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rannosaur 조셉과 한나의 내면에 자리한 상처와 고통이 공룡처럼 거대해져 있음을 상징하며, 포스터에서 보여지듯 두 그루 나무의 뿌리처럼 어느덧 서로를 위로하는 아픈 영혼의 연결로 표현되어 있음을 뜻한다.
세상과 자신을 향한 끓어오르는 분노를 내뿜으며 모진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것 같은 ‘조셉’과 남편으로부터 얻은 상처를 품고 있지만 타인을 위해 따뜻한 미소로 기도해 주는 중산층 여자 ‘한나’의 아름다운 여정을 다룬 <디어 한나>는 패디 컨시딘 감독이 직접 집필하고 연출한 작품이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의 두 캐릭터는 마치 영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의 인물들을 보는 듯 하다. 켄 로치 감독의 <하층민들>, <레이닝 스톤> 등에 자주 등장하는 노동자, 서민층을 대변하는 듯한 인물인 주인공 ‘조셉’과 <세상의 모든 계절>, <비밀과 거짓말>등 중산층의 보편적인 삶과 삶의 아이러니를 질문해 온 마이크 리 감독의 인물들과 ‘한나’의 캐릭터가 절묘하게 만나 인간 심연의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 놓는다. 그래서 일까? 패디 컨시딘 감독은 거장 감독의 반열에 한 걸음 다가서며 영국 작가 감독의 계보를 잇는 차세대 시네아스트로서 인정받고 있다.
[ ABOUT MOVIE ]
외롭고 상처받은 두 영혼이 빚어 낸 강렬한 울림
기적과도 같은 치유가 시작된다!<디어 한나>는 영화 시작부터 거칠고 친절하지 않은 장면들로 화면을 장식한다. 폭력과 분노를 자제할 줄 모르고 자기파괴에까지 이르는 조셉의 행동들은 어딘가 위태롭기까지 하다. 이 불안한 남자가 어떤 사고를 칠지, 장면마다 마주하게 되는 조셉의 모습은 관객의 가슴을 졸이며 온몸에 힘을 주게 한다. 그러다 조셉에게 구원자가 되어 준, 기독교 자선가게에서 일하는 여인 한나와의 만남이 전개되면서 영화는 조금씩 움 추려진 긴장을 풀게 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그토록 밝게 느껴졌던 한나가 어두운 비밀을 숨기며 살아왔음이 드러나고, 더불어 그녀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목격하면서 관객은 혼란과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간의 긴장은 그녀의 아픔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조셉이 한나에게 건네는 말들로 이완되고 그 풀어진 자리를 먹먹함으로 채워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패디 컨시딘 감독은 사는 환경부터 신분까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을 ‘상처와 외로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공통점을 만들어 한 자리에 불러 모은다. 그리고 다른 성질의 둘을 같은 하나로 합치고 여기에 반전의 묘미를 선보여 관객으로 하여금 이 놀라운 광경에 감탄하게 만든다. 홀아비 실업자이자, 술꾼이며, 더러운 성질 때문에 불구가 된 조셉과 기독교인으로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듯 보이는 여인 한나. 이 둘이 함께 할 때 한나는 조셉의 영혼을 구언해 줄 유일한 사람이다. 그녀는 조셉의 거칠고 거대한 크기의 분노를 다스리고 그에게 따뜻함을 선사하며 친절로 감싸준, 그런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평안을 찾은 조셉이 한나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 상황은 역전된다. 그간 수면 아래 있던 진실, 바로 한나의 남편 제임스가 무자비한 폭력과 학대로 짓밟아온 사실들이 드러나게 되면서, ‘한나’라는 여인이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처럼 조셉의 삶 속에 파고들게 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조셉은 자신에게 구원자가 되어 준 그녀가 보이지 않는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닌 눈 앞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이라는 것과 함께, 그녀에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단 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외롭고 상처받은 두 영혼이 만나 서로의 고통을 감싸 안으며 마침내 서로를 구원하는 기적과도 같은 과정을 강렬한 울림과 깊은 호소력으로 담아낸 <디어 한나>는 누군가의 조용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긴 여운을 선사하면서 가슴 속 깊숙한 울림을 전한다.
<디어 한나>는 캐릭터에 대한 아름다운 탐구이면서
진정한 의미의 스릴러다!<디어 한나>는 삶의 우여곡절과 싸워나가는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삶을 관찰하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하나의 줄기에서 시작되지만 조셉을 연기한 피터 뮬란이 말한 것처럼, 그것이 알레고리가 되어 다면적인 부분들로 펼쳐진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 그 여운들이 전해지면서 가슴이 쿵 하는 강렬한 울림과 다양한 감정들을 솟구치게 한다.
운명을 뒤바꾼 구원의 편지 한 통!
그리고 다시 시작 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
내 안의 상처와 마주할 용기를 주는 힐링 시네마 <디어 한나>Dear. 한나.
시간이 좀 걸렸소.
글 솜씨는 없지만 궁금해서 몇 자 적어요.
내가 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전에 왜 왔냐고 물었을 때 내가 대답 안 했죠?
신을 보러 간 건 아니고
당신을 보러 갔어요
나한테 웃어 주는 사람은 샘과 당신밖에 없어서… – 조셉의 편지 中
상처 위에 돋아난 새 살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나의 소울메이트 <디어 한나>영화 전반에 도사린 흉악한 폭력과 처참한 가정 학대, 감정적인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디어 한나>는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은 “처음부터 나는 모두에게 러브스토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난 삶의 암울함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디어 한나>에 가끔씩 좀 힘든 장면이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영화엔 희망이 있어야만 했다. 삶이란 게 희망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것 아닌가? 적어도 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스크린에 벌어지는 충격적인 잔혹함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부차적인 것이다.” 라고 말한다. 또한 감독은 보잘것없는 삶을 산 사람에게도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선한 면을 보고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디어 한나>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언한다.
조셉과 한나. 이들은 어느 하나 어울릴 만한 구석이 없지만 깊은 상처라는 연대감으로 이어져 있어, 영혼의 연결고리를 지닌 소울메이트가 되어 서로를 받쳐준다. 예측불능에 폭력적이고 혼돈투성인 세상에서 아픔을 나누고 삶을 살아내려는 모습은, 비록 연인 관계는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로 묶여진다. 세상과 자신을 버린 듯 삶을 소모해온 조셉, 그리고 오로지 생을 버텨내려고만 했던 한나. 상처로 다져져 마음의 불구가 되어버린 두 남녀는 깊은 고통 속에서 아픔의 시간을 보냈지만, 상처가 아물면 조금씩 새 살이 돋아나듯이 다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우리 역시, 영화가 끝나갈 즈음 그들 사이에 반짝이는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