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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곡목>
1막
1. 서곡(신마거루)
춤과 노래 2. 위대한 거루(고구려 병사들)
노래 3. 날조된 거루(호동.대무신왕)
춤과 노래 4. 영고무(낙랑가무인들)
춤과 노래 5. 친영무(낙랑가무인들)
노래 6. 나약한 역사여!(최리)
노래 7. 내마음은 뜬구름(낙랑.호동)
춤과 노래 8. 북소리 들려온다.(낙랑병사들)
춤과 노래 9. 빙글 빙글 돌아라(광대들)
노래10. 나는 누구인가?(호동)
노래11. 아름다운 밤(낙랑.호동)
노래12. 그대가 있는 곳이라면(낙랑.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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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13. 서곡
춤과 노래14. 영원한 전쟁놀이(고구려.낙랑병사들)
춤과 노래15. 빙글 빙글 돌아라(피난민들)
노래16. 어찌 날 배반했소(낙랑공주)
노래17. 황혼 갈대의 고민(최리.왕비)
춤 18. 환락의 밤
노래19. 아름다운 밤(낙랑.호동)
노래20. 영고무(낙랑사람들)
노래21. 그날이 오면!(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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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제 1 막
(고구려의 서울 국내성,번화가 중심에 솟대가 서있고 강렬한
서곡(음악1)이 흐른다)
-* 참고 : 시월 상달에 전국민의 단결과 용맹을 다지기 위한
동맹제, 낙랑의 가무가 방울, 북, 소고, 현의 화음이라면 고구려의
가무는 징과 신발, 바라, 꽹과리, 젓대에 의한 화음으로써 낙랑의
것은 여성적이고 고구려의 것은 남성적인 격정과 절도 그리고 힘이
수반된다. 동맹제때 추는 춤을 同盟舞(동맹무)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남녀의 군무로서 무술과 택견, 기계체조의 성격을 띄운다.
굉음에 가까운 여러개의 쇳소리 화음에 의해서 막이 오르면 무겁고
절제된 심호흡의 심연에서 부터 부상하는듯 집중된 소리로 부터
차츰 풀어져 간다.---
[병사들] 신마거루! 신마거루! 신마거루!
(주문을 외듯 반복되는 신마거루라는 외침은 점차 무대위를 들뜬
열정과 광란의 소용돌이로 휘몰아간다. 지축을 뒤흔들듯 요란한
섬광과 함께 괴성, 광기에 가까운 병사들의 외침과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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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무신왕] 고구려 백성들이여!(환호)
[대무신왕] 오늘은 우리 동맹축제의 날!(환호)
[대무신왕] 온나라 백성이 하나 되는 날!(환호)
[대무신왕] 내 말에 대답하라! 뙤놈의 앞잡이 낙랑국엔 무엇이
있는가?
[병사들] 자명고!
[대무신왕] 그럼 우리 고구려엔 무엇있는가?
[병사들] 신마 거루! 신마 거루! 신마 거루!
[대무신왕] 그렇다 우리에겐 하늘의 말 거루가 있다.
[병사들] 거루! 거루! 거루!
(레시타티브 시작된다)
[대무신왕] 거루는 우리의 희망
[병사들] 거루! 거루! 거루!
[대무신왕] 거루는 우리의 용기
[병사들] 거루! 거루! 거루!
[대무신왕] 거루는 우리 민족의 말!
[병사들] 거루! 거루! 거루!
[대무신왕] 거루 앞에 우리는 하나 되자
[병사들] 거루! 거루! 거루!
[대무신왕] 거루를 찬양하라! (환호) 거루 앞에 뭉쳐라! (환호)
거루 통해 일어서라!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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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시작]
[병사들] (음악2)
[음악제목] - 위대한 거루 -
위대한 거루 신마 거루
동명성제의 뜻으로서 고구려의 말이 되었네
위대한 거루 천리마 거루
거루가 있으매 우리는 하나
거루는 우리의 희망
거루는 우리의 용기
달린다 거루 나른다 거루 싸운다 거루
용맹한 거루 영원한 거루
동명성제의 뜻으로 위대한 말이 되었네.
[음악끝]
(대무신왕과 병사들의 열광적인 합창에 이어 무리들의 거루 춤이
벌어진다. 말의 동작을 모방한 거루춤이 한창 무르익으면 합창과
율동이 어우러져 광란이 고조될 때 뇌성과 함께 허공에 번득이는
거루의 형상이 보인다. 말의 울부짖음. 말발굽소리가 무리들의
소리를 제압하듯 위력있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섬광처럼 나타나는
거루의 모습. 순간 무대는 정지된 듯 정적과 탄성이 가득하다.
神馬(신마) 거루가 나타난다)
* 참고 : 신마거루는 삼국사기 대무신왕편에 나오는 전설적인
말로써 대무신왕 3년(AD 20년)에 왕이 골구천 사냥에서 우연히 만난
말인데 많은 전투에서 공적을 세운 고구려의 상징적인 말 이름을
거루라 했다.
[페이지] 009
[대무신왕] 보라! 저 신마 거루는 동명성제가 우리에게 통일의
성업을 완수하라고 주신 우리민족의 말이다. 오늘 우리는 신마 거루
앞에서 만백성이 하나가 됐음을 엄숙히 선언 하자.
(신마 거루가 입에서 유황연기를 내뿜으며 두 앞발을 번쩍 허공에
들고 크게 비명을 지른다. 그 자태가 신비스럽다)
[대무신왕] 자! 그렇다면 과연 누가 거루의 말안장에 올라 타서
말고삐를 잡겠느냐! 누가 거루를 바람처럼 몰아 낙랑의 자명고를
때려 부수겠는냐!
[일동] 추발소! 추발소! 추발소!
(대무신왕 곁에 섰던 추발소 장군 자신감 넘치게 한손을
번쩍든다)
[대무신왕] 추발소! 만백성의 염원이다. 이제 그대에게 신마
거루를 맡긴다!
(추발소가 단숨에 거루의 말등에 올라탄다. 모든 사람들의 함성이
터지면서 신마 거루등에 추발소장군을 태우고 "위대한 거루"를
합창하며 퇴장. 홀로 남은 대무신왕 침중해 진다. 점점 멀어지는
무리들의 노래소리, 환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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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무신왕] (크게) 모두가 하나됨을 약속하는 성스런 동맹
축제일에 이나라의 태자는 궁궐의 별전에서 도대체 뭘하고
있었는가!
[호동] 들뜬 사람틈에 끼이는게 편치 않습니다.
[대무신왕] 왜 신마 거루를 타지 않느냐?
[호동] 거루는 말이 아니옵니다.
[대무신왕] 그게 무슨 뜻이냐?
[호동] 왜 제가 거루의 말안장에 앉길 원하십니까?
[대무신왕] 넌 이나라의 태자!
[호동] 거루는 환상이옵니다.!
[대무신왕] 만백성이 우러러 동맹의 뜻, 고구려의 용맹을 거루의
기상으로서 귀감삼는--- 그 거루를 어찌 너는 환상이라 말하느냐?
[호동] 거루는 백성들에게 공포심을 주옵니다. 거루는 백성들에게
복종을 강요합니다. 거루는 백성들의 꿈을 지배하옵니다.
[대무신왕] 그게 무슨 망발인가!
[호동] 거루는 백성을 다스리는 무기이옵니다!
[대무신왕] 닥쳐!
[호동] 거루의 말안장에 제가 앉으면 전 거짓말을 백성에
강요하는 어릿광대가 되옵니다.
[대무신왕] 낙랑의 자명고를 멸할 수 있는 우리의 힘은 바로
거루다.
[호동] 전 거루를 타지 않습니다. 그건 거짓으로 치장된
말이옵니다. 육식으로 사육된 난폭한 말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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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백성을 속이는 호사스런 장식물이옵니다.
[대무신왕] 닥쳐라!
[호동] (크게) 거루는 허상이옵니다.
(레시타티브 시작된다)
[대무신왕] 낙랑에 대한 공포--- 자명고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선 거루는 크고 위대해야 한다.
[호동] 아닙니다. 위대한 거루가 있는 한 고구려는 희망이
없습니다.
[대무신왕] 낙랑은 크고 강하다. 자명고 또한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호동] 왜 낙랑이 멸망해야 합니까?
[대무신왕] 한족의 지배를 받고 있다.
[호동] 그래서 피를 흘려야 합니까?
[대무신왕] 거루한 통일성업! 위대한 동명성제의 뜻!
[호동] 낙랑은 낙랑의 역사! 고구려는 고구려의 역사!
[대무신왕] 그것은 만백성의 염원! 나의 필생의 과업!
[호동] 한 역사가 다른 역사를 멸망시킬순 없습니다.
[대무신왕] 만백성 염원
[호동] 치졸한 욕망
[대무신왕] 고구려 영광
[호동] 날조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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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무신왕] 우리의 태조 동명성제 이후로 온 나라의 백성이
하나됨을 약속하여 그 단결된 힘으로써 슬기와 용맹을 키워 변방의
외적을 물리치고자 기원하는 오늘!
[음악시작]
[호동] (음악3)
[음악제목] - 날조된 거루 -
거짓으로 치장된 거루!
권력위해 날조된 거루!
백성의 꿈 빼앗는 거루!
우리 모두 노예되길 강요하는 거루!
[음악끝]
[대무신왕] 난 신마거루의 말 안장에 너, 호동을 앉히고 싶었다.
만백성이 존경하고 우러러 따르는 이 나라의 태자가 되는 걸 보고
싶었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 호동을 거명하지 않았다. 호동을
마다하고 거루의 말안장에 추발소가 앉길 원했다. 아무도 너,
호동을 원치 않았다. 치욕스러운 일!
[호동] 거짓으로 치장된 거루!
권력위해 날조된 거루!
백성의 꿈 빼앗는 거루!
우리 모두 노예되길 강요하는 거루!
[대무신왕] 너는 이제 고구려 땅을 떠나라! 거치른 들판에 나가
네 망상을 깨우쳐라! 헐벗고 굶주리며, 들쥐들과 자며 너의
방자하고 오만한 지식을 벗어
[페이지] 013
던져라! 떠나라! 고구려 땅을 떠나! 꼴도 보기 싫다. 이 땅을
떠나라!
(대무신왕이 퇴장하면 잠시 정적이 흐른뒤 배경음악 깔린다)
[호동] 난 멸시를 받고 싶었다! 머리끝까지 발끝까지 모멸을 받고
싶었어. 모두가 금빛 용상과 비단옷으로서 가식과 허위를 위장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말끝마다 위대한 동명성제를 들먹이면서 치졸한
욕망 권력에 대한 집착, 명예에 대한 흠모를 가득찼어---. 왜
거루라고 하는 허구의 쪼랑말 앞에서 모두가 무릎꿇고 충성하기를
요구하는가? 왜 모두가 공포심에 잠겨 하나라는 거짓약속을 해야
되는가? 그것은 왕이 왕으로서 영원히 존재하기 위한 날조된
전설이야. 우리의 가슴속에 거루의 허상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복종을 강요받는다. 거루가 신마가 아닌 한낱 쪼랑말이란걸 알때
고구려의 백성들은 위대해 진다. 우리는 하나가 아닌 각자 이어야
한다. 우린 공포의 거루앞에서 자유스러워 질때 참된 고구려의
백성이 되는거다.
[추발소] (우태.주부와 함께 등장) 왕자님!
[호동]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라. 낙랑에는 영고축제가 있다지?
나는 광대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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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성에 들어 가리라. 내가 자명고를 잠재우는 날 너 추발소는
거루의 목을 베어라. 그 길만이 이 땅의 백성을 위하는 길이다.
(우태, 주부가 호동의 옷을 벗겨 평복으로 갈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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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리] 자명고 하늘 북 神鼓(신고)! 우리 낙랑의 안녕과 평화를
수호해준다. 자명고 생명의 북! 우리 모두의 생명과 번영을
약속해준다. 모든 낙랑의 백성들은 모름지기 자명고를 믿으라!
자명고는 스스로 소리를 내어 죽음과 패망 그리고 불행을 예고한다.
모든 백성은 자명고를 믿음으로 영원한 축복을 약속받는다.
자명고는 우리의 수호신이다. 모두 충성하며 경배하라! 우리가
행복한 동안 자명고는 울지 않으리라. 낙랑의 백성들이여! 언제나
북소리에 방심하면 우리는 곧 멸망한다! 자명고는 스스로 울어
우리의 오만함과 나태함을 경고한다. 성스런 자명고에 거역하는 자
모두에게 재앙이 있다. 낙랑의 백성들아! 자명고는 바로 우리의
생존이요 희망이다. 모두 성스런 자명고를 찬양하라!
(이어지는 영고는 합창과 의식무 迎鼓舞(영고무)가 끝날 무렵
배경음악과 함께 낙랑 주둔 한나라 장고 張超(장초)가 나타난다)
* 참고 : 당시 낙랑은 4군중의 하나로서 漢(한)나라 즉 중국의
지배하에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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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리] 어서 오시오. 장군
[장초] 말로만 듣던 영고축제에 이렇게 참관하게 되어
감개무량하오이다. 이제 언약된 일을 행할 시간이 된 것 같소.
[최리] 그렇지 않아도 이제 막 언약된 일을 공표하려던 참이오.
(모두에게) 모두 들으시오. 이 뜻깊은 영고축제를 경축하는 이날
우리의 형제지국 한나라 광무황제의 혈육이신 장초장군과 공주와의
정혼을 공표하게 되어 과인은 더욱 감개무량하오. 이제 두 사람의
정혼을 선포함으로써 한나라와 낙랑은 굳은 혈연의 관계를 맺게
되었으니 역관의 택일이 정해지는대로 성대한 혼례식이 거행될
것이오. 낙랑의 백성들은 두 사람의 정혼을 경축해주기 바라오.
(親迎舞(친영무)가 시작된다. 낙랑공주와 장초는 무대 중앙에서
마주보면서 자리 바꿈을 해가며 춤을 추고 나머지 가무인들은 그
둘레에서 옹위하는 배경의 춤을 춘다)
* 참고 : 친영무는 남녀화합 혹은 혼례식에 추었다는 춤.
혼례식을 일명 親迎舞(친영무)이라고도 했음.
[페이지] 018
[음악시작]
[가무인들] (음악5)
[음악제목] - 親迎舞(친영무) -
아름답고 총명해라 낙랑공주
지혜롭고 인자해라 낙랑공주
용맹하고 뛰어나라 장초장군
우람하고 거룩해라 장초장군
공주님은 달 장군님은 해
온 나라 만백성이 무궁하네
[음악끝]
(친영가의 합창이 끝나면 후주의 연주 속에 낙랑공주와 장초장군
하객들의 인사를 받는다. 최리는 문무백관들과 축배를 든다. 왕자
호동 낙랑공주의 일거일동을 예의 주시한다. 어떤 숙명의 줄에
끌리듯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나온다. 후주가 두 사람 대사중에
배음으로 깔린다)
[장초] 광무황제께서 우리의 혼례를 독촉하시고 계시오
[낙랑공주] 왜 제가 황제의 명에 따라야 하나요?
[장초] 황제는 낙랑의 어버이시요!
[낙랑공주] 나의 애비는 낙랑의 왕. 어찌---
[장초] (막으며) 낙랑은 홀로 설 수 없는 나라 한나라의 작은
마을, 그래서 한나라는 낙랑의 어버이 나라이시요.
[낙랑공주] 서로 말이 다르고 의복치장이 다르며 먹고자는 풍습
또한 다를진데 어찌 한과 낙랑이 부자지간
[페이지] 019
이라 하시지요?
[장초] 한이 중원을 다스리고 요동과 한사군의 반도까지 그
지배의 영역이니 응당 낙랑은 한나라의 속국이며 동족이요.
[낙랑공주] 지배란 무엇이며 속국이란 또 무슨 말씀이신지?
[장초] 광무황제의 성은이 이 낙랑까지 미치고 있다는 뜻이요.
[낙랑공주] 우린 이렇게 얼굴 생김도 말도 다르지 않소이까?
[장초] 생김새와 말이 달라도 한나라 속에 낙랑이 속해 있는
것이요.
[낙랑공주] 그럼 우린 무엇이오이까 낙랑은 무엇이오이까?
[장초] 낙랑은 그냥 낙랑.
[낙랑공주] 그렇담 한나라는 그냥 한나라.
[장초] (완강히) 아니요 한나라는 낙랑이요 낙랑 또한 한나라요.
[낙랑공주] 앞뒤가 안맞는 말씀.
[장초] 부친께서도 이 혼례를 쾌히 승락하셨오.
[낙랑공주] 어찌 저를 원하시지요?
[장초] 두 나라가 하나됨을 약속하기 위함이요.
[낙랑공주] 왜 하나가 되어야 하나요.
[장초] 낙랑을 오랑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요.
[낙랑공주] 오랑캐?
[장초] 지금 변방의 오랑캐가 낙랑을 엿보고 있소이다.
[낙랑공주] 그럼 고구려 신라 백제가 모두 오랑캐이오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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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초] 그렇소!
(음악소리 합창소리 완전히 멎으면 장면은 궁궐의 복도로 전환)
[낙랑공주] 잘들으시오 장군. 이 몸은 누구의 것도 아니오 낙랑의
것도 아비의 것도 하물며 한나라 것은 더욱 아니오. 사랑은
사고파는 흥정의 대상도 아닐진데 내 사랑을 내 마음을 내 뜻 아닌
것에 팔려 다닐 수 없는 것. 난 내것이오.
[장초] 그것은 광무황제의 뜻에 그르치는 것!
[낙랑공주] 난 공주이기 전에 일개 계집이요. 왕의 딸이기 전에
생각과 분별을 갖은 낙랑의 백성이요.
[장초] 그대와 내가 하나됨은 두 나라의 동맹을 위한---
[낙랑공주] (막으며) 물러가시요! 동맹은 나와 상관 없소이다. 내
맘은 나의 것. 내 생각 또한 나의 것, 그렇기에 내 맘과 생각은
간섭받지 아니하오이다. 애비의 생각과 딸의 생각이 항시 같지
아니하오. 더구나 낙랑의 뜻이 내 뜻과 같지 않으며 작은 계집의
소견대로 행할 뿐이요.
[장초] 거절하시오 공주?
[낙랑공주] 난 아직 허락하지 아니하였소.
(재빨리 냉정하게 사라진다. 장초 낙랑공주의 뒷 모습을 의미
있게 바라본다)
[페이지] 021
[장초] 이 장초의 뜻은 바로 장초의 뜻 그것 또한 나의 것이지!
(장초 퇴장하고 최리의 고뇌 전주와 함께 최리가 등장한다)
[음악시작]
[최리] (음악6)
[음악제목] - 나약한 역사여 -
떠오르는 태양을 막을 순 없네
독수리 발톱에 채인 낙랑이여
이 숙명을 어찌하랴
피보다 진한 사랑을 파는 낙랑의 왕이여!
낙랑이여 내 딸을 원하는가!
낙랑이여 희생을 원하는가!
나약한 낙랑의 역사여! 운명이여!
너를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리
[음악끝]
("내마음 뜬구름" 전주와 함께 장면이 전환. 수정과 유리로
건축된 기둥과 조형물은 다각적인 빛의 반사로 아주 영롱하고
투명하며 오색의 변화가 무쌍하다. 무대 밝아지고 왕검성 궁궐
후원이 전개된다.)
[페이지] 022
* 참고 : 한사군 중에서 특히 낙랑은 중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 그 사치와 치장이 아주 뛰어났다. 기록에 의하면 금은집기는
물론 벽옥, 호박, 유리, 수정의 玉器(옥기)가 유명했는데 특히
수정과 유리 文化(문화)는 아주 정교하고 예술적이었다고 함.
[음악시작]
[낙랑공주] (음악7)
[음악제목] - 내마음은 뜬구름 -
내마음은 뜬구름 두둥실 조각 구름
구름처럼
비도 오게 하고 눈도 오게 하며
해도 가리고 해도 뜨게 하며
세상을 흘러다니다가
있다가 없다 없다가 있고
허공중에서 자유로우니
언젠가는
제몸의 하나도 없어지는
소멸의 몸뚱아리여
그러나 하늘에 다시 태어나는
어느날의 새로운 엉킴으로
구름은 또 구름이 되느니
내마음은 뜬구름 두둥실 조각구름
[음악끝]
(어둠 속에서 호동 나타난다. 그리고 낙랑공주의 주제음악을 이어
받는다. 꽃을 들고 있던 배경의 시녀들 사라진다)
[페이지] 023
[음악시작]
[호동] (독창)
내마음은 큰 바람 회오리 거센 바람
바람처럼
휘몰아치고 맴돌아치며
어루만지며 가슴 속에 품어
그대를 따라다니며
있다가 없고 없다가 있고
그대와 함께 자유로우니
언젠가는
두 맘이 하나가 되는 날에
우리는 영원한 하나여라
뜬구름 그대의 마음 이젠 내것
어느날의 새로운 엉킴으로
구름은 또 바람이 되나니
내마음은 큰 바람 회오리 거센바람
[음악끝]
(낙랑공주 불연듯 다가오는 호동과 시선이 마주친다. 숙명의
이끌림처럼)
[낙랑공주] 처음 보는 모습, 처음 보는 눈빛 누구세요?
(호동 낙랑공주의 두 손을 잡아올려 그 손바닥에 가만히 입술을
댄다. 순간 자명고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페이지] 024
[낙랑공주] 자명고 소리---
[호동] 자명고?
(호동이 급히 퇴장한다)
[소리1] 자명고가 울린다! 자명고가 울린다!
[최리의 소리] 낙랑의 왕검성 안에 적의 첩자가 숨어 들어 왔다.
[소리2] 모든 성문을 닫아라! 모든 병사들은 성곽의 경비를
강화하고 성내에 숨어 들어온 적국의 첩자를 찾아라.
[소리3] 성문을 닫아라!
[병사들] 적국의 첩자를 찾아내라!
(좌우로 뛴다. 자명고의 소리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음악시작]
[병사들] (음악8)
[음악제목] - 북소리 들려온다 -
자명고, 자명고, 자명고 소리가 들려온다
북소리, 북소리, 북소리가 들려온다.
성문을 닫아라. 승전고를 울리고
진군나팔을 불어라
자명고 소리는 하늘의 소리
자명고 소리는 승전의 소리
[페이지] 025
칼과 창을 들고 적군을 물리치차
자명고, 자명고, 자명고 소리가 들려온다.
북소리, 북소리, 북소리가 들려온다.
횃불을 밝히고 승전고를 울리고
진군나팔을 불어라
자명고 소리는 하늘의 소리
자명고 소리는 승전의 소리
찌르고 자르고 적군을 물리치자
자명고, 자명고, 자명고 소리가 들려온다.
[음악끝]
(낙랑공주의 침전. "내마음은 뜬구름"의 배경음악이 살아난다)
[낙랑공주] 난 분명히 꿈을 꾸고 있었어---(호동의 환영을 쓸어
안듯이 양팔 자신의 몸을 감싸 안는다) 마치 온 몸이 구름 위에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 어째서 이 몸이 이렇게 뜨겁지?
[유모] 공주님 밤이 깊었습니다.
[낙랑공주] 어느날 갑자기 낯선 사람이 내 앞에 안개를 헤치며
다가온거야. 구척장신에 백옥같은 얼굴. 그리고 눈빛은 화산처럼
이글거렸어---
[유모] 대왕마마께옵서 오늘은 일찍 소등하라는 분부셨습니다.
[낙랑공주] 따스한 손길을 내 손을 꼭 쥐었어
[유모] 자명고가 울려 온통 성내 경비가 삼엄하답니다.
[페이지] 026
[낙랑공주] (그때서야) 자명고? 자명고가 왜 울렸지?
[유모] 야음을 틈타 고구려의 첩자가 성내에 들어왔답니다.
[낙랑공주] 고구려의 첩자!?
(최리가 들어온다.)
[최리] 성내가 비상하며 더욱히 야심한데 어찌하여 잠을 자지
않느냐---
[낙랑공주] 자명고 소리를 듣고 있었사옵니다.
[최리] 한나라의 장초장군과 혼례를 약속한 몸, 추호도 품행과
행동거지에 미흡함이 없어야 하느니라
[낙랑공주] 애초에 마음이 내키지 않는 언약이었사옵니다.
[최리] 가당치두 않은 소리!
[낙랑공주] 이 혼례 언약을 피하시면 아니되겠사옵니까?
[최리] 지금 무슨 망발을 하고 있느냐!
[낙랑공주] 이것은 대국의 명열에 마지 못해 하는 정략결혼!
[최리] 한나라 광무황제와의 약속을 어김은 성은에 대한
배은망덕이다. 이것은 낙랑의 법이 아닌 한나라의 국법으로 우리
모두가 엄벌을 받는다.
[낙랑공주] 비록 벌을 받을지언정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품에
결코 안기지 않을 것이옵니다.
[최리] (단호히) 광무황제가 진노하시면 낙랑은 멸망한다!
[페이지] 027
(최리가 황급히 나간다. "빙글 빙글 돌아라"가 시작된다.)
[낙랑공주] (유모에게) 새벽에 성문을 빠져나간다.
[유모] 무슨 말씀이신지?
[낙랑공주] 평복을 준비하거라! 난 낙랑의 백성, 낙랑의 계집으로
앉아서 운명을 기다리지 않겠다!
(낙랑공주의 침전 어두워진다.)
[페이지] 028
(새벽, 왕검성 밖 빈민가의 광대촌)
[음악시작]
[광대들] (음악9 : 느리고 우울하게)
[음악제목] - 빙글 빙글 돌아라 -
빙글 빙글 돌아라 세상은 빙글 빙글 돌아라
세상도 돌고 우리도 돌고 술잔도 돌아
수레바퀴 쳇바퀴
물레방아 바람개비
이쪽으로 돌고 저쪽으로 돌고
멋에 겨워 제각기 멋들어지게 돌아간다
빙글 빙글 돌아라 세상은 빙글 빙글 돌아라
인생도 돌고 머리도 돌고 눈알도 돌아
나랏님은 옥상에서 돌고
왕비님은 침상에서 돌고
대감님은 마나님 엉덩짝 위에서 돌고
우리네 광대는 술취해 돌고
제멋대로 돌라지, 제멋대로 돌라지
제멋에 겨워서 멋대로 돌라지.
[음악끝]
(왕자 호동이 들어온다. 사랑의 열기에 들뜬 모습이 역역하다.
우태와 주부가 들어온다.)
[페이지] 029
[우태] 어찌 된 일이지요?
[주부] 우리의 신분이 자명고에 의해서 발각되었습니다.
[우태] 여니때 같지 않게 온몸이 뜨겁사옵니다.
[호동] 내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고구려, 부여, 옥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가장 향기롭고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
[주부] (심각하게) 왕자님! 고구려의 대무신왕께옵서 추발소
장군을 보냈사옵니다.
[호동] (긴장) 추발소를!?
(한쪽에 숨어있던 추발소 나와 호동 앞에 무릎을 꿇는다)
[추발소] 대무신왕의 긴급한 전갈이옵니다.
[호동] 내 여기 있는 걸 어찌 알았는가.
[추발소] 요동과 부여, 옥저 온 땅을 숨어 헤매였사옵니다.
[호동] 이렇게 광대가 되었네.
[추발소] 대왕께서는 모든 기병과 보병 그리고 창검부대를
거느리시고 낙랑과의 전쟁길에 오르셨사옵니다.
[호동] 이미 출병을 하셨다는 얘긴가?
[추발소] 금일 새벽이면 국경을 넘을 것이옵니다. 대왕께선 친히
신마 거루를 앞세우고 그 뒤에서 독전을 하고 계시옵니다.
[호동] 어찌 무모한 전쟁을---
[페이지] 030
[추발소] 동명성제의 숙원인 통일의 첫 출진이라 명하셨사옵니다.
[호동] 낙랑에는 자명고가 있다--- 그 북소리를 내 귀로 똑똑히
들었다. 신마 거루에 버금가는 자명고가 있는 한 그건 무모한 도발,
그리고 참담한 살육만이 있을 것이다.
[추발소] 대왕님의 염원, 대왕님의 신념, 그건 누구도 꺾지
못합니다.
[호동] 고구려 병사들이 국경을 넘으면 자명고는 울린다. 여긴
난폭한 한나라 정예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추발소] 대왕님께서는 왕자께오서 친히 자명고를 처치하길
바라고 있사옵니다.
[호동] 내게 친히 임무를 명하셨다는 얘기야?
[추발소] 그렇사옵니다!
[호동] 날 여직 자식이라 생각하시던가?
[추발소] 혈육의 정을 누군들 쉽게 끊을 수 있겠사옵니까.
왕자께서 추방당한 뒤 식음을 전폐하셨사옵니다.
[호동] 가거라! 나는 고구려의 왕자도, 대무신의 아들도 안다.
나는 광대의 새옷을 입고 왕자의 허물은 벗은지 오래다.
[추발소] 부대 대왕님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치 마시옵소서.
[호동] (단호히) 어서 물러가거라! 그리고 허망한 전쟁 놀이는
그만 거두시라고 여쭈어라! 어서!
[페이지] 031
(추발소 황망히 나간다)
[우태] 어찌 대왕님의 어명을 거역하시옵니까?
[주부] 부자지간의 정은 천륜으로 맺어진 것.
[호동] (고함) 나가라! 너희들도 모두 나가거라!
(우태와 주부 물러간다. 혼자 남은 호동 애증의 갈등으로
혼란스러워진다)
자명고가 울리면, 애비고 죽고, 고구려도 망한다.
[음악시작]
[음악제목] (음악10) - 나는 누구인가 -
새는 둥지를 떠나 하늘 높이 날지만
해지고 찬바람 불면 둥지를 찾는다
물은 훌러서 바다로 가지만
바다의 물은 다시 하늘에 올라
고였던 태초의 자리로 돌아온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둥지는 어데인가 나의 태어난 둥지는 어데인가
자식 사랑은 매정해도 애비의 가슴은 언제나 뜨겁다
나는 고구려의 사나이 대무신의 아들
영원한 고구려의 자손
[음악끝]
(멀리서 낙랑의 노래 소리 들려온다)
[페이지] 032
[음악시작]
[낙랑공주]
[음악제목] - 내 마음은 뜬구름 -
내 마음은 뜬구름 두둥실 조각 구름
구름처럼
비도 오게 하고 눈도 오게 하며
해도 가리고 해도 뜨게 하며
세상을 흘러 다니다가
있다가 없고 없다가 있고
허공중에서 자유로우니
언젠가는
제몸의 하나도 없어지는
소멸의 몸뚱아리여
그러나 하늘에 다시 태어나는
어느날의 새로운 엉킴으로
구름은 또 구름이 되느니
내마음은 뜬구름 두둥실 조각 구름
(열기에 들뜨는 호동, 회답하듯 노래한다)
[음악끝]
[음악시작]
[호동]
내 마음은 큰바람 회오리 거센 바람
바람처럼 휘몰아치고 맴돌아치며
어루만지며 가슴 속에 품어
그대를 따라다니며
있다가 없고 없다가 있고
[페이지] 033
그대와 함께 자유로우니
언젠가는
두맘이 하나가 되는 날에
우리는 영원한 하나여라
뜬구름 그대의 마음 이젠 내 것
어느날의 새로운 엉킴으로
구름은 또 바람이 되나니
내 마음은 큰 바람 회오리 거센 바람
[음악끝]
(배경음악이 깔린다)
[낙랑공주] 누구세요?
[호동] 말하지 마오. 그냥 마주 보고 있으면 되오
[낙랑공주] 처음 듣는 말소리---
[호동] 난 그대의 눈빛을 보고 있오--- 당신의 눈빛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고 있오---
[낙랑공주] (다소 두려움) 왜 제게 다가오셨나요?
[호동] 아니요 그대가 내게 다가왔소
[낙랑공주] 내가?
[호동] 그냥 입을 다물고 눈빛으로 말하시요! 조금전처럼---
[낙랑공주] 제가 지금 말을 하고 있나요? 무슨 말을 했죠?
[호동] 모르겠소---
[낙랑공주] 우린 지금 꿈을 꾸고 있나요?
[호동] 아니요. 이게 꿈이라면 당신의 향기를 이렇게 또렷히
느낄수가 없을 꺼외다.
[페이지] 034
[낙랑공주] 그렇다면 오늘밤의 일들이 꿈이 아니였군요.
[호동] 우린 지금 이렇게 함께 있소!
[낙랑공주] 나를 꿈속에서 헤메게 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시요?
[호동] 오늘밤만은 그걸 묻지 말아주오.
[낙랑공주] 왜 광대의 복장을 하고 계신가요?
[호동] 이것은 내가 자초한 허물이요.
[낙랑공주] 허물?
[호동] 차라리 이 허물을 벗기지 말아주오. 공주!
[낙랑공주] 왜 이것을 허물이라 말씀하시는지?
[호동] 이 허물을, 광대의 허물을 쓰고 있음으로 그대와 함께 할
수 있소.
[낙랑공주] 그 허물을 벗으면!
[호동] 제발 그것만은 공주!
[낙랑공주] 난 이 나라 낙랑의 공주. 그대가 아무리 비천한
신분의 사람이래도 난 그것을 이겨낼 수 있오.
[호동] 아니 되오
[낙랑공주] 내가 그대와 같은 광대가 된다면---. 그대와 같은
비천한 사람이 된다면---
[호동] 더욱 아니될 말.
[낙랑공주] 그럼 우린 지금 무엇이요? 마주 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이요?
[호동] 우리는 그냥 빛과 그림자일뿐.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빛과
그림자.
[페이지] 035
(낙랑공주 격정적으로 호동을 와락 끌어 안으며)
[낙랑공주] 그렇게는 아니됩니다! 빛과 그림자는 아니 됩니다!
(사이 떨어지며)
[낙랑공주] 우리가 언젠가 만났었나요?
[호동] 아니요 우린 지금 처음이요.
[낙랑공주] 그런데 왜 이렇게 스스럼이 없구 거리낌이 없는거죠?
당신 눈빛 속에 보이는 작은 별은 무엇이에요?
[호동] 나도 모르겠소.
[낙랑공주] 그런데 왜 가슴이 떨리죠? 이것 보세요. 제 손이 떨고
있어요. (호동 낙랑공주의 손을 잡는다) 손이 따스해요---
[음악시작]
[호동] (음악11:2중창)
[낙랑]
[음악제목] - 아름다운 밤 -
푸른 하늘에 은하수 흐르고
북극성이 빛나는 밤에 이 마음 뜨거워지네
아름다운 오늘 밤에 아름다운 이 밤 내 사랑이여
달빛 아래서 마주친 눈동자
부드러운 그대 입술로 이 마음 뜨거워지네
아름다운 오늘 밤에 아름다운 이 밤 내 사랑이여
아름다운 아름다운 우리들의 사랑은
[페이지] 036
이슬처럼 영롱한 우리의 사랑
포근하고 향기롭게 빛나리
아름다운 오늘밤 우리 사랑 영글고
아름다운 오늘밤 달빛처럼 빛나리
(군중들이 따라서 합창한다)
[음악끝]
[낙랑공주] 야! 남자들의 냄새! 사람들이 사는 냄새! 착한
사람들의 냄새!
[호동] 이곳은 공주가 있을 곳이 못되오.
[낙랑공주] 사람들이 사는 곳! 노래가 있고, 한숨이 있고, 눈물이
있으며, 소박한 웃음이 있는 곳!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음악시작]
[낙랑공주] (음악12:2중창)
[호동왕자]
[음악제목] - 그대가 있는 곳이라면 -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그대가 있는 곳에 함께 있겠오
초근목피 연명하는 움막집이라도
그대와 함께라면 나에겐 천국
마주 잡은 따스한 손길
다정한 눈빛 속삭이는 음성
그대와 함께라면 어데던지 가겠오
[페이지] 037
우린 오늘밤 만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
우린 오늘밤 사랑하기 위해 기다려 온 사람들
바로 지금이 끝이래도 그대 곁에 있겠소
절망이 있고 슬픔이 있더라도 함께 있겠소
우린 오늘밤 만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
우린 오늘밤 사랑하기 위해 기다려온 사람들
바로 지금이 끝이래도 그대 곁에 있겠오
절망이 있고 슬픔이 있더라도 함께 있겠오
[군중들] (후렴을 합창한다)
어화디야 어진 백성
잡동사니 흙버러지
나물 먹고 냉수 마시고
세상살이 일장춘몽
[음악끝]
(무대는 점진적으로 환희와 축제의 분위기로 고조되어 간다)
- 막 -
[페이지] 038
[막] 제 2 막
(자명고의 굉음과 신마거루의 부르짖음이 뒤섞인 서곡(음악13)과
함께 막이 오르면 고구려 병사, 낙랑 병사들의 전쟁놀이 춤이
벌어진다)
[음악시작]
[병사들] (음악 14)
[음악제목] - 영원한 전쟁놀이 -
전쟁! 전쟁!
먼지 묻은 갑옷. 찌그러진 투구. 녹슨 칼 방패
걸치고, 쓰고, 들어라
천둥 같은 자명고 소리 울리면(바람 같은 신마거루
앞세워)
우리의 위대한 전쟁놀이 시작된다
이것은 영원한 놀이 재미 있는 역사의 춤
동이 트는 산야 해지는 강변
우리의 함성 거치른 말발굽소리
아름다운 산야 잔잔한 강물
핏물로서 물들이세
전쟁! 전쟁!
증오와 살육의 자명고 소리 울리면
우리의 위대한 전쟁놀이 시작된다
이것은 영원한 놀이 재미있는 역사의 춤
[페이지] 039
먼지 묻은 갑옷 찌그러진 투구 녹슨 칼 방패
걸치고 쓰고 들어라
[음악끝]
(간주중에 낙랑과 고구려의 병사들 아수라의 전투장면을
연출한다. 계속 해서 천둥소리와 섬광이 교차된다. 전쟁의 잔해와
폐허가 된 황량한 들판에 피난봇짐을 진 백성들이 "빙글 빙글
돌아라" 합창을 하며 사방에서 나타나 교차되면서 움직인다. 그것은
낙랑의 백성들과 고구려의 백성들이다. 그들은 율동화된 일정한
몸짓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힘겹게 움직이며 맴돌이를 한다)
[호동] 어데서 오는 사람들입니까?
[피난민A] 낙랑백성이외다.
[낙랑공주] 모두 어데로 가는 길입니까?
[피난민B] 전쟁이 일어난다는 구먼. 전쟁을 피해 무작정 동으로
가는 길이라오.
[호동] (또 다른 피난민에게) 어데서 오는 사람들입니까?
[피난민C] 고구려 백성이외다.
[낙랑공주] 모두 어데로 가는 길입니까?
[피난민D] 전쟁이 일어난다는 구먼. 전쟁을 피해 무작정 서로
가는 길이라오.
[호동] 전쟁이 일어나면 동쪽으로 가든 서쪽으로 가든 살지
못합니다.
[페이지] 040
[피난민E] 살려구 가는게 아니외다.
[낙랑공주] 그럼?
[피난민F] 살아온 습관이라서 언제나 쾅하고 터지면 그저
두더지처럼 움직이는거외다. 무작정 움직이는거---
[음악시작]
[피난민들] (음악 15)
[음악제목] - 빙글 빙글 돌아라 -
빙글 빙글 돌아라 세상은 빙글 빙글 돌아라
세상도 돌고 우리도 돌고 술잔도 돌아
수레바퀴 쳇바퀴!
물레방아 바람개비!
이쪽으로 돌고, 저쪽으로 돌고
멋에 겨워 제각기 멋들어지게 돌아간다
빙글 빙글 돌아라 세상은 빙글 빙글 돌아라
인생도 돌고 머리도 돌고 눈알도 돌아
나랏님은 옥좌에서 돌고
왕비님은 침상에서 돌고
대감님은 마나님 엉덩짝 위에서 돌고
우리네 광대는 술 취해 돌고
제멋대로 돌라지, 제멋대로 돌라지
제멋에 겨워서 멋대로 돌라지
[음악끝]
(2막 서곡과 함께 장초와 병사들이 뛰어 들어온다. 피난민들은
혼비백산 흩어져 퇴장)
[페이지] 041
[장초] 오! 아름답고 순결하신 낙랑공주님을 이제야 찾아냈군.
공주는 나의 그림자 나는 공주의 발자욱. 우리는 영원한 벗,
떠날래야 떠날 수 없는 한쌍의 원앙이요. (호동에게) 말하라.
그대는 누구인가?
[호동] 성문 밖 저자거리의 광대요.
(장초 호동이 걸치고 있던 길게 늘어진 광대옷을 벗긴다. 그
안에서 고구려 왕자의 복색이 노출된다. 모두 놀란다. 장면이
변하여 낙랑의 어전)
[장초] (정중히) 이제 낙랑국의 대왕님께 고구려의 대무신왕의
아들 왕자 호동의 목을 바치고져 합니다.
[일동] 왕자 호동!?
[최리] 그대가 정작 고구려의 대무신왕 무휼의 아들 호동인가?
[호동] 그렇소! (일동 다시 놀란다)
[최리] 어찌하여 낙랑땅에 숨어 들어왔는가?
[낙랑공주] 그대가 정작 고구려 왕자 호동이시요?
[호동] 그렇소. 공주!
[낙랑공주] 그대가 내 손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했던 그 푸른
안개를 헤치고 내게 왔던 그 사람.
[페이지] 042
[호동] 당신의 흑진주 눈빛 속에서 한밤의 달무리를 보았던 그 밤
광대의 허물을 썼던 사람.
[음악시작]
[낙랑공주] (음악 16)
[음악제목] - 어찌 날 배반했소 -
어찌하여 날 배반했소
내 모든 것 다해 사랑했건만
[음악끝]
[병사들] 고구려는 원수! 고구려는 영원한 적! 저 자의 목을
베어라! 죽여라!
[낙랑공주] 그토록 사랑한 그대가 누구? 적국의 호동왕자라니!
[병사들] 고구려는 원수! 고구려는 영원한 적! 저 자의 목을
베어라! 죽여라!
[낙랑공주] 차라리 그 허물을 벗지 말것을! 간교한 너의 거짓
사랑!
[병사들] 고구려는 원수! 고구려는 영원한 적! 저 자의 목을
베어라! 죽여라!
(낙랑공주는 장초가 들고 있던 채찍으로 호동을 때린다. 병사들이
호동을 끌고 퇴장하고 무대엔 낙랑, 최리, 왕비만 남는다)
[페이지] 043
[음악시작]
[최리] (음악 17)
[음악제목] - 황혼 갈대의 고뇌 -
바람을 거슬러 나르는 새여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
넌 낙랑의 계집이 아냐
고삐 풀린 망아지, 뜨거운 피가 용솟음 치고
맥박이 솟구쳐 올라 풀잎 위에
잠을 자는 나비였다가
황야의 삵괭이로 변한 너는 바람
뜨거운 피가 용솟음 치는 맥박이 솟구쳐 올라
꽃잎 위에 잠을 자는 나비였다가
황야의 삵괭이로 변한 너는 바람
[왕비] 딸을 팔아서 나라를 구함이 연학한 낙랑의 운명이란다. 이
운명을 어찌하랴. 이 백성을 구해주렴. 아침의 이슬 같은 공주여
황혼의 갈대 같은 부모를 용서해다오. 공주여 용서를--- 너는 이
나라의 공주, 낙랑의, 낙랑의 딸
(최리가 퇴장한다. 낙랑공주의 방안. "내 마음은 뜬구름"의
배경음악이 은은히 울려 퍼진다)
[페이지] 044
[낙랑공주] ---
[왕비] 네가 보여준 용맹스런 행동은 모든 낙랑 백성에게 커다란
용기와 자부심을 안겨 주었다.
[낙랑공주] ---
[왕비] 가죽 채찍을 휘둘렀던 너의 행동에 모두가 감탄을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더냐?
[낙랑공주] (불현듯) 사랑이 지나치면 미움이 된다 했습니다.
[왕비] 그게 무슨 뜻이냐?
[낙랑공주] 아니옵니다.
[왕비] 날이 밝으면 너는 장초장군과 함께 한나라의 광무황제께
배알하러 떠나야 한다. 그곳에서 중국의 예법대로 혼례를 치뤄야만
한다. 그러나 그전에 장초장군의 노여움을 푸는 일이 더 급한
일(사이). 더이상 아버지를 곤경에 빠뜨리지 않길 바란다(왕비가
퇴장한다).
(장초의 거처. "환락의 밤"(음악 18)과 함께 무희들의 관능적인
춤이 절정에 이른다. 무대는 쾌락과 환락을 상징하는 색조로
바뀌며, 유모가 시녀들과 등장 낙랑공주의 옷을 갈아 입힌다.
환락의 무희들이 사라지고 낙랑공주 혼자 남는다. 무대 한쪽에
옥중의 호동이 나타난다. "아름다운 밤"의 배경음악이 잔잔히
흐른다.)
[페이지] 045
[낙랑공주] (차분히) 날이 밝으면 그대는 죽게 되오.
[호동] ---
[낙랑공주] 어찌하여 이런 일을 자초하셨소?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대가 적국의 왕자, 나의 모든 걸 바쳐 사랑했던 그대가
호동.(사이) 어찌하여 날 속이셨소?
[호동] 속인 것이 아니오. 지금도 그대를 사랑하오. 고구려
왕자로서 그대를 사랑한게 아니오. 보잘 것 없는 남자, 광대의
허물을 쓴 남자로서 그대를 사랑한 것이오.
[낙랑공주] 우리 두 사람은 어리석었오. 나는 사랑에 속아
자명고를 팔았고 그대는 사랑을 팔아 충성을 얻었오. 나는 사랑을
잃었고 그대는 목숨을 잃을 것이오. 사랑보다, 목숨보다 귀중한게
무엇이란 말이오?
[호동] ---
[낙랑공주] 가여운 사람. 차라리 광대의 허물을 벗지나 말것을.
그 밤은 어디 갔나? 아름다운 그날 밤은 어디에 있나? 우리가 서로
공주도 아니고 왕자도 아니였다면 우린 그 아름다웠던 밤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었을 것이오.
[호동] (담담히) 우리에겐 국경이 있소. 우리의 사랑을 가르는
국경이 있소.
[낙랑공주] 나라는 무엇이며 국경은 도대체 무엇이요?
[호동] 그것은 우리의 사랑으론 풀 수 없는 두꺼운 경
[페이지] 046
계선이오.
[낙랑공주] 우리의 사랑까지 가르는 그 경계선은 누가 만들었오?
[호동] 그것은 타민족 한나라가 만든 것이오.
[호동] 낙랑과 고구려는 한 민족이요. 그대와 내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생김새를 하고 같은 노래를 부르며 같은 음식을 먹는다면
우린 하나가 되야 하오. 두 나라가 하나됨을 경계하는 건 낙랑도
고구려도 아닌 한나라의 광무황제요.
[낙랑공주] 무슨 말씀이오?
[호동] 이 땅에 한사군과 대방군을 설치함으로 이 반도를 영원한
그들의 식민지로 만들려는 계략이요. 그래서 우리는 갈라진 것이요.
[낙랑공주] 그렇다면 우리가 하나 될 수 있는 것은?
[호동] 우리의 하나됨을 막는 것 그 단절의 망령을 없애는
것이요.
[낙랑공주] 단절의 망령?
[호동] 그건 낙랑의 자명고와 고구려의 신마거루요.
[낙랑공주] 고구려에 거루가 있음으로 낙랑엔 자명고가 있는
것이요.
[호동] 그러기에 두 개의 망령을 없애야 하오.
[낙랑공주] 자명고가 없으면 낙랑은 멸망하오.
[호동] 신마거루가 없으면 고구려의 침공은 없을 것이요.
[낙랑공주] 어쩌자는 말씀이오?
[페이지] 047
[호동] 전쟁으로 인해 피를 흘려서는 아니되오. 누구의 피든 그
희생은 값진 것이 되야 하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흘려야 할 피는
자명고와 거루를 지키기 위한 무모한 희생이요. 자명고는 무엇이며
거루는 무엇이요? 도대체 수많은 백성과 군신들의 엄청난 피를
요구하는 두 개의 허상을 누가 만든 것이요?
[낙랑공주] 신마거루는 그대 나라의 왕, 그대의 부왕이 만든
것이오.
[호동] 그렇다면 자명고는 그대의 부친 최리가 만든 허상이요.
지배민족의 우두머리, 광무제가 이 민족을 속박하기 위해 창안해낸
우상에 불과한 것이요. 그건 지배자의 노리개요!
("아름다운 밤"의 전주가 은은히 흐른다)
[낙랑공주] 아직도 날 사랑하고 계시오?
[호동] 그대가 지금 날 사랑하듯 나의 사랑도 오직 하나요
[낙랑공주] 해도 하나, 달도 하나
[호동] 우리들의 사랑도 하나
[낙랑공주] 물을 가른다고 두쪽이 될 수 없고
[호동] 형제를 가른다고 피가 다를 수 없으니
[낙랑공주] 우리는 해처럼 하나, 달처럼 하나
[호동] 물처럼 한 곳에 모여
[페이지] 048
[낙랑.호동] 완전한 하나로서 행복하리라
[음악시작]
[낙랑공주] (음악19)
[호동]
[음악제목] - 아름다운 밤 -
아름다운, 아름다운 우리들의 사랑은
이슬처럼 영롱한 우리의 사랑
포근하고 향기롭게 빛나리
[음악끝]
("영고무" 합창이 (음악20) 배경음악으로 울려 퍼지면 낙랑은
횃불을 들고 험한 통로를 거쳐 자명고가 있는 곳에 숨어든다.
자명고가 위용을 자랑하며 솟아 오른다. 12지신들의 힘에 밀려
자명고에 접근하지 못하는 낙랑공주. 미친듯이 자명고를 두드리는
12지신들. 드디어 낙랑공주는 자명고에 횃불을 던진다. 거대한
굉음을 내며 자명고는 파괴되고, 이어 무대 위의 모든 구조물이
무너져 내린다. 최리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낙랑---. 최리와 왕비는
단말마로 절규한다)
[최리] 낙랑이여 내 딸을 원하는가! 낙랑이여 희생을 원하는가!
[왕비] 용서해다오, 공주여! 용서를---
(뒤늦게 등장한 공주를 발견하고 껴안는다)
[페이지] 049
[호동] 차라리 그 허물을 벗지 말 것을--- 어리석은 나의 과오를
용서하오---
[음악시작]
[낙랑.호동] 푸른 밤 하늘에 은하수 흐르고
북극성이 흐르는 밤에 이 마음 뜨거워지네
아름다운 오늘밤에 아름다운 오늘밤에 내 사랑이여.
[음악끝]
(호동의 품에 안겨, 낙랑공주는 숨을 거둔다)
[호동] 공주!?
[낙랑공주] ---
[호동] 공주 눈을 뜨시오! 흑진주 눈빛으로 이 호동의 얼굴을
한번만 바라보시오.
[낙랑공주] ---
[호동] 그대의 사랑을 자명고와 바꾸었다면 내 사랑과 바꾸어야
할 것은 무엇이요?
(모든 인물들 천천히 등장한다. 그들은 마치 화염 속의
유령들처럼 두 남녀의 비련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호동 천천히
일어나 고구려의 대무신왕과 낙랑의 최리왕을 독수리 눈으로
쏘아본다)
[페이지] 050
[호동] (담담히) 말들해 보시요! 모두 유령처럼 서 있지 말고
이제 잠시 후면 전설 속으로 사라질 우리 모두 앞에서 분명히
말들해 보시요. (크게) 사랑보다, 백성들의 아름다운 노래보다, 더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도대체 무엇이요? 우리들의 달밤보다,
우리들의 따뜻한 입맞춤보다 더 거룩한 것이 무엇이요?
(호동이 갑자기 자기가 가지고 있는 칼로 자신을 찌른다. 놀라는
최리, 대무신왕, 그리고 병사들과 사람들. 호동이 죽어가면서
마지막 노래로 호소한다)
[음악시작]
[호동] (음악21)
[음악제목] - 그날이 오면 -
돌개바람 불어오는 암흑의 밤
허물어지고 벽 사이로 마주 보이는 두 얼굴
그날이 오면
너와 나의 손 포근하게 감싸쥐리
그날이 오면
하나의 샘물 한 솥의 밥 나누어 먹으리
그날이 오면
떨어진 짚신 나누어 신고 산에 오르리
[음악끝]
(점점 약해지는 호동의 노래소리. 그러나 호동의 처절한 노래에
감동을 받은 주위의 사람들이 점점 호응해서 노래에 합세한다)
[페이지] 051
[음악시작]
[전체]
[음악제목] - 그날이 오면 -
돌개바람 불어오는 암흑의 밤
허물어지고 벽 사이로 마주 보이는 두 얼굴
그날이 오면
너와 나의 손 포근하게 감싸쥐리
그날이 오면
하나의 샘물 한 솥의 밥 나누어 먹으리
그날이 오면
떨어진 짚신 나누어 신고 산에 오르리
그날이 오면
한곡조에 맞춰 같은 신명의 어깨 춤추리
그날이 오면
모시적삼 꺼내 입고 한 조상 앞에 향불 피우리
그날이 오면
삼천리 강산 흔들리도록 함성지르리
헤어진 핏줄 하나가 되어 함성지르리
한 맺힌 서름 풀어지도록 함성지르리
비로서 찾은 민족의 노래 함성지르리
[음악끝]
(전체의 합창 속에 호동은 숨을 거둔다. 호동과 낙랑공주의
시신이 무대 위로 떠오르면서 합창이 고조되면 막이 서서히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