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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은빛 설원과 목장체험을 즐긴다-대관령 사파리목장 글/사진: 이종원
은빛설경 목장 정상에 올랐다. 은빛으로 갈아입은 초원위에 달랑 나무 한그루만 서 있었다.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오롯히 서 있는 자태가 그저 고맙다. 바람이 일렁이면 은가루가 쏟아진다. 이곳에 서면 사방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대관령목장이 한 눈에 들어오고 풍력단지의 큼직한 풍차가 세상의 바람과 맞서 싸운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오대산, 계방산, 발왕산 등 우리 국토의 등뼈인 있는 백두 대간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4균구동형차에 쇠사슬을 감고 소복히 쌓인 눈길을 밟는다. "스릴 한번 맛보시겠어요?" 조수석에서 손잡이를 쥐고 있는 오른손에 힘이 가고 브레이크도 없는 오른발을 자꾸만 밟는다. 아이고 십년감수 했네.
우리나라에서 눈 많기로 소문난 대관령. 봄 여름에는 푸른 초원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철 대관령의 주인은 눈꽃이 차지한다. 바람의 강약에 따라 차곡차곡 붙어 예쁜 입자를 만들어낸 눈꽃이야말로 자연이 준 겨울선물이다.
차를 몰고 눈꽃터널을 지나가는 맛이 환상적이다.
대관령사파리목장 양떼목장이 예전만큼 친절하지도 않고 돈벌이에 눈이 멀어 갈 때마다 늘 실망했고, 삼양대관령목장은 큼직한 기업체가 운영하다보니 인간적인 정이 부족해 늘 아쉬움이 따랐다. 이번에 찾은 대관령 사파리목장이야말로 이 두가지의 아쉬움을 단박에 무너뜨릴 매력적인 여행지다. 들어가는 입구 푯말도 없다. 알음알음 입소문을 듣고 찾아간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간다. 순박한 세계속으로 들어가서 그럴까?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이기심과 물욕은 무장해제 당하고 만다. 스스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과 소가 되어 대자연에 동화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여기 소처럼 행복한 소는 없을 것이다. 1,000미터 고지에서 220마리의 소는 마음껏 자유를 만끽한다. 초지면적만 1,750,000m2로 목장 한 바퀴 산책하는데만 해도 두서너시간은 훌쩍 넘어 버린다. 소가 머무는 축사가 10동, 양이 쉬고 있는 양사가 1동, 경주마가 머무는 마사와 먹이창고인 건초사가 있다.
초원이 비늘처럼 보였다. 이는 소가 풀을 뜯을 때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고 옆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원은 자연스레 옆으로 길이 만들어졌다. 그 습성을 알고 지형을 배운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에게 건초를 줄 때는 반드시 앉아서 줘야 한다. 사람의 시선이 높아지면 소는 위압감을 느껴 사람을 무서워하고 그 무서운 사람이 주는 음식은 먹지 않는단다. 되도록 몸을 낮추고 가까이 다가가서 눈을 마주치며 늘 교감을 해야한다. 눈을 보면 소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태어난지 3시간 된 소를 처음 보았다. 그 갸냘픈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모른다. 소들은 참 기특하다. 어미소뿐 아니라 축사에 있는 모든 소들이 모두 갓태어난 아기소를 입술로 핥아준다. 우리 모두의 자식이라고 생각한 것이겠지. 갑자기 방용석 소장님에 내게 질문한다. 세계에서 가장 소가 많은 나라가 어딘지 아세요? 바로 한국입니다. 못난 정치인 때문에 4천만이 매일 속아 넘어가니까... 늘 소하고 함께 사니까 농담도 소와 관련이 있다. 제일 많은 나라는 브라질이며 1억 9천만 두, 2위가 인도이며 1억 5천만두란다.
사파리목장주인 최돈범씨(45세). 날이 풀리면 토끼를 초원에 풀어놓을 계획이란다. 이 목장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목장주인의 눈물겨운 노력 때문일게다. 창고에 들어섰더니 20년 전 이 허허벌판에 들어와 땅을 일구었던 흔적들로 가득찼다. 하도 힘들었던 시절이라 그때 사용했던 도구들 하나 하나가 피붙이 같아서 차마 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녹슨난로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한겨울엔 난로에 눈을 녹여 식수로 사용했고 소와 함께 물을 나누어 마셨다고 한다.도 사파리 목장의 재산목록 1호라고 귀뜸해준다. 허름한 축사도 그의 손길이 닿았다. 고건축의 목조건물을 보는 듯하다. 굵직한 나무골격만 세우고 비닐로 감싼 것이 축사다. 그러나 이 자체가 환경친화적이라고 한다. 인공불빛이 아니라 태양빛과 더욱 가깝게 지낼 수 있으니까.... "실은 돈이 없어서 이렇게 지었습니다. 벽돌을 쌓아올릴 돈이 없었거든요." 그 큼직한 나무를 세우고 다듬고....지붕을 올리고...상상만 해도 눈물겹다. "왜 그렇게 사서 고생하셨어요? " "그냥 소가 좋아서요." 진정 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고는 이렇게 간단하고 명료한 대답을 할 수 없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눈 한 번 파지 않고 오로지 20년을 소와 함께 살아왔다. 줄기세포니 복제소니...조물주가 만든 피조물에 변형을 주여 자연의 순리를 파괴하는 이가 세상의 환호를 받고 있을 때 이렇게 묵묵히 소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사람도 있다. 진정한 명인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닐까? "저는 소 말고 다른 것 몰라요. "
사진은 볕짚단이며 영양제인 사료는 미국산 캔터키를 먹인다.
160만평 초원의 풀을 가을에 베어서 밀봉한 것을 싸이론이라고 하고 겨울에 건초로 사용한다. 밀봉이 되어 자연발효가 되어 영양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송아지는 자유배식, 어미소는 시간별로 건초를 배식한다고 한다.
일명 베넷저고리다. 갓 태어난 아기소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만들었다. 산부인과 신생아실처럼 우사도 그렇게 꾸며졌다. 분만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3개월 미만된 소들과 산모소들은 함께 우사를 쓰면서 젖을 먹이고 사랑을 가르친다. 이곳은 산모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야 하며 순산할 수 있도록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3개월이 지나면 독립하게 되고 부모와 헤어진다. 그때 처절한 어미소의 울음소리가 가장 가슴 아프다고 한다. 3개월된 소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비누같은 것이 있길래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소들이 종합비타민제란다.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개껌이라고 보면 된다. 일명 사람들이 먹는 보약이구먼.
건초는 겨우내내 소들이 먹을 겨울양식이다.
4륜구동형 ATV . 봄부터 체험 할 수 있는데 연습장까지 갖추고 있다. 사파리목장의 가장 큰 장점은 산책로와 등산로인데 ATV를 타고 다니며 백두대간을 감상하고 다양한 가축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사파리'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대관령에서 가장 경치 좋은 ATV 코스가 아닐까?
사파리목장 소장 방용석님(010-9500-2616)이다. 사파리를 찾게 되면 소장님의 재미있고 친절한 설명을 듣게 된다. 이 분은 소 대변인같다. 어찌나 명쾌하게 소에 대해 설명하던지.... 목장을 보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이솝 우화책을 보면 수레를 끄는 당나귀가 자주 나오는데 사파리목장에도 '꽃순이'라고 불리는 당나귀가 있다. 어찌나 애교가 있고 장난이 심한지 보면 볼수록 동화속 그림같다.
근처 스키장에 지인이 많아서 버리는 스키를 가져다 놓았다는데...나중에 눈썰매를 만들계획이란다.
농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양의 가족
아기양은 젖을 빨 때 항상 엉덩이를 어미의 머리쪽에 둔다. 엄마는 엉덩이를 핥아주며 아기양과 교감을 하고 나쁜 병균을 없앤다.
양을 한번 만져보았다. 담요를 칭칭 감은 강아지를 만지는 느낌이다. 털을 비비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한때 경마장을 누볐던 말도 있다. 지금은 퇴역해서 2세를 만들기 위해 한창 준비하고 있다. 승마체험도 가능하다.
어미 양들이 하얀 설원을 거닐고 있다. 양은 숫놈 대장이 항상 앞장을 서서 길을 인도한다.그리고 양쪽 옆과 뒤에 정찰병이 있어 항상 경계를 한다. 그렇기에 사람이 가까이 접근하면 도망을 간다.
양들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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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가 풀을 뜯을 때 위 아래로 움직이지 않고 옆으로 움직이는 것과 소에게 건초를 줄 때 반드시 몸을 낮추고 눈높이를 같이 해야 된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설원의 사파리 목장...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
정말멋진곳이군요 한번가볼만하겠네요 근데 거기까지 눈길에차량가기쉽지않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