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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전문용어의 바다에서 익사하지 않으면서
행동 후성유전학이 왜 그토록 큰 흥분을 일으키는지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더 이상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다.”
- 마크 블룸버그, 아이오와대학교 생물학과 및 심리학과 교수
생물학 분야의 가장 뜨거운 주제, 후성유전학
경험이 몸과 마음에 새겨진다는 것을 과학으로 설명해내다
후성유전은 “다양한 맥락 또는 상황에 따라 유전 물질이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되는 방식”을 일컫는다. 즉 후성유전은 DNA 염기 서열은 바꾸지 않고 DNA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의 활동을 켜거나(활성화하거나), 끔(침묵시킴)으로써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경험이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언뜻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거나 우리가 먹는 것이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거나 생애 초기의 방임이나 학대가 성인기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한 경험이 어떻게 ‘분자 수준의 생물학적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후성유전학은 이 과정을 과학의 영역에서 증명해낸다.
스탠퍼드대학교 생물학 및 신경학 교수 로버트 새폴스키에 따르면, “후성유전학은 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다”. 실제로 미국국립보건원 산하의 생명과학, 의학, 심리학 논문 검색 엔진 ‘펍메드’에서 1964년부터 2000년까지 36년간 ‘후성유전’을 언급한 자료는 겨우 46건뿐이었다. 그런데 21세기 첫 10년 동안 1,922건의 자료에서 후성유전을 언급했다. 40배가 넘는 수치다. 더 놀라운 것은 2013년 한 해에만 2,413편의 자료가 후성유전학을 언급하고 있다.
이 분야의 연구가 이렇게 급증한 이유는 후성유전이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현상을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신증, 기억과 학습, 우울증, 암, 하루주기리듬, 비만과 당뇨병, 자폐, 형질 유전, 동성애, 중독, 노화, 곤충의 형태, 운동 및 영양, 환경 독소……” 등등으로 목록은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다. 후성유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삶의 영역이 이토록 다양하기에 이 책은 “후성유전의 효과가 감정적 반응성, 기억과 학습, 정신 건강, 행동 같은 심리적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연구하는” 행동 후성유전학에 초점을 맞춘다.
중요한 것은 어떤 유전자를 타고났는지가 아니라
‘유전자가 무엇을 하는지’다
1부 ‘이것은 혁명일까’에서는 후성유전이라는 학문이 왜 이토록 흥분을 일으키는지 쟁점을 살펴본다. 우선 생물학의 어엿한 분야로 자리 잡은 후성유전학이 우리의 DNA에 달라붙은 무언가(후성유전적 표지)가 실제로 존재하며 이것들이 DNA가 기능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짚는다. 특히 ‘경험과 우리가 처한 상황’이 후성유전적 표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후성유전학이 ‘본성 대 양육’ 논쟁을 뿌리째 뒤흔들었다고 말한다.
(1장) 후성유전은 또한 DNA에 관한 우리의 고정관념, 즉 ‘타고난 유전자가 우리의 표현형(특징이나 성격)을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도 뒤집는다. 책은 DNA가 우리의 그 어떤 특징도 단독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고 확언하며, 우리 형질은 ‘유전적 요인’과 ‘비유전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전자의 활동 정도가 경험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DNA를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라 그 DNA가 어떤 일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2장)
그렇다면 후성유전적 표지는 어떻게 DNA를 조절할까?
책은 유전자를 침묵시키거나(DNA 메틸화) 활성화하는(히스톤 아세틸화) 후성유전 메커니즘에 관해서도 알기 쉽게 들려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DNA 메틸화로, 마치 스파케티 접시 위에 뿌린 후추 입자가 파스타 가닥에 달라붙는 것과 비슷하게 DNA에 메틸기라는 분자가 달라붙는 과정이다(물론 파스타의 후추보다 DNA의 메틸기는 더욱 강력하게 달라붙는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를 대개 침묵시키는(기능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후성유전 메커니즘은 DNA가 둘둘 실패처럼 감겨 있는 ‘히스톤’이라는 분자에 아세틸기가 붙으면서 일어난다. ‘히스톤 아세틸화’는 DNA 메틸화와 정반대의 효과, 즉 유전자 발현 증가(기능하도록)로 이어진다.(6장)
경험이 유전자의 기능을 켜거나 끌 수 있다
과연 어떻게?
2부 ‘후성유전학의 기본 개념들’에서는 행동 후성유전학의 기본 이론과 유명한 연구 사례부터 다양하고 새로운 최신의 실험까지 두루 살펴본다. 특히 할로의 ‘접촉 위안’ 실험을 들어 생애 초기 경험이 특정 결과를 만든다면(생애 초기에 방임이나 학대를 당한 아이는 나중에 정신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거나 조산아에게 마사지 치료를 하면 체중이 늘고 스트레스가 감소하며 통증 반응도 줄어든다면), 과연 그 경험이 ‘어떻게’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중요하다고 짚는다. 생애 초기에 한 경험이 수년 후에 ‘어떤 과정을 거쳐’ 영향을 주는지 그 원리를 알게 된다면, ‘자녀를 학대하거나 방임해서는 안 된다’며 부모를 설득하는 일 이외에 다른 의지할 수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생애 초기 경험의 물리적 효과와 결과를 밝혀낸 획기적이고 가장 대표적인 맥길대학교 마이클 미니와 모셰 스지프 연구팀의 어미 쥐 연구를 상세히 소개한다.(10장)
그렇다면 경험이 ‘인간(또는 영장류)’에게 미치는 후성유전적 영향을 알아본 연구는 없을까? 책에는 생애 초기 경험이 사람의 후성유전적 상태와 관련이 있음을 밝혀낸 자살자의 뇌 연구와 지배 서열이 DNA 메틸화 상태를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한 붉은털원숭이의 혈액 분석 연구가 실려 있다. 뿐만 아니라 혈액 연구가 인간의 후성유전적 상태를 알아보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며 그동안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인간 혈액 세포 연구들도 살펴본다.(12장)
그밖에 기억(13장, 14장)을 만들어 내거나 저장하는 방식에 후성유전적 메커니즘이 관여한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영양 상태 및 식습관(15, 16장)이 유전자 발현에 주는 휴성유전적 영향에 관한 논의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미래에 아빠가 될 사람이 무엇을 섭취하는가’도 이후 자녀의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대목은, ‘후성유전의 심리적, 생물학적 영향’이 대물림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경험이 새겨진 유전자는 대물림된다
과연 어떻게?
3부 ‘대물림의 의미와 메커니즘’에서는 후성유전의 효과가 실제로 어떻게 세대에서 세대를 이어 대물림되는지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현대 생물학은 우리의 생식세포(정자와 난자)와 체세포(나머지 모든 세포) 사이에 ‘장벽’이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못하고 따라서 ‘획득된 형질은 유전될 수 없다’고 여긴다. 이 ‘현대 종합설’은 유전자만이 진화적 변화를 추동하며, 살아가면서 하는 경험은 자손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후성유전학은 ‘행동과 환경’을 통해 세대 간 경험을 대물림(17장, 18장)할 뿐 아니라 심지어 ‘생식계열’을 통해서도 대물림된다(19장)는 사실을 속속 증명하고 있다. 책은 임신한 생쥐의 먹이가 새끼 쥐의 DNA 메틸화(유전자 침묵 상태)와 털색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 고지방 먹이를 먹인 수컷 쥐의 암컷 새끼에게 나타난 변화를 알아본 연구 등을 통해 후성유전의 효과가 생식 계열을 통해 대물림된다는 사실을 짚는다.
조부모( 및 조상)의 영양 상태가 유전된다는 점을 밝힌 스웨덴 외베르칼릭스 지역 연구(스웨덴 연구)는 이 책에서 가장 놀랍고도 흥미로운 대목이다.(20장) 스웨덴 연구는 후성유전학 연구의 가장 대표적 연구 중 하나인 ‘네덜란드 기근 연구’에서 착안됐다. 스웨덴 최북단의 외베르칼릭스 지역에는 19~20세기에 걸친 연간 곡물 수확량을 기록해둔 자료가 있었다. 이 자료로 과학자 라르스 올로브 뷔그렌과 그의 동료들은 ‘특정 세대가 얻을 수 있었던 식량의 양이 후손의 형질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는 혁신적 역학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는 가히 놀랍다. ‘특정 남성의 느린 성장기(9~12세)에 식량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미래 그의 아들은 심혈관 질환 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낮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 영향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통해 전달되었으며, 그들이 과식이나 굶주림을 겪던 당시 손자들은 배아로든 원시생식세포로든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성유전의 효과가 생식계열을 통해 대물림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뜨거울수록 경계해야 할 것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들
4부 ‘숨은 의미 찾기’에서는 후성유전학의 한계와 희망적 교훈을 살펴본다. 우선 후성유전학이 ‘뜨겁고 유망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기에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21장) 행동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견에 경도된 나머지 ‘다른 형태의 결정론’ 이를 테면 ‘후성유전적 결정론’을 펼치는 일은 위험하다는 말이다. 책은 행동 후성유전학과 관련한 연구 중 몇 가지가 생애 초기 경험의 장기적 영향을 강조했다고 해서 ‘아기가 초기에 한 경험이 반드시 그들의 특징에 영속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사람의 발달은 결정론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니”며 “삶의 초기에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운명이 완전히 결정된다는 것은 잘못된 가정”이라고.(362쪽) 또한 후성유전이 조상들의 심리적 기억이 전달되는 경로일 가능성도 아주 낮다는 점도 짚고 넘어간다. 후성유적적 표지가 우리 조상들이 지낸 역사의 어떤 ‘측면들’을 반영하지만(예를 들어 조상들이 생애 특정 시기에 어느 정도 양의 음식을 먹었는지), 우리 유전체에 조상이 한 경험의 구체적 기억이 담겨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전히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여태까지 과학자들이 밝혀낸 후성유전학에 관한 새로운 지식이 앞으로 여러 영역에서 긍정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한다.(22장) 암과 노화, 중독과 알츠하이머병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기억에 관한 질환, 조현병과 양극성장애와 자폐와 우울증 같은 정신 병리에서 ‘치료 효과’를 내는 약물이나 방법을 개발하는 데 토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암에 관해서는 후성유전 약물이 개발되어 치료에 쓰이고 있으며, 앞으로 기억장애와 우울증/불안증 치료제도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행동 후성유전학이 품고 있는 핵심적인 함의
환경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체에 관한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견들은, 생물학의 도그마와 판도를 뒤집었다. DNA가 인간의 형질을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뿐 아니라 ‘본성 대 양육’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도 무너뜨리는 중이다. 경험이 유전자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은, ‘초기 경험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명제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책에 여러 번 강조된 말처럼 “어떤 아기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얼마나 똑똑할지 알고 싶다면, 그때까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아동기에 한 암담한 경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이 되었더라도, 이후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에 그 증상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후성유전학의 영향력은 놀라울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하지만, 비과학자인 독자가 얻어갈 수 있는 메시지는 조금 식상할 수 있다. 저자는 “현재 나와 있는 데이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조언들은, 후성유전학에 관해 전혀 몰랐을 때도 들었을 법한 조언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423쪽)”고 말한다. 야채를 많이 먹고, 사회적 관계를 잘 유지하며, 독소를 피하라는 등의 조언 말이다. 아이를 주의 깊게 보살피고, 환경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구축하며, 건강과 발달을 증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도.
다만 후성유전의 교훈이 식상하다고 해서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경험과 환경’이 중요하다는 믿음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또 우리 곁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후성유전학은 귀찮은 운동을 굳이 시작해야 할지 고민 중인 사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하는 부모, 약이 효과를 내는 방식을 이해하려는 의사, 국민을 환경 독소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방법을 모색 중인 정치인 등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 모두에게 후성유전학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은 그저 구호가 아니다. 분자 수준의 과학에서도 그 말은, 증명되고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물론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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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후성유전학에 담긴 혁명적 함의들의 이해 도와
신간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아몬드 펴냄)는 미국의 발달·인지 신경학자인 피처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무어가 생물학계의 뜨거운 주제인 후성유전학의 연구와 통찰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 미국심리학회 ‘윌리엄 제임스 도서상’과 미국발달심리학회 ‘엘리너 매코비 도서상’을 수상하며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책은 후성유전학이 무엇인지,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며 그 학문이 앞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를 자세하게 톺아보는 한편, 후성유전학 중 특히 경험이 우리의 ‘행동’과 ‘생각’과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행동 후성유전학’에 집중한다.
행동 후성유전학은 삶의 모든 면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는데,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이 새롭고 흥미진진한 학문 분야를 ‘친절하게’ 소개하는 후성유전학 입문서로서, 생물학에 관한 지식과 배경이 없는 독자들도 후성유전학에 담긴 혁명적 함의들을 알 수 있도록 돕는다.
후성유전은 ‘다양한 맥락 또는 상황에 따라 유전 물질이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되는 방식’을 일컫는다. 즉 후성유전은 DNA 염기 서열은 바꾸지 않고 DNA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의 활동을 켜거나(활성화하거나), 끔(침묵시킴)으로써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경험이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언뜻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거나 우리가 먹는 것이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거나 생애 초기의 방임이나 학대가 성인기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한 경험이 어떻게 ‘분자 수준의 생물학적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후성유전학은 이 과정을 과학의 영역에서 증명해낸다.
책 1부 ‘이것은 혁명일까’에서는 후성유전이라는 학문이 왜 이토록 흥분을 일으키는지 쟁점을 살펴본다.
2부 ‘후성유전학의 기본 개념들’에서는 행동 후성유전학의 기본 이론과 유명한 연구 사례부터 다양하고 새로운 최신의 실험까지 두루 살펴본다.
3부 ‘대물림의 의미와 메커니즘’에서는 후성유전의 효과가 실제로 어떻게 세대에서 세대를 이어 대물림되는지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후성유전학은 ‘행동과 환경’을 통해 세대 간 경험을 대물림(17장, 18장)할 뿐 아니라 심지어 ‘생식계열’을 통해서도 대물림된다(19장)는 사실을 속속 증명하고 있다.
4부 ‘숨은 의미 찾기’에서는 후성유전학의 한계와 희망적 교훈을 살펴본다. 우선 후성유전학이 ‘뜨겁고 유망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기에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2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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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의 책과 미래] 우리 경험이 아이 유전자를 바꾼다
인간이란 유전자와 환경의 구조적 결합체다. 유전자는 피부색이나 얼굴 모양, 체격과 체질 등 신체 특징뿐 아니라 성격 같은 심리 자질도 좌우한다. 그러나 유전자가 놓인 맥락도 중요하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인간은 크게 달라진다. 유아기 때는 가족의 보살핌이, 자랄수록 또래 집단 교류가 인간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데이비드 무어 미국 피처대 교수의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아몬드 펴냄)에 따르면 경험도 중요하다. 후성유전학의 연구 성과를 집약한 이 책은 주어진 환경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우리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자손들의 유전적 특질마저 달라지게 만든다는 것을 선명히 보여준다.
부모는 아이에게 유전자만 물려주는 게 아니다. 안전한 집, 물과 공기, 식량, 보건과 의료, 소통과 학습 방식, 정치 및 사회 시스템 등 아이의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발달자원도 함께 제공한다. 발달자원의 결합 방식에 따라 아이의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억제되고 그 결과는 대대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행동하고 생활하는 방식이 자손의 미래를 결정한다.
여기엔 지능, 언어, 영적 각성 능력 등도 포함된다. '늑대소년'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이런 능력은 전적으로 경험에 의존해 발달한다. 언어 소통이 발달한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 이 능력을 발현시키고 이를 대대로 물려준다. 이 때문에 인류 전체가 강력한 언어 유전자를 타고난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는 중요하다. 임신 마지막 3개월 동안 엄마가 꾸준히 당근 주스를 마시면 아기들은 당근 맛 시리얼을 더 잘 먹는다. 엄마가 먹는 음식이 양수의 화학적 상태에 영향을 끼치고, 양수를 마신 아기의 음식 취향을 바꾸기 때문일 테다.
임신기에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여성이 낳은 아이들은 조현병, 심장병, 당뇨병 등에 걸리기 쉽다. 심지어 그 영향은 60년 후 손주 세대에게도 나타난다. 이를 조부모 효과라고 한다. 조상의 경험이 후손의 삶을 바꾼다.
사랑이나 학대 같은 행동양식도 대물림된다. 학대 부모의 약 70%가 학대받은 경험이 있었고, 유아기에 학대당한 이들의 20~30%는 가해자가 된다. 반대로, 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자기 자녀를 사랑할 확률도 높다. 애착이나 학대 경험이 인간 뇌의 유전 물질을 바꾸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대물림돼 우리 후손의 유전자를 바꾼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한층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