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매력이 참 많은 도시다.
강릉과 함께 동해안 관광지의 쌍벽을 이루는 곳으로 유명한 해수욕장과 계곡을 모두 가진 곳이다.
그러나 여기로 오는 교통편은 꽤나 불편한데, 일단 영동 지방이기에 대관령을 넘는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다.
강릉, 삼척, 울진에서도 대부분 여기를 이용하는데도 날씨가 매우 험난해 운전자들에게는 상당히 악명이 높다.
특히 2001년에 개량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최고속도 40㎞/h를 자랑하는 구불길로 유명해,
비나 눈만 오면 아예 갈 수 없는 지역이었다. 평소에도 사시사철 주차장이 되어 차가 꼼짝을 못했다.
이런 고개를 넘고서도 강릉을 지나 넘어가야 했던 동해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영동고속도로가 4차선으로 개량되고, 특히 대관령길이 허리를 펴면서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접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인구 10만명이 안 되는 이 작은 도시에 고속터미널이 따로 존재할 수 있었다.
동해시로 독립함과 동시에 생겨난 고속터미널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찾아가 보았다.
동해고속터미널은 묵호와 북평의 중간 지점에 있다.
강릉군 묵호읍 + 삼척군 북평읍이 통합되어 시로 승격된 동네이기 때문에 두 지역간의 차이가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중간 지점인 천곡동에 신도시를 세워 집중적으로 밀어줬다.
고속터미널은 여기서 살짝 묵호 쪽으로 붙은 국도변에 세워졌다.
서로 다른 두 시가지가 만나는 곳에 있어 대체로 한산하다.
'동해고속버스터미널'이란 간판 하나가 건물의 반을 차지할만큼 너무도 아담하다.
이 조그만 건물에서 한 때 시외버스 영업도 같이 했었다. 옆의 시외버스터미널이 부도가 났던 적이 있었기 때문.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동부그룹 창업주의 고향이 바로 강원도 동해시였다는 것.
고속터미널 소유주도 버스업체도 동부그룹인데 본진치고는 믿기지 않는 규모다.
뿐만 아니라 주차장은 온통 시멘트 바닥이다.
요새는 시골에서도 아스팔트에 밀려 보기가 힘든데...
정말 30여년 전 당시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작은 터미널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시장통에 온 마냥 바글바글 분주히 움직히는 손님들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특히 주말의 끝인 오늘같은 날은 더하다.
대부분 터미널들은 버스가 치고 빠지기 쉽게 지그재그 형태로 놓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동해는 그런 거 없이 일자형으로 되어있다.
여기가 종착지가 아닌 중간 경유지이기 때문인 듯 하다.
바로 밑의 삼척이 이 곳을 경유하는 모든 노선의 종착지이다.
바로 밑의 삼척이 여기를 경유하는 모든 노선의 종착지이다.
따라서 방금 들어와 손님을 싣는 저 버스도 삼척에서 출발한 노선이다.
옆 창문에는 속초 2시간대라고 쓰여있는데 설마 속을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건물 자체가 매우 작기 때문에 맞이방 역시도 매주 조촐하다.
의자 열 개 정도에 TV, ATM기기 만으로도 안쪽이 꽉 찰 정도다.
비수기 주말시즌에도 이렇게 바쁜데, 성수기나 명절이 되면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
특히 2010년 전후로 시외버스와 한집살이를 했던 시절에는 얼마나 붐볐을지 상상도 어렵다.
매표소는 당연히 바로 옆에 붙어있다.
집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계속 표를 끊고, 시간표를 물어보니 엄청 바쁠만도 하다.
행선지는 오로지 서울로 가는 노선 뿐, 다른 지역을 가려면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불과 4달밖에 안 지났는데 이 때와 지금의 시간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시간표를 먼저 올린지 얼마 되지도 않아 고속버스터미널 직원으로 추정되는 분께서 시간표가 싹 바뀌어서 손님들이 자꾸 물어본다고 수정해달라는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갔다오고 바로 다음 달에 시간표가 바뀌었단다. 지금은 아예 게시판에 싹 바뀌었다.
6월 개편이면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증차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확인해보니 오히려 몇 편이 감소가 되었다. 특히 평일 낮시간대가 두드러지게 줄어들었다. 말로만 듣던 개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기분이 묘하다.
서울 가는 노선 뿐인데 이마저도 줄어들고 있다는게, 그 것도 성수기에, 썩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열심히 삽을 파는 중인 강원선이 개통되면 여기도 분명히 타격을 입을 텐데, 김제와 같은 전철을 밟진 않을지 걱정도 된다. 이미 입지가 더 탄탄했던 시외버스터미널마저 한 번 부도가 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아직은 멀쩡히 돌아가고 있지만 방문했을 때부터 감편의 흔적이 보이는 땜질이 군데군데 있었고, 지금은 더 줄었다니...
언제 다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꼭 여기서 버스를 타기를 바란다.
첫댓글 동서울 노선은 시외버스하고 경쟁 때문에 할인 요금 받는듯 합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
작은 시골치고 버스운행횟수가 많은거 같은데요.시외버스도 있다고 하니 의아하기도 하네요.동해를 가보지 않아서 올해안해 시승을 하고 동해시 구경도 좀 해야 되겠네요.
정말 버스가 많고 그 이상으로 사람이 많더군요. 다른 볼 거리도 많으니 한 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