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장의사'에서는 주인공 임창정이 나와서
영화 시작전, 자신이 겁나게 웃기는 놈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켜주었다.
물론 영화는 그 만큼 재미있지 못했고...
'박하사탕'을 보고 나올때는 더 충격적인 인물을 만났다.
마침내 첫사랑으로 돌아간 설경구의 눈물위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뭔지 깝깝하고 찝찝한 마음으로 피카디리 2층을 내려오고 있는데 세련된 복장의 낯이 익은 누군가가 올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구더라...
얼른 생각이 나지않고 가물가물,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에야 비로소 퍼뜩 떠오르는 그 이름! '아, 박노해잖아'
그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갈색부츠에 갈색바지, 갈색 스웨터에 갈색 목도리로 쫙 빼입고 있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변했다고, 준법서약서를 쓰지않는 것은 너무나 경직된 사고라고 변화된 현실에 발빠른 대응을 주문하는 전직 혁명가가
과거의 무게로 변화된 현실에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나 다시 돌아갈래!"를 울부짖는 영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해방선포는 무척 궁금했다.
여기까지는 쓸데없는 야그였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해방선포는 요근래에
3편의 영화를 보았다.
하나는 한국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그 다음은 미국영화,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교전수칙)>
마지막으로 일본영화, <춤추는 대수사선>.
의도한건 절대로 아니지만 우연하게도
요즘같이 남북정상회담 여파로 국가의 안보가 위태로운 시기에
한-미-일 공조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는 영화보기였던 것이다.
또한 징크스는 아직도 깨지지 않아서 <죽거나...>를 보러갔을땐 유오성이 나보다 1회먼저 보고 나오고 있었고,
<룰스 오브...>는 코미디언 김은우가 까불거리며 촬영을 하고 있었다. 참 나~
결론부터 말하면 셋 중에서 한국영화가 가장 낫다.
물론 해방선포가 케케묵은 민족주의자 이긴 하지만 그건
영화평과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그 자리에 <죽거나...>가 아니라 <비천무>가 들어갔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해방선포에게 심한 자괴감을 가져다 주었다.
"저런 쓰발~~ 나랑 나이차도 얼마 없는데 누구는 저 나이에 저토록 완성도 높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내고
또 다른 누구는 고작 그거보고 깔깔거리기나 하니...."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영화는 1편, 1편이 그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가지면서도 훌륭하게 하나의 장편으로 연결된다.
영화 대사의 대부분이 쌍욕이고, 배우들의 입에 쫙쫙 달라붙는지라 상스럽게 들리는게 아니라 오히려 귀엽고 속이 후련하다고나 할까...
예술입네 개폼잡지 않아 좋다.
정해진 공식이 없어 예상을 깨는 형식이 좋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가 좋다.
무엇보다 웃기고 재미있어서 좋다.
해방선포가 본 올해 최고의 라스트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도 든다.
하여튼, 초강추. 왜? 우리 삶의 있을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명백히 존재하는 분명한 일정부분이 리얼리티를 매개로 강하게 담겨 있으니까.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를 보고 해방선포는 '스크림'시리즈 보다도 더한 공포를 느꼈다.
장소는 예맨. 미대사관 앞에서 대대적인 반미시위가 벌어진다. 미대사 가족들은 위험에 빠지고 급히 미해병대를 급파한다. 미대사 가족들은 무사히 구출되고 이제 교전이 벌어진다.
"발포하라!"
"부녀자와 어린아이가 있어 불가능 합니다"
"뭐가 불가능하단 말야! 개새끼들 다 쓸어버려!!"
그리고 이어지는 무차별 난사. 83명이 죽고 백여명이 다친다. 어린 여자아이는 다리 한쪽이 날라가고...
초중반 까지 영화는 중도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아니 막판직전까지도... 그러나 결말은 어이없다.
양민학살. 무죄!!! 왜? 내 동료가, 부하가 적의 총알에 맞아 쓰러지는데 규칙운운하면서 눈깔 안뒤짚어지는게 어디 사람새낀가... 하는 일관된 논리때문이다.
해방선포는 한국사람. 노근리와 광주가 떠올랐다.
니기미, 노근리도 무죄구만. 그 원주민들이 언제 빨갱이로 돌변해서 총부리를 겨눌줄 알고.. 무죄여, 무죄.
광주때 처럼 왜 사태가 악화되기 직전 미리 자국민을 빼내지 못했을까. 미국이 이 영화를 통해 반성하고자 할 것이 있다면 단 하나, 바로 이것이 아닐까?
전쟁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인간다울 수 없는 죽기 아니면 살기의 극단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비판이나 정당성은 개인적이어서는 안된다. 전체적이고 총체적이어야만 한다. 이 영화는 이것을 간과했다.
누가 계엄군더러 광주항쟁 진상규명하라고 하는가?
누가 노근리 굴다리앞의 소총수에게 사과하고 보상하라 하는가? 왜 그 한 개인에게 유죄냐 무죄냐를 묻고 상황이 어쩔수 없었다면서 면죄부를 주고 그것이 마치 사건의 전부인양 사기칠려고 하는가?
만국의 프롤레타리아트여 단결하자!
일으키자 반미폭동, 몰아내자 아메리카!!!
음, 해방선포 흥분했군...
다음은 일본영화, <춤추는 대수사선>
라깡형님이 생각나더군.
내가 언어의 주인이 아니라 언어가 나의 주인이듯
범인이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범인을 일으킨다....
관료주의, 복지부동의 공무원 정신을 투캅스보다 훨씬 세련되고 유쾌하게 비꼰다.
게다가 시티헌터,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어떤 것인지 이 영화에서도 또렷하게 드러난다.
허우대 멀쩡하면서도 어딘가 빈 것같이 어리버리,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사건은 혼자 다 해결하고
티 내지 않게 남 챙길줄도 알고, 심각한 위기의 순간에도 잃지 않는 유머감각까지...
<양들의 침묵>과 <세븐> 등 여기저기에서 베껴 쓴 흔적이 나지만 깔끔하다고나 할까...
음~ 결정적인 흠은 그렇게 확 갈만큼의 이쁜 여자가 안 나온다는 것. 일본영화의 타이틀에 맞지않게 이렇다할 폭력이나 에로가 전혀 없다는 것.
주저리 주저리 너무 길군요.
저랑 다르게 생각하시거나 공감하시면 글 남겨주시고요..
담엔 또 어떤 이야기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