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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수상작>
이 장 근
귓속 동굴 탐사
귓속에서 소리가 난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가 난다
누가 내 귓속 동굴을 탐사하나 보다
보물을 숨겨 놓은 곳을 찾고 있을까?
시끄러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발자국 소리가 멈췄다
찾았을까?
오늘 민지에게 들은 말
하루 종일 귓속에서 빛나던 말
“우리 사귈래?”
가족대상
텔레비전에서 연예대상을 보다가
우리도 가족대상을 하자고 했죠
인기상에는 올해 태어나
가장 많은 웃음을 선물한 막내가 받고
신인상에는 초등학교 입학하고
처음으로 상을 받아온 제가 받았죠
최우수상에는 회사일 하랴 집안일 하랴
바쁘게 뛰어다닌 엄마가 받았고
영광의 대상은 추운 날씨에
밖에서 일하시는 아빠에게 돌아갔죠
음음, 아빠가 헛기침을 하며 수상소감을 말했어요
“이 상은 밖에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아이들을 봐 준 장모님께 바칩니다.”
이크 에크
750){/*window.open*/(this.src)};"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onmouseover='if(this.width>750){this.style.cursor="hand"; this.title="원본보기"};'>
우리나라 전통무예
태껸의 기합소리는
이크 에크
도장 창문 밖에서
키 큰 나무가 따라하고 있어요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며
이크 에크
나뭇가지에 붙은 매미가
기합을 넣고 있어요
장기 이식
곰 인형 왼쪽 눈알이 사라졌다
애꾸눈이 되었다
반쪽밖에 볼 수 없을 곰 인형
나도 반쪽으로 보이면 어쩌지?
집을 모두 뒤져도 나오지 않는 눈알
나는 윗옷을 벗었다
단추를 하나 떼어
왼쪽 눈에 달아 주었다
방에 갇힌 날
숙제 다 할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말아
쾅!
방문이 닫혔다
방에 갇혔다
형아, 다 했어?
아니.
형아, 얼마나 남았어?
다 해가.
방문 앞에서 조르는 동생
동생이 거실에 갇혀 있다
그림자 싸움
병태와 싸워서
선생님께 불려 간 날
억지로 손을 잡게 시키신 후
교문 나갈 때까지
절대 놓지 말라고 하신다
오늘따라 교문은 멀고
병태는 밉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그림자가 먼저 간다
나는 그림자 손으로
병태의 그림자를 툭 쳤다
병태도 그걸 봤는지
그림자 발로
내 그림자를 툭 찬다
그림자가 싸운다
그림자가 엉킨다
그림자가 춤춘다
그림자가 킬킬거린다
혼자 가는 개미에게
개미 한 마리가
혼자 가고 있어
친구들을 따라가야지
꼴찌구나, 넌
심심하겠다, 얘
말하고 있는데
뒤에 친구 개미들이
줄 맞춰 따라오고 있어
일등이었구나, 넌
그런데 일등도 참
심심하겠다, 얘
750){/*window.open*/(this.src)};"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onmouseover='if(this.width>750){this.style.cursor="hand"; this.title="원본보기"};'>
히히힝
의자는 말처럼 생겼지, 히히힝
네 다리는 네 발이고, 따가닥
등받이는 목이라네, 푸르르
말을 거꾸로 타고 있는 나에게, 히히힝
쉬는 시간만 되면, 따가닥
어서 달려 달라고, 푸르르
나는 내 엉덩이를 때리며, 히히힝
신나게 달리지, 따가닥
땀나게 달리지, 푸르르
750){/*window.open*/(this.src)};"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onmouseover='if(this.width>750){this.style.cursor="hand"; this.title="원본보기"};'>
힘센 층
너희 집 몇 층이야
15층
와, 높다
그럼 너희 집은 몇 층이야
1층
2층에서 15층까지
모두 업고 있는
1층이지
와, 힘세다
왜 몰라
750){/*window.open*/(this.src)};"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onmouseover='if(this.width>750){this.style.cursor="hand"; this.title="원본보기"};'>
더러운 물에서
연꽃이 피었다고
연꽃만 칭찬하지만
연꽃을 피울 만큼
내가 더럽지 않다는 걸
왜 몰라
내가 연꽃이 사는
집이라는 걸
왜 몰라
성에꽃
간밤에 얼음나라 공주가 다녀갔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
이불을 차내고 자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책상에 펼쳐놓은 일기를 몰래 읽고
잠깐 내 옆에 누워 있다가
머리를 한 번 스윽 넘겨주고
휘이잉 창문을 닫고 나갔다
창문에 찍힌 공주의 손자국
공주가 아니었으면
난 감기에 걸렸을 거다
성에꽃 손바닥에 하트를 그려 준다
과일가게 아저씨
시장에 있는 과일가게 아저씨
헤드마이크 하고 랩 가수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참외를 센다
한 놈 두식이 석 삼 너구리 오징어 육개장
에라, 기분이다!
칠면조 받으시오
장바구니에 담긴 참외가
키득키득
들고 가는 아줌마 날갯죽지도
파닥파닥
이 장 근
1971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으며, 한남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8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고, 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에 있는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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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수상 소감>
이 장 근
750){/*window.open*/(this.src)};"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onmouseover='if(this.width>750){this.style.cursor="hand"; this.title="원본보기"};'>잠결에 당선 전화를 받았다. 꿈결 같았다. 그렇게 고운 결도 있을까? 꿈이라면 깨지 말아야지 하며 한 시간 정도 깨어 있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
밤을 새웠기 때문이다. 시 한 편과 동시 한 편,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참회의 글을 썼다. 아버지 이야기는 아침 9시가 되어서야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주가 되었다. 아버지께 이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리고 싶었지만 또 어긋나고 말았다.
아버지는 글씨를 참 잘 쓰셨다. 내게 또박또박 쓰라고 가르치셨지만 내 글씨는 삐뚤빼뚤하기만 했다. 사는 일도 또박또박하지 못하고 삐뚤빼뚤하기만 했다. 그런 나를 아버지는 사랑하셨다. 두 아이를 가진 아빠이면서도 아이처럼 삐뚤빼뚤하기만 한 내가 귀여우셨나 보다. 아버지께 나는 언제나 아이였다. 나뿐 아니라 모든 어른들이 그러하리라. 아버지라는 존재로 인해 어른이면서도 아이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꺼지지 않는 동심의 불씨이고 동시를 읽고 쓸 수 있는 힘일 것이다.
뒤늦게라도 아버지께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게 해 준 푸른책들과 심사위원들께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박또박 쓸 수 있을 때까지 삐뚤빼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아버지의 반쪽인 어머니와 형과 누나, 그리고 아내와 아들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삐뚤빼뚤한 내 시의 어깨를 토닥여 준 이병승 시인, 안오일 시인, 정형일 시인, 손병걸 시인, 황규관 시인, 고맙습니다. 살아계실 때 못했던 말을 이제야 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 있는 우리 둘째 윤아야, 사랑해!
<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심사 소감>
박 혜 선
응모자들이 보내온 동시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동시의 숲에 나무 한 그루를 보태는 일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동시의 숲에서 뿌리 내리고 살아갈 이웃을 만나는 일이니 기대되고 떨리기까지 했다.
심사를 하면서 반가운 이름을 자주 만난다. 지칠 줄 모르는 그들의 열정이 동시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책 속에 사는 할머니」 외 17편을 보내온 김시민의 동시는 발상이 신선하고 밀고 나가는 힘에 거침이 없다. 다만 좀 더 오래 생각하고 썼으면 좋겠다. 양적으로 풍성한 것도 미덕이지만 질적으로도 풍요로워야 한다. 「따뜻한 공식·1」 외 14편을 보내온 조하연은 끊임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 실험은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마침내 실험이 완성되는 날 그가 빚은 시도 빛을 발할 것이다. 「빗방울 체육시간」 외 33편을 보내온 김이삭의 동시는 시적 완성도가 높고 자기만의 개성이 살아 있다. 그러나 제재가 엇비슷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가 협소한 느낌이 든다. 좀 더 시야를 넓혀 오래 삭히면 자신만의 목소리가 뚜렷한 동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번 심사에는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여느 때보다 많은 가운데, 아래 네 명이 최종 심사 대상이 되었다.
「귤 맛」 외 21편을 보내온 김현숙의 동시는 귤 맛처럼 “시고”, “달고”, “시원”했다. “조각마다 다른 맛을 숨겨둔 귤”처럼 보내온 시의 맛도 다양했다. 나는 김현숙의 동시를 읽으며 상큼한 귤나무를 떠올렸다. 「귤 맛」, 「강」, 「축구공 하나가」, 「누가 훔쳐갔나」 등에서 보여 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운 흐름은 그가 시와 함께한 시절이 결코 짧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오랫동안 시를 다듬고 고민한 흔적이 편편이 느껴지는데, 간결한 이미지에 깊이가 보태어지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의 깊이는 나무의 뿌리와도 같다. 뿌리가 흔들리면 아름다운 잎도 지고 만다. 소재를 잡고 난 뒤에 바로 쓰지 말고 부디 소재 속에 숨어 있는 ‘그 무엇’에 대해 고민하기 바란다. 뿌리가 넓고 깊게 뻗을 자리를 다지는 데 힘쓰면 김현숙은 자기만의 상큼한 맛을 지닌 귤나무로 동시의 숲에서 멋지게 자리 잡을 것이다.
「줄다리기」 외 49편을 보내온 이경모의 동시를 읽으며 물오른 버드나무를 떠올렸다.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의 유연함이 시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연과 아이가 팽팽히 맞서 있는 모습을 그린 「줄다리기」, 매운 고추 냄새에 나뭇잎들도 빨갛게 달아오른 「할머니의 가을」 등은 일상의 사소함을 재치 있게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이고, “하루”라는 알을 온 세계 사람들에게 먹이는 「달력 암탉」, 해의 눈과 달의 눈으로 “세상이라는” 큰 책을 읽는다는 「하늘의 눈」 등은 비유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경모의 동시는 한 번 읽었을 때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든다. 그런데 두 번 세 번 읽었을 때는 이런 느낌이 반감되면서 점차 식상함으로 바뀐다. 왜 그럴까? 지나치게 감각에 의존하는 시를 쓰기보다 진정성의 무게에 좀 더 힘을 쏟았으면 좋겠다. 이제 물은 올랐으니 가지마다 제 무게를 달고 가장 버드나무다운 모습으로 동시의 숲에 보란 듯이 한 자리를 차지하기 바란다.
숙고 끝에 「귓속 동굴 탐사」 외 29편을 보내온 이장근과 「긴 말 짧은 말」 외 19편을 보내 온 이정인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활달한 상상력과 시적 긴장감을 잘 갖춘 동시를 쓰는 이장근은 막판 뒤집기에도 뛰어난 재주를 가진 시인이다. 「귓속 동굴 탐사」에서 시인은 귓속에서 나는 소리를 귓속을 몰래 탐험하고 있는 누군가의 발소리라고 상상한다. 왜 귓속까지 왔을까? 보물을 찾으러 왔겠지?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귓속 동굴에 숨겨 둔 보물은 뭘까? 독자들까지 귓속 동굴탐험가로 만들어 버리는 이 흡인력! 「가족대상」은 “텔레비전에서 연예대상을 보다가/우리도 가족대상”을 뽑는 이야기를 산문처럼 풀어놓은 시다. 읽다 보면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고 마지막에는 찡한 감동을 받게 된다. 편안하게 풀어놓은 감정들을 한순간 뒤집기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재치! 또한 이장근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그것으로 시의 느낌을 극대화시킬 줄 안다. 「이크 에크」에서는 태껸의 기합소리 “이크 에크”를 도장 창문 밖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그 나무에 붙은 매미가 따라한다고 표현했다. 익히 알고 있던 매미 소리와 다른 의성어를 접하면서 독자들은 전혀 새로운 매미 소리를 체험하게 된다. 의자를 말로 표현한 「히히힝」도 흉내말의 적확한 쓰임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 알려 주는 모범답안 같은 시다. 그 외에도 「장기 이식」, 「방에 갇힌 날」, 「혼자 가는 개미」 등은 재치 있는 마무리로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물한다.
「긴 말 짧은 말」의 이정인도 자기만의 특별한 소재를 찾아 자기만의 방식으로 완성도 있는 시를 쓰고 있다. 「긴 말 짧은 말」은 짧은 말도 길게 하는 엄마와 긴 말도 짧게 하는 아빠의 습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10분 친구」는 바쁜 아이들의 현실을 재미있게 그려 내고 있다. 이정인은 다른 시인들과 비슷한 소재를 선택하고도 다르게 표현하고 새롭게 만들어 내는 재주가 돋보인다. 「남자들의 약속」이나 「빵점 아빠 백점 엄마」 등에서 바로 시인 자신인 듯한 평범한 ‘엄마’를 색다르게 그려 낸 신선함이 수상작으로 뽑히는 데 큰 힘으로 작용했다.
이제 두 시인은 마침내 동시의 숲에 자기만의 나무를 심어 놓았다. 참나무든 소나무든 그 나무를 튼실하게 키우고 가꾸는 일은 그들의 몫이다. 부디 두 그루의 나무가 튼튼한 뿌리와 무성한 가지로 동시의 숲을 푸르고 울창하게 채워 주기 바란다.
끝으로, 타 지면을 통해 이미 등단한 분들이 <푸른문학상>에 꾸준히 응모작을 보내오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치열하게 자신을 갱신하고자 하는 의지에 큰 박수를 보낸다.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탐색하고 있는 여러 응모자들의 동시 또한 기존 동시단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임을 밝힌다. 그러나 <푸른문학상>은 좀 더 신선하고, 좀 더 패기 있고, 좀 더 완성도 높은 ‘푸른 시’를, ‘튼실한 시’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박혜선(시인, 동화작가)
신형건(시인, 웹진 <동화읽는가족> 발행인, 건국대학교 대학원 동화미디어창작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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