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가 내쏜 검보라색은 멈추지 않고 가우리를 향해 왔다. 그 순간 가우리가 빛의 검을 높이 치켜 들고 있는 힘껏 검보라색 기운을 내리쳤다.
"으랴아아!!"
퍼엉!
곧 파열음과 동시에 미라의 기운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흥, 겨우 이거냐?"
가우리는 코웃음을 치며 마족을 노려보나 흩어진 미라의 기운은 곧 주위의 폐허를 조금씩 녹인다.
"글쎄. 이건 맛보기다. 한개가 아니라 여러개라면 어떨지 궁금하군."
미라는 곧 십수갈래의 기운을 내쏟는다.
"헤, 어림없다!"
가우리는 정면의 기운을 파괴시키고 곧 다른 기운들을 피해 미라를 향해 뛴다. 미라를 한번에 노리려는 생각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가우리를 지나쳤던 다른 기운들이 다시 가우리를 노리고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큭!"
퍼엉, 팍!
곧 여러 파열음과 동시에 가우리를 향해 날아들던 기운들은 모두 사라졌다.
"좋아, 다음은......?!"
가우리가 희심의 미소를 지으며 미라를 향해 몸을 돌리는 순간 미라가 달려든다.
"그 정도로 방심하면 곤란하지!"
이번에는 검보라색기운이 휘감긴 미라의 팔이 쑤욱 뻗어져온다.
"윽?!"
가우리는 곧 상체를 뒤로 당겨 피했으나 미라의 손톱이 스친다. 재빨리 피한덕에 스친 정도에도 불구하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으...따가워."
가우리는 상처에 손을 살짝 갇다댔다가 뜨금하며 하는 소리다.
"아직도 태평한가. 이제 그 재수없는 여유를 없애주마! 넌 이제 끝이다!"
미라는 그 팔을 쑥 뻗으며 달려든다.
"길고 짧은건 대 봐야지! 안 그래?"
우오오오오!!!!
촹! 콰각!
수십초 내에 수많은 공격을 주고 받았다. 곧 가우리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미라도 마찬가지였으나 힘이 딸린듯 가우리가 밀리기 시작한다.
"크하하! 아까전의 그 여유는 어디갔느냐!"
미라의 말에 가우리는 씩 웃으며 말한다.
"시끄러, 싸움 중에 딴 짓하면 안 됀다는 것 모르나?"
"힘이 딸려서 밀리는 주제에 말이 많군!"
그렇게 천천히 밀리던 가우리가 재빨리 몸을 뺀다.
"뭐냐? 도망가기라도 하겠단 말이냐?"
가우리는 재빨리 미라의 뒤로 돌아가며 공격한다.
"기습은 조용없어!"
미라는 돌아서며 가우리의 공격을 막는다.
"이건 기습이 아니라 반격이다!"
"!!"
밀리는 듯한 아까와는 달리 미라보다 더 엄청난 기세로 미라를 몰아부치는 가우리였다.
콰악! 촹! 채앵!
"아까와는 다르다니!"
미라는 아까의 가우리보다 더 빠른 속력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가우리는 몸에서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맹렬한 기세로 몰아세운다.
"캬아아아!!"
그렇게 지루한 싸움이 계속 되던 중 미라가 괴상한 함성을 지르며 엄청난 기운을 내뿜었다.
"지독하군!"
사방의 폐허는 보라색 기운에 의해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이제 진짜로 해보자!!"
부우웅!
빛의 검의 날이 밝아지며 커다란 기운이 뿜어졌다. 그 기운은 곧바로 미라를 명중했다.
부우우욱!!! 콰콰쾅!!!
곧 폐허들이 날렸다. 그 기운이 엄청나 반대편에 있는 사일라그에서 보일 정도였다.
미라는 한없이 밀려나다가 어딘가에 부딪쳤다.
쾅!
"컥!"
"실피르!"
"예!"
어디선가 실피르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수작인지는 몰라도 내가 흩뿌린 기운들만 있으면 이 깟..."
그러나 미라의 말은 가우리에 의해 끊어진다.
"네놈이 등을 대고 있는게 무엇인지 보고 나서 그런 말을 하지 그래."
가우리는 미라의 뒤를 가리키며 말한다. 미라는 재빨리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딱 굳어버렸다.
"신성수 플라군. 방금 뿌린 그 기운들은 금방 사라지거든. 그것도 모르고 싸움에만 신경써서는 안 되지."
"큭!"
그러나 미라는 가우리의 말을 듣고 있을 정도로 순순하지는 않았다. 곧 바로 플라군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어딜!!!"
가우리는 몸을 날려 미라를 가로막는다. 바닥에 피가 후두둑 떨어진다.
"우랴아!!"
그리고 빛의 검을 미라의 가슴 정중앙에 박았다.
푸욱!!
이번에는 미라의 검은 피가 솟구쳤다.
"크아아아!!!"
미라는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의 기운이 신성수에 조금씩 빨려들어가며 어지러워져 폭주직전까지 가있었다.
"이제 좀 사라져 줘야 겠다구!"
빛의 검은 미라의 가슴을 꽤 뚫고 나서 신성수에 까지 단단히 박혀 빠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제 완전히 통제력을 잃은 검보라색 기운은 사방으로 괴물같이 뻗치려 하고 있었다. 미라의 몸은 이곳저곳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지금이야!"
가우리의 외침에 실피르가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다. 곧 하얀빛과 리커버리의 주문이 흘러나왔다. 리커버리는 대상자의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주문이다. 신성수의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미라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속력이 빨라졌다. 동시에 빛의 검에 의해 생긴 상처 또한 사라져갔다.
"이제 그만 사라져라! 신성수에 의해!"
가우리는 서서히 소멸되어가는 미라를 보며 말했다. 온 몸에 상처가 나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듯 서 있다.
"크으윽..."
기운이 다 빠지고 서서히 소멸되어 가자 미라는 정신을 차린 듯 하다.
"그러니까 애초에 왕이 되려는 꿈은 꾸지 말았어야지. 그리고 이 빛의검."
가우리가 빛의 검을 잡으며 말한다.
"우리 집 가보거든. 그렇게 간단히 줄 수는 없어."
그 말에 미라는 이제 천천히 사라지며 말한다.
"역시...그렇군. 네 놈은 그 자나파를 쓰러뜨렸다는 인간의 자손인가 보군."
미라의 말에 가우리는 의외라는 듯 말한다.
"아는가?"
"내가 쓰던 기운은 남아있던 자나파의 독기를 더한 것이다. 자나파의 기억도 조금 남아 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인간이 나를 이기다니...상상도 못 한 일이다."
미라는 이제 거의 소멸 되어 사라졌다.
"휴. 애초에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았어야지. 너무 꿈이 컸어. 웃."
어둠에 익숙해져 있던 가우리의 눈에 밝은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열라 밝아."
가우리는 손으로 눈을 가리며 말한다. 곧 실피르가 신성수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가우리는 털썩 주저 앉았다.
"가우리님, 괜찮으세요?"
"뭐...그런데로.
"죄송해요...저 때문에..."
실피르의 말에 가우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실피르야 말로 내 빛의 검 때문에 납치 당했는데 뭘. 피장파장이지."
"그런가요?"
실피르의 되물음에 가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그래. 그나저나 상처 좀 치료해 주면 안 될까? 무지 아프거든."
가우리는 볼을 긁적이며 말한다.
"아, 예! 죄송해요!"
"괜찮다니까."
곧 응급처치를 끝내고 가우리는 실피르의 부축을 받으며 마을로 걸어간다.
"그런데 놀라운걸. 신성수가 마족을 저렇게 간단히 소멸시키다니..."
"신성수는 가우리님의 조상께서 자나파의 독기를 없애기 위해 골드드래곤에게 받은 묘목입니다. 원래 마족의 마이너스에너지나 독기를 양식으로 하는 신성수는 리커버리주문으로 활성화 시켜주면 가까이 있는 독기등을 빨리 끌어들일 수 있죠. 방금 마족도 그런 경우로 기운을 빼았긴 거죠. 그 기운을 양식으로 신성수는 성장과 회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거에요."
"그래? 잘은 모르겠지만 대단한거라 이거지. 그나저나 실피르. 나 배고픈데 집에 가면 아침밥 좀 해주면 안 될까?"
"당연하죠. 절 구해 주셨는데..."
"이야~그거 기대되는데? 빨리 먹고 싶다."
가우리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 저기 마을이 보이네요!"
실피르가 사일라그를 가리키며 말한다.
거기에는 이미 실피르의 아버지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있었다.
"오오...실피르. 아무 일 없었느냐?"
실피르의 아버지의 걱정스런 말에 실피르는 고개를 끄덕여 말한다.
"괜찮아요. 그리고 가우리님의 상처부터 치료해야죠."
이번에는 실피르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가우리님. 덕분에 제 딸이 목숨을 건졌습니다."
"아뇨.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실피르의 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에게 가우리를 집까지 부축해 주기를 부탁하여 가우리는 곧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와우. 맛있겠다!"
가우리는 곧 실피르가 차린 아침밥을 엄청난 속도로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10분정도 지나자 모든 음식이 사라졌다. 실피르는 토끼눈을 뜨고 가우리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살겠다."
가우리는 의자에 편하게 앉아있었다.
"자, 그럼 이제 가야겠다."
잠시 후 가우리가 갑옷과 빛의 검을 챙겨입으며 말했다.
"네?"
실피르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어디로..."
"뭐, 떠돌이라서 여러 곳을 떠돌아 다니거든. 게다가 실피르의 집에 계속 폐만 끼치고 있을 수는 없어."
"하지만..."
실피르는 고개를 숙이며 말을 얼머무렸다.
"자, 실피르가 어르신께 잘 말씀드려줘. 곧바로 가야 될것 같으니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가우리는 다시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신성수가 시워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가우리는 피식 웃으며 예의 시인지 노래인지 헷갈리는 말을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푸른 녹음이 짙고 바람은 나무에 쉬어가네. 나무는 바람의 자리를 기꺼이 내주네. 풀들은 바람에 끌려 이리저리 흔들리니 빛깔이 곱다. 그것이 융단이요, 바로 자연의 비단이다.
가우리는 마지막으로 사일라그를 돌아보며 말한다.
"세삼 조상님이 존경스럽네. 휴우~나는 노래짓기까지는 못 하는데."
가우리는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다음은 어디로 간다?"
=========================================================
로드:만세~드디어 끝났다~
L:하아...너의 그 빈둥거림에는 신물이 다 난다.
로드:그래도 이제 마음대로 단편 쓴다아~
L:ㅡ.ㅡ...감당 못 할 거면 쓰지도 마!
로드:그렇게 말 할것 까지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