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상담마저 교회 가서?

[慈能船]

 
이혼상담마저 교회 가서? 
 
특별기고/ ‘이혼절차 특례법안’ 제정 임박  
 
전문가 교육대회 신앙간증회 방불
기독교 준비 박차 불교 정보조차 없어 

2004년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31만4529쌍이 결혼하고, 13만9876쌍이 
이혼해 결혼하는 부부 대비 이혼하는 부부의 비율이 지난 10년 동안 약 18%(1995년도)에서
44%(2004년도)로 약 2.5배 증가했다. 또 이혼건수 중 법원 재판을 통한 이혼이 아니라 
부부 당사자 협의에 의한 이혼 건수가 약 80%(1995년도)에서 86%(2004년도)로 증가해 
협의이혼이 이혼사건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법안의 
핵심은 부부가 협의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숙려기간(3개월)과
이혼상담(3시간-무료/유료-법원내/법원외)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이 법률을 입안한 
배경에는 지난 2002년 11월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건전가정 육성과 청소년 보호 강화’
라는 훈시가 있었고, 2004년 7월 서울가정법원에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가 개설
됐으며, 산하에 상담.조사.협의이혼 (제2분과) 담당 위원회를 설치했다. 그 후 여러 차례의
간담회와 전국 세미나, 공청회, 국민여론 수렴, 설문조사 등을 거쳐 지난 5월 법안이 
개혁위원회에서 의결되고 7월 대법원에 그 보고서가 제출됐다. 이와 더불어 2005년 3월
부터는 협의 이혼시 숙려기간(1주일)과 상담 제도가 시범 실시돼 왔다. 이제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법안 제정과 시범사업 과정을 소개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서울가정법원 이혼상담위원회(상담위원 120명)에는 개신교의 소위 ‘목회상담가’
들이 2004년부터 발 빠르게 개입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회와 한국목회상담협회, 한국상담심리학회가 공동으로 이혼상담
전문가 교육대회를 한 대학교회에서 개최했다. 필자도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으로서 
이혼상담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에 기꺼이 교육대회에 참여했다. 

그런데 이혼상담전문가 민간자격증을 주는 연합교육대회라고 하면서도, 대회장을 비롯해 
대회 집행위원들, 발제자들까지 거의 목사나 신학대 교수로 구성됐다. 초청된 국회의원 
중에는 장소가 교회라서, 자신이 다니는 교회 목사님이 불러서 그런지, 거의 개신교 신앙
간증처럼 말씀을 하고 갔다. 대회 개최를 위해 교회들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공공대회의 
형식상 기본적인 배려를 하는 것이 옳을 텐데, 독선적인 개신교라는 평을 면할 수 없게 
했다. 특히 목사인 교육대회장은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회 회장인 것을 이용해 마치 법원
에서 이혼상담을 하려면 반드시 그들에게서 “법원 코드”를 전수받아야만 한다는 듯 
발언해 빈축을 샀다. 오직 이혼가정의 아픔을 덜어주려는 선의(善意)에서 이혼상담가가 
되고자 하는 개신교인들이라 믿고, 비교적 현실 문제에 민감하고 대책 마련에 부지런한 
그들을 고맙게 생각하려는데, 교육대회 시종일관 정말 지나친 모습들이 눈에 보였다. 

한 연구결과(이무영, 2003, 박사논문)에 의하면, 이혼발생 억제요인의 첫 번째가 ‘종교’
라고 하므로 목회상담이든 불교상담이든 이혼가정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 권장할 일인 것은
분명하다.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안’ 시행규칙안 제2장 상담인, 제3장 상담위원회 
등의 규정에서 종교계의 참여를 포함시킨 것도 그런 근거일 것으로 본다. 이제 우리 
불교계는 가정파탄으로 아픈 수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무엇을 준비했는지 돌아보자.

 
이혜숙 동국대 겸임교수
[불교신문 2182호/ 11월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