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3 - 서영남
수요일입니다. 남는 음식이 없게 하려고 애를 썼는데 손님이 계속 오셔서 참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한 분이 드실 밥이 없습니다. 영희 할머니가 늦게 조그만 카트에 폐비닐장판과 고물 몇 개를 힘겹게 끌고 오십니다. 집에 쌀을 떨어지셨답니다. 20킬로 쌀 한 포 실어드렸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께 "밥이 떨어졌어요. 컵 라면이라도 드시겠어요?" 고마워서 어쩔 줄 모릅니다. 왕뚜껑 컵라면을 준비했습니다. 할머니가 컵라면을 드시면서 "참 맛있다"고 하십니다. 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셔서 치아가 부실합니다. 가위로 잘라드리고 달걀 프라이도 딱딱하게 해 드립니다. 그래야 삼킬 수가 있습니다. 컵라면은 비싸서 사먹어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답니다. 컵라면 두 개를 비닐 봉투에 담아드렸습니다.
북한에서 탈출해서 중국에서 고생하다가 겨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사는 새터민 두 청년이 수녀님의 소개로 검정고시 준비를 하다가 오후에는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설거지를 도와줍니다. 참 착합니다. 스무 살이 넘었는데 경쟁사회에 적응하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합니다. 민들레 국수집 끝날 무렵에 컵 라면 먹을것인지 물어보니까 먹고싶다고 합니다. 참한 청년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5월 6일(수)
이정만 할아버지는 여든 둘이십니다. 전주 원당에서 사시는데 민들레국수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으시다고 멀리 전주에서 찾아오셨습니다. 참 멋진 할어버지십니다. 할머니가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하셔서 못살겠다고 하십니다. 옥련동 민들레국수집에서 우선 지내시라고 선호 형제에게 모시고 계시라고 했습니다.
고마운 분들이 재활용 할 수 있는 운동화를 가져오셨습니다. 안전화도 두 컬레나 그리고 모자도 챙겨주셨습니다. 윤기장님도 운동화를 한 자루 가져오셨습니다.많은 운동화가 들어오는데도 우리 손님들 필요에 모자랍니다. 다 떨어진 운동화, 물이 새는 운동화, 발에 맞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고생하는 우리 손님들이 안타깝습니다.
멋진 학생이 카네이션 41송이를 우리 손님들께 달아드릴 수 있도록 만들어서 보내왔습니다. 그 마음이 예쁩니다.
고마운 분께서 후식으로 낼 수 있는 빵을 보내주셨고요. 대성씨가 제일 좋아합니다.
5월 7일(목)
배다리 문화축제에 민들레국수집에서 꿀꿀이 죽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꿀꿀이 죽 끓일 재료들 준비해 놓고, 그릇과 수저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런 다음에 대성 씨와 함께 전주를 다녀왔습니다. 518 29주년 기념으로 전주 518구속부상자회에서 마련한 강연회에 강의를 하기 위해 최명희 문학관을 다녀왔습니다.
아주 옛날 광주 민주화 운동 때 저는 제주 수도원에 파견되어서 제주도로 갔었습니다. 밀감 꽃 향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입니다.
5월 8일(금)
오늘은 장인 어른 1주기 제삿날입니다.
베로니카와 모니카와 함께 아침에 거제도로 출발했습니다. 통영에 들러 중앙시장에서 충무 김밥도 먹었습니다. 밤에 제사 드리고 밤 12시에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오니 새벽 다섯 시입니다.
5월 9일(토)
여의도 성모병원 직원 네 분이 봉사하러 오셨습니다. 얼마나 고마운지요.
잠깐 눈을 붙이다 말고 국수집에 갔습니다. 골롬바 자매님이 감자탕과 육개장을 준비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배다리 축제에 낼 꿀꿀이 죽을 준비하면 되었습니다. 소세지와 햄 그리고 감자 등등을 썰고 꿀꿀이 죽을 끓였는데 그만 국을 태워버렸습니다. 탄 내가 나서 실패.....
고마운 분이 두텁떡도 보내주셨고요. 제주도에서 삼치와 갈치 그리고 고등어 보내주셨습니다. 김을 보내 주신 분도 계시고요. 라면을 보내주신 분 그리고 부산상회에서는 좋은 부식거리를 보내주셨고요. 멋진 자매님이 어묵을 선물해 주고 총총 가셨습니다.
다음 커무니케이션의 하이픈 기자단 예쁘고 멋진 세 분 기자님이 선물 잔뜩 마련해서 오셨습니다. 그리고 취재해 가시고요. 부잣집 맏며느리 감들입니다.
5월 10일(일)
배다리 축제에 쓸 꿀꿀이 죽이 너무 탄내가 심해서 다시 끓였습니다. 이번에는 강남의 꿀꿀이 죽 수준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지막에 국물만 남았는데 라면 넣고 끓여먹고 싶다고 해서 축제 준비했던 분들께 나눠드렸습니다.
민들레 꿈 공부방에서는 배다리 축제에 벼룩시장 난전을 펴서 10만원도 넘게 팔았습니다. 아주 대단합니다.
우리 손님이 타고 온 자전거를 만 원 주고 사서 민들레 봉사자들이 탈 수 있도록 했습니다.
5월 11일(월)
비가 옵니다. 우리 손님들이 비에 우산도 없이 쩔쩔 맵니다.
주안8동 성당 레지오 자매님들이 오셔서 김치를 담아주셨습니다. 얼갈이 배추 40단. 열무 50단을 담았습니다.
5월 12일(화)
멀리 대구에서 달구벌 학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왔습니다. 이틀 동안 민들레국수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수학여행입니다.
아침에 민들레 국수집에 갔더니 놀람의 연속이었습니다. 교통 티비에서 촬영을 나왔고요. 복지 티비에서 촬영을 나왔고 학생이 영상을 만들기 위해 또 카메라 들고 왔고요. 세 팀이 촬영 했습니다. 인터뷰 하느라 좀 고생했습니다.
용자 할머니가 쌀을 가지러 왔습니다. 쌀 한 포와 그리고 달걀 두 판을 드렸습니다.
연안부두의 아녜스 자매님이 고등어 두 상자나 선물해 주셨습니다.
오후에는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녹음이 있어서 서울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둘 데리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이 아빠를 면회하러 갔습니다. 가는 차에 이슬왕자님도 함께 면회했습니다. 아이 아빠와 아이들 둘이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정근씨는 이번 28일에 퇴원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을 베로니카 가게에 데려다 주고 기독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가다 자매님 병문안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운영위원회가 있어서 사무실을 갔다가 집에 오니 밤 11시입니다.
5월 13일(수)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아이들 아침 준비를 하고 오늘은 일곱 시 이십 분에 큰 아이부터 깨웠습니다. 그리고 작은 아이를 깨우고 밥상을 차렸습니다. 오늘은 크림 스프, 달걀 프라이, 김치, 포도 쥬스. 요구르트 하나입니다. 잠이 덜 깨어서 스프를 먹는데 꼭 독약 먹듯합니다. 그래도 예쁩니다. 준비해 준 음식을 전부 다 먹으면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칭찬합니다. 베로니카가 아이들 하루 용돈을 줍니다. 8시에 학교로 갈 수 있도록 민들레마저 배웅해 줍니다.
달구벌 학교 학생들이 이틀 동안의 봉사활 동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오늘은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를 꾸밀 집 잔금을 치렀습니다. 15일부터는 리모델릴 공사를 시작합니다.
민들레 꿈에 보일러 경유를 넣었습니다.
며칠 동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선의로 도와주십니다. 사용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싶습니다. 사회복지 단체에서 하는 회계 수준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전담하는 사람이 몇 명이 필요한데 민들레국수집은 조직화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운영하려면 적어도 전문 사회복지사가 세 명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도 고민입니다.
첫댓글 보잘 것 없는 작은 일이지만 사랑으로 하는 일은 희생도 아니고 고통도 아니라는 수사님의 말씀에 백번 동감합니다. 저도 수사님이 나누는 사랑을 실천하고 싶은 열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