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꽂이에 있는 지나간 다이어리중 재활용 할 것을 살폈습니다. 어떤 것에 사진이 있길래 그걸 보다가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 소개 할까 합니다.1988년 일기장입니다.
1988년1월31일 : 김병X, 이종x이 찾아와서 동네 골목에서 술을 마셨다. 밤이 깊어 갈수록 고생하면서 살아온 날들에
대한 넉두리를 하다가, 울다가 ...하여튼 여러 종류의 별난 행동을 하다가 돌아갔다.
1988년2월 1일 : 저녁 시간에 건대앞 카페에서 백경X가 만나자고 해서 wife와 같이 다녀왔다. 얼마나 멀고 힘든지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 오자마자 쓰러졌다.
1988년2월 2일: 저녁 때 임봉X과 전윤X가 집으로 왔다. 결국 술이 떡이 되어 새벽까지 난리(아니 난동)을 부려서 애먹었
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너그러이 이해 해주신 아파트 주민들에게 감사 할 뿐이다.
1988년2월 3일: 추운 날씨가 이틀째 계속된다. 연속 3일간 친구들에게 시달렸더니 이제 피로가 몰려온다.
1988년2월 4일: 최현X에게서 전화가 왔다. 토요일에 용인 스키장에 가잔다. 아 친구들아! 제발 나좀 살자
1988년2월25일: 평화적 정권 교체가 실현된 날이다. 오전10시 국회의사당에서 제6공화국 출범. 노태우 13대 대통령 취임
식이 간단히 치루어 졌다. 보통 사람들의 시대의 막이 올랐다
1988년5월11일: 5월8일 서머타임 제도가 시행된지 오늘 3일째 날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병든 닭 모양 꾸벅거린다. 잠이
모자라니 사람들의 신경도 날카로워 졌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선진 국민이 되기
참 힘들다.
1988년6월16일: 11일간의 출장이다. (목포-광주-전주-청주-대전)
사진을 보면 놀러 다닌 걸로 아시겠지만 이동간에 잠시 찍은 스냅 사진이니 오해 없으시도록.
목포 앞바다에서 베토벤 머리 남원 성춘향-이도령이 놀던곳
1988년8월17일: 올림픽 준비를 위해 사무실을 IBC(국제방송센터)로 옮겼다. 지하2층 신축 건물은 물이 줄줄흐르고 강한
에어컨 바람 때문에 감기가 걸려 미치겠다. 올림픽전 보너스가 50% 지급되었다 22만원이다. 영등포에
나가 물 좋은 유흥업소를 골라 감기약 대신 한없이 드러부었다. 밤이 새도록~
1988년10월2일: 88서울올림픽행사가 막을 내렸다. 이 행사를 위해 수년간 엄청난 훈련과 고생을 했다. 그만큼 선진국 대열
에 성큼 다가섰다. 모든 일에 자신이 생겼다.
1988년12월12일: 16일간의 출장이다. (진주-창원-부산-울산-대구-안동-충주) 등 7개소
1988년12월23일: 대구에서 안동가는 길에 잠시 직지사에 들렀다가 추풍령을 넘어 옥산 집에 가서 점심 먹고 출발.
1988년12월25일: 오늘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식하는 X-MAS 날인데 나는 안동에서 일을하고 있다. 출장 2주일이 넘으니
이제 여관도 지겹고 맛있는 것도 싫다. 누룽지탕에 된장찌게 생각이 간절하다.
울산 어느 식당에서 잠시 포즈 (30대중반 사나이) 직지사 앞에서
1988년12월31일: 일년내내 바쁘게 살았지만 머리속에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또 한해가 지나가고
있구나 ! 30대의 반토막을 넘어 불혹의 40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