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저는 이제 가짜 작가가 아닙니다.
written by 새끼늑대
上
"제가…… 가짜 작가라구요?"
"네."
난 기가 막히는 심정이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난 충분히 무시해줄 수 있었
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나의 문하생이라는 작자이니. 난 차갑게 대꾸했다.
"그럼 그 가짜 작가 밑에 있는 당신은 뭐죠?"
"화를 가라앉히시죠, 작가님."
그는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난 그의 그런 모습에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내 문하생으로 있지만
그는 나보다 4살이나 많은 인생 선배였고 나보다 훨씬 전에 로맨스 소설계에 신성으로 불리며 화
려하게 등단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두 번째 작품 이후로 더 이상 집필을 멈추고, 그러다 22살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나에게 문하생이 되고 싶다며 찾아왔다. 난
얼떨떨한 상태에서 승낙해버렸고, 이후 1년간 한 번도 그 선택에 실망한 적이 없었다. 난 조만간
군대를 가게 될 것이고, 그는 남아서 내 집을 관리하고, 또 내 글에 대한 출판을 담당하게 될 터
였다. 적어도 그는 나보다 더 대단한 글을 적을 수 있을 것이었다. 비록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
지만, 그건 말 그대로 겸양일 뿐이었다. 그는 늘 자신을 낮추고 날 높여주고, 날 격려해주었다.
그는 문하생이 아닌,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나더러 가짜 작가
라니?
"좋아요. 그런데 도대체 내가 왜 가짜 작가라는 거죠?"
"애초에 그걸 알고 문하생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가요? 하, 참. 그러니까 도대체 내가 왜-"
"글을 쓰실 때, 울어본 적이 있습니까?"
이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그는 당황한 내 표정을 무시하며 계속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글을 쓰시다가 폭소를 터뜨려 본 적이 있습니까? 글을 쓰면서 가슴 한 구석이 따스해짐을 느껴
본 적이 있습니까? 아니, 글을 다 쓰고 다시 글을 읽다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자기가 자기 글을 쓰면서-"
"자기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글이 무슨 글이 될 수 있겠습니까?"
"물론 난 내 글에 100퍼센트 만족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만족이란 매끄러운 문장이나 뛰어난 내용전개, 혹은 참신한 소재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게 아니면 자신의 글에 자기가 만족해야 할 부분이 도대체 뭐죠?"
내 물음에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자신의 감정을 글 속에 담고, 그 감정을 다시 찾을 수 있을 때, 진짜 작가들은 자신의 글에 만족
합니다."
"……글에 대한 만족이나 관점 등은 작가마다 다릅니다."
"당연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한 것은 모든 작가들에게 통용되는 겁니다."
"그걸 어떻게-"
"제가 어떻게 아냐구요? 저보다 4살이나 어린, 신예 베스트셀러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와 천재라
고 불리는 당신을 늘 칭찬하던 제가?"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만."
"아뇨, 괜찮습니다. 그렇게 물으셔야만 제가 이런 대답을 해드릴 수 있을 테니까요."
"무슨 대답을?"
"작가님께서 19살 때, 그러니까 3년 전에 전 화려하게 등단을 했습니다. 작가님보다 더 큰 명성
과 더 큰 격찬을 받으면서요."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 제가 왜 두 번째 작품까지만 쓰고 집필을 중단한 줄 아십니까?"
"……."
"바로 제 글에 제 스스로 만족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만족이란, 제가 아까 말씀드
린 그 만족이죠."
"고작-"
"고작 그런 이유로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 자신의 인생을 팽개친 거냐고 말씀하시려는 거라면, 전
그렇다고 대답드릴 겁니다. 적어도 전 가짜 작가가 되긴 싫었습니다."
"……."
"제 말을 잘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여태껏 작가님께서 쓰셨던 글을 모두 다시 한 번 읽어 보십
시오. 천재라고 불리는 작가님이시라면 느끼는 바가 있을 겁니다. 전 며칠간 여행이나 좀 다녀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여행을 간다면서 짐 하나 챙기지 않고.
난 그렇게 덩그러니 남겨져 그가 나간 현관만을 계속 멍하니 바라보았다.
.
.
.
그는 이틀간 들어오지 않았다. 난 새 책의 집필 작업도 멈춘 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었다. 그러
다 결국 난 결심했다. 가짜 작가라는 말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는 실제로 나보다 더 대단한 작
가였고, 그런 그의 집필 작업을 멈추게 했다는 그 <만족>이라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된다
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그가 한 말을 곱씹어 보았다.
"<자신의 감정을 글 속에 담고, 그 감정을 다시 찾을 수 있다>라……."
막막했다. 자신의 감정을 글 속에 담는다고? 그렇게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어린
아이들이 일기장에 쓰는 글에도 모두 감정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그 감정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
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만 하는가? 하지만 자신이 쓴 글을 보고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는 것 또한
누구나 다 하는 일이었다. 난 한참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 난 그의 말을 그대로 실천해보기
로 했다. 난 내가 여태껏 쓴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난 내 글에
대한 내 자신의 만족도를 매겨보았다. 100퍼센트 만족은 아니었지만 모두 90퍼센트 이상은 만족스
러웠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만족>이 그가 말하는 <만족>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후우- 미치겠군."
난 계속해서 고민했다. 하지만 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작가가 자신의 글
을 쓰면서, 그 글에 도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야…… 글을 쓰면서 자신의 오류를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자신이 도취된다니?
난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한
참동안 신호가 갔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그래서 막 끊으려고 했을 때,
「여보세요?」
"아…… 저기……."
「작가님이시군요. 생각은 해보셨습니까?」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난 머뭇거리며 말했다.
"사실……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잠시 수화기 사이로 침묵이 흘렀다. 곧이어 한숨소리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묘하게 지
친 목소리.
「아무래도…… 제가 직접 말씀드려야 할 것 같군요. 곧 가겠습니다.」
"아, 예. 그런데 지금 어디에……?"
「2시간쯤 후면 갈 것 같군요.」
딸깍. 전화가 끊겼다. 난 후우- 한숨을 내쉬고 미리 현관문을 열어둔 다음, 세면실로 들어섰다.
샤워라도 할 셈이었다. 이틀 동안 집에만 있어서인지 내 스스로도 내가 너무 푸석푸석하게 보였
다.
"쳇."
난 투덜거리며 샤워기를 집어 들었다.
.
.
.
2시간 후, 그는 벨도 누르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실 이 집을 관리하는 것은 그였고, 난
열쇠도 들고 다니지 않았다. 그는 커다란 봉지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내가
봉지를 받아들어 부엌의 식탁 위에 놔두려 하자, 그가 말했다.
"거실에서 먹죠."
봉지엔 내가 좋아하는 과일들과 맥주 몇 캔이 들어 있었다. 그는 손만 씻고는 아무 말 없이 과도
와 접시를 가져와 과일을 깎기 시작했다. 난 머쓱해져서 뭐라도 도울까 싶어 부엌으로 가려고 할
때, 그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앉아계세요."
"아, 예."
난 더더욱 머쓱해졌다. 하지만 별말 하지 않고 다시 거실에 앉았다. 그렇게 잠시 동안 가만히 있
던 난, 결국 그가 깎은 사과 한 조각에 손을 댔다.
"과일 안주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아뇨. 드시고 싶으시면 지금 드세요."
"예……."
1년간 함께 지냈지만 역시 익숙해지기 힘들다. 형제가 하나도 없는 외동인 나로서는, 아무리 성인
이 되었고 또 남들 앞에서 일처리에는 딱 부러졌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눅이 들었
고, 또 그들에게 의지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그리고 3남매의 장남이라는 그는 듬직한 큰형님 스타
일이었고, 나는 마치 철없는 막내 동생 같은 내 행동이 부끄러웠다.
"작가님도 한 잔 하시죠."
"어, 아직 대낮인데요?"
"남자끼리 이야기를 하려면 술 한 잔은 해야죠."
"예에-"
난 그가 따준 맥주캔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그도 한 모금 마시고는 사과 한쪽을 집어먹었다.
난 맥주캔을 내려놓고 포도 몇 알을 삼킨 다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 그 얘긴 천천히 하도록 하죠."
"아…… 예."
"작가님께선 부모님께 안 가보십니까?"
그의 물음. 난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 말했다.
"뭐…… 이번 구정 때는 찾아뵈어야죠. 그런데 그 전까지 집필도 끝마쳐야 하고……."
"제가 오랜만에 가니까 참 좋아하시더군요."
"아, 부모님이…… 부산에 계신다고 하셨죠?"
"예. 조만간 제 둘째 여동생이 유학에서 돌아오면, 같이 서울로 올라오실 겁니다."
"아…… 둘째 여동생 분께서 음악을 전공했다고 하셨죠? 그-"
"첼로를 전공했습니다. 이제 서울에서 콩쿠르에서 입상 경력을 쌓겠다고 하더군요."
"그런가요? 언제 시간이 나면 들으러 가봐야겠군요."
"그 애도 좋아할 겁니다."
"음, 그런데 그 분께서도…… 저보다 2살 많으시지 않으신가요?"
"괜찮습니다. 사회에서 나이차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각자 자신의 일을 가지고 사회인으
로서 역할을 다 하는 사람들은 다 동등하다고 보면 되니까요."
"그런가요."
그와 난 한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확실히 그는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것을
해보았고 더 많은 것을 겪어본 사람이었다. 4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지만, 그는 군대를 다녀왔
고 부모님과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다. 무엇보다도 그 4살차이, 즉 나보다 4년간 먼저 사회에서 쌓
았던 관록이란 큰 것이었다. 난 그와 이렇게 얘기를 나누며 또 한 번 느꼈다. 그를 만난 것은 나
에겐 행운이었다.
8개의 맥주캔이 거의 다 비었을 무렵. 난 포도 두 송이와 사과 3개를 다 먹고 입맛을 다시고 있
었다. 그런 날 보며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작가님은 정말 티가 많이 납니다."
"예?"
"외동이요. 늦둥이는 아니지만, 부모님 슬하에서 혼자서만 자랐다는 티가 많이 나는군요."
"어…… 그런가요?"
"예. 공적인 자리에선 그러지 않으시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나이가 많은 사람들 말엔 꼼짝도 못
하시더군요."
"그게 고민이죠. 쳇."
"하하하. 괜찮습니다. 그게 사교적인 측면에서 좋으니까요."
"그런가요?"
"예."
그리고 다시 대화는 잠시 끊겼다. 우리는 대화의 흐름이 끊길 때마다 자연스레 과일을 집어 먹거
나, 맥주를 마셨다. 마침내 그가 5캔, 내가 3캔을 마셔 맥주를 모두 마셔버렸다. 그가 잠시 몸을
움직여 소파에 등을 기댄 자세가 되었을 때, 내가 과일을 집어먹으며 말했다.
"그런데, 막내 동생 분께서는 무슨 일을 하시죠?"
"예?"
"생각해보니…… 둘째 여동생 분에 대한 얘기는 많이 했었는데, 막내 동생 분 얘기는……."
"작가님께 말씀드리기 부끄러울 정도로 한심한 놈입니다."
"아, 예……."
괜히 물어봤다고 생각하며 난 애꿎은 뒤통수만 긁적였다. 그런 날 보며 그는 푸념하듯 말했다.
"올해로 20살 되는 녀석인데, 재수를 하겠다고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더니 자기가 졸업한 학교의
후배 한 명한테 완전 빠져서는…… 고3인 여자애랑 같이 동거를 하고 있지 뭡니까."
"아…… 예."
난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난감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말했다.
"고3이라는 그 여자애는 도대체 뭘 믿고 그러는지…… 아 그리고 동거를 했으니 책임을 져야하지
않습니까? 직장은커녕 대학도 못 들어간 녀석이 어쩌려고…… 그놈만 생각하면 속이 탑니다."
"아…… 그래도 뭐 사랑한다는데……."
"사랑? 그놈은 아직 사랑다운 사랑 한 번 못해봤습니다. 그건 그 여자애도 마찬가지구요. 자기가
너무 좋다고 하니까, 또 얼굴도 반반하고 그러니까 그러는 거겠죠. 아직 여자애 부모님이 모르셔
서 그놈을 불러다가 혼쭐을 내주고 헤어지게 하려고 했는데, 아 이 못난 놈이 같이 어디론가 도망
을 가버렸지 뭡니까. 후우- 망할 놈."
"예……."
도대체 뭐라고 대답을 해드려야 하지? 난 습관처럼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 때, 그가 나에
게 물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작가님. 작가님 같으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 예? 뭘요?"
"제 동생 놈 처럼…… 만약, 그런 사랑에 빠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난 계속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이성적인 대답은 물론 서로의 미래를 위해 헤어진
다…… 겠지만, 왠지 그가 그런 답을 원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는 날 보며 그가 조
용히 말했다.
"작가님이 제 물음에 바로 떠오른 생각…… 그걸 가르쳐 주십시오."
"음…… 저 같으면 서로의 미래를 위해, 아무리 좋아도 헤어지는 게 맞을 것 같군요."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하긴, 내가 그라도 이런 대답을 들을 줄 예상했겠지. 그런데 난 문득 날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고
개를 돌렸다. 그는 날 보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왜 그러세요?"
"음…… 아무리 봐도 작가님께선…… 감정 결핍…… 이신 것 같습니다."
감정 결핍이라. 확실히 로맨스 소설을 쓰는 작가가 들을 만한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난 그다
지 기분이 나빠지지 않았다. 취해서일까, 아니면 그가 그런 소리를 했기 때문일까? 난 차분히 대
꾸했다.
"글쎄요……. 제가 특별히 감정이 메말랐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것을 지향하
는 저이지만, 이성과 감정, 즉 감성이 반대급부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서로 상쇄되는 요인들이죠."
그는 그렇게 말하며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고작 맥주 5캔에 취할 그는 아니었지만, 왠지 오늘은
취기가 오르는 것 같이 보였다. 그는 바로 옆에 있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다시 말했다.
"이성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가요?"
"예. 이성적인 사람도 언제든 감성적인 사람이 될 수 있고, 감성적인 사람도 언제든 이성적인 사
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감정 결핍은……?"
"이성적인 사람이 감성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사람이죠."
"제가 그런 사람이란 말입니까?"
"예."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시죠?"
"작가님의 글을 읽고 문하생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 느꼈고, 1년간 곁에서 작가님을 지켜보고 확신
하게 됐습니다."
"1년간 제가…… 감정 결핍자처럼 보였나요?"
"예."
그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고, 난 다시 기가 막힘을 느꼈다. 하지만 며칠 전처럼 그렇게 화
가 나진 않았다. 그래서 난 차분하게 대꾸했다.
"어째서 제가 그렇게 보인다는 거죠?"
"작가님은…… 완벽주의를 너무 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전 그다지-"
"일상생활에서는 털털하고 융통성이 있습니다. 대인관계에서도요. 하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부
분은 글을 쓸 때 말입니다."
"작가가 자신의 글을 쓸 때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만…… 작가님은 아직 고등학생같이 글을 쓰십니다."
"고등학생…… 같이?"
"문장의 완성, 앞뒤 관계…… 로맨스 소설은 논술이 아닙니다."
"하지만-"
"글의 형식도 중요합니다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에 담긴, 그러니
까 로맨스 소설의 경우에는, 감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국 그는 다시 그 <감정>을 들먹였다. 난 머리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내리며 말했다.
"저는 제 소설에 감정이 빠졌다는 말을…… 납득하기가 어렵군요."
"아니요. 작가님의 소설엔 감정이 들어있습니다."
"예?"
"그 감정은 소설 속 주인공들의 감정입니다. 작가님의 감정은 들어있지 않아요."
"후우- 좋아요. 그럼 일단 제 소설에 제 감정이 들어있지 않다고 치죠. 그런데 자신의 글에 꼭 자
신의 감정을 넣어야만 합니까?"
"자신의 글에조차 불만족스러운 작가가 다른 독자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겠습니까?"
"……두 가지 가정이 있군요. 자신의 글에 자신의 감정이 없으면 자기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다. 그리고 다른 독자들은 모두 어떠한 <만족>을 위해 글을 읽는다."
"맞습니다."
"그 <만족>이라는 것이, 일전에 말하신 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글 속에 담고, 그 감정을 다시 찾
을 수 있어야만 생기는 겁니까?"
"가짜 작가들은 다른 곳에서도 만족을 찾을 수 있죠. 물론 그 만족은 <가짜 만족>일 겁니다."
"좋아요. 후우…… 좋습니다. 그럼 제가 가짜 작가이고, 가짜 만족을 느끼며 글을 썼다고 하죠.
하지만 그런 글은 무조건 독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합니까? 그렇다면 독자들은 도대체 무슨 <만족>
을 얻기 위해 글을 보는 거죠?"
꽤나 현학적인 대화가 되어버린 것 같았지만 난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질문
하는 날 보고 그도 진지하게 대꾸해주었다. 어느새 우리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모든 종류의 글이 아닌, 이건 로맨스 소설에 국한된 일입니다. 로맨스 소설을 읽으려는 독자들
은 로맨스 소설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길 원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진실한 감정을 느
끼면, 그게 사랑이라면 그들도 사랑에 빠질 것이고 그게 슬픔이라면 그들도 슬픔에 빠질 겁니다."
"모름지기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대리만족입니다. 작가의 감정이 빠져있는 글이라 하
더라도, 소설 내의 주인공들이 나타내는 감정에 도취되어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 속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면 그들은 만족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만족감을 주기에, 제 소설은
충분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대리만족…… 물론 작가님 말씀도 맞습니다. 하지만 대리만족은 자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을 소설 내의 주인공들이 함으로써 느끼는 일종의 쾌감이라면, 로맨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그
런 쾌감이 아닌, 흔해빠진 이야기이고 자신도 겪어본 이야기이거나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반적인 사랑 이야기라도 그 속에 담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길 원합니다. 그리고 그 글에 감
정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은 작가밖에 없으니 즉, 독자들은 작가가 글 속에 담아놓은 감정을 느끼
기 위해 소설을 읽고, 또 거기서 만족을 느끼는 겁니다."
"계속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독자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작가는-"
"물론 가짜 작가이지요."
"……결론은 제가 가짜 작가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물론 지금의 이야기이지만 말입니다."
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날 보고 그도 따라 일어섰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적
거려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나에게 내밀었다.
"답답하시면 한 대 하십시오."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기에 난 담배를 받아 베란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도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
고는 함께 베란다로 나왔다.
창문을 열고, 치익.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와 나는 찬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웠다. 곧바로 뭔
가 이야기를 꺼내려 했지만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갑자기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군요."
"아뇨……."
"사실은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더군요. 1년 정도면 스스로 알아차리실 줄 알았는데……."
"스스로 자기가 가짜 작가라고 여기길 기다리셨단 말입니까?"
"뭐…… 그런 셈이군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 정리해서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니아니, 제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해
야 되는지를 모르겠군요."
그는 대답하기에 앞서 담배를 마저 피고 밖으로 대충 던져버렸다. 화단에 불이라도 나면 어떡하
지? 난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그의 말을 놓쳤고, 그래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예?"
"작가님 스스로 자신의 글을 읽어 보시라구요."
"아, 예."
"<냉정과 열정사이> 아십니까?"
"당연히 알죠. 로맨스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작가님 글로 각색해보세요. 느끼는 점이 있으실 겁니다."
"음…… 예."
"그럼 전 이만 나가 보도록 하죠."
"예?"
"작가님 혼자 계시는 게 더 좋으실 듯 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몸을 돌려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내가 당황해서 말했다.
"저, 그냥 가시게요?"
"어차피 다시 올 겁니다."
"아, 예……."
덜컹. 그가 갑작스레 나가고 나서 난 또다시 멍해졌다. 한참동안 또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던
난,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청소는 좀 해주고 가시지……."
.
.
.
中
"하, 하하……."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베란다로 나왔다. 그리고 거칠게 창문을
열어젖혔다. 찬바람이 몰려들어왔다. 일주일가량 혹사당한 내 몸은 금세 감기라도 걸릴 듯 으슬으
슬해졌지만 난 개의치 않고 찬바람을 맞았다. 머리가 띵했다. 마치, 뒤통수라도 한 대 세게 맞은
듯. 난 담배에 불을 붙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냥,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느새
담배 필터를 질근질근 씹고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난, 가짜 작가였다.
내가 쓴 책을 읽고,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다시 냉정과 열정사이를 내가 리메이크 해보고,
다시 글을 읽고. 그러기를 수십 차례 반복했다. 일주일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씻지도 않았고
글을 쓸 때는 깔끔해야 한다고 먼지 한 톨 없이 청소했던 집필실엔 맥주캔과 담배꽁초가 수북했
다. 하지만 난 거기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자판을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느껴지는 자괴감과 실
망감……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감정들.
내가 여태 작가로서 살아왔던 몇 년간의 시간들, 내 꿈, 내 미래……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
졌던 자부심…… 아니, 자존심……. 그 모든 것이 깡그리 부정되었다. 남이 부정해준 것도 아니었
다. 일주일간 폐인처럼 그렇게 몰두해 내 스스로 부정했다. 지금, 22살, 나의 모든 것을.
"하, 하하하……."
힘없는 웃음. 툭, 하고 담배가 떨어진다. 난 벽에 기대어 스르르 무너졌다. 눈물이 나온다. 내가
울어본 적이 있던가? 없다. 지금도 이렇게 힘겹게 눈물을 참고 있지 않는가. 아무리 힘들고 슬퍼
도, 다 큰 사내 녀석이 뭘 질질 짜냐며 스스로 참아왔지 않은가.
"그런데…… 정말…… 울고 싶다……."
그래도…… 정말 울기 싫다. 이대로 무너지기 싫다. 명색이 천재 작가였잖아? 가짜였지만, 그래
도 내가 최선을 다했었잖아? 그 모든 게, 그 모든 게 비록 하등 쓸모없는 일이었다 해도…… 후회
하지 않았잖아?
천천히, 벽을 짚고 일어선다. 그러다 멈칫, 다시 허리를 굽혀 떨어진 담배를 집어 들었다. 필터
에 가득한 이빨자국. 난 그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후우-"
담배 연기가 한숨과 섞여 흘러나왔다. 난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재도 털지 않고 계속 담배를 피웠
다. 마침내 필터까지 다 타 손가락이 뜨거워질 무렵, 난 담배를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다 삭아버
린 재들의 비상.
난 이제, 진짜 작가이고 싶어졌다.
이대로 좌절하고 싶지 않다. 글을 쓰고 싶다. 진짜 글을. 내 감정이 담긴 글을.
"하하……."
그렇게 비참한 기분을 다 타버린 담배와 함께 날려버린 난, 다시 집필실 안으로 들어섰다.
다시 시작할 시간이다.
.
.
.
"여보세요?"
「아, 작가님 아직 안 주무셨습니까?」
"아…… 예."
「혹시 집필중이십니까?」
"예."
새벽 3시 반. 갑자기 걸려온 그의 전화. 그는 내가 집필중이란 말에 잠시 침묵했다. 난 기다렸지
만 그는 계속해서 침묵했다. 그러다 그 침묵에 덧씌워진 망설임을 알아차린 내가 먼저 입을 열었
다.
"물어보시기가 좀 그렇죠? 하하."
「아, 저…….」
"예. 저 가짜 작가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뇨. 오히려 제가 죄송했습니다. 아, 지금은 너무 감사합니다."
「예?」
"아직까지 제목도 못 정했습니다. 3일이나 지났는데요. 첫 문장이나 스토리 라인부터 정해보려 했
지만 그것도 안 되더군요. 무엇보다도 제 손가락은 자판만 두드릴 줄 알지 닫힌 제 감정의 문을
두드릴 줄은 모르더군요. 며칠째 모니터엔 하얀 백지만 떠 있습니다."
「글을…… 쓰실 겁니까?」
그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 떨림에 난 문득 깨달았다. 그도 나와 같은 좌절을 느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는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지 않다. 아니,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전부
를 자기 스스로 부정했을 때의 충격. 그는 극복하지 못했다. 나보다 더 대단한 작가인 그가.
하지만-
"예. 진짜 글을 써볼 겁니다. 형편없는 문장에 진부한 소재로라도요. 문법 설명이나 주제 설명이
하기 쉬워 국어 교사들이나 좋아할 법한 이전의 글들이 아닌, 진짜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제 감
정이 담긴 글을요. ……전 다시 시작할 겁니다."
난 아니다.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난 조용히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린 후, 수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
리가 다시 들려왔다.
「도와드릴 일이 있습니까?」
딱딱한 그의 목소리. 지금 그는 어떤 심정일까? 하지만 난 그에게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말했다.
"솔직히 어떻게 글을 써야할 지, 막막하군요."
「그러실 겁니다. 그럼 내일 뵙지요.」
"아, 예."
「이제 그만 자 두십시오. 몸 상하십니다.」
"예."
딸칵. 전화기를 내려놓은 난 다시 작업실로 발을 옮겼다.
모니터에 떠 있는 것은 여전히 백지. 난 한숨을 내쉬며 컴퓨터를 껐다.
아무런 생각 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
.
.
그는 11시 반쯤에 역시 알아서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때마침 점심을 먹기 위해 내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요리인 달걀프라이를 하고 있었고, 그는 별 말없이 대신 요리를 시작했고, 난
식탁에 앉아서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난 열흘 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하게 되었
다. 그가 여전히 별 말없이 설거지까지 다 한 후, 난 작업실에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곧이어 작
업실로 들어온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휴. 치우려면 고생 좀 하겠군요."
그러곤 그는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마침내 작업실에 여기저기 떨어져있던 귤껍질이나 포도껍질,
담배꽁초, 맥주캔 등이 말끔히 사라졌다. 난 늘 집필을 하던 워드 프로그램을 열었다. 곧이어 난
새문서를 켜 놓고 멀뚱멀뚱 그를 바라보았다.
"쓰신 글은……?"
"이게 답니다."
말 그대로 백지가 다였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제 말씀하신 그대로군요. 제목도, 첫 문장도, 스토리라인도 없이."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죠?"
"감정 결핍자는 진짜 작가가 될 수 없습니까?"
"……왜 물으시죠?"
"될 수 없다면 포기해야 될 것 같아서요."
내 입에서 나온 포기란 단어에 그는 움찔했다. 하지만 그는 자연스레 고개를 저었다.
"누구든 진짜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감정 결핍자라도 글을 쓸 때만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면-"
"그건 감정 결핍자가 아닐 듯 하군요."
"흠- 뭐, 감정 결핍자를 탈피하시면 될 것 같군요."
"그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내 말에 그는 날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난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22년간, 제가 울어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감정이요? 불러 일으켜보려 해도 일으켜
지지가 않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난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전 주저앉기가 싫습니다. 제 스스로 절 부정하고, 예 심하게 말하면 제 스스로를 쓰레기로 만들
었지만 전 그대로 폐기처분되기 싫습니다. 재활용 되고 싶습니다. 아주 멋진 걸로요."
그는 내 비유에 잠시 동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곧, 그는 폭소를 터뜨렸다. 1년
이 넘게 그와 함께하면서, 그가 그렇게 웃는 것을 처음 본 난 멍해졌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날 보
고 한참 더 웃고 나서,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멋집니다. 하하하."
"아, 예……."
"그럼, 시작해보죠."
"예?"
"각오는 이미 단단히 되 있으시군요. 작가님은 역시 저같이 한심한 놈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
부터 진짜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봐야겠죠."
그 말에 난 눈을 번뜩였다. 그래. 지금부터다. 그는 역시 나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
다. 난 힘찬 어조로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되죠?"
그 또한 힘찬 어조로 대꾸했다.
"우선…… 밖으로 나가죠."
"예?"
"감정을 얻으러 가야죠."
"아, 예-"
감정을 얻으러 간다? 갑자기 불길함이 날 엄습해왔다. 뭘까?
.
.
.
"……이게 뭡니까?"
"뭐긴 뭡니까. 만화책이죠."
"혹시-"
난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 그가 내민 만화책을 바라보았다. 이건…… 하나같이 곱상하게 생긴 남
녀주인공들이 나와 아무런 의미 없이, 별다른 이유 없이 엄청난 우연의 연속 끝에 눈물만 펑펑 흘
리다 결국은 별 의미 없이 끝나버리는……,
"예. 순정만화입니다."
"그럼 저기 이걸-"
"예. 읽으셔야죠. 아, 캔디부터 읽으셔야 되겠군요."
"……."
묵묵히 앉아서 30분을 읽었다.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그도 내 옆에 앉아 만화책을 쌓아두고 보
고 있었다. 난 최대한 지나가는 말처럼 들리도록 시선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혹시 순정 만화책 많이 보셨습니까?"
"다 읽어 봤습니다."
<다>라는 것은…… 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맏형같이 듬직하던 그의 이미지에 조금씩
금이 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미지에 가차 없는 망치질을 시작하려
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지겨우신가 보군요."
"……솔직히 이걸 읽고 왜 울어야 하는지 의문스럽군요."
"그럼, 가시죠."
"예?"
.
.
.
"역시-"
"예. 보셔야죠."
비록 로맨스 작가라고 하더라도 난 그리 문화생활을 하는 편이 아니었다. 솔직히 내 소설이 베스
트셀러가 되면서 다른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다. 영화나 뮤지컬? 볼 시간이 어디 있는가?
글 쓸 시간도 없는데 말이다.
"재미있을 것 같군요."
"차라리 슬픈 영화를 보는 게-"
"남자 둘이서 같이 보면 좀 그렇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작가님은 공인이십니다."
"……."
아무 내용 없는 영화.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영화. 조폭들이 나와서 뭐라고 하긴 하는데, 이건 무
슨…… 완전 비상식의 향연이었다. 난 저걸 보고 주위 사람들이 왜 웃는지, 그리고 내가 왜 웃어
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가 끝난 후, 그가 조용히 말했다.
"역시 이걸로도 안 되겠군요."
난 이제 그의 행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다음엔 또 어딜 가려고 하는 걸까?
.
.
.
"작가님도 성인이시지요."
"아, 저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출판사와 회식 때 몇 번 와보지 않았습니까?"
"그, 그래도 그땐 사람들이랑 많이 와서-"
"자자, 들어가시죠."
이번만큼은 도저히 못하겠다. 그와 하루 종일 순정 만화도 보고, 이해 못 할 영화도 보고, 뮤지컬
도 보고, 뭐 연인들끼리 가는 곳에 가서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도 보고, 시내 한가운데서 공연하
는 것도 봤다. 하지만 그걸 보면 볼수록 난 시간, 노동력, 돈의 낭비라는 생각만 들었고, 그런
날 보며 그는 <역시 감정이 메말라 계시는군요. 안되겠습니다. 조금 더 강한 방법을 써야겠군요>
어쩌고 하면서 결국-
"아니 그래도 감정을 이끌어 내려고 단란주점을 오는 건 좀…… 아니, 좀이 아니고 솔직히 아주
비상식적인 일인 것 같은데요?"
"상식의 틀은 늘 깨지라고 존재한다고 누군가가 말했죠."
그 누군가는 상당히 세상 살기가 팍팍했을 것이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결국 그에게 이끌려 단란
주점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의 이미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리고 난 이게 옷을 입은 건지 벗은 건지 구분이 안 되
는 아가씨들 사이에서, 태연히 노래를 부르는 그를 보며 조각난 이미지를 다시 붙일 마음이 싹 사
라짐을 느꼈다.
.
.
.
눈을 떴을 땐 이미 오후였다. PM 2:00이라는 알람시계를 본 난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몇 시까
지 마셨더라? 술값은? 지금 내가 집에 있긴 한 건가? 모텔로는 안 갔었던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교차했다. 난 지끈거리는 머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난 내 방의 침대에 정상적으로(?) 잔 것 같았다.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의외로 방은 멀
쩡했다. 정돈된 흔적. 난 잠옷차림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확 풍겨오는
냄새. 그는 날 보더니 말했다.
"지금쯤 일어나실 줄 알았습니다."
"아, 예……."
난 별 말없이 세면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부스스한 모습을 어느 정도 없애고 나오자, 식탁엔 어느
새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난 머리를 꾸벅해보이고는 그가 만든 해장국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한동안 달그락거리는, 수저 놀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내가 먼저 밥을 다 먹자 그는 냉수 한
잔을 떠다 주고는 뒷정리를 시작했다. 그와 난 어느새 암묵적으로 어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난 그의 금이 간 이미지를 다시 떠올리기 싫었고, 그도 끝까지 뻣뻣한 나 때문에 꽤나 고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설거지를 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준비 하십시오."
"예? 뭘요?"
"오늘도 나가셔야죠."
"아…… 예?"
"감정을 찾으셔야 할 것 아닙니까. 오늘은 다른 곳을 둘러보도록 하죠."
……신이여.
.
.
.
분위기 좋은 카페, 감동적인 영화, 새로 나온 베스트셀러, 유명한 뮤지컬, 콘서트장, 그리고 <도
저히 안 되겠군요. 좀 강한 수를 써야겠습니다>어쩌고 하는 그의 말과 함께 이어지는 안마 시술
소, 단란한 여자들이 많은 술집…… 난 새벽 5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오늘은 끝끝내 술
을 거부한 덕분에 맨 정신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술을 다 마셨지만 그 대단한 주량
덕분에 그렇게 크게 흐트러진 모습이 아니었다. 내가 힘겹게 침대에 눕자, 그가 말했다.
"아무래도 이런 식으론 안 되겠군요. 하긴. 제가 봐도 장난 같은 방법이긴 했습니다."
어제 오늘 술값으로 50만원 가까이 날렸는데, 장난 같은 방법? 난 한숨이 나왔다. 그런 날 보며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푹 주무세요. 내일은 안 나가봐도 될 것 같습니다."
"어쩌시려구요?"
"글쎄요. 우선…… 작가님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 같군요."
"예……."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탁. 그는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갔다. 난 눈을 감았다. 몹시 피곤했다. 난 곧바로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그가 순정만화를 읽으며 펑펑 우는 모습이 나왔다.
나 이거 원…….
.
.
.
"잠을 설치셨습니까?"
"아…… 꿈자리가 좀 사납더군요."
내 말에 그는 그냥 그런가? 하는 표정으로 점심을 준비했다. 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TV를 틀었
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 가운데서 그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하죠?"
"제가 묻고 싶은데요. 혹시 순정만화를 또 봐야 됩니까?"
"보고 싶으십니까?"
"……차라리 잠을 좀 더 자는 게 낫겠습니다."
내 말에 그는 피식 웃더니 식탁 위에 반찬과 국, 밥을 하나 둘 씩 놓기 시작했다. 난 채널을 돌리
다 으레 보는 스포츠 채널을 틀었다. NBA가 한창이었다. 밥상이 다 차려지자 난 밥을 먹으면서도
TV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런 날 보며 그가 말했다.
"농구 좋아하시지요?"
"예."
"농구라도 한 번 해 보시죠."
"뭐, 고등학교 이후로 안 해서요…… 뭐 피곤하기도 하구요."
"그러십니까. 흠."
그리고 그와 난 묵묵히 밥을 먹었다. 빠르게 식사를 마친 난 다시 농구를 보았고, 그는 설거지
를 했다. 그러다 그가 문득 입을 열었다.
"저 잠시 어딜 다녀와야겠습니다."
"어디를요?"
"막내 놈을 좀 만나보려구요. 한 며칠 걸릴 것 같습니다."
"아 예……."
"뭐, 가볍게 다녀오면 될 테니…… 도움을 드려야 할 텐데, 죄송하게 됐습니다."
"뭘요."
그는 설거지를 끝내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몇 가지 짐을 챙긴 그는, 다녀오겠다고 말하곤 알아
서 문을 잠그고 나가버렸다. 홀로 집에 남겨진 난,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이 집 주인은 내가 아닌 것 같단 말이야? 나야 뭐 편해서 좋지만. 휴…… 그나저
나 이젠 뭘 하지?"
혼자서 순정만화를 보러 가야하나? 난 고개를 저었다. 이거 원. 꿈을 꾼 이후로 계속 순정만화 생
각밖에 나질 않으니……. 이러다가 순정만화 공포증 생기는 거 아냐? 난 별 시답잖은 생각을 하
며 혼자 피식거리며 웃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난 TV를 끄고 이틀간 들어가지 않았던 작업실 문
을 열었다.
"막막하네……."
난 인터넷을 뒤적였다. 막연히 <감동>이라는 단어를 쳐봤지만 볼 만한 것은 없었다. <감정>이라
는 단어를 쳐보았다. 무수히 많은 자료들. 난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적이
다가, 난 오랜만에 메일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책에 관련된 정보가 적힌 메일만 잔뜩
와있었다. 하나하나 읽어보려다가 전체 삭제를 누르려던 난, 일반인의 이름으로 <작가님에게>라
는 제목의 글을 보고는 멈칫했다. 스팸메일인가? 아니지. 내가 작가라는 걸 알 리가 없는데? 난
내 이메일이나 집주소 등, 개인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었다. 그럼 나를 아는 사람인가? 메일은 약
이주일 전에 온 것이었다. 난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 메일을 클릭했다.
<안녕하세요? 우연히 작가님의 메일 주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가님의 글의 애독자이며,
작가님 같은 작가를 꿈꾸는 고등학생입니다.>
"나 같은 작가라…… 안 되는 게 좋을 텐데."
난 그렇게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계속해서 메일을 읽어 내려갔다.
<작가님께서 자주 다니시는 카페에서 활동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옛날에 연
재하신 글을 그 당시에 읽었었는데, 그 내용이 작가님이 출판하신 책에 자주 언급되기에 알아보
니 그 아이디가 작가님 것인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도 뜸하긴 하지만 활동하시더군요.>
"아아…… 그 카페였군. 아이디를 운영진 공개로 바꿔야하나."
<한 달 전쯤에 사연이나 소재 등을 글로 써 주신다고 하셨죠? 늦었을지 모르지만, 이제야 그 글
을 봐서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아차. 그랬었군. 젠장, 이거 깜빡하고…… 욕 많이 먹었겠는 걸? 쳇."
<저는 지금 19살입니다. 이제 고3이죠.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젠 공부를 제외하곤 다른 일은 일체 신경 쓰지도, 하지도 않습니다. 매일 밤 10시까지 학교에 있
다가 마치고 바로 학원을 갔다 집에 도착하면 새벽 2시지요. 매일매일 피곤하게 삽니다. 그런데
저에게 유일한 낙이 있습니다. 주말마다 짬을 내어 시내의 커다란 서점에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적혀있는 소설을 삽니다. 그 중에 작가님의 소설도 있죠. 어쨌든 전 그
소설책을 사 월요일 점심시간이 되면 병원을 간다고 늘 선생님께 거짓말을 하고 밖으로 나갑니
다. 그리고 우체국으로 달려가죠. 그리고 어떤 주소로 그 소설책을 보냅니다. 발신인은 일체 알
수 없게요.
예. 이 글을 보시면 웃음이 나오실 겁니다. 작가님이 고3때 했던 일을, 제가 그대로 하는 거죠.
작가님의 실제 경험담이라고 하셨던, 소설에서 본 구절을 보고 저도 똑같이 따라 해보고 있습니
다.
상대방은…… 저에게 어떤 사람인지 당연히 짐작하시겠죠?
이 이야기…… 작가님이 19살 때 쓰신 글입니다. 제가 16살 때 이 카페에서 작가님의 글을 읽었
었죠.
작가님. 혹시 이 이야기를 까먹으셨나요?>
그 이후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하, 하하…… 하하하하……."
웃음이 나온다. 힘없는 웃음.
난 지난 3년간 뭘 하고 지냈을까?
베스트셀러 작가…… 늘 글을 쓰느라 바빴지. 난 지난 3년간 가짜 작가가 이냐. 난, 난…… 아
예 나 자신을 잊고 살았어. 그래. 겉으론 아닌 척해도 결국엔 나도 속물이었어. 그래, 그런 거였
어. 신문에선 늘 내 책에 대해 극찬을 해주고, 남부럽지 않게 벌리는 수입. 난 내가 원하는 걸 뭐
든지 할 수 있었지만 더 많은 것을 원해 늘 힘겹게 글을 썼다. <편집부에 한 번도 글을 맡긴 적
이 없는 작가>, <뛰어난 문장력의 작가>, <글의 구성만으로 이미 그는 천재 작가이다> 따위의 찬
사에 우쭐해서, 글을 좀 더 잘 써보려고 애를 썼지. 그리고 늘 참신한 소재 등 사람들을 놀라게
할, 이슈가 될, 센세이션을 일으킬 내용을 찾느라 진땀을 뺐지. 그런데 그걸 보면 눈물이 날까?
과연 사랑을 떠올릴 수 있을까?
19살 때의, 첫사랑에게 발신인 없이 책을 보내곤 하던 나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디로 사라지고, 이젠 사랑이 뭔지…… 눈물이 뭔지 아리송한, 이런 딱딱한 녀석만 남았을까?
"하하하하……."
난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숨 막히게 웃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
다. 옷을 입고, 지갑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정신없이 달렸다. 내가 도착한 곳은 분위기 좋은 카페도 아니고 유명한 맛집도 아니었다. 길거리
의 한 포장마차. 난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 안주 하나와 소주 두 병을 시켰다. 그리고 난 홀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하하……."
웃음은 쉴 세 없이 흘러나왔다. 난 그렇게 넋을 잃은 듯 웃음을 흘리며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
다.
취하지 않으면, 눈물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이었다.
.
.
.
下
"하하, 하하하…… 으하아-"
비틀비틀. 어지럽다. 난 분명히 똑바로 걷고 있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길들이 하도 빙글빙글
돌아서 나도 결국 빙글빙글 걷게 되었다. 그 결과로, 난 벌써 세 번이나 볼썽사납게 넘어졌다. 하
지만 개의치 않았다. 벌써 11시가 넘었다. 내가 도대체 포장마차에서 몇 시간이나 있었는지, 혼자
서 소주를 몇 병이나 마셨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상과안 없지이이-"
허공에 붕 뜬 기분이었다. 넘어질 땐 아팠지만, 일어설 땐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아마도 내일 일
어나보면 멍이 잔뜩 들어 있겠지.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래, 무슨 상관인가. 난 지난 3년간 정말
이지 <아무것도>아니었는데.
3년 전, 책을 출판하기 시작한 이후로, 그러니까 그 가짜 글을 쓰기 이후로 난 나 자신을 잃어버
렸다.
"우으으음-"
난 비틀비틀 걷다가 이대론 도저히 집까지 멀쩡하게 갈 수 없다고 판단되어, 근처의 벤치에 앉았
다. 하지만 찬바람에 난 덜덜 떨며 벤치에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지나가는 행인
에게 웃음거리가 되어주던 난, 근처의 공중전화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끼이익, 철컥. 밤바람은 매서웠다. 공중전화 박스 안에 들어와 문을 닫아 바람을 막자 갑자기 주
위의 온도가 올라간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난 공중전화에 대충 몸을 기대고 주머니에서 휴대폰
을 꺼내었다. 별 의미 없는 문자와 그다지 연락해줄 필요성을 못 느끼는 번호가 찍힌 부재중 전화
들. 난 몽롱한 정신 속에서, 아니 정확히 정신없는 상태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문득 내일 해
장국을 끓여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난, 갑자기 내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푸하하하하-"
이유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혼자선 해장국도 못 끓여먹는 놈. 그러고 보니 오늘 점심때 그와
의 대화가 떠오른다. 농구? 미치도록 좋아했지. 그러면 뭐해. 가짜 작가가 된 이후로 때려치웠는
데. 첫사랑? 까맣게 잊고 살았지.
첫사랑…….
난 어느새 나도 모르게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의 목록을 뒤적였다. 고3때부터 쓰던 휴대폰이었
고, 특별히 번호 관리를 안 했기 때문에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조차 까마득한 옛 친구들
의 번호도 저장되어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목록을 뒤지다가 ㅎ부분에 왔을 때.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난 한동안 가만히 그 번호를 쳐다보았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휴대폰을 그냥 닫아야 되
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내 손은 내 의지를 거부했다. 그리고 난, 품속에서 100원 짜리 하나를 꺼내
었다. 철컥. 공중전화의 수화기를 집어 든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100원짜리를 넣는다. 뚜우
우- 신호음이 잡힌다. 그리고 난 휴대폰을 쳐다보며 번호를 하나하나, 꾹꾹 눌렀다. 곧이어 들리
는 컬러링. 난 가만히 있었다. 꿈을 꾸는 것 같이 몽롱했다. 갑작스레 잠이 쏟아졌다. 난 하품을
하며 수화기를 들고 있는 내 손을 노려보았다. 이놈의 손은 늘 자기 마음대로다. 가짜 글을 적을
때처럼.
「여보세요?」
잠이 확 달아났다.
나도 모르게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던 오른손은 황급히 움직인 왼손에 손목이 잡혀 그대로 내 귀
에 수화기를 대고 있었다. 그리고 반쯤 벌어졌던 입은 행여 숨소리나 낼세라 굳게 닫혔다. 그리
고 난 그대로 석상인 마냥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낯익은 억양. 서울에 올라와 3년간 듣지 못했던 고향의 억양. 그리고 목소리. 예쁘장한 목소리였
다. 어쩌면 평범한 목소리. 하지만, 하지만-
너무나도 뚜렷하게 기억이 나는 건 왜일까?
3년이란 시간. 낭만주의자였던 날 감정 결핍자로 만들고,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작가
가 되길 꿈꾸었던 날 가짜 작가로 만들어버렸던 그 무서운 시간. <망각>과 <변질>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3년이란 시간. 가슴 속의 감정과 머릿속의 기억마저 다 말려버린 그 3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 선명히 기억나는 저 목소리. 그리고 서서히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내 심장. 갑자기 온
몸에 여태껏 굳어있던 피가 통하는 듯한 기분. 손이 떨린다. 갑자기 주변이 추웠다가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왜 이러지? 내가 왜 이러지?
세 번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누구-」
곧이어 뚜우- 하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끊겼다. 공중전화에는 30이라는 숫자가 깜빡거리고 있
었다. 돈이 다 된 것이었다. 난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난 천천히, 벽에 등을 기댄
채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더러운 공중전화 바닥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참아보려고 했지만 꺽꺽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 서러운 소리로 변해버린 울음이 터져 나왔다. 꼭
꼭 눌러 참았던 눈물이 눈꺼풀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그러다가 또르르, 뺨을 타고 흐른다. 심장
은 미친 듯이 뛰고 있다.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다. 이 느낌. 이 떨림.
그리고 갑자기 날 엄습하는, 이 미칠 듯한 감정들.
서글픔, 애끓음, 슬픔, 보고 싶다…… 보고 싶다…… 풍요로운 줄 알았던, 그러나 사실은 혹독했
던 그 시간의 흐름에 잊혀졌다 생각했는데…… 내 심장은 기억하고 있었구나, 너를……. 그래,
이 그리움. 이 사무치는 그리움. 아무 이유 없이, 아무 부끄럼 없이 순수하게 사랑을 말할 수 있
었던 그 때, 3년 전의 나는 이제 찾을 수 없는 모습이라 여겼는데, 그랬는데 그게 아니었다.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연결고리. 그녀. 나의 첫사랑. 그리움의 주인공. 그 시
절, 무수히 많은 비유로 표현되었던 너.
그리고, 지금은…….
말라버린 내 감정의 샘을 다시 솟아오르게 하는 사람.
.
.
.
"그녀, 감정 기폭제."
제목을 정한 난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드렸다. 밥도 먹지 않았다. 숙취로 속은 쓰렸고 머리는 지끈
거리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빌어먹을 알코올이 이제야 머릿속을 적시는 듯했다. 하지만 상관없
었다. 시놉시스? 필요 없다. 첫 단어가 첫 문장이 되고, 첫 문장이 마지막 문장이 되고, 마지막
문단이 첫 문단이 되고, 첫 문단이 마지막 문단이 되고, 마지막 문단이 첫 장이 되고, 첫 장이 마
지막 장이 되고……. 1시간, 2시간, 3시간…….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그리고 분량은 100페이
지, 200페이지, 300페이지……. 흐르는 시간과 페이지 수는 비례관계가 아니라 마치 기하급수적
인 관계 같았다. 1000페이지를 쓰는데 한 달씩 걸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감정의 홍수
들 속에서, 난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열띤 어조로 대사들을 토해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문장
을 쓰려고 애쓰지 않았다. 난 단지 주인공들의 행동만을 역동적으로 그려내었다. 그들은 웃고, 울
고, 뛰고, 구르고, 가끔은 날고 싶어 했고, 그러다가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또 다시
만나고, 후회하고, 망설이고, 속삭이고, 소리치고, 그래. 사랑을 소리쳤다. 아니아니, 사랑을 외
쳤다. 비록 세상의 중심은 아닐지라도.
11시간이 흘렀다. 체력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이젠 밥을 먹어도 위장이 받아 줄 지 의문이었
다. 병원에 실려 가야 할 판이었다. 아니, 그 전에 한숨 푹 자야만 했다. 난 침대로 가지 않았
다. 휴대폰을 붙잡았다.
아직, 내 번호가 저장되어 있을까?
3년이란, 아니 18살 때 고작 2주정도 통화하곤 연락을 끊었으니 햇수로 4년이 지났다. 번호는 그
대로지만 휴대폰을 바꿨다면 내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비록
난 그녀에게 아무 의미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도 어쩌면 조금은 눈치 채고 있었을 지도 모르
지. 어쨌든 그녀를 좋아한다는, 그 무수히 많은 남자애들 중에서 그나마 내가 가장 책에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을 테니. 그러고 보니 그때의 기억이 걷잡을 수 없이 떠올랐다. 마치 아주 오
래된 벽장에 숨어있다 한꺼번에 뛰쳐나오는 것 같이. 그때 내가 그녀의 집주소를 어떻게 알았더
라? 그래, 그녀와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 한 놈에게 졸업 앨범을 받아 주소를 몰래 적었었지. 그리
고 집으로 전화를 했었지. 그리고 뭐랬더라? 하여튼 걸걸한 목소리로 "거기 세대주 되십니까?" 어
쩌고 하면서, 설문조사인 척 하면서……. 거기 최근에 이사한 집입니까? 아, 10년 이상 사셨다구
요? 네 알겠습니다. 10년 이상 살았다면 그녀의 집일 테니까. 그리곤 발신인 없이 책을 보내기 시
작했지. 매월 20일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그 중 그녀의 생일이 끼어있었으니까. 고3이 돼서 그
럴 시간이 어디 있었냐고? 지금의 나로썬 이해가 안 될지 몰라도, 그땐 그게 내 인생의 낙이라고
봐도 됐었지.
난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앞이 띵했다. 하지만 난 밖으로 나왔다. 난 실내에서 입는
체육복에 반팔 차림이었고, 밤바람에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하지만 난 한동안 묵묵히 걸었다. 주
머니 속의 손은 100원짜리 하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
운 공중전화에 도착한 난, 다시 수화기를 들고 동전을 넣고 그녀의 번호를 꾹꾹 눌렀다. 휴대폰
을 가져올 필요도 없었다. 번호는 선명하게 기억났다. 어젯밤에 전화해봐서가 아니었다. 15살 때
휴대폰을 사 그 이후로 휴대폰에 번호를 저장하면서, 난 굳이 다른 사람의 번호를 외울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하지만 외우려고 외우는 게 아니라 잊혀 지지가 않아서 외우고 있는 번호가 딱 하나
있었다. 밤마다,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누르던 번호. 그리고 들려오는 컬러링 소리에, 조용히 너와
의 대화를 생각하며 혼자 짓던 그 웃음. 아무런 사심 없던 그 웃음.
이제는 지을 수 없는 그 웃음.
「여보세요?」
"……."
「여보세요? 응? 아 몰라. 이거 또 장난전화 같은데?」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곧이어 그녀의 친구로 들리는,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난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짜고짜 들려오는 욕설. 그래. 그때도 그녀의 친구들은 참……. 후
후후. 그러다 난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기요."
「이딴 짓이나…… 어, 어?」
장난전화라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들려오자 놀란 모양이었다. 곧이어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내가 뭐라고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뚜우- 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
다. 그리고 30원이 남았다는 표시. 난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수화기를 들고 있던 난, 이미 끊겨
진 수화기에 대고 중얼거리듯 입을 움직였다.
"보고 싶……."
세상이 노랗게, 파랗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얗게 보였다.
춥다. 그런데, 가슴은 너무 뜨거워 미칠 것 같다…….
.
.
.
"정신이 드십니까?"
"……여기가 어디죠?"
"병원입니다. 나 참.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멀쩡한 집 전화랑 휴대폰을 놔두고…… 공
중전화에 가시다뇨. 그것도 그 날씨에 그 차림으로. 그리고 의사 말로는 과로에다가 하루 종일 아
무 것도 먹지 않은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 의사, 돌팔이는 아니시네요."
"그래, 나 돌팔이 아닐세."
마지막에 들려온 의사의 목소리에 난 화들짝 놀랐고, 그런 날 보며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
를 저으며 피식 웃어버렸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의사가 나에게 다가와 날 훑어보며 말했다.
"기절했다가 곧바로 잠이 들었네. 뭐, 말하는 걸 보아하니 정신은 멀쩡한 것 같구먼."
"아, 저기-"
"됐네. 나 돌팔이 아닌 거 맞으니까."
"죄송합니다……."
그런 내 모습에 그는 다시 웃어버렸고, 의사도 허허 웃더니 말했다.
"오늘 하루는 병원에서 푹 쉬고 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밖에서 몸보신 겸 비싼 죽이라도 한
그릇 사 먹던가. 돈 많은 작가니까 말일세."
"아…… 예?"
"내 딸이 고등학생인데, 하도 자네 책을 사달라고 졸라서 말일세. 작가 프로필에 있는 얼굴을 질
릴 정도로 봤으니 말일세. 딱 보니까 알겠더구만. 그리고 이 청년 작품도 다 읽어봤고."
"예……."
난 머쓱해져서 으레 그러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의사에게 지금 나가겠다고 하곤 나에게 눈짓
을 했다. 내가 일어서서 옷을 갈아입자, 그는 의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금방 옷을 갈아입고 나
가자, 의사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이 날씨에 반팔이 뭔가, 반팔이."
"아, 저……."
"일단 바로 차에 타고 집에 갈테니, 괜찮습니다."
"그래, 푹 쉬면되니까 걱정은 말고. 그럼 어여들 가. 난 돌팔이가 아니라 다른 환자를 계속 봐야
해서 말일세."
"……예."
짓궂은 의사의 말에 난 고개를 푹 숙이며 병원 밖으로 나왔다. 아아, 정신을 차리자마자 어쩌자
고 그런 얘길 했을까.
"어쩌자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그런 얘길 하셨습니까."
"……저도 지금 제가 왜 그랬을까 고민이에요."
그와 난 차를 타고 근처의 커다란 죽 전문점으로 갔다. 난 영양죽을 세 그릇이나 비웠고, 그런
날 보며 그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음…… 일단 집에 가서 말씀드리죠."
"예?"
"가 보시면 알아요."
그는 갸우뚱 하면서도 계산을 하고는 차를 몰고 왔다.
10여분 만에 집에 들어온 그는, 엉망진창이 된 내 방을 보고는 혀를 찼다. 그는 청소를 하려고
했고, 난 그런 그를 붙잡고 작업실로 들어갔다. 컴퓨터를 켜는 날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는,
곧 놀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예. 글을 썼습니다."
내가 문서를 열자, 그는 스크롤을 한번 쭉 내려 보고는 놀라서 말했다.
"이틀 만에…… 천 페이지나 쓰신 겁니까?"
"아뇨."
"예?"
"어제 하루 동안 쓴 겁니다."
"하, 하하…… 시놉시스는 어디 있습니까?"
"없습니다."
"없다구요?"
"예. 그냥 썼습니다. 뒤도 안 돌아보고요."
내 말에 그는 스크롤을 다시 첫 페이지로 올렸다. 그렇게 잠시 머뭇거리는 그를 보던 난, 아차 하
는 심정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는 고맙다는 의미로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의자에 앉았다. 그
리고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며 내가 쓴 글을 읽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글을 읽는 그를 보고, 난 작업실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5시. 기절했다가 바로 잠들었다고 했었지? 빌어먹을…… 도대체 몇 시간을 잠으로 때운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다시 몸이 나른해짐을 느꼈다. 찬바람 없이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
는 오후의 햇살은 따스했고, 소파는 푹신푹신하고, 방금 켠 TV에선 재미없는 시사 프로만 나오고
있다.
"낮잠 자기 딱 좋네……."
난 소파에 웅크린 채, 잠이 들어버렸다.
꿈속에서 난 한참동안 공중전화 앞을 서성였다. 그런데 공중전화엔 순정만화를 읽고 있는 어떤
아줌마가 계속 통화를 하고 있었고, 결국 날이 샐 때까지 난 공중전화 뒤에서 서서 기다렸다.
……순정만화 공포증에 진짜 걸려버린 걸까?
.
.
.
낮잠을 자다 깨면 으레 그렇듯이, 난 내가 왜 잠에서 깨어났는지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가 내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난 무슨 일인가 싶어 비척거리며 일어섰는데, 갑자기 그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으…… 어어?"
내 입에서 새어나온 괴상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는 날 꼭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뭐, 뭐지? 여
자와의 스킨십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판에 남자와의 스킨십이 달가울 리가 없다. 내가 억지로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했을 때, 그가 말했다.
"대단 하십니다."
"아…… 예?"
"존경스럽습니다. 문하생으로 들어오길 잘했습니다, 역시."
"예에?"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싶었을 때, 난 겨우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혹시-"
"예. 글을 다 읽었습니다. 눈물을 감출 수가 없더군요. 저 글은 살아있습니다. 아니, <진짜>입니
다."
"하, 하하……."
힘이 빠졌다. 난 갑자기 털썩, 소파에 주저앉았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그가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드디어……."
"예?"
"저도…… 이제 진짜 작가군요?"
"……예."
그리고 이어지는 울먹임. 이번에는 내가 당황할 차례였다. 그는, 나보다 4살이나 많은 그가, 다
큰 사내인 그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 저기 왜-"
"자괴감은 어쩔 수 없군요."
"예?"
"저는 한심한 놈입니다."
난 할 말을 잃었다. 나는 극복했고, 글을 썼다. 그는 그러지 못했다. 나보다 더 긴 시간을 노력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나왔다.
후련함. 개운함. 소파에서 웅크리고 잔 것 같지가 않았다. 문득, 난 내가 방금 전까지 했던 행동
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가 글을 읽는 동안, 초조해서 기다려야 마땅했다. 하지만 난 태연히 잠에
빠졌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난 무의식중에 인정하고 있었다. 새로운 자신감을 얻었다.
난 이제, 가짜 작가가 아니다.
.
.
.
하루가 지나갔다. 그와 난 하루 종일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단지 늘 그래왔듯이, 그는 나를 챙겨
주었고 난 작업실에 들어앉아 글을 썼다. 그리고 마침내 글을 다 썼을 때,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
었다.
"편집부에 부탁을 해 놓을까요?"
"……예."
출판사 측에서는 꽤나 놀랄 것이다. 여태껏 한 번도 편집부에 글을 맡긴 적이 없던 나였으니까.
출판사에 그 글을 보낸 후, 난 글쓰기를 멈췄다. 가끔 밤에 공중전화로 나가곤 하는 일을 제외하
곤 죽은 듯이 지냈다. 작업실은 이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쓰고 있었다.
그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소재는, 나에 관한 이야기였다. 19살 때부터의 나의 이야기와, 가짜
작가에서 진짜 작가가 된 나의 이야기. 그리고 메말라버린 내 감정을 폭발시켜준, 감정 기폭제,
그녀의 이야기를.
난 이제 그의 글을 기다린다. 진짜 작가로써. 가짜 작가라는 충격에 빠져나오지 못했던, 나의 문
하생인 그의 글을.
-The End-
.
.
.
.
..
덜덜덜;;; 며칠만에 올리는건지;;
음 제가 리메이크 신청을 많~이 받았는데요...
죄송합니다.. 저 내일부터 개학입...니다...
정식 개학은 아니라지만 고3이라 이제 바쁜생활을 하면서..
글을 쓸 시간이 없을 것 같군요....
리메이크 신청해주셨던 다섯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ㅠ_ㅠ
그리고 어떤분이 연재에 관해서 물어보셨는데요,
새싹4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물론 연재를 할 지, 안할 지도 모르는 상태에다가
아직 제대로 정한 것이 하나도 없어서요....
그리고 조아라에서 제 글을 봤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던데
저 조아라가 뭔지 방금 알았습니다=_ =;;;
아, 그리고... 제 이전 가짜 작가 등 소설에 스크랩이 되어있던데,
필! 스크랩 하신분은 누구신지, 출처를 밝히셨는지, 어디다 올리셨는지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쪽지를 주십시오.
만약 이번에도 무단 스크랩이 되어 있을 경우,
앞으로 스크랩불가로 하겠습니다.
그럼 이상, 새끼늑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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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닷단편소설
[단편]
[새끼늑대] 저는 이제 가짜 작가가 아닙니다
새끼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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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19 15:58
댓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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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니들때문이야ㅋㅋㅋ 50분이면 쓸거 쓰다 웃다 쓰다 웃다 이카다보이 이래됐어 앞뒤내용 하나도 안맞고 미치겠다ㅠ_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임져ㅠ_ㅠㅋㅋㅋㅋ
형....... 전자사전이 그렇ㄱㅔ 급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초급했어ㅠ_ㅠㅋㅋㅋ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니들때문에 3일동안 쓰다말다 쓰다말다 하다보니.......ㅋㅋㅋㅋㅋ 그건 그렇고 여기선 언니라 그러지마=_ =;;; 진짜 여자인줄 알라..
언니언니맞자나
.. 다 읽고 순간 작가말에서 급당황.
하하하;;;
정말 재미잇네요 ... 제가 바라던 단편소설같아요 감동적이라고 해야하나... 저도 가끔 작가가 되고싶은 생각이 들때가 잇는데 이 글을 읽으니까 충동이 하튼 재밋게 읽었습니다 ^^
옙 감사합니다;;
정말 재미잇네요 ... 제가 바라던 단편소설같아요 감동적이라고 해야하나... 저도 가끔 작가가 되고싶은 생각이 들때가 잇는데 이 글을 읽으니까 충동이 하튼 재밋게 읽었습니다 ^^
이번것도 역시 재미있어요..나도 내년에 고3인데..소설보며 놀고만 있으니 앞날이깜깜하넴..ㅋㅋ
개학하고나서 열심히 공부하셔야... 덜덜... 고등학교 들어와서 1, 2년 놀아버리면 고3때 피눈물 흘립니다 정말ㅠ_ㅠ
그냥 이말밖에 안나와요. 님 최고............와씨....님 19살맞으세요?!!!ㅜ^ㅜ 어쩜 이렇게 문체고 필체고 다 성숙해......허 진짜 최고란말밖에 안나와요 모든게 완벽해요
저한텐 정말 졸작일 뿐입니다ㅠ 칭찬 감사드려요~ 뭐 그래도 단편방에선 공윤님 소설만한게 어딨습니까? ㅎㅎ 저번에 리메이크 하신거 보셨나 모르겠네요;;; 다음상의 문제로 제 이름으론 검색이 안되는데... 다시 만날때, 우린 <--- 이거요. 어쨌든.. 다시 돌아오셔서 기쁩니다(인사가 많이 늦었군요 덜덜...)
진짜 굳이야 ㅠㅠ 우리때문에 못썼다면서 진짜 길긴 긴데 ,,솔직히 끝까지 않읽었는데 어쨋든 굳 ㅠㅠㅠㅠ
ㅋㅋㅋ 끝까지 안읽었는데 어쨌든 굳 이카면 어쩌란거야ㅠ_ㅠㅋㅋㅋㅋㅋ
ㅜ_ㅜ........니마 역시 이번편도 멋져요..좀 길긴하지만 그렇게 부담되지도 않고..저도 내년에 고3인데 어쩌자고 -_-;공부는 안하고 놀고만 있는지.........대학가야되는데...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으셨습니다~ 전 늦은감이 적잖아 있지만요ㅠ_ㅠ
우아아아~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ㅎ
와 너무재밌어요..멋지네요 ㅎㅎ 최고십니다!ㅋㅋ
감사합니다~^^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삘이 오랜만~~~~ 고맙다 읽어줘서ㅎㅎ
멋져요...ㅎㅎㅎㅎ
감사합니다~^^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죽겠습니다ㅠ_ㅠ 0교시... 에고 고3이니ㅠ_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의미있는 글이 되어서 기쁘군요ㅎ 감사합니다^^
이 작품을 읽다가 '몬탁씨의 특별한 월요일'이 생각났어요, 이 소설을 읽다가 느낀게 많았는데.. 이 소설도 배운다는 느낌이랄까? 좋은 작품이였습니다.!
음 몬탁씨의 특별한 월요일이라.. 제가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군요? 언제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ㅎ 물론... 수능이 끝나고 난 후가 되겠지만 말이죠ㅠ_ㅠ
으하하핫...너무 재밌어요...ㅠ0ㅠ
으하하핫...너무 감사해요...ㅠ0ㅠㅋ
정말로 멋있고 멋있고 멋있는 글입니다.'저는 가짜작가 입니다.'라는 단편을 읽고 작가님께 홀딱 반했었는데 이번 소설도 정말 대단하네요. 분량도 분량이지만 이렇게 멋진 글은 정말 보기 힘든데 작가님이 쓰신 글은 모두 너무 멋져서 정말로 감탄 밖에 안나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저도 깨닫고 얻은게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작가는 '저는 가짜작가 입니다'에 나오는 남자.. 맞죠? 남자의 문하생도 멋있고, 남자도 정말 최고. 특히 이 글을 쓰신 작가님은 정말 최고입니다. 글을 읽고 '멋있다'라는 말과 감탄 밖에 안 나오네요. 이렇게 긴 글을 하나도 지루한 감 없이 다 읽어 내렸습니다. 정말 존경할거예요. 그럼 건필하세요
음 특별히 가짜 작가에 나오는 남자는 아니구요... 그래서 번외라는 이름도 사용 못하고 another story란 말을 사용했다죠;; 흠ㅋ 늘 제 글 읽어주시고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착한척 하지마 늑대언니 -_-
이것이....=_ =^
헉 늑대언니 인기많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럽다
헉 지금 있어?ㅋㅋㅋㅋㅋㅋ
제발 오빠라고 불러주면 안되겠니??? 여기서만이라두ㅠ_ㅠ 난 남자란 말이다 이것아ㅠ 채팅방으로 텨오세요~
ㅇ ㅘ 혈소판 보면서 이렇게 쓸수있다니 감동했어
ㅋㅋㅋㅋㅋ 오빠 개힘들었단다ㅠ_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이 글..... 제가 읽었던 글 중에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이네요...... ㅠㅡㅠ 제가 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글입니다.... 좋은 글 써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남자 분.. 게다가 저보다 나이도 더 어린 분이 쓰셨단 사실에.. 한 번 더 ....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예... 덜덜덜;;; 부끄러워 하실 것 까지야=_ =;;;;
와 멋잇어요...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