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간 무료 예식 열어주고… ‘하늘 식장’으로
창원 ‘신신예식장’ 백낙삼 씨
1만4000여쌍 부부 무료 결혼식
뇌출혈 1년 투병 끝 하늘나라로
부인 최필순씨 “문닫을 계획 없어”
경남 창원에서 55년간 무료 예식장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부부 1만4000여 쌍의 결혼식을 지원한 백낙삼 씨(왼쪽)가 28일 향년 93세로 별세했다. 오른쪽은 백 씨와 예식장을 함께 운영해 온 부인 최필순 씨. LG복지재단 제공
경남 창원에서 55년간 예식장을 무료로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부부 1만4000여 쌍의 결혼식을 지원한 백낙삼 씨가 28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백 씨의 아들 백남문 씨(53)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4월부터 투병 생활을 해오셨던 아버지께서 오늘 숨을 거두셨다”고 말했다. 백 씨는 지난해 4월 자택 옥상에 심은 채소를 보러 갔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후 몸의 일부가 마비되는 등 증세가 악화돼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청년 시절 10년 넘게 사진사로 일한 백 씨는 1967년 마산합포구 북마산가구거리의 한 3층 건물을 매입한 뒤 100석 규모의 ‘신신예식장’을 차렸다. 이때부터 백 씨는 형편이 어려운 예비부부들에게 무료로 예식장을 빌려줬다. 웨딩드레스, 구두, 턱시도, 꽃 등 결혼식에 필요한 용품은 물론이고 화장 등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했다. 다만 사진 촬영비로 6000원만 받았다고 한다. 백 씨는 생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미뤘던 기억이 남아 돈이 없어 식을 올리지 못하는 예비부부들을 위해 봉사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백 씨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포장을,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고, 2021년엔 ‘LG의인상’을 수상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월 14일 신신예식장을 찾아 백 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페이스북에 “누군가의 행복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더 큰 행복과 자부심을 느꼈다는 백 씨의 봉사 정신을 기억하겠다”고 썼다.
현재도 예식장은 부인 최필순 씨(83)가 맡아 무료로 운영 중이다. 아들 백 씨는 사진 촬영과 예식 진행을, 주례는 교육자 출신 친척이 담당하고 있다. 백 씨는 “아버지께서 평소 말씀하신 대로 예식장은 앞으로도 계속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빈소는 마산의료원, 발인은 30일 오전 9시 반. 055-249-1700
정재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