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 그래픽판
산행:<>바래봉 능선 코스
바래봉은 남원군 운봉면에 속한 산이다. 이 산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오월 한철 흐드러지게 피는 철쭉 때문이다. 오늘 이 지리산 바래봉을 올랐다. 어떻게 보면 지리산중에서도 가장 지리산답지 않은 산. 높이에서도 1100여미터이니 주능선의 어떤 봉우리에도 견줄 수가 없고 지능선에서도 비교적 낮은 봉우리로 지리산 극장 가운데서도 말석을 차지하는 편에 속하는 산이 바래봉이다. 사진:바래봉 철쭉
그런데 이 산에 세상이 뒤집혀지는 듯이 피는 철쭉 때문에 바래봉은 많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바래봉의 철쭉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아 저기 한 번 가보자하고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은 능선을 가득채울 정도로 철쭉군락이 크다는 점에도 있겠지만 철쭉 떨기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 이를 테면 작은 섬들사이로 배가 다니는 것처럼 군락이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꽃섬들 사이로 떠다니는 배처럼 사람들은 수북히 자란 초지(풀밭) 사이로 다니며 다양한 각도와 시점에서 섬을 이룬 능선의 철쭉꽃을 감상할 수가 있다. 5월5일 어린이 날 이 산을 찾은 사람은 숫자감각에 예민하지못한 필자가 보기에도 5,6천명은 될듯했다. 아무리 말석을 더럽히는 바래봉이라고 해도 지리산 바래봉이다. 그래서 올라가는데 힘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아이들까지 부모들의 손을 잡고 바래봉을 오르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산을, 그리고 꽃을, 그리고 새로이 찾아온 봄을 좋아하는가 짐작할 수 있었다. 바래봉에서 남서쪽(정령치방향)을 바라보면 굴곡이 심하지 않은 능선이 1129봉, 세걸산을 거쳐 고리봉 만복대로 이어지는데 처음 한동안은 그만저만한 봉우리들이 기복은 심하지 않게 솟아있어서 정령치에서 바래봉까지의 능선산행은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향을 조금만 더 남쪽으로 바꾸면 거기엔 반야봉이 그 특이한 반원형 봉우리로 주위를 압도하며 솟아있다. 7개 암자로 유명한 삼정산(1225m)능선은 지리산 주능선의 일부를 그 뒤에 숨긴 채 시야의 전면에서 대각선으로 뻗어 있다. 시야를 서쪽으로 향하면 지대가 높은 운봉면의 길고 넓은 들판이 하나가득 안전에 전개된다. 지리산 고리봉에서 뻗어 내려와 새로운 행진을 시작하는 백두대간은 운봉면 바닥(basin )을 형성하는 밥그릇 가장자리처럼 보인다. 남원방향에서 여원치를 넘기전에 본 고남산은 꽤 험준한 산이었지만 바래봉에서 보면 얕은 언덕처럼 보인다. 그만치 운봉면이 해발높이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운봉면 벌판은 평지보다 300미터이상 공중에 떠올라 있는 밥그릇(벌판)인 셈이다. 지리산옆의 평원으로 그렇게 높게 위치해 있는 평원은 운봉들 말고는 없다. 운봉면이야 말로 지리산의 혜택받은 땅인 듯 싶다. 이 밥그릇의 가장자리를 형성하는 산맥이 바로 백두대간이다. 중간에 형편없이 낮아 평지나 다름없는 곳도 없지 않지만 분명히 분수령은 분수령이다. 이를테면 가재부근이 그렇다. 운봉면으로 흐르는 물은 임천강이 되어 남강으로 흘러가고, 구룡폭포, 육모정을 통과한 남원시의 물은 섬진강으로 흘러나간다. 이런 지형적인 특성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것이 지리이다. 운봉면의 지리적 특성은 그러나 지리산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고지대이면서도 벼내기를 하는 지금은 마치 들판이 하나의 호수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지리산으로부터 흘러내려오는 물을 잘 이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래봉은 남쪽이나 남서쪽에서 보면 바래(그릇)을 엎어놓은 듯한 모습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 바래봉 정상일대는 초지가 형성되어 있어 수목은 정상의 서향산록에만 있다. 바래봉으로 가는 길은 지프차들이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길이 운봉으로 이어진 길다란 능선을 누비며 정상 바로 아래 갈림낄까지 도달하고 있는데 길은 다른 목적으로 났던 것인 듯싶다. 산입구에 국립종축장이 있고 군데군데 철책을 설치한 것으로보아 양떼를 방목하기 위한 초지일 것이다. 따라서 바래봉은 여름에 찾을 산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뙤약볕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철쭉은 바래봉정상일대엔 별로 없고 만복대로 이어지는 능선중 팔랑치부근이 가장 요란한 개화로 그 일대가 울긋불긋하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이 정상을 두고 그리로 몰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바래봉 정상은 지리산 주능선과 성삼재에서 바래봉에 이르는 긴능선, 삼정산능선을 원경으로 보기에 좋은 전망대가 될 뿐 오월(개화일은 매년 조금씩 차이가 난다)에 철쭉이 핀다는 것, 정령치-바래봉 능선산행의 종점 및 기점이 된다는 것 정도가 바래봉 산행의 의미가 될 것 같다. 철쭉이 만개한 팔랑치부근 능선엔 전문 산악사진가들을 포함해 모든 이들이 사진을 찍느라고 북새통을 이룬다. 전문사진가들은 자신들의 사각안에 사람이 들어가면 사정없이 위협적(?)으로 나가달라고 주문한다. 빛을 중시하는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산을 내려갈 즈음인 5시경이 되면 더 바빠진다. 해가 기울어진 능선에 비치는 꽃능선의 아웃라인은 정말 환상적이다. 꽃능선의 선들은 중첩되어 나타나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선은 이름모를 빛으로 더욱 선명해진다. 그들이 미친듯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 최근 어느 산잡지에 백두산 천지 사진 한장 잘 찍어 3억을 벌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이해는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결정적인 셔터를 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것이 예술혼이 아닐까하고 생각되었다. 바래봉산행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마지막으로 정상에 올랐다. 정상일대는 초지로 되어 있어 전망을 가로막을 장애물은 어디에도 없다. 고리봉과 만복대, 천왕봉좌우의 하봉, 중봉이며, 제석봉, 연하봉들이 다 보인다.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전망대인 것이다. 바래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운봉면 용산리 바래봉 아래마을과 마을 옆의 종축장에서 시작된다. 남원에서 바래봉으로 가려면 24번 도로로 여원재를 넘어야 한다. 여원재를 넘으면 운봉땅이다. 24번도로는 운봉면 서천리에서 좌회전하는데 좌회전하자말자 운봉중학교로 들어가 용산리로 올라가야 한다. 아니면 조금 더 가서 국립종축장으로 올라가면 바래봉으로 올라가는 산길로 들어서서 산입구까지 갈 수 있다. 산입구에서 집차가 올라갈 수 있는 차도가 닦여져 있어서 올라가기는 쉬운 편이나 거리가 가까운 것은 아니다. 걸어야 할 거리는 8킬로 안팎이다. 식수는 감시소(면양방목시)가 있는 정상초지 아래 길가에 샘터에서 구한다. 철쭉의 피크가 지났으므로 산행형태는 정령치까지의 능선산행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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