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이번 주는 화요일과 목요일 외래강의와 대학원 수업 등이 있다. 오고 가는 버스 안에서 강의 준비하기로 하고, 호남의 산줄기를 찾아나섰다. 6월 이후 개인적으로 신상에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목포를 떠나든 말든 목포에서 가까운 산줄기는 3개월 동안에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선은지맥, 화원지맥, 진도지맥을 우선 마치고 여수지맥과 사자지맥도 이 기간에 마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선 거리가 짧은 선은지맥을 두 구간으로 나눠 이번 주 마무리하기로 한다.
선은지맥(仙隱枝脈)은 땅끝기맥의 두륜산(700m)을 지나 대둔산(671.5m) 직전 도솔봉(667m)에서 북서쪽으로 분기하여 연화봉(612.5m), 혈망봉(376.2m), 오도치, 향로봉(467.5m), 백도치, 병풍산(315.7m), 태양산(308m), 감투봉(223.3m), 오십치, 삼면봉(171.7m), 장고개, 선은산(281.7m), 서재재, 돌탑봉(123.1m)을 거쳐 화산면 평호리 송평항 선착장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0.2 km인 산줄기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대흥사-연화봉-혈망봉-오도치-향로봉-병풍산-태양산-감투봉-모시미재-오십치
- 산행거리 : 전체 23km (실제 지맥거리 15km, 접속 7km/하산 1km)
- 산행일시 : 2025년 3월 17일(월) 09:20~18:30 (9시간 10분)
- 소요비용 : 36,400원 / (시외버스) 17,400원, (시내버스) 4,000원, (택시) 15,000원
★ 흔적들
목포버스터미널에서 7시 25분 해남행 시외버스를 타고 하차한 후 8시 50분 대흥사행 군내버스로 갈아탔다. 9시 7분 대흥사 입구에서 내려 대흥사를 둘러보고 분기점인 도솔봉까지 올라가기로 한다. 선음지맥을 답사하려면 대둔산 KBS송신탑으로 향하는 시멘트포장도로를 이용하면 거리도 4.2km로 짧을 뿐만 아니라 편하게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일주일 후면 손녀가 태어날 텐데 둘러가는 김에 부처님 전에 무사출산을 기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전에 사찰을 거쳐 산에 가려면 문화재 관람료란 형식으로 입장료를 징수했었다. 정부 보조금으로 대체하면서 문화재 관람료는 없어졌기 때문에 이젠 그 입장료 때문에 산꾼들과 스님들이 다툴 일이 없어졌다.
백제 때 창건한 대흥사 입구에서 약수 한사발 마시고 경내로 들어서면 두륜산의 빼어난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웅보전과 산신각에서 합장배례하고 진불암을 거쳐 표충사로 향했다. 표충사를 오른쪽에 두고 KBS 송신탑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르다 시그널을 보면서 숲 속으로 들어갔다. 띠밭재에서 빼곡한 산죽과 관목 때문에 땅끝기맥길을 찾지 못해 헤매기도 했다. 도솔봉은 암릉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지난여름 이 구간 넘어설 때 꽤 고생했었다.
11시 38분 분기점인 도송봉에 도착했다. 거리가 7km나 찍혔다. 오늘 장고개까지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수정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오십치에서 하산을 해도 터미널까지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 평평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은 수저 세트를 빼먹고 와서 아쉬운 대로 주변에 널려있는 철쭉가지를 꺾어 젓가락 대용으로 써야했다.
선은지맥 내려서는 길은 주변 산세가 아름답고 훤하게 열려있다. 마음껏 조망하면서 사진에 담았다. 633.9봉을 지나자 잠깐동안 대둔산 시멘트 포장도로로 갈 수 있게 휴식을 부여한다. 지맥시그널과 다른 한국고갯길(Korean Hills Trail)이란 시그널이 눈에 들어왔다. 시멘트 도로와 이별하고 숲길로 들어가 연화봉(612.5m)으로 향했다. 연화봉에 이어 512.6봉을 넘어사자 혈망봉(376.2m)이다(13:03). 돌무더기 급경사 내리막길을 따라가자 오도치에 이르렀다. 오도치에서 한국고갯길 시그널과는 완전히 이별을 하게 되었다. 오도치에는 천년숲 옛길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오도치에서 향로봉은 무려 200m 이상의 고도차를 극복해야 터치다운이 가능하다. 남도의 산들이 낮다고 얕봐서는 안 된다. 고도차가 급한 산봉우리가 연이어 나타나며 진을 빼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코를 땅에다 박고 스틱과 나뭇가지를 부여잡으며 올라서자마자 헐떡거리는 숨을 진정시키며 캔맥주를 꺼냈다. 핑계에 향로봉 정상(467.5m)에서 잠시 휴식을 갖는다.
맥주로 갈증을 지우고 내려서지만 봉우리 하나하나 넘다 드는 게 거저 얻어지지는 않았다. 점점 잡목이 많아지고 길은 희미해졌다. 341.5봉에 이어 229봉을 지났다. 묘지 진입로를 만나며 여유를 부리기도 하지만 채석장의 굉음이 산속의 정적을 깨며 분위기를 흐려 놓고 있다. 현산면과 삼산면을 잇는 806번 지방도인 백도치를 건너 바로 맞은편 숲길로 들어섰다(15:25). 급경사 오름길을 힘들게 올라서자 부처손으로 덮여 있는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고 있다. 바위 위를 걸어올라 가자 308.6봉이다(15:56). 지형도에는 없는 삼각점이 박혀 있다. 힘들었던 만큼 조망으로 보상한다.
308.6봉에서 병풍산으로 향하는 길도 무척 거칠다. 관목과 청미래가 어우러져 진행을 방해했다.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병풍산에서는 사진만 찍고 되돌아 나왔다(16:42).
빼곡한 관목과 청미래 때문에 진행속도가 무척 더디다. 19시 15분 목포행 막차를 타려면 1시간 전에는 산행을 마치는 게 바람직하다. 종착지가 오십치든 장고개든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눈앞에 태양산이 보이지만 결코 가깝지 않았다. 어렵사리 태양산(308m)에 이르자(17:20),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과연 1시간 내 산행을 마칠 수 있을까? 봉우리 같지 않은 둔덕에는 감투봉(223.3m)이라는 산패가 붙어있었다. 완만한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르내리막은 무한 반복되었다. 무명봉을 여러 개 넘어서고 241.3봉에서(17:42) 모시미재로 내려섰다(17:48). 오른쪽으로 내려설까 하다가 마을로 내려가는 거리나 오십치까지 진행 거리가 비슷했다.
어쩔 수 없이 오르막으로 향했고, 잰걸음으로 속도를 내어 176.6봉에 이어 4등 삼각점이 있는 245.4봉을 넘었다(18:05). 13번 국도가 지나는 구시터널 위에 위치한 275.6봉을 넘자마자 오십치다(18:30). 오십치를 지맥 종착지로 정하고 바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려서는 길 무덤가에는 연화지맥(蓮花枝脈)이란 이름으로 답사를 한 신경수님의 오래된 시그널이 달려있다. 이 분은 275.6봉에서 선은산으로 가지 않고 남들과는 다르게 진행한 듯하다.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해남화산로에 이르자 버스가 왔지만 탈 수 없었다(18:48). 버스를 타면 막차시간에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는 내가 있는 지점까지 오려면 7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그러나 마음이 조급한 내가 이동하는 바람에 택시기사가 혼선을 일으켰는지 나를 찾지 못한다. 5분 후 승차하긴 했지만 택시기사가 그 헤맬 동안에도 택시미터기를 돌아가게 하고 있었다. 그 시간에 발생한 택시비를 고사란히 부담해야 했다. 그 덕인지 승차하자마자 터미널까지는 총알택시처럼 속도를 내어 5~6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여유 있게 막차를 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