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이 좋은 산행도 좋지만 날이 더우니 계곡이 좋겠다.
피아골을 찾아가다가 현석이가 7월 하순 대성마을에 예약했다는 말이 생각나
의신마을로 운전한다.
오랜만에 차를 끌고 올라가니 생각보다 길이 멀다.
길가엔 주차 못하게 봉을 세워두고 민박집 식당에서는 주차비를 받는다고 써 있다.
수퍼를 지나 밭입구에 차를 세우고 신발을 갈아 신는다.
손수건만 들고 나오는데 마루에 앉아계신 할머니와 남자가 부른다.
남자가 뭐라는 걸 모친인 듯한 할머니가 주차하면 안되는 곳이라 한다.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지나간다.
이 지리산의 골짜기도 입장료를 내야하고 주차하기 눈치 보이며, 시간 따라
통제를 받는다. 정해진 길로만 다니라 하고 어쩌다 혼자 길을 벗어나면
임농산물 도둑처럼 눈치를 준다.
세상은 과연 좋아졌는가? 난 그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
소위 교육자라는 놈이!
서산대사가 득도했다는 원통암 안내판을 보고 세석가는 시멘트 길을 오른다.
호도나무가 있는 집앞과 다리를 건너 벌통이 놓인 밭을 지난다.
거의 10분쯤 지나 세석탐방로 문을 지나 흙길로 들어선다.
오르막이 없이 계곡을 따라 구비지고 휘어지는 길이 편하다.
시든 망태버섯을 보고 안쪽이 더 진한 원추리꽃도 보며 호젓하게 걷는다.
탐방로 아님 표지를 보고 아래로 난 길을 걷다가 까만 관에서 나오는 물을 마신다.
조금 더걸으니 계곡의 물소리가 가까워지고 계곡출입금지라는 천이 걸려있다.
눈치를 보다 계곡으로 내려간다.
집채보다 더 큰 큰 바위들 사이로 물이 하얗게 쏟아지고 있다.
돌은 물길을 막아 짙푸른 소를 만들어두기도 한다.
물에 젖지 않은 하얀 바위를 뛰어 계곡을 오른다.
바위 위를 흐르는 물이 맑다. 바위의 색깔도 각각이다.
큰 바위 아래에서 디딜 곳을 가늠해 돌아가기도 하고 매끈한 바위 사이
손가락을 넣고 힘을 줘 오르기도 한다.
소 가의 돌들을 뛰어다니며 나무 아래까지 갔다오기도 한다.
싸구려 신발이지만 다행이 미끄러지지 않는다.
뒤돌아보며 게곡을 돌아본다. 가만히 앉아 있거나 물에 들어갈수도 있을텐데
돌 사이 뛰어다니는 것도 재미있다.
얼마를 잡고 뛰어다녔을까, 왼쪽에 빨간 지붕의 집이 둘 보인다.
대성동에 다 왔다.
세석으로 오르거나 내려올 때 배낭을 벗고 손을 씻던 소에는 노란 부표가 떠 있다.
몸을 씻을까 하다가 세수만 하고 민가로 올라간다.
처음 만나는 집은 조용하다. 식수라고 써진 관 앞에는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다.
옆집에 흰 런닝셔츠르르 입은 어른이 마늘을 까고 있다.
인기척을 냈는데도 놀라신다.
어디서 오느냐하기에 의신에서 올라왔다하니 얼른 내려가란다.
마늘을 쪼개 물에 넣고 계신 것을 보다가 나도 옆자리에 앉는다.
구례장에 갔다가 개들이 생각 나 동네에서 막걸리 한잔 하고 가라는 것도 사양하고 올라왔댄다.
대학생들이 산에 안 다니는 것이 30년도 넘었다 하시며 이젠 중장년만 다닌다고 하신다.
내친구가 예약을 했을것이라고 말하자 권투선수가 있냐고 하신다.
김동길을 말하는 것 같아 그렇다고 하니 수첩을 보시며 송영석이가 7명을
예약했다고 전화번호를 보여주신다.
예전에는 화전민이 많아 멧돼지도 먹을 것이 많아 마을에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한 때 3,000여평에 벼농사를 짓기도 했는데 물이 차고 잘 빠져버리는데다
짐승들도 먹어 수확은 아랫쪽에 비해 절반도 안 되었댄다.
짐승이 무섭다고 하지만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한다.
구례장에서 사 온 더덕을 절반 저쪽에 묻어두고 사흘 후 파러 갔더니 누군가 통째로
가져가 버렸댄다
저 옆의 개도 날 도와주기도 하지만 저놈들 먹이느라 그도 족쇄라고 하신다.
마을에 집이 있느냐 해도 그냥 아는 집에 부인이 가 있다고 한다.
옆집에 젊은이들이 일 있을 때 올라오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 저녁엔 내려간댄다.
말을 주고 받는 사이 마늘이 다 쪼개져 옆그릇으로 옮겨졌다.
시간이 지나면 문지르기만 해도 잘 벗겨진다고 하신다.
일어서니 커피 한잔 하시겠느냐 해 사양하니, 약물이 있다며 들어가신다.
맥주잔에 노란빛이 살짝도는 물을 주신다.
오래된 도라지와 오미자 등 다섯가지를 넣고 끓인 물이랜다.
약간 쌉사하지만 맛과 온도가 다 따스하다.
큰 두마리의 개가 날 본다. 주인과 애기한 걸 본 탓인지 으르렁대지 않는다.
한마리는 온통 검은데 귀가 덮여있고 한마리는 늑대같다.
달리듯 내려온다.
길 가의 송이를 닮은 큰 버섯을 땄다. 무겁다. 보기만으로는 식용같아 모자에 넣어 들고 온다.
마을의 호두나무 아래에서 마늘 까는 남자에게 보이며 물어보니 독버섯이라며
나무 아래로 던져버린다.
서산대사길을 물어보니 저 건너라며 수퍼앞에 다리를 건너면 된단다.
신흥에서 5km정도라고 알려주신다.
한나절 걷기로 딱 좋겠다 생각하고 길을 확인하며 능소화를 보고 차에 시동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