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강수진(26)씨는 1년쯤 전부터 얼굴에 뾰루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약국에서 연고를 사다 바르던 강씨는 뾰루지가 점점 커지고 염증까지 생기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강씨가 뾰루지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여드름이었다.
여드름은 청소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통 25세 이상 성인에게 나타나는 여드름을 ‘성인 여드름’이라 한다. 성인여드름은 10대 때 생긴 여드름이 지속된 경우나 25세 이후에 새로 발생한 경우 모두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약 3%, 성인 여성의 경우 12% 정도가 성인 여드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드름은 피지, 죽은 세포 등과 같은 피부 분비물이 몸 밖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지 못해 모공을 막고, 여기에 세균증식이 일어나 생기는 피부질환이다. 여드름은 피지선이 있는 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피지선이 발달해 있는 얼굴과 가슴, 등에 중점적으로 생겨나는 데 반해 손바닥이나 종아리 등에서 여드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드름이 생기는 주 원인은 호르몬의 불균형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청소년기에 겪는 사춘기 여드름은 이 시기에 성(性)호르몬, 특히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여드름을 유발하는 피지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출산 직후의 여성에게 종종 여드름이 생기는 것도 일시적으로 호르몬의 불균형이 오기 때문이다. 호르몬의 분비가 일어나기 전인 초등학생이나 호르몬 분비가 잦아드는 50대 이상 성인에게선 거의 여드름을 찾아볼 수 없다.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사춘기 여드름과 달리 성인 여드름은 아직까지 학계에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25세 이후엔 특별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여드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몇 가지 요인은 있다. 음식의 경우, 과거 에스키모 사이에선 여드름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를 도입하는 등 이들의 식습관이 달라진 후 에스키모의 여드름 유병률(有病率)이 서양인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조리과정을 거친 고칼로리 음식이 여드름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기름기가 많은 영양크림, 팩 등의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얼굴에 영양분이 많아지고 이들 제품이 모공을 막기 때문에 여드름 생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경구 피임약은 호르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사들 사이에서 성인 여드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것으로 의심된다.
사춘기 여드름이 얼굴에서 기름기가 많은 T존(이마와 미간, 코, 입 부위를 포함하는 T자로 이뤄진 얼굴 부분)을 중심으로 생기는 데 반해, 성인 여드름은 턱이나 귀 주위와 같은 얼굴 바깥 부분에서 발견된다. 사춘기 여드름과 달리 붉은 뾰루지 모양으로 나타나 염증이 잘 생기고 때론 피부노화를 동반하기도 한다. 특히 피부재생이 잘 되는 청소년기와 달리 성인의 경우 여드름이 생기면 흉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손으로 여드름을 짤 경우 흉터를 남길 위험이 있다. 일단 흉터가 생기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여드름 치료 방법에는 약물치료, 레이저 치료 등이 있다. 여드름 치료제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은 ‘비타민A유도체’다. 피지를 줄여주고 여드름 균의 증식을 막아주며 피지가 생기더라도 모공을 통해 쉽게 빠져나가도록 도와줌으로써 여드름 치료효과가 탁월하다. 하지만 간이 좋지 않거나 임신 중, 혹은 임신을 계획 중인 사람에겐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법은 여드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피지샘을 파괴하여 피지 분비를 감소시킨다. 약물치료와 레이저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여드름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흉터가 남았을 경우에도 레이저를 이용해 흉터를 제거할 수 있다. 최근엔 레이저 기술의 발달로 수술의 안정성은 높아지고 수술 및 회복에 걸리는 시간은 짧아졌다.
인터뷰│지미안 피부과 김경호 원장 “초기엔 약으로 치료… 심할 땐 피지분비샘 파괴”
“여드름을 심각한 질병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또 대부분 45세 이상이 되면 자연적으로 없어지죠. 하지만 여드름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흉터가 생기면 제거가 아주 어렵습니다. 특히 사춘기 여드름과 달리 성인 여드름은 흉터를 쉽게 남기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한 번쯤 여드름이 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여드름이 생겨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어렸을 때의 경험을 되살려 직접 여드름을 짜는 사람도 많다. 김 원장은 “청소년기엔 피부의 재생력이 강해서 여드름이 흉터를 잘 남기지 않지만 피부 재생력이 떨어지는 성인의 경우엔 흉터가 생기기 쉽고 피부노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시기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단계에선 대표적인 여드름 치료제 ‘비타민A유도체’와 같은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환자 상태에 따라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고, 전체 환자의 약 10% 정도에겐 약이 듣지 않는다. 이때는 레이저를 이용해 피지샘을 파괴하는,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김 원장은 “최근 도입된 ‘스무스빔 레이저’를 이용할 경우 시술시간이 30분도 안 될 정도로 짧고, 시술 후 바로 화장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4~6주 간격으로 3회 정도 시술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증상이 가벼울 경우 1회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여드름으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치료시기를 놓쳐 흉터가 생기는 경우다. 그렇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흉터는 피부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오류입니다. 흉터 제거수술의 원리는 피부에 자극을 줌으로써 피부가 재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이처럼 피부를 리모델링(remodeling) 하는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러운 원래 피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드름 흉터를 제거하는 데 쓰인 대표적인 방법은 박피수술이었다. 박피수술은 흉터가 생긴 피부를 한 꺼풀 벗겨냄으로써 그 아래층에서 새살이 돋아나게 한다. 회복과정이 길고 새로운 피부가 한꺼번에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고 부작용이 잦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최근엔 ‘프락셀 레이저’를 이용한 시술로 성공률을 높이고 회복 기간도 단축시켰다. 프락셀 레이저는 흉터 부위에 1㎠당 약 2000개 정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을 뚫어 피부의 재생을 유도한다. 흉터 전체 면적의 약 20% 정도에만 미세구멍을 뚫어 새살이 단계적으로 돋아나게 한다. 보통 2~3주 간격으로 3~5회 정도 시술을 받는다. 외관상으로 수술 부위에 살짝 딱지가 앉은 것처럼 보일 뿐이어서 외부 활동에도 큰 지장이 없다.
김 원장은 “여드름은 초기에 잡는 게 중요하다”며 “초기 환자는 약물치료만으로도 금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여드름 피부 관리수칙 10계명
1. 얼굴에 닿는 모든 것을 청결히 하라 얼굴뿐 아니라 얼굴에 닿을 수 있는 수건, 베개 등을 깨끗하게 관리한다.
2. 가급적 손을 얼굴에 닿지 않게 하라 아무리 깨끗한 손이라도 세균이 많이 있기 때문에 여드름이 악화될 수 있다.
3. 스트레스를 빨리 풀어라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으로 피지 분비를 촉진시켜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
4. 여드름을 함부로 짜지 마라 짜는 과정에서 2차 감염과 흉터 악화의 우려가 있다.
5. 피부화장은 가볍게 하라 화장품의 유분(油分)이 모공을 막아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
6. 술은 가급적 피하라 알코올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나쁜 영향을 미쳐 염증을 심화시킬 수 있다.
7.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라 불규칙한 생활을 하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피지 분비가 왕성해져 여드름이 악화된다.
8. 경락 마사지나 태반요법을 삼가라 경락 마사지나 태반요법은 여드름 피부를 물리적·화학적으로 자극하여 악화시킬 수 있다.
9. 수분크림은 충분히 발라라 피부에 수분이 부족하면 피지선을 자극해 피지가 많아질 수 있다.
10.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라 비타민C는 여드름 회복에 도움이 된다.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는 패스트푸드는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