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 가기 전날을 또 꾹꾹 참고 굶었지. 과일은 먹었지만. 그러니까 그렇게 뱃속을 비워놓았으니까 그래도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견딜 수 있었지. 많이 먹으면 몸이 무겁고 피곤해서 망친다.
여기 디즈니월드에서 인기있는 프로 하나를 보려면 30분, 한시간은 기다리는 게 보통이니까 그 시간을 좀 절약하려면 Fastpass라는 것을 끊는다. 그러면 한 두시간 후에 입장 시간이 잡혀지고 그 동안을 다른 것을 보며 시간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런데 여기의 프로그램의 약 3분의 일, 혹은 4분의 일은 롤러코스터나 기복이 심한 탈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들을 하나도 타보지 못했다. 63빌딩의 IMAX영화 중 그런 simulation같은 움직임으로 잡은 영화들이 요즘은 유행처럼 등장하는데 그것만 보고도 머리가 아프고 멀미증세가 있어서 고생을 했다. 그러니 이것들을 타고나면 제명을 못 누릴 것은 뻔한 일이라서 포기했지. 프로그램마다 특징들을 설명해놓았는데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motion sickness, headache 등등의 증세가 있는 사람은 삼가라는 경고표시가 있다. hp에서 제공하는 첨단 우주비행 같은 탈것이 있었는데 그것도 타볼까 하다가 후회가 더 클 것같아서 그만뒀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뭐 한번 경험으로 족한 것들이지. 의자가 돌아가고, 덜컹거리고 아래로 고꾸라지고 하는 비행사들이 경험하는 가상체험이라니까 몸이 허약해서는 안 되지. 얼마전 여기 HD TV에서 그 디즈니월드의 탈것에대한 소개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심리학자들이 나와서 이게 적당한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므로 건강에 좋다고 분석을 내리는 걸 봤는데 그건 이상증세를 느끼지 않는 사람의 얘기일 뿐이다.
그것 말고도 볼것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소프트웨어는 계속 개발되면서 좀 바뀌겠지만 가상체험을 하는 것들은 그 틀이 있다.
대개 3D의 입체 화면을 경험하게하고(안경을 준다), 관객을 향해 침을 밷는다든지 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물을 분사한다. 그리고 냄새도 퍼뜨리고, 세찬 바람을 일으켜서 놀라게 한다든지 쥐나 벌레가 발밑을 기어가는 느낌을 받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만족을 할테니까.
그런데 그것도 그럴듯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기쉬운 것은 음향의 위력이다. 물론 이 사람들이 그 힘을 최대한 이용 안 했을 리가 없지만 우리들은 그걸 과소평가한다. 정말 좋은 오디오는 비디오의 힘과 똑같이 위력적이다.
그러면 캘리포니아의 디즈닐랜드는 초기의 고전적인 거겠구나.
여기는 지엽이가 어디서 봤는데 몇년에 걸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부지를 물색한 뒤에 건설했다니까.
기본 4가지만 보는데도 하루에 한 가지만 다 보려면 밤 늦게까지 보아야 할 것같던데. 아침 9시부터 밤11시 12시까지 개장하니까 가족끼리는 그냥 느긋하게 생각하고 다니는 게 좋을 듯. 그러자면 경비도 더 많이 들겠지만.
하여튼 상업주의도 대단하게 결합하여 운영되고 있었다.
자몽쥬스가 아니라 과일을 먹었다.
식사는 여관에 가서 마침 근처에 큰 수퍼마킷이 있어서 거기가서 베이글 하나에 파파야 반쪽, 상추 등을 사가지고 와서 드레싱을 찍어 먹었는데 양념이 심심해서 시원한 맛은 없지. 거기다 냉장고도 없으니.. 왜 없냐니까 있긴 있는데 하루에 10불씩 내야된다고. 그러면 또 그만둬야지. 그래도 그렇게 소식을 하고, 사람은 많아도 공기가 좋으니 피곤함은 별로 없었다.
셋째날은 큰맘 먹고 음식점에 가서 먹어보려고 갔다. 그것이 가고싶어 간 것은 아니고, 호텔 무료제공 셔틀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Polynesian Restaurant이 한 정거 가면 있으니 거길 가보라고 해서 가본 거다.
6시반에 떠나는 차를 나도 잘못 알고 운전사도 잘못 가르쳐주는 바람에 착각하고 놓쳤는데 다음 차는 9시10분에나 있으니 난감했지. 공중전화로 택시비를 알아보니 30~50불은 들 것같고. 그래서 거기나 한번 가보자고 모노레일을 탄 거다. 그 폴리네시안 식당은 가보니 디즈니월드에서 직영하는 식당과 호텔이더라.
상업성이 결합되었다는 것도 여기서 읽을 수 있었는데 4개의 각 park를 연결하는 교통수단이 이곳에서 제공하는 버스와 모노레일이다. 모노레일은 수시로 다니는데 폴리네시안 호텔도 경유하게 해놓았다. 나중에 호텔 요금을 알아보았더니 비수기에 제일 싼 것이 30만원에서 50만원, 스윗룸 같은 경우는 100만원도 넘고, 요즘이 크리스마스와 함께 제일 성수기던데 50만원에서 200만원이 넘는 방도!
식당은 두군데가 있었는데 buffet가 팁까지 하면 3만원은 드는 것이라 여기 수준에 비하면 꽤 싼 거겠지만 그것도 40분을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고 해서 다른 식당으로 가서 메뉴를 보니 대개가 고기에다 튀김이고 돈 쓰는 게 아까와서 카운터에서 스읖 하나에다 빵도 추가해서 시켜도 되냐니까 된다고 해 그렇게 시켰다. 이런 땐 항상 용감하니까. 음료수를 묻는 여성 웨이터의 눈총도 물리치고 "Just water, please."
그런데 음식을 가져온 걸 보니 빵이 한보따리라. 어유, 각오좀 해야겠군, 생각하고 하여튼 먹어보니 아주 특이한 게 겉이 좀 짜서 그렇지 꽤 괜찮더라고. 쫀득한 빵을 겉에 기름을 바르고 깨를 묻혀 파이처럼 삼각형으로 길게 자른 것이 세쪽, 그리고 비스킷처럼 바삭한 빵이 한개. 얇은 빵은 더욱 짜서 먹기를 포기하고 신사처럼 남기기로 했지.
스읖은 챠우더(대개 조개clam를 넣고 우유를 많이 넣어 끓인 크림스읖)인데 원래가 참 맛있는 건데 뭐 가재, 생선, 새우 등을 넣었다고 써있는데 아주 되직하게 만든 것이 맛이 베리굳이었다. 값도 6불이 안되니 여기선 싼편이지.
싹싸악 다 먹고 청구서를 달라고 해서 보았더니 빵은 'on the house'로 그냥 갖다준 거였다. 허, 고맙기도 해라. 하지만 이럴 땐 웨이터에게 보답을 해야지. 계산서에 5불을 끼워넣었더니 나중에 보고 고마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라.
그래서 또 이곳 디즈닐랜드 방문객 중 기록을 갱신한 사람으로 남지 않을까?
구경하면서 1불50센트를 쓴 사람, 점잖은 식당에서 스읖 하나만 시키고 빵은 공짜로 먹은 사람, 혼자서 구경 온 사람.
이 사람아, 체면좀 지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