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르방 장승
공순혜
고물상을 뒤지고 다녔다. 마당 소나무 밑에 장승을 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다가동고물상에서 마음에 드는 요즘 육지(陸地)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제주도 현무암 돌하르방 장승 한 쌍을 구입했다. 왜 갑자기 장승을 집에다 들여놓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이가 드니 허허(虛虛)한 마음을 기대고 싶어서였을까?
장승은 민간신앙으로 옛부터 마을이나 절 어귀에 무섭고 우스꽝스럽게 돌이나 나무로 만들어 세워놓고 나쁜 기운이나 병마(病魔), 재액(災厄)을 막아달라고 기원했고 출타한 가족의 무사안녕을 빌었다.
우리나라 곳곳, 특히 시골에는 장승과 솟대가 있다. 전남 나주 운흥사에 있는 돌장승은 중요민속 제 12호로 큰 치아 2개가 입 좌우에 나와 있고, 수염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으며, 뒷면에 강희 58년이라 새겨져서 만든 시기를 알 수 있어 사료(史料)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만든 돌 하르방은 돌 할아버지라는 뜻으로 제주섬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으로 우석목(偶石木)이라고도 하는데 지금은 육지로 반출은 금지되어 있다 한다.
신라, 고려시대 때는 왕(王)에게서 토지를 하사받은 절 입구에 승려들이 왕의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뜻으로 세웠다 한다. 또 조선시대에는 10리 길마다 방향을 가리키기 위해 세워 이정표(里程標)역활을 했다 한다.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라는 곳은 조선 22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인 수원 현륭원을 참배하러 갈 때 쉬어가기 위해 이곳에 나무로 장사(壯士)모양을 한 남자를 세워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라 이름 붙이고 여자모양 장승은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이라 하여 장승배기라는 지명이 되었다 한다.
우리 집 마당 소나무 밑에 있는 돌하르방 장승은 눈은 크게 부릅떠 집에 낯선 침입자가 있는지 지켜보고 코는 주먹코로 복(福)을 불러들일 듯하다. 입은 일자로 꽉 다물어 집안의 내밀한 이야기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입 단속을 하고 있는 듯하다. 두 손을 모아 몸 중앙에 둥그런 원(圓)을 그려 평화를 기원하는 듯하다. 나는 아침에 복돌이에게 밥을 주고 난 후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일만 있게 해달라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복돌이에게 저녁밥을 주고 난 후에는 밤에 집을 잘 지켜 달라고 부탁한다. 하늘의 은혜인지, 이 돌하르방 장승 덕(德)인지, 올 한 해 우리 아이들이 무탈하게 한 해를 보냈기에 감사를 드린다. 원래 사람 ‘人’자는 서로 의지하고 살라는 뜻이기에 우리 인간은 무엇에고 기대고 살아야 하는 나약한 존재다. 그래서 하느님이나 부처님, 민간 신앙에라도 의지하지 않고는 살아 갈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이해 마지막인 오늘 아침에도 이 돌하르방 앞에서 내년에도 우리 자식들이 건강하고 평안하며 좋은 일만 있게 해 달라고 기원해 본다.
(201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