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의 꿈

[월정 강대실]

                                          

귀촌의 꿈 / 월정 강대실

여기저기에 선대님 숨결 어린 *쌍태리 상골에서 환삼덩굴 같이 깔깔

한 가난 뼛속 깊이 끌어안고 벌 치고 다랑논 갈고 죽전 가꾸어 열두

식구 구입해도 밖에서는 법 없이도 밥상머리에선 불호령으로 당신 각

인 시킨 천생 농군의 아들, 청맹과니를 면한 열다섯 살 까까머리 촌

닭. 아버지, 짱짱한 하늘 향해 자식들은 절대로 지겟다리 장단에 초부

타령이나 읊조리게 놔둘 수 없다는 호박벌 같은 열망에 둥지를 떠나

심안을 넓히고 가족과 이웃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고자 하고많은 날

들이 흘린 땀방울만큼이나 휘청거려도 쑥잎같이 돋는 首丘初心. 또래

들과 함께 쏘다니던 산과 들과 앞도랑 울 너머로 꼬순내 한 바가지 나

누던 사람 냄새 못 잊어 일손 접고 나서는 대뜸, 적을 향리에 두고 부

지런히 부모님 체취 물씬한 큰밭이랑 산밭 흙내 맡아가며 인생의 미립

티워가는 초로의 시인. 애초에 부귀니 영화는 생각지도 않은 터, 허명

에 무슨 꿈이랴! 뜬구름 같은 삶 접고 초야에 돌처럼 묻혀 말 없는 벗

들과도 소원함 벗고자 명산 *산성산이 뒤꼍으로 가만가만히 걸어 내려

와 늘 푸른 송백과 청대 키우고 너른 앞들 허리 꺾고 기다리는 갈밭

한가운데로 굽이굽이 몸 낮춘 물굽이가 지절대는 *담양댐 턱밑 *밤골,

오백년 부민들 소망 주렁주렁 매달고 서 있는 당산나무 동편 긴 팔 아

래 앵매기집 같은 거처 마련 月靜堂 당호 짓고, 형제들 일가친척들 갓

신접살이 난 두 아들네와 첫 손주 먹물을 함께 먹으며 시문 나누던 문

우들 좋든 궂든 선뜻 손 내밀던 몽근도치 같은 정인들 맞을 그날만 귀

목나무 가지 위 빈 까치집처럼 기다리며 귀촌의 텃밭 손질에 어스름

번져 와도 증편같이 부푼 이내 마음 가볍기만 한 일손.

*쌍태리 상골: 담양군 용면 쌍태리 필자가 태어난 동네.

*산성산: 담양군의 금성면 금성리· 용면 산성리· 순창군 팔덕면 청계리의 경계에

             있는 고도 603m 산. 금성산성이 축성되어 있고, 서쪽은 담양호가 보임.

*담양댐: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면 대성리에 있는 댐.

*밤골: 담양군 금성면 원율리를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