 대한 원청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스크로 제`에 따라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생산지원금 즉, 기성금 가운데 일부를 제3 계좌에 유보해 노동자 임금에 우선적으로 충당할 경우 하청업체 사업주들이 이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청업체들은 이전까지 노동자에게 임금을 체불하는 대신 거기서 생기는 여유 자금으로 운영비와 4대 보험금 등에 충당해 왔다.
울산동구의회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 및 임금체불 특별위원회(위원장 홍유준 의원)`는 제도 도입 관건으로 `원청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원청과 하청 간의 특수 이익 즉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극복하고 하청 근로자의 임금을 우선 확보하기 위해선 현대중공업이 과감하게 제도 도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위 측은 " 2016년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5조 5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던 반면 현대중공업은 조선ㆍ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1조 3천억의 적자를 지고 있었다"며 "원청의 의지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