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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조세제도의 부조리에 대한 고발과 대안에의 고민"
* 개인별점: ★★★☆ (7.8)
- 경제사적 가치: 3.9
- 개인적 만족도: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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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선대인, 『프리 라이더』, 더팩트, 2010.
1징 직장인, 납세 혁명 선언!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8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 사업에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 원. 제 처는 예산이 조금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그 해 말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각종 토건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조기 예산 집행에 나섰습니다. 당시 여당 소속 시장이 있던 고양시도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러면서 제 처가 담당하던 거점 센터에 지원하기로 했던 예산은 당초보다 3,000만 원 깎이고 말았습니다.
중앙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은 4대 강 사업에 수십조 원을 투입하고, 고양시는 지금도 가동률 50%에 불과한 킨텍스 옆에 제2전시장을 짓는다며 3,500억 원을 씁니다. 고양시 1년 전체 사회 복지 예산의 1.5배에 이르는 돈입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턴키 사업으로 진행되는 그 건설 사업비 가운데 약 1,000억 원은 건설업체에 그냥 퍼주는 돈이나 다름없습니다. 한 달에 단돈 몇만 원이 아쉬워 최소한의 인간적 삶도 누리지 못하는 이웃들을 방치하면서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17~18
세금은 이 땅에서 태어난 당신이 받는 공공 서비스의 이용료에 해당한다. 당신이 잘 가꿔진 공원을 거닐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사방팔방으로 뚫린 도로를 따라 여행하고, 화재가 났을 때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오고,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경찰이 달려오는 것도 모두 이런 공공 서비스에 대한 이용료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19~20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차명 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 원의 상속세를 내야했지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돈이 넘쳐나서 주체도 못할 국내 최고 재벌이 세금 안 내려고 얼마나 파렴치한 짓을 한 것인가. 그런가 하면 이 회장이 막대한 재산을 세금 한 푼 안내고 이리저리 빼돌릴 동안 도대체 이 땅의 국세청과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건희 회장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수조 원대의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낸 세금도 달랑 증여세 16억 원이 전부다. 2010년 가을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각종 차명 계좌를 통한 비자금과 탈세 의혹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일은 비단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어떤가. 미납한 추징금 1,672억 원을 안내면 곱게 안 낼 것이지, 추징시효 만료를 몇 달 압두고 300만 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들을 우롱했다. 1원이라도 납부하면 3년씩 강제집행이 면제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전 씨는 29만 원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의 3남 1녀는 수백 억 원대의 자산가다. 손자, 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 소유자다.
그런데 이렇게 추징금을 안 내고도 그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너무나도 훌륭히 받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그의 자택 주변을 가보라. 경찰 1중대가 주변에 좍 깔려 경호를 서고 출입을 엄중히 단속한다. 그가 일찌감치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주변 주차 구역을 대놓은 차를 빼달라는 경찰의 재촉이 여간 성가시지 않다.(···)
전직 대통령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녀들과 자신 및 부인인 김윤옥 씨의 운전기사까지 위장 취업시켜 경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탈세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또한 서울 강남권에 여러 채의 빌딩 등을 포함해 모두 수백 억 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0~2002년 동안 사실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료를 월 1만 5,000~2만 3,000원씩만 내기도 했다. 한 달 수입 100만~200만 원인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이 대통령보다는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낸다. 그 밖에 그는 지방세를 체납해 여러 차례 재산을 압류당했으며, 고용산재보험료를 미납해 강제추징당한 전력도 있다. 21~23
우리가 더 분노해야 할 대상 가운데 하나는 구조적으로 잘못 짜인 과세 제도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개발연대의 기본틀 속에 짜인 현행 세제는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근본적인 틀이 바뀌지 않았다. 경제 부문을 크게 자산경제와 생산경제로 나눌 때, 엉성하기는 했지만 당시 한국 경제는 생산경제 중심의 국가였다.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고 그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월급을 받아 소비하고 지출하는 생산경제가 경제의 주축이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의 기본 원칙 상 생산경제 영역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부분 과세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부가가치세, 법인세, 근로소득세 등이 국세 수입의 3대 축을 형성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특히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가격이 잔뜩 부풀어 오르고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주식과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경제 규모가 매우 비대해졌다. 7,500조 원에 이르는 자산경제 규모가 GDP(국내총생산)로 대표되는 생산경제의 7배를 능가한다. 그렇게 비대해진 자산경제 부문에서 발생하는 각종 자본 이득(capital gain, 자본적 자산인 토지나, 채권, 주식 등의 가격이 구입 시보다 올라 생기는 차익으로 자산을 거래해 차익을 실현하며 양도차익이 발생하고, 그냥 보유할 경우에는 구입시 가치에 비해 평가차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과 이자나 배당에 대한 소득이 발생해도 이에 대한 세금은 전체 세수의 17.8%에 불과하다. 자산 경제의 규모가 생산경제에 비해 7배나 큰데도 여기에서 걷는 세금은 생산경제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자산경제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대부분 불로소득에 가깝다.(···) 집값이 올라 수억 원의 차익이 생겨도 1가구 1주택일 경우 시가가 9억 원을 넘지 않는 한 한 푼의 세금도 낼 필요가 없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도 역시 단 한 푼의 세금도 낼 필요가 없다. 부동산 보유세 부담액이 전체 부동산 자산가치의 0.09%에 지나지 않는데도, 그것도 많다며 ‘세금 폭탄’ 운운하는 언론 보도가 넘치는 나라이다.(···)
이뿐인가. 과세당국에 포착되지 않는 지하 경제 규모가 전체 GDP의 10~30%에 이르고 거액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가 횡행한 지 수 십년이 지났지만 국세청과 검찰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1993년 금융실명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차명 거래는 재벌 기업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26~27
한마디로 그냥 개발 사업을 벌여 건설업체들의 일감을 늘려주고 부동산 개발 소재로 삼을 뿐 정작 목표로 하는 정책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공급을 하면 수요는 생긴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개발 계획을 내놓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던 개발연대 때나 통하던 방식이다. 개발연대 때에는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하니 짓기만 하면 모두 수요가 생겨나고 그것이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웬만한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들어섰다. 각종 콘크리트 사업에 투자해봤자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확충되겠는가.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공항, 도로, 관광지를 만들어놓는 것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32
2장 당신의 근로소득세가 아까운 이유
국내 조제 구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보다 자산경제와 생산경제에 부과하는 세금의 불균형이다.(···) 현재 조세 체계는 개발경제 시절 노동 및 자본집약적 성장 시대에 구축되었다. 아무래도 생산경제 영역 세금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던 시대다.(···) 반면 2000년대 이후 자산경제의 규모는 급격히 커졌다. 소득은 다른 곳에서 훨씬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수십 년 전 개발한 세원에만 세금을 내놓으라고 죽자 사자 떼쓰고 있는 격이다. 68~69
부동산 보유세만 문제가 아니다. 현재 부동산 양도소득세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양도소득세란 말 그대로 부동산을 양도할 때, 즉 사고 팔 때 생기는 자본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른바 불로소득인데도 근로소득세 세율과 비슷한 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결코 많은 세금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나마도 제대로 세금을 걷고 있다면 다행이다.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 때문에 주택 거래의 95%가량에서 과세가 되고 있지 않다. 또 같은 이유 때문에 실거래가 파악이 어렵고 탈세가 난무하고 있다. 84
전세의 경우에는 주택 수와 상관없이 전혀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이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넣어두면 이자 수입이 발생하므로 월세 임대와 같은 임대 사업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월세 임대에 대해서는 과세하면서도 전세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았다. 90
개인의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음으로써 법인들에게 탈세 구멍(loophole)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양도차익 과세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과세 당국이 개인의 주식 소유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주식 투자를 하면서도 명의만 임직원들의 것을 빌려 투자해 탈세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개인 명의의 주식 차명 거래를 통해 기업은 비자금을 조성해 자금을 세탁하거나 탈세를 할 수도 있게 된다.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이 1996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 주식을 현금화해 1,600억 원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10년 이상 한 푼의 상속세를 내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에 가능했다.100~101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경우 주식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정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에 대해 세금우대 조치를 둘 수도 있고, 미국이나 독일처럼 1년 이상 장기 보유 주식에 관해서는 특별공제나 저율 과세를 통해 건전한 장기 주식 투자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 또한 한 해의 손실분을 다음 해 이익이 났을 때 차감하는 식으로 부담을 경감할 수도 있다. 103
3장 지하 경제와 탈세의 그늘
1999년 저는 동아일보 사회부의 사건 팀 기자였습니다. 당시 참여연대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들을 동원해 아들인 이재용 씨에게 편법 상속하려는 시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후 10년 이상 온갖 논란을 불렀던 삼성그룹 상속 문제가 공론화되는 발달이었습니다.(···)
발표 당일 아침 일찍부터 기사 계획을 외사에 자세히 보고했습니다. 이어 사건 팀장으로부터 해당 기사가 사회면 톱과 사회2면 박스기사로 채택됐으니 ‘잘 만들어 보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며칠 간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열심히 기사를 작성해 보냈습니다.
그리고 의기양양해서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당시에는 오후 6시가 조금 넘으면 다음날 신문의 초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초판에 제 기사는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경제부에서 출고한 기사가 1면에 크게 실려 있었습니다. 참여연대의 문제제기는 불과 두세 줄로 요약돼 있었고, 삼성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반영한 기사였습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분명 참여연대의 발표 내용이 발단이 된 기사인데도 참여연대의 주장이 거의 통째로 빠져 있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당시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재열 씨가 삼성가의 사위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의의 필봉’을 휘두르겠다는 일념으로 신문기사가 된 제가 당시 느낀 자괴감과 열패감은 마음속 깊은 상처가 됐습니다.
(···) 삼성그룹 상속 문제와 관련한 탈불법적 행태와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 등에 대한 논란은 지지부진 이어지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살신성인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특별사면을 거쳐 결국 삼성그룹과 이건희 일가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일단락됐습니다. 114~116
삼성그룹의 승계자로 주목 받고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은 현재 수조 원대의 거대 자산가다. 그런 이재용 사장이 이 같은 자산을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낸 세금은 얼마일까? 답은 16억 원이다.(···) 이 재산의 대부분은 그가 미국 유학 시절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쌓아올린 것이다.(···)
국내 조세 구조의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소득 탈루와 탈세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오스트리아 빈츠대학교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가 추정한 2004~2005년 기준 국내 지하 경제 규모는 27.6%. OECD 국가들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하 경제 규모가 GDP 대비 27.6%라면 2009년 기준 약 294조 원에 이른다. 294조 원 정도가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이 같은 소득탈루나 탈세가 일부 범죄조직이나 악덕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벌 기업과 부유층,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등에 만연해 있다. 117~119
4장 지상 최대의 쇼, 부자 감세
한국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가계 가처분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비율이 가장 낮고 누진세 적용 등이 미약해 소득 재분배 효과가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고소득 부유층에 대한 누진세 적용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매우 낮다.
이처럼 한국의 경우는 성실 납세자와 월급 생활자들의 세 부담이 크고 고소득 부유층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운데 서민들의 상대적 세 부담을 늘리게 되는 간접세 비중이 높다. 190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세금을 통한 분배개선 효과가 5% 정도에 불과해 OECD 국가 평균인 40%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런데 이를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식으로 역진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감세 정책 효과를 70% 이상이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으며 ‘친서민’을 부르짖고 있다. 192~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