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꽃동산
부처님이 가꾸는 꽃동산이 있었다. 부처님께서 몸소 호미를 들고 괭이를 들고 삽을 들고 아침 일찍 나아가 잡초를 뽑고 거름을 주며 키가 커서 넘어지면 잡아매어서 지탱시켜 주고, 또 알맞게 물을 줘가며 매일매일 보살피며 온갖 정성을 모두 기울여 가꾸는 꽃동산 말이다.
그런데 그 꽃동산에는 과연 무슨 꽃들이 있을까? 부처님은 무슨 꽃을 특별히 좋아하실까. 이런 생각을 한번 해 보면 누구나 무척 궁금해 질 것이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을 모아놓고 누가 나서서 이 질문을 던져 본다면 또 어떤 대답이 많이 나올까?
어느 날 오후, 계절로는 늦은 봄쯤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날은 별일없이 스님 방에 갔더니 스님은 책을 읽고 있다가 내가 들어가자 읽던 책에 갈피를 끼워 덮은 뒤 건너편 의자를 눈으로 가리켰다. 어쩌면 허물없는 사이에서 앉으라는 다정한 영접(?)이기도 했다.
우리 상좌들은 한 절 안에서 스님을 중심으로 하여 각각 업무를 분담하여 살아가고 있었지만 상좌들 중 누구나 스님을 뵈러 법주실에 들어갈 때는 설령 하루에 열 번을 들어가도 반드시 절하고 자리에 앉았고 편히 앉으라는 말씀이 떨어지기 전에는 꿇어앉아 있는 것이 습관으로 길들여 있었다.
상좌들이 스님 방에 가서 방바닥에 이마를 대고 오체투지의 예를 올리는 것을 처음 보는 사람은 조금은 놀라기도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스님에 대한 지극한 예는 상좌들 누구나 다 똑같았고 하루에 몇 번이라도 처음과 같기 때문이다. 그 날도 나는 여느 때처럼 그렇게 절하고 스님이 말없이 다정한 눈길로 마련해 준 의자에 앉아 다시 스님을 바라보니 무슨 일이냐고 또 눈빛으로 물어왔다.
“시간이 좀 있기에 스님 뵙고 싶어서 그냥 들어왔습니다.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스님은 조금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송암, 부처님 꽃동산에 가 보았나? 거기에는 과연 무슨 꽃이 있을까? 어디 한번 생각나는 대로 말해 봐.”
나는 뜻밖의 스님 말씀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연꽃 가득 핀 천지겠지요. 아니면 화려한 꽃, 점잖고 품위 있는 꽃, 한번 피면 지지 않고 오래 가는 꽃, 우담발화처럼 귀하디 귀한 꽃, 세상 범부들에게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천상의 꽃들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별 깊은 생각 없이, 스님의 질문을 듣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고민 없이 손쉽게 대답했다.
“송암이 부처님 꽃동산에 가서 구경하고 난 뒤 하는 대답은 아닌 것 같군 그래. 지금 짐작으로 이것저것 자기 생각을 펴놓는 것이지. 그래 어쩌면 그런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일지 몰라. 그런데 말야,
사실은 부처님 꽃동산에는 이 세상의 모든 꽃들이 다 모여 있어. 빠짐없이 말이야. 그리고 아주 평화스럽게, 일체 차별 없이 서로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지. 뭐라고 말로나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장엄이야. 제각각의 모양과 특성을 유감없이 그대로 나타내어 마음껏 뽐내고 있는 것이야.
그런데 그 꽃들은 모두가 다 한결같이 잘났어. 거기에는 혹시 꽃이 작다고 기죽거나 향기가 없다고 무시당하거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홀대받거나 출생지가 변방이라고 따돌림 받는 곳이 아니란 말야. 인간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부처님 꽃동산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돼.
한번 직접 가서 구경해 봐. 내 말 백 번 듣는 것보다 가서 한번 보는 것이 훨씬 좋을 거야. 가기 전에 잘 연구하고 공부해 봐! 사실 그대로인 것을 스스로 잘 알게 될 테니까.”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한동안 그 말씀 속에 빠져 있었다. 내가 직접 부처님 꽃동산을 가보지는 못해도 스님 설법만으로도 부처님 꽃동산이 내 마음에 선연히 떠올랐고 충분히 상상되고 이해되었다. 그 꽃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과연 무슨 이름을 가진 꽃이며 어떻게 생긴 꽃일까?
나는 그 동안 내 자신이 부처님 꽃동산의 자랑스럽고 아름다우며 부처님께 온갖 보살핌을 친히 받고 있는 영광스럽고 미묘한 꽃이라는 생각도 못한 채 열등감과 온갖 중생상에 사로잡혀 잡초처럼 살다가 때가 되면 죽을 뻔한 신세가 아니었던가.
그런 생각을 해보니 참으로 놀랍기만 했다. 다시금 부처님 꽃동산에 대한 스님의 특별 법문의 커다란 은혜에 진심으로 고개가 숙여진다.
-광덕스님 시봉일기2 징검다리에서 송암지원 글, 도피안사 刊
첫댓글 존재의 기쁨과 자긍심을 주는 큰스님의 생명법문 이쁘게 피워 부처님 기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내생명 부처님 무량공덕생명 나무마하반야바라밀 _()()()_
말 그대로 화엄이군요 장엄한 화엄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을 그대로 보겠습니다...보장엄님, 한 해 건강하시고 여법한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일체 차별없이 어우러져...............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화엄의 세계를 보신 큰 스님!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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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큰스님.... 감사합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