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기관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8개 병원에 대해 첫 인증서를 교부함에 따라 국내 의료기관들이 미국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Accreditation) 등의 국제적으로 공인된 인증기관 대신에 국내 인증프로그램으로 발길을 돌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 인증프로그램은 국제 의료기관평가가 해외환자들에게 병원서비스의 우수성에 대한 객관적 자료로 활용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내 병원들이 미국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Accreditation) 등의 인증을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인증대열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국내 의료기관들이 국제공인인증을 준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는 전국 유명병원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으나 마땅히 병원의 신뢰확보 장치를 찾지 못한데다 서비스의 국제적 기준으로 평가되는 해외시장에 내놓을 검증된 자료를 확보하는 것 이외에 달리 취할 방안이 많지 않은데 따른 것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때마침 정부는 의료기관인증에 대한 병원들의 관심을 반영해 정부가 마련한 한국 의료기관인증 기준을 공식 제시해 JCI 등 국제 의료기관인증을 받지 않고도 국가 인증만으로도 의료기관의 서비스의 우수성이 입증될 수 있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로써 국내 외국인환자유치 등록 의료기관들은 적어도 정부가 제시한 의료기관인증 절차를 밟을 준비를 해야 할 전망이고 국내 인증절차를 통과했더라도 국제적으로 공인된 인증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국내 의료기관들은 당분간 이중의 인증부담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JCI 인증을 획득한 곳은 2월 현재 11곳이다. 국내 의료기관들의 국제 공인 인증 열풍은 이웃 일본의 경우만 해도 2010년 현재 JCI 인증 병원이 9개에 불과한 실정이고 미국의 경우에도 대형병원 보다도 주로 중소병원들이 인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김연수 교수(신장내과)는 이에 대해 “JCI는 미국 중소병원을 평가하는 표준”이라면서 “JCI도 도움이 되겠지만 보건복지부가 국내병원을 대상으로 표준화한 기준에 더 많은 기대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은 한국의 브랜드파워가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마케팅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세대 진기남 교수(보건행정과)는 “중요한 것은 국제적 데이터이고 수익창출을 위한 것인데 국내 버전으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다소 이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0년 실시한 세계 국가 인증 프로그램 조사 및 2002년 유럽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1991년 이전까지 40년 동안에는 인증프로그램이 8개에 불과하였으나, 1991년 이후 10년 동안 그 숫자가 거의 3배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인증프로그램이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한국정부의 의료기관 평가표준화 노력이 이와 같은 국제 보건의료계 분위기에 편승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표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어떻게 조기에 해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의료기관인증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법제화를 거쳐 같은 해 10월 인증 전담기구인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을 설립했다. 정부의 인증제도가 대내외 신뢰를 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공인절차를 확보하는 장치로서 국제의료질학회에 인증을 의뢰해 국제수준에 부합하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가 마련한 의료기관인증제는 현행 의무화 돼 있는 의료기관 평가제를 개선한 것으로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 수준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설계한 것이다. 평가방식이 자율신청으로 바뀐 것으로 인증대상은 병원급 의료기관 2천6백여개소로 집계되고 있다.
의료기관인증평가원 측은 국내 인증시스템으로 인증을 받게 되면 자동적으로 국제의료질관리학회의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간주돼 의료서비스의 수준에 대해 국제적인 공신력을 갖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관심이 있는 병원이 JCI 등 국제인증을 받기 위한 준비로 인력 및 장비규모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투자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관계자들은 “이미 JCI 인증을 받은 병원들이 구체적인 비용을 밝히지는 않지만 인증을 받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인증에 필요한 시설과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중대형 시설에 따라 수십억에서 수백억원까지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평가원 측은 국내 인증제도 준비에는 중대형병원은 2천5백만원 선, 중소형병원은 1천5백만원 선에서 인증비용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 인증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인력 및 장비보강이 불가피한 실정이기 때문에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발생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며 JCI는 선택이지만 국내 평가프로그램은 국제적인 공인 효과도 미미한테도 정부가 하는 일이라 필수성격이 짙어 병원부담만 커지지 않겠느냐고 불만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의료서비스 질 및 환자안전 수준제고를 위해 종전 강제평가방식을 의료기관의 신청에 의한 인증제로 전환하면서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자율신청을 원칙으로 하되, 요양병원, 정신병원, 노인전문병원은 의무적으로 인증신청을 하는 혼합형 인증제다. 단, 의무적으로 인증신청을 해야 하는 기관들이 유예기간을 두고 인증에 대비할 수 있도록 2013년 부터 인증신청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병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인증받은 의료기관의 인증유효기간은 4년이며 이 기간 중 인증마크를 제작․사용할 수 있다. 인증평가원 측은 인증마크를 광고에 활용함으로써 시장 선점과 여타 의료기관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공보건 의료사업 참여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인증받은 의료기관에 대해 각종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통해 우대할 예정이다.
이밖에 인증전담기관(재단법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인터넷 홈페이지(www.koiha.or.kr) 등에 인증결과를 공표하여 국민들이 인증받은 의료기관을 우선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올해 200개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의 인증참여를 목표로 인증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하여 차별화된 인증기준 적용, 인증비용 보조대상 확대, 사전 컨설팅 제공 및 조건부 인증제도 활용 등으로 중소병원의 적극적인 인증참여를 유도하고, 인증결과를 활용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발굴함으로써 인증제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제반 대책을 수립,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지용 기자