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執着] : 어떤 일에만 마음이 쏠려 떠나지 아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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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말 제 정신이 아니야. 당신 정말 미쳤어. 정말.....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어..”
자신 위에 올라 타 열망 가득 한 얼굴로 키스에 집중하려는 시혁의 얼굴을 혐오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은새는
천천히 내뱉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상황이 이뤄질 수가 없다고...왜 당신이 그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왜 내가 이렇게 수치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시끄러워.”
또 한번 자신을 노려보는 은새의 눈빛도, 중얼거리듯 내 뱉는 그 말도 모두 거슬렸다.
무작정 그녀를 안고 싶은 마음에 다시 한번 키스를 하려던 찰나, 띠디딕- 띠딕. 띠디딕- 띠딕.
침대 머릿 맡에 부착되어 있는 스피커가 요란스럽게 울려댔다.
“정말 시끄러운 것들 투성이군.”
무시하려는 듯 은새의 입술로 향하던 그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멈칫하고 일어섰다.
‘사장님, 회장님께서 오셨습니다.’.. 그 한마디에 시혁은 흘러내린 거추장스러운 머리를 쓸어올리고서는 은새에게서 떨어져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야..”
“혼자 중얼거리는 그런 버릇 고쳐. 내 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습관따위 버리도록 하란 말야!”
“.....”
“나와.”
방에서 먼저 나온 시혁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고 은새가 방에서 나오는 것까지 확인 한 후,
사장실의 문을 열었다.
“제 방에는 왠일이세요. 아버지.”
“은새가 여기 있다고 하길래 일 하다 말고 우리 예쁜 딸 보러 왔지!”
강회장은 은새가 어딨나 두리번 거리다가 쭈뼛하게 서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한걸음에 걸어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새 시혁이와 친해진 게구나. 저녁은 먹었니?”
“아뇨. 아직..”
“하긴 저녁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지. 그래 나가서 다 같이 저녁 먹을까?”
무언가 신이난 듯한 강회장의 얼굴에 은새는 억지 웃음을 짓듯이 싱긋 웃고서는
그에게 답했다.
“아니예요. 집에서는 엄마가 아버지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계실텐데, 저희끼리 외식은 좀..”
“별 걱정을 다 하는구나. 엄마도 함께 외식하면 되지 않겠니?”
“아.. 내일 내야 할 레포트가 있어서 오늘은 좀..”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하지 않겠니? 어차피 먹어야 할꺼니까 다 같이 외식하는 걸로 하자꾸나.
저녁 먹기는 좀 이른 시간이니까 여기서 시혁이랑 조금 놀다가 한시간 후 쯤 출발하는 걸로 하자. 어떠니?”
머뭇거리는 듯 시혁과 강회장을 번갈아바라보던 은새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은새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강회장은 허허, 웃으며 놀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사장실을 나갔다.
강회장이 나가자 시혁은 터벅터벅 걸어가 의자에 몸을 싣고서 은새를 바라봤다.
“싫은 표정이 역력하군.”
“오늘은 좀 피곤해서요.”
“피곤할 만도 하겠지. 학교에서 공부하랴, 다른 남자랑 뛰어다니면서 떠들랴, 다른 남자 병문안가랴. 어찌 안 힘들겠어?”
“뭐라구요?”
“내가 틀린 말 했나?”
“날 감시 하고 있는 건가요?..”
“감시라니. 말이 좀 이상하군.”
시혁은 은새의 말이 거슬리는 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담배 한가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내 말이 틀리다면 어떻게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는거죠? 어떻게..”
“별게 다 궁금하군.”
시덥잖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무관심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던 시혁은 피곤하다는 듯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렀다.
‘여은새 때문에 편히 지나가는 날이 없군.’
아직도 씩씩거리면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은새의 표정이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시혁의 뇌리로 들어왔다.
저 모습 마저도 예뻐보이니 큰일이다. 치켜올라간 저 눈매를 언제쯤 선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요즘 시혁의 고민은 온통 그 뿐이다. 여은새를 어떻게 웃게 만들까, 어떻게 상냥하게 만들까..
아니면 사납게 달려들어도 좋으니 그 지긋지긋한 오빠와 동생 관계에서 벗어나 날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
남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물론 여은새도 남들과 다르지 않게 자신을 미친 놈 취급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만 바라볼 수 있게 만들 수만 있다면..
“한가지만 물어볼께요. 왜 내게 이러는 거죠?”
“뭘?”
“왜 날 감시하고, 왜 다른 남자들에게 함부러 주먹질을 하고, 왜 날 가두려고 하는거죠? 당신 미쳤어요?”
“좋을 대로 생각하도록 하지. 굳이 니 말에 일일히 대답하고 싶지 않아.”
“정말 매너 없는 사람이로군요.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오빠가 된거죠?”
“내가 하고 싶은 말이로군.”
“하.. 기가 막혀!”
“그 역시 내가 하고 싶은 말이고.”
시혁은 물고 있던 담배를 재털이에 뭉게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직도 서 있는 채로 자신을 추긍하는 그녀에게로 걸어가 살짝 입을 맞췄다.
“니 입술에서 무슨 향이 나는 줄 알고 있나?”
“!!!!”
“강시혁”
“...??”
“니 입술에선 강시혁 향이 나.”
“...!”
“내가 너에게 입을 맞췄을 때 강시혁 향이 아닌 다른 새끼의 향이 나면 니 입술을 도려내버릴 줄 알아. 알겠어?”
은새는 차갑고 냉철한 그의 눈빛에 얼어붙듯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에게 보이지 않으려
두 발로 멀쩡히 지탱하고 있는 것 뿐이였다. 얼른 이 남자가 내 곁에서 떨어져주기를....
“너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지?”
“..”
“전생에 지은 죄를 갚으려고 그러는 거라 치자.”
“무슨 뜻이예요?”
“좋을대로 생각하도록 하지.”
탁- 쾅!
은새만을 사장실에 남겨둔 채 시혁은 나가버렸다.
힘들게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은새는 그 순간 지탱하고 있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전생에 지은 죄를 갚으려고 그러는 거라 치자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급격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기분이였다.
내가 왜 의붓오빠와 이딴 짓을 하고 있는거야....왜!
**
그녀를 사장실에 남겨두고 나온 시혁은 자판기 앞에 서서 동전을 몇개 집어 넣더니 블랙 커피 한잔을 뽑아냈다.
커피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간혹 자신을 주체할 수 없을 때 한잔씩 마시곤 했었다.
그것도 꼭 자판기에서 뽑은 250원짜리 블랙커피 말이다.
“.....”
물끄러미 자판기를 바라보고 있던 시혁은 커피가 나온 줄도 모르고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당신같은 사람이 내 오빠가 된거죠?’
진정으로 묻고 싶은 건 당사자인 자신이였다.
내가 도대체 어떤 죄를 지었길래 여은새 니가 내 동생이 된 건지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는거냐.
어떻게 해야 널 다시 여은새로 돌려놓을 수 있는거냐.
왜 하필이면 내 아버지와 너의 어머니가 결혼을 하게 된 거고, 왜 하필이면 그의 아들이 나고, 그녀의 딸이 너인지..
우리가 도대체 왜 이딴 인연으로 다시 만나야 한 건지..
처음에 널 동생이라 소개 받았을 때 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18살 때 첫 사랑을 만났고 5년이라는 시간동안 간절하고 또 간절했던 시간들이였다.
한 때는 행복했고, 한 때는 사랑했고, 한 때는 미친 듯이 아팠고..
여러 감정들이 집착이 되어서 첫사랑은 그렇게 실패를 했었지. 그리고 참 많이 아팠다...
다시는 사랑 따위.. 다시는 설레임 따위 느낄 수 없을 거라고 단정지었는데 널 보고야 말았다.
그 날 처음으로 널 보지 않았더라면 아무 감정 없이 여섯 살 차이나 나는 예쁜 동생으로 널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지끈-,
갑작스럽게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낀 시혁은 한번 더 관자놀이를 눌렀다.
커피가 나온 지 한참이 된 후에서야 갇혀 있는 커피를 꺼내 한 모금 마시고서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틀렸어.”
널 여자가 아닌 동생으로 보고 싶은 마음 따위 추호도 없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넌 내 귀여운 암고양이 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사장님!”
“어, 환아.”
멀리서 달려오는 자신의 개인 비서 환에게 시선을 준 시혁은 작게 웃었다.
뭐가 그렇게 급한 지 넥타이가 다 풀어져 있었기 때문이였다.
“회장님께서 동생 분과 함께 내려 오시랍니다.”
“...”
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혁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는 순간이였다.
**
“오늘은 당신이 좋아하는 스테이크로 하지.”
“전 좋아요. 호호, 시혁이랑 은새는?”
“저도 좋습니다.”
“저도요...”
웃음이 끊이질 않는 저녁 식사였다.
네 사람의 칼질이 묵묵히 이루어지면서도 애교 많은 엄마의 목소리와 신이 난 새아버지의 목소리가 뒤섞여
여전히 재미있는 뉘앙스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늘 이런 식의 분위기였다. 네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게 되면 분위기의 주측은 늘 부모님이셨다.
물으면 형식적으로 답하는 건 남매였고.
일반 가족들과는 상반된 분위기였지만 그 것이 네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에게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한 공간에서 다 같이 재밌게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부모님의 시선에선 말이다.
“어머, 여기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고기가 아주 맛있어요.”
“난 맛있게 먹어주는 당신과 와서 더 좋아.”
“어머 이이는! 그나저나 너희들 입맛에도 괜찮니?”
“응. 아주 맛있어요 엄마.”
“다행이네. 앞으로도 우리 네 식구 이렇게 자주 외식하면서 살자. 엄마는 이런 게 너무 좋아.”
“나..두.”
은새는 또 한 번 힘겹게 웃었다.
자신의 앞 자리에 앉아 있는 엄마와 새 아빠의 얼굴은 정말로 행복해보였다.
은새는 자신의 옆 자리에 앉아서 묵묵히 스테이크만 먹고 있는 시혁을 무심코 바라봤다.
정말로 표정이라고는 지독히도 없는 남자다.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지마.”
“!!”
자신의 귀에만 들릴 정도로 작은 시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 손은 스테이크를 자르고 있고 눈 역시 은새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놀란 은새는 그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감추며 헛기침을 하고 썰어놓은 고기를 입에 넣을 때 였다.
“그렇게 쳐다보면 키스하고 싶어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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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저번보다 훨씬 나아진 기획안이군요.”
제 1 기획팀에 김팀장은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혁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새로운 화장품 광고 컨셉에 대한 회의가 이루어지고 정확히 일주일 후에 다시 열린 회의였다.
이번 광고로 인해 회사의 전반적인 이미지 상승과 그에 따른 부가적인 이윤을 극대화 시킬 수 있기에
시혁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늘 청순함 혹은 섹시함을 가미한 화장품 광고는 이미 대중들에게 너무나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번 ‘인하기획’에서 선보이고자 하는 제품은 기존에 알고 있던 노화방지, 미백, 여드름, 기미등등
개별맞춤식 천연한방영양크림이였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인식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타사와는 차별되어야 한다는 가장 큰 압박이 단점으로 뽑히고 있다.
기획서를 훑어보던 시혁은 전보다 한층 발전한 기획서에 고개를 끄덕이며 호감을 표했다.
“하지만 자칫 핸드폰 광고로 비춰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 단점을 보완해서 세번째 기획안을 일주일 후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이번 광고에 여자 주인공은 누구죠?”
“신유아씨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유아....”
시혁은 입에서 멤도는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꽤나 골치 아프게 생겼군. 많고 많은 스타 중에 왜 하필이면 신유아야..
“특별히 신유아씨를 선택한 이유는?”
“한방화장품이라는 정해진 타이틀 안에 인식을 깨고자입니다.”
“의미는 좋군요.”
틀린 말은 아니였다.
‘한방’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사람들은 일단 호감을 가지고 시선을 두게 된다. 몸에 좋다면 한번씩은 찾게 되지 않는가.
하지만 신세대들 사이에서의 ‘한방’ 은 뭐랄까.
약 냄새가 나고, 왠지 어른들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게 단점이였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고자 이미 확보되어 있는 중·노년층에서 살짝 벗어나서 신세대를 공략하는 기획을 세운 것이다.
“한창 CF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신유아씨는 신선하면서도 신뢰 있는 외모로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는 스타입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제한없는 연령층의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이기도 하죠.”
“..”
“거울 안에 화장끼 없는 얼굴로 화장품을 바르는.. 그런 갇혀있는 공간의 컨셉에서 벗어났습니다.
요즘 한창 영상통화가 유행이지 않습니까? 그로 인한 쌩얼의 부담감이 꽤 크다고 리서치 결과에서 밝혀졌습니다.
비록 급하게 화장을 할 수는 없지만 반짝이고 윤기 있는 그런 모습을 연출하고자 이번 컨셉을 제안했습니다.
그에 신유아씨의 활발함과 귀염성을 두루 갖춘 모습이 적합한 것 같습니다.”
명확하고 또렷한 설명이 시혁의 귀로 박혀들어왔다. 그리고 선명하게 신유아의 모습을 상상 속에서 그려냈다.
22살에 눈 웃음이 매력적인 여자가 신유아였다.
시트콤으로 데뷔를 하자마자 내숭없는 모습과 털털하면서도 앙증맞은 외모로 시선을 끌어
6개월 만에 이 시대 최고의 CF스타의 자리까지 등극했다.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최고의 자리에 앉게 되었지만 거만하지 않고 늘 겸손한 스타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보이는 신유아일 뿐이다.
세상은 자신의 모습을 감춘 신유아의 가식을 포장해서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좋습니다. 어쨌든 일주일 후에 다시 브리핑하도록 하죠. 회의는 이만 끝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탁. 자리에서 일어난 시혁은 일말의 미련도 없이 회의실에서 나와 사장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오늘 있었던 회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기 위해 따라오는 자신의 개인 비서 환을 자제시키며
그는 혼자 사장실로 들어가버렸다.
털썩. 의자에 몸을 기댄 그는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신유아의 본성을 알지도 못하는 채 잘들 지껄이는군. 얼마나 영악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계집인 지 아무도 모르고 있어.”
삐비빅- 의자에 몸을 기댄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환의 호출이 들어온 것은‥ 시혁은 피곤한 듯 몸을 일으켜 전화기에 버튼을 눌렀다.
“왜.”
[사장님. 방금 동생분이 학교에 가셨다는 보고입니다.]
“그럴테지. 오늘은 오후 수업이 빡빡한 날이니까. 알았다 변동 생기면 바로 보고하도록!”
[네.]
오늘은 어떤 일로 내 신경을 건들일 참이냐.. 여은새.
**
졸린 눈을 비비며 은새는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꾸만 감기는 눈 때문에 고개 마저 끄덕 끄덕 인사를 하고 있는 찰나였다.
콕-콕. 안 그래도 잘 들리지도 않는 영어 시간이라 따분하고 지겨워 죽겠는데 혼자만 졸아?
일채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보이는 하연은 자고 있는 은새의 옆구리를 찔러댔다.
그러자 소스라치게 놀란 은새는 턱에 괴고 있던 팔의 균형이 무너지며 놀란 듯 눈을 떴다.
“앗, 깜짝 놀랬잖아. 최하연!”
“그러니까 누가 영어시간마다 자래? 영어 잼병인 나도 이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열공중이신데!”
“아움..졸려죽겠다.”
“참 신기하단 말이지. 이렇게 강의 시간에는 꾸벅 꾸벅 조는데 어떻게 과탑이 될 수 있냔 말인지..”
“도무지 안되겠다. 커피 한잔이라도 마시고 들어와야겠어.”
교수님 눈에 띄지 않게 살짝 일어난 은새는 조심스레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시험 기간을 3주 정도 남겨 놓은 시점에서 수강하고 있는 과목들의 레포트가 하나 둘씩 쌓이고 있다.
공부하기도 바쁜 시간에 레포트를 내라고 극성을 피우니, 다 좋은 대학생활의 유일한 오점이다!
강의실에서 나온 은새는 졸린 눈을 비비며 자판기를 찾아 걸어갔다.
커피를 뽑으려고 주머니를 뒤지던 그녀는..
“바보. 커피 마시러 나온 사람이 돈을 안 가지고 나오면 어쩌자는거야.... 바보 여은새. 쯧쯧”
자신의 주머니에 동전 하나가 없음을 깨닫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던 찰나,
자판기에 동전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참 누군지 동전 있어서 커피도 마시고 좋겠구만’을 속으로 외치고
가던 길을 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에 인기척을 해왔다.
“밀크커핍니다.”
“누구세요?”
자신 앞에 커피를 내미는 남자의 모습에 놀란 은새는 토끼눈으로 그에게 물었지만
검정색 정장을 빼입은 그 남자는 커피만을 건낸 채 가벼운 목례 후 황급히 사라졌다.
학생 같아 보이지는 않은데.. 누구지?
알 수 없는 그 남자의 정체를 추긍하는 것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게 되자 사그리 잊게 된 듯
한 모금을 마셨다. 쌓여 있던 피로가 다 누그러지는 기분이였다.
**
“어머, 강사장님. 오늘은 일찍 들어오셨네요?”
“네. 일이 좀 빨리 끝나서요. 아버지랑 어머니는요?”
“강회장님은 급하게 제주도로 출장을 가셨습니다. 사모님도 함께요.”
“갑자기 왠 출장이시지?.. 그렇군요. 알았습니다.”
시혁은 오랜만에 일찍 집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반겨주는 사람이 고작 가정부 뿐이라는 게 조금 서글퍼졌다.
두 명에서 네 명으로 늘어났지만 불과 1년 전과 다를 게 없는 분위기였다.
크게 신경쓰지는 않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을 떨치고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아, 아가씨는 2층에 계셔요. 30분 전에 들어오셨거든요.”
은새와 시혁의 방은 2층에 마주보고 자리잡고 있었다.
30분 전에 들어왔다는 가정부의 말에 시혁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집에 들어왔다는 보고 따위는 없었는데..
자신의 할말은 다 했다는 듯 주방으로 들어가려는 가정부를 힐끔 바라보던 시혁은 그녀를 붙잡았다.
“혹시 아버지께서 언제쯤 돌아오신다고 하시던가요?”
“적어도 이틀은 제주도에 계실 거라고 하셨어요. 좀 더 길어질 수도 있구요. 사장님께 전화드린다고 하셨는데..”
“그럼 전화가 오겠죠. 아, 아주머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보세요. 그리고 이틀 동안 안 나오셔도 되요.”
“네?”
“이틀 동안 푹 쉬다 오세요.”
시혁은 가정부에게 살짝 웃어주고서는 2층으로 천천히 걸어올라갔다.
이틀 후에 온다는 부모님.. 그리고 가정부도 휴가를 줬으니 이 큰 집에는 여은새와 자신 둘 뿐이겠군.
시혁의 입꼬리가 야릇하게 올라갔다.
터벅 터벅. 2층으로 올라온 시혁은 노크도 없이 무작정 은새의 방 문을 열었다.
평소 같았더라면 ‘노크 할 줄도 몰라요?’ 하면서 달려들었을 그녀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잠잠하다 싶어 그녀를 찾았다.
그리고 잠시 후 침대 위에 곤히 잠들어 있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귀여운 내 고양이. 오늘은 피곤했나보네. 이 시간에 잠들어 있다니..”
침대에 살짝 걸터앉은 시혁은 천사같이 잠들어 있는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어제 늦게까지 컴퓨터와 씨름을 하더니만 결국은 이렇게 일찍 들어와 잠들어있었군..
참 신기하지? 아주 묘한 타이밍이잖아.
니가 집에 있다는 보고도 받지 못했는데 내가 일찍 집에 들어왔고,
들어오자마자 들은 소식이 부모님은 출장가셨다..그런데 너는 집에 있다.
이젠 아주머니도 없으니 적어도 이틀은 너와 나. 둘 뿐이다.
오빠 동생 사이로 묶여있는 감옥같은 집이 아니라 마치 부부같은 행복한 신혼 집의 분위기가 될 수도 있겠군.
그게 설령 나 혼자만의 상상일 지라도...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시혁의 손놀림이 조심스럽다.
행여나 깨어날까.. 예쁘게 잠들어 있는 나만의 고양이가 깨어날까봐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고 또 어루만졌다.
그러던 그 손이 자꾸만 욕심을 내서 눈으로 향하고, 코로 향하고, 입술로 향하고...
이내 흘러 내려와 목 줄기를 타고 잠겨 있는 셔츠의 첫번째 단추를 열었다.
“자는 모습도 사랑스럽군. 어디 한 곳 빼놓지 않고 모두 다 사랑스러워..”
두번째 단추가 열렸다.
“그래서 더욱 더 불안하지.”
세번째 단추가 열렸다.
“나만 갖고 싶은 소유욕에 불타올라 난 늘 너에게 미친 놈 취급을 받곤 하지.”
네번째 단추가 열리고..
시혁의 입술이 그녀의 턱을 타고 내려와 단추가 열린 순서대로 흔적을 남겼다.
사랑스러운 나만의 암고양이..
뭔가 아찔한 향기가 시혁을 감쌌다. 소유하고 또 소유해도 빠져나올 수 없을 듯한 매혹적인 그 향기..
미칠 것만 같았다. 자꾸만 자신을 유혹하는 듯 잠들어 있는 은새를 갖고 싶었다.
“여은새..”
그녀의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이자 잠결에 놀란 은새는 몸을 잠시 비틀더니 이내 다시 잠에 취하듯 잠들었다.
그런 그녀의 도발적인 모습을 참을 수 없었던 시혁은 걸터앉은 몸을 일으켜 은새가 덥고 있는 이불을 걷고서
자신의 몸을 그녀의 옆에 눕혔다.
싱글침대라 두 사람이 눕기에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워낙 몸집이 작은 은새이기에 시혁이 들어가 같이 누워도 크게
불편하거나 답답한 건 없었다. 또, 그 작은 몸을 시혁의 커다란 몸이 감싸자 그는 둘이 아닌 하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품에 쏙 들어올 만큼 넌 작고 예쁘구나.”
그래서 늘 불안해. 그 작은 몸으로 뛰면 넘어져 상처를 입을까 불안하고..
그 작은 몸으로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면 얼마나 힘겨울 지 걱정되고..
그 작은 몸으로 자신보다 25cm나 큰 시혁에게 달려들 때마다 얼마나 불안 불안한지..
널 꽉 껴 안으면 부서질까.. 불안해 죽을 것 같다.
“은새..”
자신의 품 안에 안겨 있는 은새를 끌어 올려 눈 높이를 맞춘 시혁은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포시 올려놓았다.
도장을 찍듯이 몇 차례 장난을 치던 시혁은 채 풀지 못한 단추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하기 시작했다.
굳게 닫혀져 있는 입술을 열어 유연하게 들어가서 요동을 치듯 입 속을 헤매고 다니던 그의 호흡이 가빠진다.
기어코 다 풀어낸 셔츠를 살짝 열어 얇디 얇은 그녀의 허리를 쓸어올리며 오르락 내리락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조금씩 풀어내려는 듯 요란스러웠다.
입술을 헤매던 그가 잠결에 내뱉은 은새의 얕은 신음소리에 폭발하듯 더욱더 거칠게 입술을 찾았다.
입술을 야금야금 깨물기도 하고 혀로 라인을 따라가며 맛을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귓볼을 훑으며 깨물기도 하고 라인을 타고 내려와 쇄골 뼈에 흔적을 남기듯 깊게 빨아들이기도 했다.
한 손은 그녀의 속옷 위에서 방황하듯 더듬거렸다.
“으..음..”
시혁의 집요한 공격에 잠을 자고 있던 은새가 살며시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며 정신을 차리고 있는 듯 했다.
그런 은새의 움직임에 시혁은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마주쳤고 사랑스럽다는 듯 입을 맞췄다.
“잘 잤어, 내 암고양이?”
“...!!!!!!!!!!”
그의 손이 마침내 속옷을 들어 올리고 봉긋 솟아있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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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 썼던 5-6편이 드디어 올라왔군요.
사실 아침에 올리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정신 없는 하루였거든요! 늦어서 죄송해요 ㅠ0ㅠ
하지만 그래도 오늘 또 찾아온 진이니깐 이뻐해주세요 낄낄^^*
좋은 밤 되세요ㅎㅎ
꼬릿말 남겨주신
미래의소설작가 ,참된하루, 미쓰리님ㅇ , 이정혜, 채덜쏭, 반닭곰 , 오직오직준수, ★고양이☆ , 까까줄래?, 숙자씨,
☆㉧ㅣ뿐㉵영★ , 돈이 좋아, 오즈:), 돈킬러
님들 감사드립니다. 글 올리고 한번 싸악 수정한 후에
답꼬리 남기러 갈께요!
감사합니다^^ㅎㅎㅎㅎㅎ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집착적 소유 5-6
초절정진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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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275
08.01.18 21:44
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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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꺄 일빠다ㅋㅋㅋ담편두고고싱~
일빠ㅊㅋㅊㅋ^^ 담편도고고씽~ 꼬릿말감사합니다^^
허허허 1빠인가?ㅋㅋ 재미있어영 ㅋㅋ 근데 시혁이가 불쌍 ㅜㅜ 좋아하는 사람이랑 가족이되다니...
에잇-0-1빠놓쳤네 ㅜㅜㅋㅋ
그러니까요ㅠ0ㅠ 에혀..어떻게든되겠죠? 꼬릿말감사드려요!ㅎㅎㅎㅎㅎ
와 너무재밋어요!!!ㅠㅠ 담편도기대할게요!!
넷^^ 담편올리고갑니다 재밌게읽으세요~ㅎㅎ
너무재밌어영ㅜㅜㅋㅋㅋ담편ㄱㄱㄱ
담편 ㄱㄱㄱㄱㄱ 왔습니다 재밌게읽으세요
와 진짜 재미있네요 담편도기대할게요
ㄴㅔ^^재밌게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꺅~!! 어뜩해! 다음편 기대되요! ㅋㅋㅋ 시혁이 진짜 좋아요~~ 은새랑 잘 됬음 좋겠는데~~~!^^
전 개인적으로 시혁이같은남자가저랑잘됐으면...ㅡ.ㅡ;;;어쨌뜬 꼬릿말감사드려요 ㅋㅋ
악진짜 다음편기대되요ㅋㅋ 악 보구 댓글다는건처음이당..ㅎ히히그런데 왠지 시혁이가 무섭기도 하면서 끌리는건..뭐지
저도그래요..날이갈수록시혁에게로빠져들고있습니다ㅠ0ㅠ
아 너무 재밌어요 ^^ 담편완전기대요~~~!!! 은새가 언능 시혁이한테 맘 열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근데 혹 신유아라는여자가 방해가 되는건 아닌지 ㅜㅜ 벌써부터 걱정되요
저도걱정이됩니다ㅠ0ㅠ........두사람의사이에서얼쩡되면안되는ㄷ ㅔㅠㅠㅎㅎ
재밋당ㅎㅎ
감사합니다^^
신유아가누구지....다음편기대!!재밌어요!!
신유아의정체가밝혀졌습니다~~ㅈㅐ밌게읽으세요^^
너무 재미있어요. 저도 다음편 기대~
감사합니당^^
재밌어요!!! 다음내용이 계속궁굼해요!!! 다음편도 빨리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꺄//!! 재밌어요^^!!!!
감사합니당ㅋㅋㅋㅋ
이렇게끈어버리면어째여........................으아
원래그래야다음편을보고싶은마음이생기잖아요 ㅋㅋㅋ^^
재미나요..어서어서 담편으로 달려주세용!!!!^^^헤.헤.헤...
달려왔습니다 재밌게봐주세요~ㅎㅎㅎㅎ
전편만봐쓸때는시혁이가또라이로느껴졌는데ㅋㅋ이젠안그랴ㅐ요 `
또라이라뇨ㅠ0ㅠ 사랑방식이다른것뿐이랍니다~~ㅜㅜ
아..빨리 은새도 시혁이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과연그렇게될련지ㅠㅠ앞으로도쭈욱지켜봐주세요^^
아 진짜 재밋어요!!!!! 시혁아!!
감사합니다!ㅎㅎ
다음편도기대하겠습니다 작가님건필하세여^^
재미잇어요>,<으힛!
와후짱재밋어요ㅠㅠㅠ! 담편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