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몽의 이별 방식>
나 아무래도 너 만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백수가 요즘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어제도 CGV 가서 08:50 조조할인 '스텔스' 영화 한편 때리고
불광1동 사무소 헬스교실가서 한시간 동안 아줌마들과 땀 흘리고
집에 돌아와서 마누라가 주는 수제비 먹고 시키는대로 마늘까고
피곤해서인지 앉은채로 잠깐 꾸벅꾸벅 졸다가 들켜서
주말농장 밭에나 갔다 오래서 상추뜯고 고추따고 잡초 뽑고
일주일에 한번 테니스 치기로한 화요일이라 오후 4시에 학교 테니스코트에 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려 책 두권 반납하고 코트에 나가서 교수들과 어울려 복식 두게임 하고
또 퇴근시간이 돼서 양수기가 나와 한탕 더 뛰어주고
집에 돌아와서 '굳세어라 금순이'와 패션 70'S도 보고 잠자리에선 모기에 세군데나 뜯겼는데,
오늘 아침에도 친구 전화가 와서 반가워 했더니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저녁에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 가야해. 물론 낮에 헬스교실도 가야하고.
화백카페에도 들어가서 글도 올리고 댓글 안다는 넘들 딥다 욕도 해주다 보면 하루 해가 다 가.
그리고 내일은 목요일이라 화백산행 가야하는데 또 비가 오면 어떻게 할건가 신경 써야해.
일구농장에 모일 경우 준비물을 각자에세 분담 시킬건가 내가 몽땅 시장 봐갈건가도 정해야 하고.
토요일엔 2박3일로 흰돌가족 하계휴가 떠나야 해.
휴가지에서 먹을 간식이랑 맥주, 소주, 과일을 서울서 사가지고 갈건지 현지에서 살건지
총무와 의논도 해야 하고.....
이렇게 바쁘다 보니 너 만나는 거 사실 부담스러워.
옆 동 장가방 눈치 보기도 바쁜데 멀리서 완주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지뭐야.
엔젤도 말은 안하지만 뜳게 보고 있는게 확실해.
나도 이젠 좀 쉬고싶어. 우리 그만 헤어지자.
첫댓글 ㅎㅎㅎㅎㅎㅎ정말 (웃기네요 이렇게쓰면안되지요 )웃습네요 시몽 넘바빠 눈치볼 시간도 없고 뚦어보나요?
눈흘기고있지요 백수가 넘 바쁘네요 누가 백수 아니랄까바서
나 아무래도 너를 만날 시간 없을 것 같아. 낮엔 학원가야하고, 저녁엔 꼬맹이 봐야하고, 막간을 이용 운동해야 하고, 틈틈히 모임에 나가야 하고, 기도도 해야하고, 책도 봐야하고, 숙제도 해야하고, TV도 봐야하고 요샌 사위가 입원해서 병원에서 들락 날락해야 하고, 가끔 시골 집에도 가야하고, 화초에 물도 줘야하고..
게다가 여자니까 밥도 해야하고, 반찬도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하고, 빨래도 해야하고, 다림질도 해야하고, 장도 봐아하고, 꼬맹이 목욕도 시키고, 간식도 준비해야 하고, 화백 까페에 들어가 아는 척도 해야 하고 정말 나도 바뻐. 그래서 쉬고 싶어. 우리 그만 헤어지자. 으하하하하하하....
이렇게 서로 헤어져서 뒤돌아 가다보면 막다른 골목에서 다시 또 만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