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1 <수성당 - 슬지네 제빵사>
이번 주 아들과 나의 여행은 노란 여유 속으로 들어 가보기로 한다. 늘 그렇듯 서해안고속도로를 오르게 되면 아들의 둥지를 경유하여 합류하는 편이다. 부안 채석강을 중심으로 주변 관광지를 찾아 나서는 길은 늘 익숙하다. 어느 곳을 찾아 나서든지 그곳의 유적지와 힐링 명소를 모두 단번에 둘러볼 수 없는 일이기에 익숙할 만큼 다녀오고도 또 다시 찾게 되는 것이어서 네비의 도움이 아니라도 빤히 길이 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꼼꼼하게 공부하지 않고 무작정 떠나다보면 지척에 두고도 어느 한 날 다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기 마련이다. 오늘이 그러하다. 채석강을 중심으로 수차례 다녀온 곳이건만 수성당을 찾아오는 길은 또한 색다른 설렘이다. 수성당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인산인해로 북적이는 상황을 파악하고 먼저 주차공간을 살펴보는 일이 우선이었다. 긴장하는 마음으로 서서히 들어서는 순간 주변 건물에 비해 낡은 건물과 마당처럼 보여지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이쯤에서 주차를 해도 되나 싶어 들어섰는데 젊다기보다 어려보이는 한 여성이 묻지도 않은 자신이 무속인이라 소개를 한다. 그리고 이곳은 무속인들이 모여 공들이는 법당이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안쪽으로 들어가면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나 이왕 주차를 했으니 다녀오라는 배려까지 해준다. 사실 이곳은 바다와 어울리는 유채꽃의 유명세로 찾아왔기에 수성당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는 잘 알지 못하고 왔으나 무속인이라는 젊은 여성의 안내를 받고나니 어렴풋이 느낌이 와 닫는 듯하였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58호 수성당은 건평 4평의 단칸 기와집으로 해신(海神)을 모신 신당이다. 최초의 건립연대는 19세기 중엽 1864년경으로 추정되지만 옛 원형은 없어지고 지금의 것은 1972년에 신축한 것이라 한다. 이곳에 얽힌 전설은 수 백 년 전부터 서해를 다스리던 여해신(女海神)이 그의 딸 8자매를 데리고 와서 전국의 각 도에 하나씩 시집을 보낸 뒤 오직 막내딸만을 데리고 이 곳 서해에서 깊이를 재고 어부들의 생명을 보호하였다고 전한다. 또한 이곳은 칠산바다를 관장하는 개양할미를 모신 해신당으로 해마다 음력 1월 14일에 당산제를 지내고 있으며 개양할미는 서해바다를 걸어 다니며 수심이 깊은 곳은 메우고 풍랑을 다스려 어부들이나 이곳을 지나는 선박들을 보호하는 바다의 신으로 이 지역 주민들은 모두 정성껏 모시고 있다고 전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12시 쯤 도착하여 이지역의 바지락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수성당에 올랐다. 수성당은 격포해수욕장에서 해안선을 따라2Km 지점의 적벽강 절벽위에 위치하고 있다. 큰 소나무 아래 둥지를 튼 이곳은 수성당이라는 유적지보다 유채꽃이 더 명소가 되어 있는 곳이어서 꼼꼼하게도 노랗게 색칠해 놓은 바다와 어우러진 유채꽃과 격포해수욕장에 물 나간 자리를 걷는 사람들의 풍경이 세상 여유롭고 아름답다. 아들과 나는 비단 이곳의 관광보다는 일주일동안 부족했던 운동 겸 왔기에 주변을 넓게 계획하고 트레킹을 하는 것이 목적도 있어서 되도록 구석구석 걸을 수 있는 곳은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걷는다. 걷다보니 수성당 주변에 천연기념물 123호로 지정된 후박나무군락지가 있었다. 그러나 유채꽃으로 유명한 이곳과는 별상관 없는 듯한 격포 후박나무다. 특히 유채꽃의 개화는 50%만 피어도 시야에 예쁘게 들어오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나 대나무 숲 그늘진 곳에 아직 개화하지 못한 유채는 전혀 다른 이름을 가진 듯 유난히 푸르고 쌩뚱맞게 앉아 있다. 그렇게 수성당 한 바퀴를 걷는데 갯벌 아닌 맑고 푸른 물을 품은 변산의 바다가 보기 좋다. 부안 적벽강은 붉은 적벽과 암반으로 이어진 해안 2Km 해안선으로 중국 적벽강만큼 아름답다하여 붙어진 이름이라 한다. 또한 일종의 주상절리로 인근 채석강과 격포해수욕장 등과 함께 변산반도 가볼만한 곳에 이름을 올리고는 있으나 그 이름은 상대적으로 예쁘지가 않아서 적벽 노을길 산책하는 방문객 이 외에는 인적이 드물고 유채꽃 개화기에만 유난히 방문객이 넘치고 있다한다. 점심때 쯤 도착했던 우리는 수성당 유채꽃은 각도가 서향이라서 오전에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오는 길에 인터넷에서 한창 뜨고 있는 슬지네 제빵소를 찾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슬지네 찐빵은 제품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딸의 이름을 넣어 2000년에 창업하였다한다. 물론 소문처럼 관광객으로 호황이다. 연인과 또는 가족들이 붐비는데 찐빵이라하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먹음직스러운 그림이 그려지건만 슬지네 찐빵은 생각과 전혀 다르게 되도록 차갑게 먹는 전통 찐빵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아이템을 접목시킨 신기술의 빵 맛이어서 현대인들에게 각광을 받는 듯하다. 늘 여행의 마지막에는 차 한 잔의 여유가 참 좋다. 어디를 가더라도 각 지역마다 내놓은 특산품과 음식을 맛보면서 새로운 여행지의 느낌도 더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여행 중에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관광지를 둘러보면서 때로는 차를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는 특별하다.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메시지가 되고 가는 곳마다 다른 이야기로 풍성해지는가 하면 서로에게 공감과 설득의 기회가 되는 것이기에 자연스럽고 편안한 동행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아들과의 여행과 대화는 부모를 넘어선 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시대적 정서와 세상의 움직임에 대하여 늘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에 주말과 주일이면 중독처럼 아들과의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