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字幕과 개혁문제
- 자막의 불편은 검정색바탕에 흰 글씨를 넣으면 해결 돼
- 개혁은 특별위원회보다 장관들이 소신 있게 실천해야
무술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잘 된 무술영화라면 꼭 보려고 한다. 이소룡을 위시한 중국무술영화는 물론이고 일본의 사무라이영화 등에도 심취했는데 요즈음은 한국판 무술영화에 더 열을 올린다. 최근에는 최영의 씨의 일생을 그린 ‘바람의 파이터’를 재미있게 보았고 ‘역도산’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중국무술영화에 심취했었는데 점점 사람이 공중을 날아다니고 주인공이 손을 한번 번쩍 하면 수류탄 터지듯이 졸개들만 몰살하는 장면 등이 너무 허황되고 作爲的이라 흥미가 없어져서 이제는 실존인물의 전기처럼 사실적인 일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것에 흥미를 더 갖게 되었다.
이런 면에서 한국영화가 숨 돌릴 수 없이 박진감이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한국영화를 더 좋아하는 것은 자막이 필요 없어 열중해서 화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순간을 놓치면 안 되는 격투영화에 있어서 대사내용은 귀로 들어서 파악하고 눈은 영화장면 만을 보아야 하는데 外畵인 경우 자막으로 글씨가 나오면 신경이 분산돼서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난다.
자막이란 배경색깔 불구하고 흰 글씨나 노랑글씨로 대부분 나오는데 배경이 희거나 연한 색깔이면 글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닐텐데 자막이 생긴 이래 수 십년 간을 안 보이는 흰색 글씨 자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니 우리 국민은 도대체 이런 사소한 실질적인 일에 대해서는 개선에 대한 의식이 없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국산 영화인데도 대화가 외국어로 나오고 내용이 자막으로 처리되는 것은 더 그렇다. 우리 나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촬영장소가 외국이거나 외국인이 나오면 꼭 외국어로 말을 해야 하고 내용은 한국어로 자막처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미국영화를 숫하게 보았지만 꼭 이런 원칙은 아니다. TV에서 보여주는 주말극장의 외화는 대사를 한국말로 더빙해서 외화이지마는 자막이 없어서 좋던데...... 외국인들의 대화내용이 한국말로 나오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던데......
꼭 자막처리를 해야겠다면 요즈음 TV나 영화는 시네마스코프처럼 화면이 모두 옆으로 길어졌는데 좌우 어느 쪽이든지 일정구간을 검정색으로 처리하고 그 검정바탕에 흰색글씨를 넣으면 글씨를 읽기가 쉬울 것이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지 정말 궁금하다.
우리는 건국이래 매 정권마다 개혁, 개선을 부르짖어 이제 이 소리는 귀에 못이 박혀있다. 유독 정치 부문에서는 개혁/개선 풍년이다. 하지만 제일 실감 안 나는 소리가 바로 이 말이다. 모든 정권이 정권초기에 흉내만 내보다가 흐지부지 해버릴 뿐 아니라 겉눈치례로 하는 척 하다가 끝난다.
심한 것은 더 나빠져서 改惡이 돼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공무원 숫자를 줄인다고 외치면서 아랫사람들만 얼마간 줄이고는 슬금슬금 더 많은 감투자리를 만들어 정권말기에는 처음보다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결과 같은 일 말이다.
요즈음 대통령 직속기구로서 위원회가 22개인가가 만들어졌고 모두 기성 조직과 기능이 중복되어 성과는 '별로'라는데 이에 질세라 국무총리도 총리산하에 무슨 기획단인지 위원회인지 만든다고 한다.
일한다는데 하지 말라는 사람 있을까마는 본래의 정부조직에서 장관 중심으로 일이 되어져야 할 것이다. 총리가 총리구실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대통령 중심제의 나라에서 부총리가 벌써 3 명이다.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통일부총리...... 개혁이나 중요한 일은 기구나 새로 만들고 직위를 높여주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유사조직을 만들어 놓으면 관계기구들끼리는 '좋은 일, 다투어 생색내기, 나쁜 일, 서로 미루기'의 괴상한 현상이 생겨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현재 우리의 정부조직법 상에는 어떤 일도 처리할 부서가 다 있다. 장관들이 소신껏 일을 한다면 위원회가 없어도, 장관이 부총리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일 할 수 있다.
우리의 개혁은 개중에 성공적인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구만 요란하지 개선되는 것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안이 복잡해 꼭 위원회를 만들어야 할 일도 물론 있다. 하지만 개혁은 그 일을 맡은 사람이 고치면 되는 일이다.
수입외화의 자막을 고치는 일은 그 일 하는 사람이 검정띠를 만들고 흰색글씨로 넣으면 간단히 될 일이지 꼭 위원회를 만들고 담당자의 직위가 높아져야 되는 일은 아니다.
같은 원리로 모든 개혁의 대상이 되는 일도 말단의 담당자가 있는 일이다. 그 담당자가 달리하면 되는 일이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관계기관들 끼리 협의해서 원칙만 정하면 담당자들 손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도 위원회가 꼭 있어야 하고 이 한시적인 개념의 위원회가 상설조직화 해 가는 것이 오늘날 개혁의 문제점인 것 같다.
이호영
베네모어통상 대표/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물류신문】 2004년 12월 6일자 『이호영의 千字칼럼』 (162) 에 게재
첫댓글 글쎄 말이야, 글쎄 말이야, 글쎄 말이야!
그러고보니 모든면이 많이 변하고 발전하였는데 자막만이 옛날 그대로군. 그러한 방법으로 자막이 개선될 수도 있는 것이었군...필자는 참으로 선각자라는 생각이들어...
영화 자막 이야기를 하니 무성영화시절 변사의 구수한 목소리가 떠오른다.50년대 전후해서 저녁이면 마을 공지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변사가 대사를 읽어나가고, 당시의 대사 한토막 "...영국의 빠리에서 청춘남녀가..."그러자 관객이 웅성웅성 "빠리가 영국에 있나." 변사 기지를 발휘하여 임기응변으로"빠리는 빠리였다."
나는 영화를 상당히 좋아하지만 자막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영화를 보면서 자막의 개혁까지를 생각하는 그 발상이 신선하다. 언제나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하는 호영 ! 너야말로 이제부터 "만년청춘"이라고 불러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