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중요한 일들이 겹쳐서
친구들이 많이 빠지고 햇살부부와 꼴찌만이 산
행이 되었다. 마침 엊그제 50주년 결혼기념일
을 맞은 햇살부부의 기념산행에 꼴찌가 둘러리
겸 사진기사로 따라나선 격이다. 그래서 오늘의
사진은 온통 햇살부부 뿐이다.
흉물로 변해버린 평화로변 제주아일랜드호텔
앞에 도착했을 때까지 눈은 오지 않았다. 처음에
는 극락오름 가려고 호텔 뒤편에 있는 길로 들어
섰다가 아닌 것 같아 도로 나왔다.
유수암쪽으로 한 바퀴 돌아 오름의 위치를 파악
한 다음 처음 갔던 길로 다시 갔다. 극락오름은
아일랜드호텔 바로 뒤에 있었다.
평화로 쪽에서 보면 오름이랄 것도 없는 낮은 언
덕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름드리 소나무가 서 있
는 언덕에 서서 북서쪽을 바라보니 예사롭지 않
은 오름임을 알 수 있다. 양팔을 길게 벌린 말굽형
굼부리는 그 넓이와 규모가 상당하다. 옛부터 그
산세가 준수하여 극락정토를 꿈꾸는 사찰과 삼별
초 용사들이 궁술을 연마했던 훈련터가 되기도 했
단다.
우리는 살맞은돌이 있다는 기슭을 찾아 갔다.
오름에서는 찾을 수 없어서 큰길 쪽으로 나와서
안내판을 보고 찾았다.
나중에 보니 아일랜드호텔 쪽에서 내려오는 길로
곧장 내려오면 살맞은돌이 있는 곳을 지날 것 같
다. 돌에 난 구멍들이 꼭 살에 맞은 모양을 하고
있었으나 꾸며낸 이야기 임이 확실해보인다.
다음에는 유수암을 거쳐 거믄덕이를 찾아 갔다.
다시 평화로에 들어서서 면허시험장이 있는 소길
교차로에서 서쪽으로 빠져 한길산업정보고를 지
나 조금 더 내려가자 레미콘 공장들이 많이 있는
곳에 거믄덕이오름은 있었다. 동흥레미콘에 차를
세우고 오름으로 향했다. 이 때쯤 눈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 거믄덕이는 원추형으로
생긴 둥근오름이다. 오름 전체에 삼나무와 소나무
가 울창하여 멀리서는 검게 보인다. 나무가 울창
하여 오름 안은 포근하다.
거믄덕이 정상에는 산화경방초소도 있었다. 정상
에서는 고내봉 과오름 물메 등이 잘 보였다.
거믄덕이에서 내린 우리는 오늘의 마지막 오름인
물메를 향해 차를 몰았다. 장전을 거쳐 거의 직선
으로 내리니 구엄마을이었다. 물메는 바로 지척이
다.
물메는 벌써 세번째 오는 오름이라 익숙하다.
저수지 옆에 있는 노거수에 경의를 표하는 뜻으로
사진을 찍고, 비교적 오르기 쉬운 저수지 쪽으로
정상에 올랐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올레길임에도 걷는이가 없
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연못가도 휑하니 비어
있다. 숫자가 대여섯명은 돼야 들판에 앉아서 점
심을 먹어도 폼이 나지, 세 명으로서는 엄두가 안
나고 추워 보인다. 그래서 내친 김에 도두봉까지
오를까하고 도두까지 가서 이름난 맛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겨울에는 오늘처럼 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진에서는 웃고들 있지만 외로워 보인다. 언제쯤 봄이 오려나...... 2013.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