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重慶) 카이(開)현에서 23일 발생한 천연 가스전의 폭발.누출 사고 때문에 10만명 대피령 및 사고 수습을 위한 군.관.민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은 사태 수습을 위해 화젠민(華建民)국무위원 겸 국무원 비서장을 26일 새벽 현지에 급파, 긴급 구호작업에 나서도록 했다. 중국 언론들은 '26일 오전 현재 1백91명이 숨지고 1만명 이상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며 '현재 4백79명이 입원 중'이라고 보도했다.
◆ 유령의 마을=독가스 누출 지역은 주민 대피령에 따라 사고 진원지인 카이현 가오차오(高橋)진 샤오양(小陽)촌과 반경 10㎞ 내 지역이 '유령 마을'로 변했다. 중독 환자들은 눈을 못 뜨거나 호흡 곤란.언어 장애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고는 지난 23일 오후 9시55분 터졌다. 카이현에서 가스 채굴을 위해 파내려간 구멍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30m 치솟았다. 잇따라 인체에 치명적인 황화수소 등 독가스가 지반을 뚫고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초저녁에 잠이 들었던 주민들에게 사망 피해가 집중됐다. 사망자 중 1백82명은 현재 신원이 확인됐다. 10세 미만 어린이 39명과 60세 이상 노인 46명이 포함됐다.
주민들은 '독가스를 피해 거리와 들판으로 나간 사람들도 어둠 속에서 쓰러져 시체가 됐다'고 말했다. 30대의 저우융샹(周永祥)은 '폭발음 뒤 대피 방송이 나와 육순의 어머니를 업고 처자식과 3시간 동안 뛰어 대피했다'고 말했다. 카이현은 인구 1백41만명으로, 1천1백억㎥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최대 가스전이다.
◆ 사고 은폐 의혹=카이현 정부는 초기에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 정부는 사고 다음날 중앙정부에 '가스 중독 사고로 8명이 사망했고 60여명이 치료받고 있다'고 1차 보고한 뒤 '24일 오후 상황이 진압됐으나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며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화(人禍)' '사망자 8명이 어떻게 하루 새 1백91명으로 늘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현지에는 모두 6천명이 동원돼 방재작업을 펴고 있으며 피란민들에게 구호물자가 제공되고 있다. 또 군 화학부대는 가스 누출 지점을 흙과 시멘트로 메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