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교회 색깔교회
‘새 신자 초청주일’에 함께 하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교회가 남들처럼 그리 억척스럽게 하지 못하는데, 모처럼의 초대에 응답하신 여러분은 참 정성스런 분들입니다. 단지 체면치레가 아니라, 그런 사랑의 교감과 친밀한 공감이 있으셨겠지요? 누군가 교회가자고 할 때 함께 하려는 분이 있다는 것도 대단한 인간관계입니다.
지난 주일 오후에 속별로 길 건너 휴먼시아 아파트 단지로 전도지를 나누러 갔습니다. 색동교인들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전도지를 전달하는 일에 별로 극성스럽지도, 악착같지도 않아 보입니다. 자기들끼리 얼마나 겸연쩍게, 또 슬그머니 웃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만난 분들에게 그런 모습이 싫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돌아오신 분들마다 고무적인 말투로 한 마디씩 하십니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던데요!” 누군들 이만한 미소와 겸양을 외면하겠습니까?
색동교회는 분명한 정체성을 지닌 교회입니다. ‘예수교회, 개신교회, 감리교회’입니다. 꼭 그렇게는 못살지만 적어도 원칙은 ‘예수교회’를 맨 앞에 내세웁니다. 요즘 구원파도, 신X지도 다 예수를 앞세우는 까닭에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은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가장 근본이 되는 예수정신 없는 교회, 십자가사랑 없는 교회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교회 비전의 맨 첫줄도 ‘예수님을 닮아가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제자됨)입니다.
그 다음은 ‘개신교회’입니다. 강조하려는 배경은 개혁의 정신이 너무 땅에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종교개혁은 첫째가 ‘말씀 회복’이고, 둘째가 ‘만인제사장직’입니다. 그래서 “제1차 종교개혁은 평신도에게 성경을 주었다. 이제 제2차 종교개혁은 평신도에게 사역을 줄 것이다”란 말도 있습니다. 이런 정신으로 색동교회는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교회 운영을 지향합니다. 모두 친밀한 형제자매처럼, 행복한 큰 가정처럼 신앙공동체를 가꾸어 나갑니다.
한편 개신교회는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개신’(改新) 즉 고쳐서 새롭게 하려는 의지입니다. 그런데 요즘 교회가 그런 새로움을 선도하기는커녕, 도리어 많은 염려를 사고 있는 형편입니다. 색안경을 끼고 보면 색동교회도 그런 부류 속에 포함됩니다. 다르다면 적어도 그런 문제와 위험 속에 우리가 존재함을 깨닫고, 부끄러워합니다. 그러기에 겸손히 처신하기도 하고, 때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7가지 비전의 마지막 줄 ‘진리 안에서 역사에 참여하는 공동체’(예언자정신)가 그런 의미입니다.
색동교회는 개신교회답습니다. 초대교회부터 이어온 전통을 소중히 지키며, 또 현대에 어울리게 적용합니다. 남달리 교회력을 열심히 지키려고 하고, ‘성서일과’에 따른 설교, ‘그물짜기 성경공부’, ‘네 가지 말씀읽기’ 등 말씀 읽기 전통에 충실합니다. 우리 교회가 창립과 함께 전개해 온 대림절 ‘가정용 기다림 초 보급’은 곧 전국적 현상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대림절과 사순절이면 왜 국민일보와 CBS와 같은 전국적 매체들이 번번이 유명한 대형교회가 아닌 작은 색동교회를 취재하려는지 영문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감리교회입니다. 이번에 처음 만든 전도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저는 존 웨슬리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을 지닌 평균치 감리교 목사입니다”. 감리교회를 첫 머리에 앞세우지 않은 까닭은 교파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는 이유입니다. ‘교회는 하나’라는 일치와 연합의 뜻은 우리 교회가 지향하는 에큐메니칼 정신입니다. 그래서 이웃 자매형제 교회들과 가난한 사람과 사회, 창조질서, 평화통일 등 ‘즐함우함’(롬 12:15)의 어깨동무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본래 감리교회는 ‘뜨거운 가슴과 정직한 생활로 복음전도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교회’입니다. ‘영혼구원과 이웃사랑’을 자전거 앞바퀴와 뒷바퀴로 생각합니다. 본래 감리교인이란 이름 ‘메토디스트’(규칙쟁이)는 고지식한 경건적 태도 태문에 조롱받던 별명이지만, 이젠 자랑스러운 명함이 되었습니다. 사실 감리교회만큼 신앙과 인간에 대해 관용과 사랑이 넘치고, 사회와 소통하는 신학과 전통을 지닌, 이만한 그리스도교 교파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도그마에 갇혀있는 보수적 신앙에 비하여 한결 자유롭고, 인간미가 있으며, 믿음과 행함에 진보적입니다.
이런! 소박하게 색동교회를 소개한다는 본심과 달리, 지나친 자랑에 도취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교회가 그렇다기보다 이런 교회의 모습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이해하십시오. 우리는 세 가지 정체성을 일상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슬로건을 정해 자주 확인하곤 합니다. 한마디로 ‘젊고 따듯하며 평화로운 신앙공동체’입니다.
저런! 요즘처럼 무더위에는 ‘따듯하며’ 대신 ‘시원하며’가 더 어울릴 듯합니다. 그래서 늘 ‘샬롬샬롬’ 웃는 교회입니다. 색동교회와 참 잘 어울리는 여러분은 오늘의 초대 손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을 주인으로 맞이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고후 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