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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광화문 청계천입구에서 평택을 지키고자하는 2500여 촛불이 불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4년전, 효순이.미선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했을 때 광화문 이 자리가 촛불로 물결쳤다. 우리 이제 평택을 위해 촛불을 들어야 한다. 전국 방방곡곡 촛불을 밝혀야 한다.”
군대까지 투입한 정부의 평택미군기지확장사업 강행이 또 다시 광화문에서 분노의 촛불을 불러 일으켰다.
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광화문 청계천 입구에서 열린 ‘생명과 평화의 땅, 평택을 지키는 촛불문화제’에는 촛불을 든 시민.학생.시민사회단체 2500여명이 모여 평택싸움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하루새 촛불집회 참가자가 두 배로 늘어나면서, 준비된 2000여 개의 초는 행사 초반에 동이 났다. 같은 시간 100M 채 안 되는 곳에서 ‘하이 서울페스티벌' 락 공연이 진행됐지만, 2500여 참가자들은 함성으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이대로 농사짓고 평생 거기서 살다가 가는 것이 우리의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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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가운데)이 현애자의원(오른쪽)과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무대에 올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주민들의 미군기지확장 반대운동의 근거지였던 대추초등학교가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 무너지고, 황새울은 철조망에 갇혀 군인에 의해 점령당했지만, 이날 참가자들은 평택싸움을 새롭게 시작할 것을 다짐했다.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은 “평택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를 위한 새 투쟁을 준비하는 결의를 모아나가자”며 “수많은 구속자와 부상자가 발생해도 끝까지 투쟁해 나가는 데 민주노총이 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도 “이제 우리 촛불을 들고 싸움터로 나가야만 한다”면서 당의 사활을 건 지방선거에도 불구하고 평택사태 관련 구속자에 후보자가 포함돼 있다며 “민주노동당은 옥중 선거투쟁을 각오하고 싸우기로 결심했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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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기념해 대추리 주민 방효태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는 참가자.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이날 촛불행사는 평택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열리는 주민촛불집회와 인터넷으로 이원생중계됐다. 현지 주민들이 촛불집회를 하는 동시에 광화문촛불의 현장을 주민들이 지켜볼 수 있게 함으로써 공권력에 둘러싸여 외롭게 싸우고 있는 주민들에게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또한 대추리 주민인 방효태 씨는 직접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방씨는 직접 손으로 바다를 막아 지금의 황새울을 일군 경험을 전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마음대로 전부 힘의 논리로 (땅이 정부에게) 다 넘어 가버렸다”며 “주민이 힘이 없어서인지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함성과 박수로 힘을 보탰다.
이어 “70, 80살이 다 되어 나가라고 하니, 우리는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다만 이대로 농사짓고 평생 거기서 살다가 가는 것이 우리의 염원이다”라고 밝혔다.
한 참가자가 방씨에게 어버이날을 기념해 가슴에 꽃을 달아주자, 방씨는 ‘독도는 우리땅’을 개사해 만든 ‘팽성은 우리땅’을 부르며 화답했다.
“4년전 효순이.미순이, 2년전 김선일씨, 오늘은 평택 때문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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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는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단위 참가자를 비롯해 외국인도 함께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나라사랑청년회 이경희 회원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추리의 어머니, 아버지’라는 제목의 편지를 낭독하자 몇몇 참가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제 밤에 따슨 밥 지어주신다고 어머니가 부엌을 무시로 드나드시며 분주하셨는데 저희는 행여 수색대에게 작은 움직임에도 잡힐까봐 고맙다는 말씀도 못 전했습니다. 그 옛날 광주의 누이며 어머니들이 시위대에게 지어주시던 밥도 그런 사람 사는 법칙을 가르쳐주는 따뜻한 냄새를 풍겼겠지요. 보살피는 만큼 풍성한 나락을 거둬주는 벼이삭처럼 힘센 놈이고 약한 놈이고 더불어 사는 게 최고인 세상살이 이야기를, 때아닌 계엄시하에서 벌벌 떠는 우리를 야무지게 숨겨주시던 투박한 손놀림으로 이야기하신 것 압니다.”
지난 4일과 5일 평택 강제집행에 대한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민주노동당 김용한 경기도지사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광주청문회 때 살인마 전두환을 향해 명패를 내던지더니 대통령이 되고나서 국민의 군대를 개인의 군대 마냥 이용해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며 “노무현 정권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촛불행사에는 '우리나라' 등 민중노래패의 공연이 이어졌다. 특히 가수 오지총씨는 “4년전 효순이.미순이 때문에 모이고, 2년전에는 김선일씨 때문에 모이고, 오늘은 평택 때문에 모였다”며 “모두 미국과 미국에 대한 정부의 태도 때문에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평택 4차 행정대집행을 떠올리며 직접 만든 ‘기억하세요’라는 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2500여 촛불 청와대로 행진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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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집회 후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촛불행진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정부의 평택 강경진압에 분노한 참가자들은 광화문에서 촛불을 켜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이들은 9시 30분경 본집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촛불행진을 시도했다.
이에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을 가로막고 있던 300여 경찰병력과 충돌했으며 경찰은 소화기를 뿌리고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이들의 청와대 진입을 저지했다.
경찰은 행사 전부터 수십대의 경찰버스로 행사장을 완전히 봉쇄하고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 병력을 배치시킨 상태였으며 오후 8시50분 경부터 "미신고 집회"라며 해산을 종용하는 경고방송을 5분 간격으로 세 차례에 걸쳐 내보기도 했다.
촛불시위대들은 "연행자를 석방하라", "노무현 정권 사과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몇 차례 경찰을 밀어붙였으나, 통로를 꽉 메운 경찰병력을 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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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날 참가자들을 청와대 진출을 막기 위해 소화기를 뿌리고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기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 오후 10시 경 행사 주최측은 내일(8일) 같은 장소에서 촛불집회를 다시 열기로 하고 상황을 정리했으며, 봄 농활을 마치고 이날 귀경한 이들을 비롯한 학생 700여명은 경찰의 대치선 앞에서 정리집회를 가지고 오후 10시 20분 경 해산했다.
한편, 인근 시청앞 광장에서 진행된 '하이 서울페스티벌' 행사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귀갓길에 오르면서 이 일대는 혼잡을 빚기도 했다.
평택 주민들의 촛불이 서울 광화문에 옮겨 붙으면서, 향후 대규모 시민촛불로 이어질 경우 초강수를 둔 정부측에 대한 압박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추리의 어머니, 아버지 |
짙은 회색 하늘 아래 자행된 만행들은 빗줄기에 씻겨 간 걸까요? 얄궂은 비 뒤에 청명한 하늘이, 누리를 가득 채우는 상큼한 봄향기가 우리가 겪은 일을 꿈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한지만, 알다마다요. 우리들 등허리, 종아리에 선연한 멍자국처럼, 그 슬프도록 푸르딩딩한 상처는 쾌청한 하늘로도 결코 덮은 수 없다는 것을요. 우리의 하늘을 진정으로 맑게 하는 것은 검은 군화발을 물리친 건강한 농부의 눈동자밖에 없다는 것을요. 그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는 이상 우리는 절대 맑은 하늘을 꿈꿀 수 없다는 것을요.
우리의 아들들이기도 한 군인들이며 전경들이며, 그들은 진정으로 공권력이란 괴물의 꼭두각시였습니다. 자신의 야구 실력을 보여주겠노라며 본부 2층을 향해서 팔매질을 하던 전경 한 명은 그 돌에 맞아 피를 흘리는 자신의 누이뻘 되는 시위대 여학생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양키욕을 뱉더랍니다. 어머니, 아버지, 건강한 땀으로 우리를 키우셨던 농부들은 결코 자식들을 이렇게 키우지 않았습니다. 행여 바늘 한 끝에 떨어지는 작은 핏방울일지언정, 쌀 몇 나락으로도 갚음되지 않는 소중한 생명의 부분임을 아시는지라 자식들도 그렇게 목숨 소중한 줄 알게 키우셨습니다. 이렇게 당연한 하늘의 정의를 잠시라도 잊게, 공권력 괴물은 젊은이들을 조종하는 것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아, 대추리의 어머니 아버지 시위대 아들딸들은 반 코팅된 면장갑 하나로 우리의 하늘과 땅을 지키겠다고 겁없이 나섰습니다. 그 아들딸들에게 가해지는 무차별의 방망이질, 군화발길이 너무 가혹해서 어머니는 눈을 가리시더군요. 아버지는 손에 잡히는 빗자루를 힘다해 잡으시더군요. 옷이 다 벗겨지고, 한 명을 여러 명이 둘러싸 내리찍어대는 폭력의 현장이 바로 당신들의 땅에서 재현되는 것에 가슴 답답하셨지요. 발도 동동 구르셨지요. 우린 그런 당신들의 순수한 정성을 맷집 삼아 그 모진 매질을 견뎌 보았는데요. 정말 많이 아팠지만,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한 우리의 민족의 숭고한 자존심을 지킨단 생각으로 겨우 참을 수 있었다고 할까요.
애들 공부 가르친다며 직접 지으신 대추분교, 그 작은 학교가 그렇게 무참하게 포크레인에 짓이겨질 때 내 삭신을 그리하는 것처럼 오열하시던 어머니 아버지 보았습니다. 가슴이 참으로 먹먹합니다. 아이들 노랫소리 울려 퍼지고 미래를 꿈꾸는 생각이 모락모락 창 밖을 새어 나왔던 그 교정을 그렇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내려찍을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처음 한 일이 아니어서일 겁니다. 80년 광주에서 87년 신촌 거리에서 이미 여러 번 해 본 일입니다. 그 때도 그들은 수구언론을 앞장세워 ‘외부폭도들이 가담’했다느니, ‘폭력시위’라느니, ‘공권력에 대한 도전을 엄단하겠다느니’ 똑같은 말을 했더랬습니다. 그러나, 동요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아버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진실이 밝혀지는 걸 보셨지요? 이제 우리는 평화를 위한 순수한 몸짓을 더 자유롭게 펼칠 일만 남았습니다. 그들이 극랄하게 반응할수록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옳다는 반증이기도 하구요.
그렇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보상금 넉넉하게 준다네, 미군이 크게 양보한 것이네 하는 감언이설 믿을 수도 없거니와, 보상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어머니 아버지는 지키고 계신 것입니다. 얼핏보면 미군이 크게 양보해서 군기지를 축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격적인 전쟁준비를 위한 기지 이전에 다름 아님을 어머니, 아버지 경험으로 이미 다 아실 것입니다. 그 옛날, 일제에 의해서 강제 이주된 기억도 새삼 떠오르신다구요. 그렇지요. 지금 평택을 지키느냐 마느냐는 우리 땅에서 또 전쟁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하는 문제와 바로 연결되어 있지요,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께서 바늘방석이래도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신 것이고 우리 아들딸들이 속속들이 평택을 지키겠노라 모이고 있는 것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힘내십시오. 우리 땅이 평화와 생명의 땅이게 하는 오랜 노력을 평택에서 꼭 결실 보게 하렵니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눈자위에 시퍼렇게 멍이 들더라도 우리 민족에게 가해지는 전쟁의 미끼엔 절대 걸려들지 않을 겁니다.
그제 밤에 따슨 밥 지어주신다고 어머니가 부엌을 무시로 드나드시며 분주하셨는데 저희는 행여 수색대에게 작은 움직임에도 잡힐까봐 고맙다는 말씀도 못 전했습니다. 부엌에서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밥김 냄새가 마음까지 데워주었는데요. 말씀을 거창하게 안하셔도 어머닌 이미 알고 계셨던 겁니다. 그 옛날 광주의 누이며 어머니들이 시위대에게 지어주시던 밥도 그런 사람 사는 법칙을 가르쳐주는 따뜻한 냄새를 풍겼겠지요. 평생을 논마지기 벗삼으시며 우직하게 살아오신 아버지께도 감사드립니다. 보살피는 만큼 풍성한 나락을 거둬주는 벼이삭처럼 힘센 놈이고 약한 놈이고 더불어 사는 게 최고인 세상살이 이야기를, 때아닌 계엄시하에서 벌벌 떠는 우리를 야무지게 숨겨주시던 투박한 손놀림으로 이야기하신 것압니다. 밥 속에 인정의 법칙을 알려주신 어머니, 아버지, 감사드립니다.
어제 그 힘을 믿어마지 않는 우리 아들딸들이 힘차게 뛰겠습니다. 평택은 군사기지가 될 수 없습니다. 평택은 기름진 곡식을 지어내는 마술 같은 평화의 벌판입니다. 평택은 우리의 부모님이 우직하게 일군 우리 민족의 보금자리입니다.
아들 딸들이 역사와 부모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평택을 지켜내도록 하겠습니다. 평택이 제 모습을 찾는 날까지 어머니, 아버지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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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2006-05-07 오후 9:37:43 / 수정일자:2006-05-08 오전 12:44:14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