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토요일 (자) 위령의 날 - 첫 미사
복음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1-12ㄴ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 그분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2 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그들을 이렇게 가르치셨다.
3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4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5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6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7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8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9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10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11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12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행복하여라!”
금년 가을의 요 며칠은 단풍이 참 아름답게 물들고 어디에를 가나 가을 하늘과 햇빛에 비치는
단풍들이 너무 고와서 저도 모르게 감탄을 하게 됩니다.
이 단풍들을 보며 저도 주님께서 부르시는 때에 마지막 시간을 이렇게 아름답게 하며 떠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죽음의 이별은 슬픔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다가오는 죽음의 시간은 두려움과 고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지막을 아름다운 색깔을 드러내며 마감하는 나무의 모습을 보며 한 삶의 마지막을
배우게 됩니다.
봄의 화사한 꽃으로 시작해서 여름의 신록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열매를 냅니다. 그 후 나뭇잎은
미련 없이 떠날 채비를 낙엽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작은 단풍 한닢이 우리 인생의 한 삶을
비추어 줍니다.
헬렌 켈러(Helen Keller)는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이란 제목으로
'애틀랜틱 먼스리' 1933년 1월 호에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대공항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미국인들에게 이 글은 큰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너무 길어서 다 인용을 하지 못하고
일부만 내놓으며 그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첫날에는,
나를 가르쳐준 설리반 선생님을 찾아가 그 분의 얼굴을 보겠습니다. [...]
그리고 산으로 가서 아름다운 꽃과 풀과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습니다.
그러다 오후가 되면 시원한 숲 속을 오래 오래 산책하면서 자연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저녁노을의 찬란함을 위해 기도드리겠습니다.
그날 밤은 아마도 밤새 잠을 못 이룰 것 같습니다.
둘째날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먼동이 터오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
저녁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별을 보겠습니다
셋째날엔,
아침 일찍 큰 길로 나가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싶습니다.
점심 때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저녁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쇼윈도우의 상품들을 구경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사흘간 눈을 뜨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 짧은 3일 동안 나는 내가 보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당연히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단지 어두움이 내려오기 시작할 때 나는 내가 보고 깊었던 것 중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지 못하였나 하는 것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보라. "
"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 향기를 맡아보라. "
"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보라!" 고
평생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었던 헬렌 켈러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이 심정으로
산다면 고마워하지 못할 일도, 시시하게 살 이유도 없습니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오늘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하느님께 얼마나 감사해야 할까요? 얼마나 고맙고
또 기쁜 일인가요?
오늘 , 우리의 남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돌아가신 분들 속에서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숨 쉴 수 있다는 것, 내가 걸을 수 있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것,
그리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두는 소중하며 또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 남은 나의 삶이 나만을 위해 살지 않고 이웃의 아픔을 위해 슬퍼하는 마음, 어떠한 무시와
비겁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온유의 마음, 부정의 유혹 앞에서 늘 의로움을 지키려는 마음,
이웃의 잘못에 대해 덮어주며 자비를 베푸는 마음, 하느님만을 사랑하는 깨끗한 마음,
평화를 위해 애쓰는 마음, 의로움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 어떠한 모욕에도 박해를 받아도
견디는 마음, 그런 마음들이 바로 복음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 무덤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며 함께 기도하며 미사를 봉헌합시다.
출처: 구름 흘러가는 원문보기 글쓴이: 말씀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