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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자마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한파와 함께 많은 눈이 내려서 몸을 움츠리게 하고 있지만, 한반도 남쪽인 경상도 통영은 아직 포근하고 따뜻하다.
거제도와 남해도 사이에서 남해바다로 돌출된 고성반도 끝에 위치한 통영시는 유인도 42개, 무인도 109개 등 151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둘러싸인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중심지여서 ‘한국의 나폴리’라고도 하는데, 이곳은 조선 태종 때 경상우수영을 설치했던 곳으로서 1895년 갑오개혁으로 지방의 병영과 수영을 폐지할 때까지 삼도수군통제사영이 있어서 통영(統營)이라는 지명을 갖게 되었다.
1955년 10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무훈인 충무시(忠武市)라고 했다가 1995년 1월 지방자치를 시행할 때 통영군과 충무시가 통영시로 통합되었다.
통영은 일찍부터 부산에서 거제도를 우회하지 않고 여수까지 갈 수 있는 뱃길의 중심도시로 크게 성장했으나, 1973년 부산~순천간 남해고속도로의 개통과 1990년대 초 마산~통영간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뱃길은 사양산업이 되었다.
그러자 지방자치제 시행이후 통영시는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과 연육교를 만들어서 도시를 크게 개발하고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통영 앞바다의 작은 섬 미륵도를 2개의 연육교와 1개의 해저터널로 육지와 연결하여 통영시 산양읍(山陽邑)으로 승격한 것이다.
산양이란 산 남쪽의 양지바른 곳이라는 의미인데, 통영시에서는 2008년 8월 동서로 길게 뻗은 미륵산(461m, 용화산이라고도 함)을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도록 약1975m에 이르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사방에 전망대를 설치했다. 미륵산 전망대는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되어 관광객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
미륵산이란 신라시대 원효 대사가 이곳을 둘러보고 장차 내세를 구원할 미륵불이 강림하실 용화화상이라고 하여 얻은 지명이라고 한다. 미륵산의 용화사는 정수사라고도 하는데, 수군통제영의 수군 막사로 사용하던 사찰로서 경내에는 효봉 스님의 사리탑과 탑비가 있다.
2002년 ‘세계 산의 해’를 맞아 산림청에서 선정한 국내 100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할 만큼 풍광이 좋은 미륵산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 화산 분화구에 논과 밭이 얽혀있는 모양의 야솟골, 한산대첩 승전지, 봉수대(기념물 제210호), 미륵산에서만 자생하고 있는 통영병꽃나무, 통영시 전경과 야경, 한려수도와 대마도까지도 볼 수 있는데, 통영시에서는 이것을 미륵산 10대 경관으로 꼽았다.
케이블카에서 촬영한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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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용화사행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미륵산을 올라가는 기점인 관음사주차장인데, 이곳에서 용화사로 올라가는 길과 관음사·도솔암으로 오르는 길로 갈라진다. 해저터널 건너 오른쪽으로 이어진 관음사길이 산행하기 쉽고 빠른데, 주차장에서 산 능선 네거리 안부까지 30분, 왼쪽 정상까지 40분 정도 걸려서 1시간 3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용화사에서 띠밭등→샘터→미륵산→미륵치→용화사로 돌아오는 코스도 있는데, 케이블카를 타면 약10분이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물론 지금도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걸어서 산에 오르는 젊은이들도 많다.
미륵산 전망대 케이블카는 국내 최장 케이블카이자 최초의 자동순환식 8인승 케이블카를 설치했는데, 특히 모 TV의 ‘1박2일’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찾으면서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 1~2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 되었다.
평일에도 사전예매가 불가능하고 반드시 도남동 케이블카 승차장에서 현장 구매해야 하는 불편이 있고, 또 워낙 장거리 케이블이어서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케이블카가 심하게 요동쳐서 운행이 중단되기도 하지만, 연간 12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근래에는 새해 일출을 보려고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어른이 편도 5500원, 왕복 9000원, 어린이가 편도 3000원, 왕복 5000원으로서 자연스럽게 왕복 티켓을 유도하고 있다.
전망대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 |
관광객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왼쪽으로는 통영항을, 오른쪽에는 다도해의 그림 같은 수많은 섬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에 도착하면 인공 폭포수가 시원하게 쏟아지며, 매점과 화장실이 있는데, 미륵산에는 이곳 이외에는 그런 시설이 전혀 없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뒤 정상까지는 약15분 정도 올라가야 하지만, 산길은 등산로 전체를 인공 테크로 만들어서 그다지 힘들지 않다.
미륵산은 나지막하지만 본래 섬인데다가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서 실제보다 훨씬 높아 보이는데, 미륵산 자체가 섬이어서 정상을 중심으로 갸름한 마름모 형태의 인공테크를 따라 한 바퀴 돌며 한려해상국립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워낙 좁은 산이어서 왼편이나 오른편 어느 쪽으로 진입하더라도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데, 왼편에서 출발한다면 당포해전 전망대→미륵산 정상→통영 상륙작전 전망대→신선대 전망대가 있다.
당포(唐浦)는 조선 초 당포만호진이 설치된 곳으로서 당포해전 전적지는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발생한 후 이순신 장군이 통영 앞바다인 옥포·합포 해전에 이은 세 번째 승리를 거둔 곳으로서 지금의 통영시 산양읍 삼덕리이다.
임진년 5월 7일 전라좌수사 이순신과 경상우수사 원균의 연합군이 거제도 옥포에서 최초로 왜군 선박 26척을 격침시키고, 그날 오후에는 필사적으로 도주하는 왜선을 합포(지금의 마산시)에서 불살랐으며, 그 다음날에는 적진포(赤珍浦: 지금의 통영시 광도면 적덕리)에서 왜군 대형선 9척, 중형선 2척 등 이틀 동안 3회에 걸쳐 총 42척의 적선을 격침시키는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임진년 6월 1일 이순신 장군은 당포 앞바다에서 왜선 21척을 격침시켰는데, 당포전망대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함대가 머물던 천혜의 요새인 당포를 바라볼 수 있는 망원경, 당포해전 그림과 설명문이 있다.
당포해전 전망대와 미륵산 정상의 중간쯤에는 통영이 낳은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1926~2008)의 묘소와 기념관을 바라볼 수 있는 ‘박경리 묘소 전망 쉼터’가 있다.
한편, 오른편으로 돌면서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데, 신선대 전망대를 거쳐 통영상륙작전 전망대를 거쳐서 미륵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 다도해를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신선대 전망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는 한산대첩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임진년 8월 14일 유명한 학익진(鶴翼陣) 전법으로 왜선 59척과 왜군 9000여 명을 수장시킨 한산대첩 전적지가 한눈에 보이는데, 한산대첩 전망대에서는 더 이상의 진입로가 없어서 신선대 전망대로 되돌아와야 한다.
이렇게 미륵산 곳곳에 전망대를 설치해서 다도해와 함께 통영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든 정성이 갸륵하고, 이것이 미륵산 전망대의 장점이기도 하다.
미륵산 정상에는 ‘미륵산 461m’라는 높이 1m 남짓한 대리석 표지석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한려수도 일대는 물론 청명한 날에는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통영시에서는 표지석을 중심으로 인공 테크로 광장겸 휴식처를 만들고, 이곳에서 정감을 담은 우편엽서를 붙일 수 있도록 우체통까지 설치해두었다. 그 편지는 일주일 후에 배달됨으로서 미륵산 정상에서 느꼈던 감흥을 오래 간직하도록 해주는데, 정상의 표지석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등산객들로 큰 혼잡을 이룬다. 그 옆에는 조선시대 봉수대 터가 있고, 정상에서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용화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